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 도발보다는 ‘사후’ 대응

 

 

[분석] 북극성-2형 발사의 배경과 의미

 

강호제 /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준) 통일뉴스 2017.02.17  

 

 

▲ 북한은 지난 12일 지상대지상중장거리전략탄도탄 ‘북극성-2’형 시험발사를 실시했고, 다음날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발표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올해 초, 필자는 북한의 2017년 신년사를 분석하면서 대륙간탄도로케트(ICBM)과 정지위성, 두 가지 모두 발사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통일뉴스 관련기사 보기]

 

당시 분석글에서 필자는 미국이 1) “핵위협, 공갈 하지말고” 2) “문전앞에서 년례적이라는 감투를 쓴 전쟁연습소동 하지 않으면”, 북한이 ICBM을 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쏠 듯하다고 이야기하였다.

 

신년사가 발표된 뒤로 <로동신문>에는 3월 대규모, 연례적 군사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키리졸브 훈련이나 독수리 훈련을 ‘문전앞’에서 계속 진행한다면 전략무기를 쏘겠다는 기사가 계속 이어졌다. 언론에서는 1월 중순부터 ICBM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포착되었다는 기사도 몇 차례 실렸다.

 

2017년 2월 12일 오전 7시 55분 즈음, 평양 북쪽 방현 비행장 근처에서 500km가량 날아가는 미사일이 발사되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고했던 ICBM이 발사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거리가 ICBM이라고 하기에는 짧고 솟아오른 최고 높이도 550km 정도로 2016년 6월에 발사된 화성10호의 1413km보다 낮아 ICBM이 아니라는 분석도 있었다.

 

2월 12일 미사일 발사 당시 한반도 근해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탐지를 위해 이지스함과 항공통제기 E-737(피스아이), 해상기반 X-밴드 레이더(SBX), 최첨단 레이더(X-밴드 레이더와 함께 S-밴드 레이더)를 장착한 하워드 로렌젠 호 등이 배치되어 있었지만 정확한 미사일의 정체는 바로 공개되지 않았다.

 

다음날(2017.2.13) 북한의 로동신문과 조선중앙TV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해서야 비로소 정확한 정체가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2012년 12월 광명성 3-2호가 발사될 때 미군의 미사일 탐사장비인 SBX가 처음으로 정밀 관측했다. 정밀한 관측은 인공위성 발사 시도에 대해 처음으로 ‘성공’이란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졌다. 이번에도 북한의 미사일 기술을 미군에서 정밀하게 관찰하였으니 예전처럼 북한의 미사일 기술을 제대로 평가하여 마지막에는 군사대결보다 협상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그렇지만 지금 북극성-2형 발사로 드러난 군사적 대결 양상 심화 현상은 제대로 짚어야 할듯하여 이글을 쓴다.

 

북극성-2형을 통해 알 수 있는 북한의 미사일 기

 

   
▲ 북극성-2형은 무한궤도 이동식발사대차에서 콜드런칭 방식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이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북한은 이 미사일이 “지상대지상 중장거리전략탄도탄(IRBM)”이라며 그 이름은 ‘북극성-2’형이라고 했다. 북한은 단순한 글로 된 기사뿐만 아니라 발사 장면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을 동시에 공개하여 자신들의 미사일 기술을 좀 더 생생하게 자랑하였다.

 

북극성-2형은 2015년부터 공개되던 잠수함발사탄도탄(SLBM)을 지상용으로 개조하면서 사거리를 늘린 것이라고 한다. 공개된 영상만으로도 확인 가능한 북극성-2형의 성능, 사양은 ‘랭발사체계(콜드런칭)’, ‘리대식 탄도탄자행발사대차(무한궤도 이동식발사대차)’, ‘대출력고체발동기(대출력 고체 엔진)’ 등이다.

처음부터 로켓의 추진력으로 발사되는 핫런칭 방식에 비해 콜드런칭은 발사대의 구조가 간단하고 발사 시 발생하는 화염에 의한 피해가 거의 없어 발사대를 재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스로 로켓을 공중에 띄운 다음, 순식간에 로켓을 점화하여 날아가는 방식이라 로켓의 자세제어, 연속 동작에 대한 안정성 등이 뛰어나야 실전에서 시도할 수 있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혹시 모를 불발에 대비하여 콜드런칭은 대각선으로 비스듬하게 발사하는데 이번에는 거의 수직으로 쏘아올리는 대담함 혹은 기술에 대한 자신감까지 선보였다.

 

필자가 보기에 예전 잠수함에서 쏠 때보다 로켓 자세가 훨씬 안정되어 있었고 점화도 부드럽게 진행된 듯하다. 기술 습득, 구현을 넘어 스스로 변형시킬 수 있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북한은 자신들의 실력이 ‘견본모방형’에서 ‘개발창조형’으로 강화되었다고 주장한다.

 

무한궤도 이동식발사대차는 말그대로 자동차 바퀴 대신 탱크에 사용되는 무한궤도를 장착한 이동식발사대차를 말한다. 미사일 발사대가 고정되어 있으면 유사시 제일 처음 공격받을 가능성이 많아 방어를 위한 장치를 많이 해야 한다. 하지만 발사대가 이동할 수 있게 되면 미사일의 위치가 노출되지 않아 공격받을 가능성이 적어지고, 발사한 이후에도 공격받지 않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바퀴로 되어 있다면 이동가능성이 도로로 한정되지만 무한궤도로 되어있어서 굳은 땅 위라면 거의 대부분 움직일 수 있어서 이동 가능성이 더욱 늘어난다. 북한처럼 산악지대가 많은 나라에서는 활용도가 더 크다.

 

무엇보다 이번 미사일에는 액체 연료가 아니라 고체 연료가 사용되는 고출력 엔진이 장착되었다. 다루기가 쉬운 고체 연료는 미리 주입된 상태에서 보관과 이동이 가능하므로 발사 준비 시간이 대폭 단축되고 발사 이전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이 줄어든다. 게다가 출력이 높아진 엔진이라 사거리와 발사속도가 대폭 높아져서 위력이 더욱 세졌다. 더 먼 곳까지 사정거리 안에 놓이게 되었고 탐지 및 요격하기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이런 특징들만 종합하여도, 북극성-2형의 발사 징후, 발사 위치 등을 사전에 알기 더욱 어려워졌고 화염이 발생해서 겨우 인지하게 되더라도 대비할 시간이 많이 부족해졌으며 회피기동 능력까지 고려하면 고속으로 낙하하는 탄두를 격추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 된다.

 

따라서 이번 미사일 발사는 ICBM까지 공개하지 않더라도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지금의 한미일 군사력 수준으로 충분히 방어할 수 없다는 경고를 하기 위한 시위였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의 2월 6일자 논평

 

   
▲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극성-2형 발사를 현지지도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사실 이번 미사일 발사와 같은 구체적인 군사적 움직임을 예고하는 기사가 2월 6일자 로동신문에 실렸다. 대부분의 분석 기사에서 간과했던 기사이다. “[론평] 호전광들의 위험천만한 군사적망동”이라는 기사의 첫 부분은 다음과 같다.(밑줄은 필자)

 

“얼마전 미국이 우리의 면전에서 일본, 남조선괴뢰들과 미싸일경보훈련이라는것을 벌렸다. 이지스함들이 동원된 훈련은 미싸일을 탐지 및 추적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였다.

문제는 미국이 우리의 로케트를 탐지, 추적하는 능력을 제고하는데 훈련의 기본목적이 있다는것을 내놓고 공개하고 실지 가상목표를 띄워놓고 요격하는 놀음을 벌리면서 광기를 부린 것이다. 그저 스쳐지나보낼수 없는 매우 심상치 않은 군사적 움직임이다.”

 

이 기사의 내용은 ‘면전’에서 군사훈련을 하지 말라는 신년사 이후 자신들의 계속된 경고를 어겼다는 것과 함께 한미 양국이 아니라 일본까지 포함된 한미일 3국이 합동으로 군사 훈련을 진행하였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냥 넘길 수 없다는 판단까지 섰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여기서 한, 미, 일 3국이 모두 모여 미사일 경보훈련을 한 것은 지난 1월 20일에서 22일 사이였다. 이는 2016년 11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 이후 일본과 실시한 첫 정보공유 훈련이었다.

 

이 훈련 장소가 3국의 해역이라고만 공개되었는데 한국과 일본이 접한 해상, 즉 동해상으로 추정된다. 한미 군사훈련을 하더라도 멀리 가서 하라는 북한의 최소 조건을 무시하면서 동해상에서 그대로 훈련을 진행한 것이었다. 게다가 일본이 추가로 더 참가하였다는 사실에 북한은 그냥 넘길 수 없다고 판단하였던 것 같다.

 

미국의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2월 10일, 괌에 도착한 것도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이 군사적 대결 정책을 해체할 의사가 없다고 판단하는 데 근거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칼빈슨호는 3월 대규모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동원될 예정이라고 한다. 새로운 미국 정부가 구성되면서 대북 정책을 새롭게 다듬고 있다고는 하지만 군사적 측면에서는 작년 말부터 꾸준히 대북 압박 정책을 철회하지 않고 더욱 강화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의 최첨단 ICBM 미니트맨3가 2월 9일(한국시간, 현지시간 8일 밤), 태평양 마샬제도를 향해 시험발사된 것도 북한이 미사일로 대응하게 한 계기가 되었을 수 있다. 약 6,700km를 30분만에 비행해서 목표지점을 정확히 적중시킨 미니트맨3는 2016년 2월 북한 핵시험의 대응 차원에서 시험발사되기도 하였다. 북한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움직임을 위협했던 전력이 있는 미사일인 셈이다. 그러니 이번 미니트맨3 시험발사는 북한으로 하여금 더욱 직접적인 자극이 되었을 것이다.

 

이번에 발사된 ‘북극성-2형’ 미사일이 ICBM보다 사거리가 짧은 IRBM이라는 것과 발사 직전 한미일 합동군사 훈련 정황을 보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신년사에서 발사 경고한 ICBM이 아님은 명확하다.

게다가 <로동신문> 2월 6일자 기사와 한미일 군사 훈련 정황을 보면 3월 훈련에 대해 미리 대비하는 차원의 ‘도발’이라기 보다 1~2월 훈련에 대한 ‘대응’이라고 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한 분석이라 할 수 있다. 아무일도 없는데 북한이 미사일로 도발한 것이라기보다 한미일의 군사적 움직임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이렇게 되면 북한이 예고한 미사일(ICBM과 정지위성 운반용 우주발사체) 2발이 여전히 남아있게 된다. 그것도 지금 추세라면 3월에 발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대북정책이 그 전에 마련되면서 대결보다 협상으로 정책의 방향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대화만큼 강력한 억제력은 없다

 

싸움이 깊어지면 선후를 가리기 힘들어진다. 북한과 남한, 나아가 미국, 일본 사이의 싸움은 아주 오래된 싸움이라 누가 먼저인지 가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북한은 미국이 주도해서 한미일 3국 동맹을 만들어 자신들에게 싸움을 걸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들의 무기를 더 개발한다. 마찬가지로 미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은 북한이 무기를 더욱 벼리고 있으니 자신들의 무기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각종 신무기를 만들고 있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군사적 대립 상황은 싸움을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듯하지만, 이미 서로를 몇 번이라도 죽이고 남을 정도로 심각해졌다. 싸움을 방지하려는 조치가 싸움을 더욱 부추기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젠 이런 덧없는, 효용없는 싸움 경쟁보다 대화와 협상, 그리고 타협을 통해 평화를 찾아와야 할 때이다. 한반도의 평화는 사드나 킬체인 등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진 방어기술을 구축하는 것보다 대화를 통한 협상, 그리고 타협의 길이 더욱 빠르다는 것을 모두들 빨리 받아들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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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_겨레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