이연희 사무총장


긴 겨울을 뚫고 기다려온 탄핵의 봄이 왔습니다. 장장 19차에 이르는 긴 주말, 누적인원 1500만 시민이, 촛불혁명이, 만들어낸 봄입니다. 너무나도 명백한 진실과 상식의 승리가 이토록 힘들었다는 게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하지만, 오로지 국민자신의 힘으로 만들어낸 승리라는 점에서 세계사에 길을 남을 새 역사를 썼음은 물론이요, 앞으로 펼쳐질 미래 또한 국민자신의 것임을 확신케 합니다.  



그런데, 탄핵선고 막바지에 들이닥친 이른바 사드 ‘알박기’는 우리에게 또다른 숙제를 안기고 있습니다. 지난달 국방부와 롯데의 사드부지 교환계약 체결이 완료된 후 신속히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는 중국의 대응에 놀란 국민들로써는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게 상황은 빠르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예고된 재앙’에 속수무책인 정부는 그러거나 말거나 오직 사드를 기정사실로 못 박는데만 열중하고 있습니다.   


사드와 관련된 논란은 무수히 많았습니다. 사드가 북한 미사일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 등을 포함한 군사적 효용성, 사드기지 주변 주민들의 안전문제,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 참여와 중국의 보복 등 논란은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이 모든 정책 결정과정 중 지켜야 할 절차들은 무시됐고, 국민적 합의를 위한 어떤 노력도 없었습니다. 국민에게 탄핵당한 정부가 무슨 이유로 이렇게 사드 배치를 서두르는 걸까요?


얼마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주도하고 있는 대북정책 재검토 작업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으며, 선제공격에서 북한 핵보유국 인정과 협상까지 모든 것을 포함한 보고서가 트럼프의 손에 쥐어졌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가 ‘힘을 통한 평화’를 대외정책 기조로 내세우고 북한 문제도 무력을 동원해 해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점차 힘을 얻어가는 분위기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전면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은 선제타격에 손을 들어야 한다고 말할 국민은 누구도 없을 것입니다. 


사드는 도둑처럼 찾아왔습니다. 탄핵과 조기대선 국면에 ‘안보’를 매개로 국면의 반전을 꾀해 보려는 보수세력의 국내정치용 농간이든, ‘힘을 통한 평화’ 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트럼프 국방부의 발빠른 행보이든 간에 무엇도 우리 국민에게 득이 되는 선택일 수 없습니다. 동맹이라는 미국에 밀리고 중국에 치이는 지금과 같은 외교로는 한반도 운명의 결정권을 쥘 수 없는, 그야말로 ‘외교참사’에 직면해 있습니다.  


최근 년간 북한과 한-미간 갈등의 불씨가 되어온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지난 3월 1일 독수리 훈련을 시작으로 두달여의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3년부터 한미합동훈련에 항공모함을 포함한 미국의 전략무기들이 훈련에 무더기로 참가하면서, 북한의 강도 높은 대응이 이어졌습니다. 트럼프의 대북정책을 지켜보겠다던 북한은 지난 6일,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맹비난하며 네 발의 미사일을 쏘아 올렸습니다.


악순환입니다. ‘사드는 북핵, 북미사일 대응용’이라는 거짓논리가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도, 우리 안보를 위한 군사훈련이 되레 한반도 전쟁위기를 부추기는 것도 문제의 근원적 해결에 다가서지 못한 채 갈등과 대립만을 반복해 온 때문입니다. 


조기대선이 치러지는 탄핵의 봄에, 과연, 한반도의 평화는 안녕합니까? 

이미 배치가 시작됐으니 이제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지레 단념할 일이 아닙니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전쟁훈련, 트럼프의 대북정책을 어쩌겠냐고 단념할 일도 아닙니다. 

사드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관계 해법도 우리 국민이 선택해야 할 문제입니다. 자주적이고 실용적인, 그래서 진정 국민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정부가 절실합니다. 촛불광장의 힘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로운 선택을 만들어야 합니다. 








Posted by _겨레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