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희 사무총장


지난 5월, 새 정부 들어 ‘남북간 민간교류를 허용’할 것이라는 소식이 통일부 브리핑을 통해 전해지면서 남북교류, 대북지원 단체들의 분위기는 한껏 들떴습니다. 겨레하나에도 ‘이제 곧 평양에 가게 되는 거냐’며 임원진들과 회원들, 기자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모 단체의 말라리아 지원을 위한 방북이며, 종교인들의 평양방문, 6.15 17돌 공동행사까지 당장 6월로 예정된 방북일정들이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케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좀 달랐습니다. 통일부가 지금껏 취한 조치는 겨레하나와 같은 대북사업자들과 사회문화교류 단체들의 사전접촉, 즉 팩스를 주고받을 수 있는 접촉을 허가한 것뿐입니다. 본래 대북사업자들과 단체들의 사전접촉은 일상적으로 가능한 것으로, 지난해 2월 개성공단이 문을 닫기 전까지는 3개월에 한번씩 갱신하는 방법으로 ‘신고제’로 운영하던 것입니다. 그러니 아직 민간교류를 시작했다기 보다, 민간교류를 위한 사전 조치 정도가 취해졌다고 보는 게 정확합니다. 이제 시작단계이니, 점차 정상화하는 과정으로 봐야 할 것이고, 남북교류협력을 위한 제도와 시스템도 점차 보완해 나가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북측과의 사전접촉을 통해 6월 중순 방북을 추진하던 단체들의 평양방문이 결국 연기되었습니다. 6.15 17돌 기념 남북공동행사를 추진하던 6.15 남측위원회 대표단의 방북이 대표적입니다.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맞는 6.15인데다, 우리 정부가 기왕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등 기간 남북의 합의들을 존중하고 이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에야 무난하게 성사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끝내 정부는 6.15 남북공동행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일정이 임박해 지면서 결국 공동행사는 좌절됐습니다.


관계부처인 통일부 수장도 아직 공석인데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고작 한달여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이해가 가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정작 걸리는 대목은 통일부가 민간교류의 전제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이라는 전제를 내걸었다는 것입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라는 게 대체 어디까지인지 기준도 애매할 뿐 아니라 굳이 민간단체의 남북교류와 대북제재를 연계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6월말 한미정상회담까지 예정되어 있는 상황이니 우리 정부로써도 북핵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와 미국의 강경한 태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전략적 인내’로 표현되는 오바마의 대북압박정책과 ‘선비핵화’로 일관된 이전 정부들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남북한의 특수한 관계를 고려할 때,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지렛대 삼아 한반도 평화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세워야 합니다. 국제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남북관계를 맞추는 식으로는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가질 수도 없고, 자칫 때를 놓치는 우를 범할 수도 있습니다. 


6.15 17돌 남북공동행사가 무산됨에 따라 6월로 예정되었던 인도지원, 종교단체들의 방북에 대해 북측이 연기입장을 통보해 왔습니다. 국제사회 제재에 우리 정부가 동의하는 입장에 선데 대한 북측의 항의의사로 읽힙니다. 무엇보다 북측은 인도지원이 자신들의 체제를 비방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어 온 점을 들어 매우 민감하게 대응해 오던 터입니다. 


과거에도 그랬듯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데는 많은 난관과 곡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이 복잡하고, 오랜 분단과 단절이 낳은 차이도 큽니다. 하지만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노력한다면, 어떤 어려움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했고, 또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남북교류, 대화의 문이 크게 열리기를 바라며, 겨레하나는 새롭게 열리 남북협력시대에 발맞춘 새로운 높이의 교류협력을 준비해 나가겠습니다.







Posted by _겨레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