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연(평화연구센터 사무국장)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가 <동아시아속 한반도를 만나다>라는 역사연속강좌를 준비하였습니다. 공무원노조 서울관악지부에서 <겨레하나, 일제 강제징용노동을 말하다>책자를 보고 교육요청을 해주셔서 공동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관악지부에서는 총 6강으로 진행하며, 8월부터 매월 1회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장 조합원들이 교과서에서 듣던 단어를 거시적인 차원에서 보니 전혀 다른 사건으로 다가오고 매 시기의 중요성에 대해 새삼느끼게 된다는 소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역사를 동아시아 속에서, 주변국과 연동하여, 혹은 국제질서라는 측면에서 깊이 배우기를 시도하기 위해 고안한 교육주제입니다. 그동안 정세강연이나 평화통일강연을 강연을 들을 기회가 별로 없었던 단체 및 회원들에게 특히 추천합니다. 


지금의 동아시아 질서는 어떤 모습이고, 어떤 역사속에서 형성되어 왔나요? 왜 그 질서는 지금까지 유지되어 있고 쉽게 바뀌지 않는 건가요? 그렇다면 영영 바뀔수 없는 건가요? 지금의 질서가 바뀐다는건 한반도에, 대한민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건가요? 하는 물음에 답을 찾아가는 교육으로 마련하였습니다.  


미국중심의 세계질서속에서, 신냉전이라 불릴만한 정치적 대결과 군사동맹이 강화되고 있는 동아시아 환경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혜안이 필요한 시국에 힘을 모으는 자양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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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 ‘혐북’이 국제고립 자초했다

[원희복의 인물탐구 ]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소장 강호제

 

주간경향 2017.04.15

원문보기: 
http://m.khan.co.kr/view.html?category=&med_id=&artid=201704151010001&code=940100#csidxca12ad71396d3e9b053dbfa70b66442 

 

 

대통령선거를 20여일 앞둔 지금 대권주자들은 한국 사회 적폐의 근원인 분단체제 극복에 대한 방안은 좀처럼 말하지 않는다. 게다가 미국의 북 선제타격론이 나오고, 미 핵항공모함 칼빈슨 전단이 한반도로 향하지만 평화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후보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그나마 지난 10일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가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행위는 결단코 한국 동의 없이 이뤄져서는 안된다”고 경고한 정도다.

이런 때에 한 시민단체에서 분단체제와 관련해 특이하고 심도 있는 토론을 진행 중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겨레 하나되기 운동본부’(겨레하나·이사장 조성우) 산하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가 그곳이다. 이들은 종북을 넘어 ‘혐북’(嫌北)이라는 특이하고도 새로운 주제에 천착하고 있다. 이는 현재 한반도 상황을 설명하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 평화연구센터 강호제 소장을 만났다.

■ “지금은 폄훼를 넘어 조롱의 대상”

-‘혐북’이란 한자적으로 북한을 싫어한다는 뜻인데 어떤 의미인가.


 

“혐한이라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말에서 따온 것이다. 종북논란을 어떻게 다르게 표현할까 고민했다. 우리 연구원들이 내린 결론은 종북논란의 극치에서 북한을 싫어하는 혐북으로 발전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은 북한에 대한 모든 행위를 혐오나 조롱의 대상으로 여기며, 지식인들도 통일 얘기만 나오면 외면해 버리는 비합리적인 분위기가 됐다.”

-얼마 전 겨레하나 조성우 이사장과 김중배 선생을 비롯한 유력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소주를 마시며, 박근혜 정권 극복을 위한 민중 총궐기를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었다. 조 이사장이 “적극 참여하겠다”는 데 시민단체 관계자 왈 “통일단체는 빠져라, 통일단체는 지금 가만히 있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하더라. 이를 지켜보면서 기자는 ‘통일운동이 이렇게 진보진영에까지 부담스런 존재가 되었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맞다. 방송인 김제동도 합리적인 얘기를 하다가 ‘난 북한 싫어’ ‘공산당 싫어요’라는 말을 한다. 굳이 그렇게 말하는 것이 합리적인 행동일까. 우리는 북한을 잘못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합리적 사고마저 마비된 상태로까지 간 것이다. 북한을 무시하고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북한을 아예 머릿속에서 지워 버리려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발표한 글을 보면 혐북의 기원이 해방 이후, 분단 이후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는 전두환·노태우 시절에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자연스럽게 불렀다. 남북정상회담도 감격스러워했고, 이산가족 상봉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런 측면에서 혐북은 최근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노골화된 것이 아닐까. 

“그 전에도 혐북의 싹은 있었다고 본다. 1990년대에도 북한 사람들을 보면 ‘어, 북한 사람들 머리에 뿔이 없네’라고 했다. 작가 황석영도 북한에 <사람이 살고 있었네>라고 놀라워할 정도였다. 북한을 하나의 체제로 보지 않고, 무조건 폄훼하는 대상이었다. 지금은 그 폄훼를 넘어 조롱의 대상이 됐다.”

겨레하나 부설 연구소인 평화연구센터는 3명의 상임연구위원과 2명의 객원연구위원이 있다. 이들은 ‘분단과 혐북: 또하나의 적폐’(변학문 연구위원) ‘혐북 어떻게 만들어 작용하는가’(강호제 소장) ‘우리가 보지 못한 북한의 변화’(강호제 소장) ‘북·미 핵과 미사일 공방, 어디까지 왔나’(장창준 연구위원) ‘대선 이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제언’(센터) 등을 차례로 발표한다. 올 3월 출범한 평화연구센터 초대 소장으로 취임한 강 소장은 “강연 위주의 통일교육과 다른 차원의 평화·통일교육을 해보자는 의도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우리 안의 혐북 의식은 북한 정보를 독점한 정부와 이를 거의 무비판적으로 보도하는 언론 때문이 아닐까. 새 정부에서 남북관계가 유화적으로 전개되면 국민들은 쉽게 바뀌지 않을까. 결국 혐북은 위정자들의 ‘정략적’ 소산이지 일반 국민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이런 기자의 견해에 대해 그는 “양쪽(위정자와 일반국민) 다 책임이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평화연구센터가 주목하는 것은 지식인 집단이다. 강 소장은 “지식인 중에는 종북논리를 만들고 혐북을 조장하기도 한다”면서 “그런 부분을 많이 짚자는 것이 이번 기획의 의도”라고 말했다. 

굳이 지식인뿐이겠나. 종북을 넘어 혐북을 조장한 세력에는 보수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진보언론도 동참했다. 진보정당에 북한 김정은 체제를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으면 사상이 의심스럽다는 사상검증에 나선 것도 진보언론이다. 심지어 진보를 자처하는 정치인까지 종북몰이에 가세한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종북을 넘어 혐북 단계에 이르면서 북한에 대한 무지와 몽매가 초래됐다는 것이 이 평화연구센터의 결론이다. 그렇다면 북한에 대한 무지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강 소장은 특히 과학기술분야에서 북한에 대한 무지가 심각하게 만연돼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북한의 핵실험과 인공위성 발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보면 확연히 우리보다 앞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 미국이나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나 SLBM이 기술적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인공위성 발사체만 하더라도 최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인공위성은 정밀도 10 마이너스 7승 정도의 정밀성을 요구한다. 그 정도 정밀성을 갖춘 기계를 제작할 기술이라면 일반적인 자동제어 기계를 다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북한의 기술이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연구하지 않는다. 단지 결과만 보고 놀랄 뿐이다.” 

-로켓추진체, 위성 통제기술 등 이미 보여준 기술 말고 북한이 앞선 기술로는 뭐가 있나.

“단적인 예가 백화점 주차장 진입 시 자동차 번호판 인식 기술이다. 10년 전 이 장비를 개발할 때 북한 기술을 협력받았다. 또 CNC(자동숫자조정장치)라고 기계기술에 IT를 결합한 기술이 있다. 위성을 쏠 정도면 이 CNC가 어느 정도 됐다고 본다. 검증은 안 됐지만 북한이 ‘세계적 기술’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기능성 화장품, 전자현미경, 품종개량 분야 등이다. 요즘 우리가 4차 산업혁명 얘기를 하는데 북한은 이미 20년 전 김정일 시대에 ‘새세기산업혁명’이라는 말을 했다. 우리는 ‘설마, 말이 안 된다, 거짓말’이라고 하는데 바로 그게 혐북이다. 사거리가 계속 늘어나는 광명성 1·2·3호를 보면서도, 미국도 성공을 인정하는데 우리는 계속 실패라고 우긴다.”

■진보언론, 진보정치인까지 종북몰이

강 소장은 특히 SLBM 기술은 세계적으로 5개 나라밖에 없는 아주 고도의 기술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종북에 빠지든 혐북에 빠지든 비이성적으로 북을 보다 보니 북맹에 빠졌다”면서 “그래서 북한 얘기만 나오면 합리적 추론을 못하고, 결국 국제사회에서 소외된다”고 질타했다. 최근 미·중 정상회담과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론 등 이른바 ‘4월 위기설’에도 정작 주인공인 한국은 국제 논의에서 소외되고 있다. 

그가 지난 9일 ‘혐북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라는 주제 발표에서 “중국과 미국 정상이 북한 관련 정책을 우리를 배제한 채 논의하는데 이것 또한 매우 위험하고 주제넘는 짓”이라고 우려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날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행위는 결단코 한국 동의 없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문재인 후보의 ‘한국 동의 없는 북 선제타격은 안 된다’는 주장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긍정적이다. 내가 글을 발표하고 이어서 나온 것이라서가 아니라.(하~하) 국민들은 ‘그래도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라고 안심하더라도 전문가나 특히 국민을 지키겠다는 대권주자는 남들보다 면밀히 사태를 파악하고 앞장서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 된다’고 말해야 한다.”

-그것은 ‘늑대가 나타났다’라는 비유처럼 시시때때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특히 선거 때만 되면 부는 이른바 북풍 때문에 국민들이 무감각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맞다. 그건 국민의 입장에서 합리적 선택이다. 그런데 책임 있는 사람들이라면 국민들이 안정하고 있을 때 먼저 움직여야 한다. 정부의 외교·안보 쪽에서 ‘기다려’라고 하는 것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미국의 북한 선제공격 카드도 ‘테이블에 올려진 모든 옵션의 하나’로 봐야 하지 않을까. 이 말은 미국이 누차 해왔다.

“기자도 선입견에 빠져 있다. 미국이 북한의 선제타격을 옵션에 올린 것에 대해 ‘안돼, 하지마’라고 말해야 한다. 잘못할 때 분명히 ‘안돼’라고 경고하지 않으면 실제 타격을 용인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그것이 책임 있는 정치인이다.”

-대권주자들의 대북·통일정책을 평가하면 어떤가.

“아무도 말하지 않아 아쉽다. 문 후보는 남북 교류·협력을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자원이 결합해 생산된 물품을 북한에 팔면 남북이 윈·윈한다고 말한다. 천만에, 이것은 식민지 발상이다. 저렴한 노동력과 자원으로 제품을 생산해 판매시장으로 삼는다는 것은 전형적인 식민지적 발상이다. 북한도 그런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나마 ‘전쟁 하지마’라는 말이라도 해서 다행이다. (하~하) 다른 당 후보들은 말할 것도 없다.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 때 이재명 후보가 제시한 3단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그나마 봐줄 만하다.” 

■대북사업 중단, 관련 시민단체 황폐화 

‘우리겨레 하나되기 운동본부’(겨레하나)는 민족의 공영과 통일을 위해 남북한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동포 간 편견과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 2004년 2월 출범한 민간단체다. 전국적 조직을 갖춘 겨레하나에는 진보적 활동가·학자·변호사·전직 의원뿐 아니라,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도 참여하고 있다. 그동안 겨레하나는 북한에 어린이를 위한 영양빵공장과 국수공장 건설을 지원하고 못자리용 비닐, 교과서 종이 지원사업 등을 추진했다. 

4월 11일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에서 강호제 소장을 비롯한 연구원들이 정례 세미나를 하고 있다.

△ 4월 11일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에서 강호제 소장을 비롯한 연구원들이 정례 세미나를 하고 있다.

 

그러나 2010년 천안함 사태 이후 북한과 접촉을 중단시킨 5·24조치로 모든 대북 지원사업이 중단됐다. 정부의 북한 접촉 중단조치 이후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등 북한 관련 사업만 중단된 것이 아니다. 북한 관련 시민단체도 황폐화됐다. 그러다보니 10년이 지난 지금 북한 관련 학과도 1개 대학에만 남았고, 기업의 북한 관련 연구소나 연구부서도 거의 사라졌다. 그나마 국책 연구소가 북한 관련 연구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강 소장은 “북한문제로 직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채 100명이 안 된다”면서 “연구자들도 여건이 안돼 근 10년 정도 북한연구에 공백기가 됐다”고 우려했다. 이렇게 말하면서 그는 긴 한숨을 쉬었다.

강 소장은 1973년 생으로 과학고(경남과학고)를 다니며 수학과학경시대회에서 전국 2등, 수학올림피아드에서 동상을 받은 촉망받던 과학도였다. 대학도 물리학과(서울대)에 진학했다. 그런데 ‘우리의 미래는 어떤 통일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해 ‘평화통일에 힘을 보태기 위해’ 전공을 북한과학사로 바꿨다. 그의 석·박사(서울대) 논문 수준도 높았다. 그의 석사학위 논문은 북한현대연구 논문상, 박사학위 논문은 북한연구학회 신진학자 학술상을 받았다. 

미래가 확실히 보장된 과학도에서 의욕이 넘치는 북한학자로 변신한 강 소장은 그러나 지금, 학원에서 물리를 가르치는 것으로 생계비를 얻고 있다. 그는 “10년 넘게 배운 북한학은 돈이 안 된다”면서 “고등학교 때 2년간 배운 물리로 먹고 산다”고 말하며 허탈하게 웃었다. 강 소장의 지금 모습은 우울하다 못해 참담한 우리 통일정책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웅변하는 듯했다.

<글 원희복 선임기자 wonhb@kyunghyang.com·사진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원문보기: 
http://m.khan.co.kr/view.html?category=&med_id=&artid=201704151010001&code=940100#csidxd1df6dc7b7dc5a3a5a35cee9602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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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미중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

부상하는 북폭론,

한반도 위기는 대선을 기다리지 않는다

 

장창준(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상임연구위원) ㅣ 통일뉴스 2017.04.11

 

미중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예사롭지 않음은 미중 정상회담이 끝난 후 공동보도문이 나오지 않은 데서 출발한다. 트럼프 정부가 북핵 이슈를 미중 정상회담의 중요한 의제임을 이미 공공연하게 밝혔기 때문에 공동보도문이 나오지 않은 것은 북핵 이슈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가 오간 것이며, 그들의 합의 못한 내용은 무엇인가?
 
미중 정상회담을 들여다 볼 겨를도 없이 시리아 폭격이 북한에 대한 경고 성격을 갖고 있다는 소식, 미국의 주요 방송사 간판 앵커와 저명한 종군 기자가 한국에서 뉴스를 보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결정적으로 미항공모함 칼빈슨호의 회항 소식이 전해지면서 ‘북폭론’까지 일고 있는 형국이다. 애초 싱가포르에서 호주로의 항해가 계획되었던 칼빈슨호가 다시 한반도로 방향을 돌렸다는 분명 심상치 않은 소식이다. 이미 칼빈슨호는 지난 3월 한미연합군사연습에 참여했다. 훈련에 참여했던 미항모가 다시 한반도를 찾는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트럼프 정부는 북폭을 기획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트럼프 정부의 북폭 기획은 어떻게 현실화되는가? 그리고 북폭이 현실화된다면 한반도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칼빈슨호의 회항과 대북 강경발언, 이미 한반도는 전쟁 국면

칼빈슨호의 회항과 더불어 미국 고위 관료들의 대북 강경한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 직전 트럼프 정부는 대북 정책 재검토를 완료했다. 그와 더불어 나온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이 하지 않으면 미국이 직접 하겠다”는 발언이었다. 미중 정상회담 직후 틸러슨 국무장관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한반도의 상황이 무언가 조치가 필요할 만큼의 위협적인 것”임을 시진핑 주석 역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같은 시진핑의 태도를 틸러슨은 중국 역시 ‘무언가 조치가 필요한 상황’임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틸러슨이 말한 조치는 ‘군사적 조치’로 해석된다. 칼빈슨호의 회항 소식뿐 아니라 미 백악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한반도 핵무기 배치’, ‘김정은 제거 작전’까지 포함된 대북 정책을 건의했다는 NBC의 보도가 동시에 나왔기 때문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많은 전문가들은 칼빈슨호의 한반도 재배치가 북한 경고용이며 따라서 미국의 군사행동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한다. 정세현 전 장관 역시 북한이 시리아와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시리아에 대한 폭격을 감행한 것처럼 북한에 대한 폭격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국 전문가의 분석도, 정세현 전 장관의 전망도 일리 있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한반도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그 같은 일반적인 분석은 현실적이지 않다. 한반도에는 정전시 혹은 전시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직접적인 군사적 대치, 군사력 사용 의지가 표출되는 순간 한반도는 정전시에서 전시로 전환되는 특수한 지역이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이렇다 할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연이어 터져 나오는 트럼프 정부 고위 인사들의 대북 강경발언 그리고 예정에 없던 칼빈슨호의 회항은 한반도가 사실상 전쟁 국면으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정전시와 전시 밖에 존재하지 않는 한반도 상황에서 전쟁은 선전포고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선제 폭격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군사적 대치, 긴장감의 고조 자체가 이미 전쟁 국면인 것이다. 폭격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자체로 한반도는 전쟁 국면에 진입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강경해진 이유

미국 정부 관계자들의 강경한 발언, 칼빈슨호의 회항으로 대표되는 군사적 움직임은 분명 대북 경고용 성격을 갖는다. 즉 북한의 행동을 변경시키기 위한 압박용이다.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고 북한에게 보내는 메시지이며, 레드라인을 넘으면 군사옵션을 현실화하겠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은 ‘북한의 ICBM’ 발사이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ICBM을 발사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의 레드라인’이라고 할 수 있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4월 9일 ABC 방송에 출연하여 북한의 ICBM 발사를 ‘레드 라인’으로 분명히 명시했다. ‘트럼프의 레드 라인’은 ‘트럼프 정부의 레드 라인’으로 공식화되었다. 틸러슨이 북한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시리아 공습에 대해 “국제규범을 위반하는 모든 국가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적대관계에 있는 국가간에 협상을 할 경우 협상을 주도하고 상대방으로부터 보다 많은 양보를 이끌어 내기 위해 군사적 옵션을 강화하는 것은 일반적인 패턴이다. 이전의 북미 협상 국면에서도 이같은 패턴은 반복해서 나타나곤 했다.
 
대단히 아이러니한 상황일 수는 있겠지만, 트럼프의 대북 정책이 완료되기 전에 미국은 중국을 통해 북한에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지난 3월 틸러슨이 중국을 마지막으로 한중일 순방을 마치고 돌아간 직후 조셉 윤 미국 6자회담 대표가 중국을 방문했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이동하는 전용기에서 틸러슨은 동행했던 기자에게 조셉 윤의 중국 방문에 대해 “북한이 메시지를 받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지금 가장 긴급한 일이다”라고 답변했다.
 
이 인터뷰에서 틸러슨은 “우리는 너희(북한)와 갈등을 원치 않는다. 우리는 너희가 방향을 바꾸기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미국의 첫 번째 스텝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것(첫 번째 스텝)은 행동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대단히 심각하다는 것을 북한이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강경해진 발언과 군사적 움직임은 ‘미국의 심각성을 북한에 알리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틸러슨의 인터뷰 내용은 Independent Journal Review 홈페이지에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http://ijr.com/2017/03/827413-transcript-independent-journal-reviews-sit-interview-secretary-state-rex-tillerson/)

즉, 틸러슨은 중국 방문 과정에서 첫 번째 스텝으로서 ‘북한의 행동 변경’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고, 미중 정상회담 이후 두 번째 스텝으로서 ‘군사적 압박과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미중 정상회담이 공동보도문조차 발표되지 않은 이유가 확인된다. 시진핑 주석은 미국이 추진하는 ‘대북 군사적 압박과 경고’조차도 한반도 평화를 해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 의사를 피력했던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혼자라도 하겠다”는 기존의 강경한 입장을 피력함으로써 구체적인 대북 정책에 대해 합의를 보지 못한 것이다. 그 결과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상황의 위급성, 한반도 비핵화,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틸러슨 국무장관과 왕이 외교부장이 확인한 원론적 입장에서 한 발도 진전하지 못한 채 종료되었다.
 
북폭 위험성은 현실이다

 

그렇다면 북폭 가능성은 없는 것인가. 지난 시기 북미 관계의 역사는 대북 경고와 압박을 목적으로 한 군사적 조치가 현실화, 실제화되었던 사례를 갖고 있다. 1차 북핵 위기 당시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포기시킬 목적으로 패트리어트 미사일 배치를 강행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활동을 계속할 경우 외과수술식 타격을 가하겠다는 경고를 보낸 바 있다. 그러나 북미 대화가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경고용 군사적 조치는 현실화되었다. 1994년 6월의 전쟁 위기가 그것이다. 미 국방부에서 실시한 전쟁 시뮬레이션 결과 한국뿐 아니라 미국의 피해 역시 막대할 것이라는 결론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군사 공격은 그대로 추진되었다. 지미 카터의 방북과 김일성 주석과의 극적 타결이 없었다면 대북 선제 공격은 감행되었을 것이다.
 
트럼프 정부 들어와 많은 전문가들이 대북 군사 옵션이 갖는 위험성을 지적했다. 또한 유일한 현실적 방안으로 ‘동결 대 동결’ 협상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여전히 ‘비핵화’를 강조할 뿐 ‘동결 대 동결’ 협상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미 북한은 “핵포기가 목적이라면 어떤 대화에도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미국의 메시지에 북한이 답신을 보냈는지, 답신을 보냈다면 어떤 내용의 답신을 보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만약 트럼프 정부가 보낸 메시지가 ‘핵포기를 전제로 한 것’이라면 북한은 거부 의사를 피력했을 것이다. 그리고 북한 역시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북한은 지난 해 11월 제네바에서 있었던 북미 1.5 접촉에서 “(트럼프 정부의 정책 재검토) 결과를 기다리면서 지켜볼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의 윤곽이 드러나기 전에 북미 협상 가능성의 “문을 닫는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자유아시아방송 2016년 12월 8일자 보도)
 
지금까지 북한은, 비록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로켓엔진 연소 시험‘ 등을 하기는 했으나,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이 나오기 전까지 ICBM 발사를 자제해왔다. 이제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 재검토는 끝났다. 트럼프 정부와도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된다면 북한은 ‘어떠한 행동’을 취할 것이다. ‘어떠한 행동’은 신년사에서 예고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북한의 행동 패턴으로 본다면, ICBM 발사를 자제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된다면, 북한은 멀지 않은 시기에 ICBM 발사를 감행할 것이다.
 
북한의 ICBM 발사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트럼프 정부의 레드 라인이다. 이미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다”고 공언한 이상 트럼프는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해 군사적 대응을 추진할 것이다. 이 때의 군사적 대응은 경고용이 아닌 실제 상황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 재검토가 완료된 이후, 김정은-트럼프의 진검 승부는 이제야 본격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북한과 미국은 상대방의 행동을 변경시키기 위한 군사적 조치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 1994년 6월의 위기 당시에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트럼프 정부는 군사 옵션에 대단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 백악관 NSC를 총괄하는 맥마스터 안보보좌관은 칼빈슨호의 회항을 ‘신중한(prudent)’ 결정이라고 했다. 틸러슨은 북미 대결이 격화될 경우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곳에 도달할 수 있다”면서 대북 군사 옵션이 갖는 위험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적대 관계에 있는 두 나라에서 협상의 여지가 보이지 않을 경우 ‘군사 옵션이 갖는 위험성’보다는 ‘적대국에 대한 불신과 적대 의사’가 지배하게 된다. 결국 상황이 악화될 경우, 비록 초기에는 경고와 압박을 목적으로 한 군사적 조치였을지라도, 그것은 실제 군사 행동으로 귀결된다. 미국의 북폭 가능성은 그것이 갖는 위험성을 미국이 인지하고 있더라도, 그래서 대단히 신중하게 접근될 지라도, 결국 현실화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1차 세계대전은 누구의 의도에 의해 발발한 것이 아니라 ‘적대적인 두 개의 동맹 체제’ 그리고 양 동맹 체제를 주도했던 국가들의 ‘엇갈린 의도와 오해’로 인해 발생했다. 2017년 한반도에서의 전쟁 역시 ‘엇갈린 의도와 오해’ 속에서 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한반도 위기는 대선을 비껴가지 않는다

한반도의 위급한 상황을 인지한 것일까? 4월 10일 문재인 후보가 “한국의 동의 없는 어떠한 선제타격도 있어선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시의적절한 입장 표명이었다. 유력한 대선 주자가 “모든 것을 걸고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막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안철수, 심상정, 홍준표, 유승민 등 다수의 대선 주자들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역시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같은 입장 표명만으로는 전쟁 국면이 해소되지 않는다. 미국의 대북 군사 옵션을 중단시키는 효과적인 힘으로 작동할 수 없다.

 

“집권하면”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는 점 역시 무책임하다. 한반도 전쟁 국면은 대선을 피하지 않는다. 5월 9일 이후 미국의 대북 선제 공격을 막는 대책도 필요하지만 5월 9일 이전의 대북 선제 공격을 막는 대책 또한 강구되어야 한다. 현 시국은 1994년 이래 가장 심각한 위기 국면이다. 북미 양측이 모두 핵선제 공격을 공언하고 있다는 점에서 1994년 위기와는 다른 차원의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선 후보들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선 후보 원탁회의’라도 시급하게 개최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문재인 후보가 제시한 ‘긴급안보비상회의’는 의미를 갖는다. 이 자리에서 대선 후보들은 최소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 대원칙’이라도 합의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해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중단하는 데서 시작된다. 미국은 군사연습과 일체의 군사적 옵션을 중단해야 하고,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시험을 중단한다. 대선 후에 사드 배치 역시 중단하겠다는 명확한 입장을 천명해야 한다.

 

나아가 즉각적인 북미 고위급 협상 재개를 촉구하는 것이 현 위기 상황의 본질적 해법이다. 북미 고위급 회담은 ‘동결 대 동결’로 시작하여 상호 불가침 의사를 확약하고 2000년 북미 공동코뮤니케에서 합의했던 북미 관계 정상화 로드맵을 현실에 맞게 재설정해야 할 것이다. 특히 군사적 적대 행위를 중단하기 위한 실질적 대책들을 강구함과 동시에 핵무기의 불반입(미국)과 불반출(북한), 불위협과 불사용 의사(북미)를 천명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의 근원적 해결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한반도 위기는 대선을 비껴가지 않는다. 바로 지금,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전쟁 반대,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해 행동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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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과 평화, 문재인 통일외교 정책 성공의 두 키워드 - 대선 이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제언

 

<기획연재> 2017 대선, 한반도 평화를 말한다 ⑤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ㅣ통일뉴스 2017.05.12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에서 시작된 1차 여정이 종착지에 도착했다. 그러나 끝이 아니다.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 그 목적지는 평화로운 한반도이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수구세력이 여전히 만만치 않음을 대선 결과는 보여주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시기 한반도를 좌지우지했다. ‘4월 위기’는 트럼프가 만든 것이었다. 대선 후보를 포함한 정치권은 우왕좌왕했다.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사드 배치는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대선 후보들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트럼프는 거칠 것이 없었다. 10억 달러에 달하는 ‘사드 청구서’는 당연한 귀결이었는지도 모른다. ‘사상 초유의 조기 대선’ 시기에서 대한민국은 트럼프에 놀아난 것이다.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이 아닐 수 없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평화를 회복하고 주권을 회복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대선 시기 도둑처럼 배치되었던 사드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했고, 대한민국의 주권을 침해했다. 전쟁 위기가 고조되었지만 한국 정부는 정보도 부족했고 대응 능력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평화와 주권을 회복하지 않고서는 당당한 대한민국, 상식이 통하는 나라는 요원하다.

 

‘코리아 퍼스트’ 외교로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행사해야

문재인 정부에게 있어서 사드는 동맹의 늪이다. 이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다면 사드 배치 비용은 말할 것도 없고 방위비분담금 인상, 국방비 증액, 한미 FTA 재협상 등 줄줄이 이어지는 한미 동맹 이슈에서 한국의 이익과 주도권은 실종된다. 그로 인한 모든 피해와 고통은 국민에게 전가된다. 국민이 받게 될 피해와 고통은 경제, 민생, 인권, 외교, 평화 등 전방위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사드 배치를 중단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주민 동의, 환경 영향 평가 등의 법적 절차를 밟지 않고 추진되었다. 사드 부지에 대한 공사도 완료되지 않은 채 무리하게 배치되었다. 외국군의 주둔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 절차를 명시하고 있는 헌법적 절차(헌법 60조) 역시 무시되었다.
 
사드 배치가 중단되어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사드 배치의 명분은 ‘북핵 위협’이었다. 현재 트럼프 정부는 북핵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외교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사드 배치 중단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북핵 문제 해결에서 한국의 발언권을 높이는 지렛대가 될 것이다.
 
6월에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 한미 정상회담은 문재인 외교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드 배치 잠정 중단’, ‘사드 원점 재검토’라는 명확한 입장을 갖고 트럼프와 담판에 나서야 한다. 한국 정부가 사드 문제에 대해 이 같은 명확한 입장을 갖고 정상회담에 임했을 때 ‘사드 청구서’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 아니라 방위비 분담금, 한미 FTA 등 이후 대미 협상에서도 높은 협상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한편 중장기적으로 한미 동맹의 재조정은 불가피하다. 트럼프 정부가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는 ‘아메리카 퍼스트’ 외교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외교는 기존의 동맹 정책에서의 이탈을 의미한다. 동맹국인 한국의 이익보다는 미국의 이익을 더 우선하겠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의 외교 정책에 대응하여 ‘코리아 퍼스트’ 외교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코리아 퍼스트’ 외교는 한국의 주권을 회복하는 자주 외교이다. ‘코리아 퍼스트’ 외교는 한반도의 전쟁 불가를 천명하는 평화 외교이다. ‘코리아 퍼스트’ 외교를 포기하고 기존의 ‘동맹 외교’를 지속한다면 한국의 외교는 트럼프 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 외교에 종속되어 한국의 주권과 한반도의 평화를 트럼프의 통제 내맡기는 최악의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동북아시아 질서가 급변하고 있다. 동북아시아 모든 국가들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외교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핵문제 해결의 토대 구축,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 사드 문제 해결을 가장 중요한 외교적 과제로 천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사드 배치 잠정 중단과 원점 재검토’를 시작으로 하여 ‘코리아 퍼스트’ 외교를 전방위적으로 구사했을 때, 취임사에 밝힌 핵문제 해결의 토대 구축,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 사드 문제 해결에서 한국의 외교적 주도권이 행사될 수 있을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 빠를수록 좋다

문재인 대통령도, 서훈 국정원장 내정자도 남북 정상회담에 긍정적인 의사를 피력했다. 한국 정부가 한반도 평화를 주도할 수 있는 중요한 조건이 남북 관계 개선에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입장이다.
 
우리는  ‘4월 위기’를 통해 트럼프가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과 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따라서 조속한 남북 정상회담의 개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의해 그리고 트럼프 정부에 의해 잘못 위치한 한반도를 되돌려 놓는 데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도 이미 신년사에서 ‘조국 통일의 대통로’를 언급함으로써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역시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고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남북 정상회담은 한미 정상회담 못지 않게 중요한 과제이다.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문재인 정부가 최우선에 두어야 할 것은 한반도 평화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의 선순환 구조는 ‘남북 관계 정상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가 동시에 추진되었을 때 가능하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미 공조’와 ‘남북 공조’를 병행 추진해야 한다.
 
한가지 걱정스러운 측면이 존재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시기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당선된 후에도 ‘여건 조성’을 남북 정상회담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북핵 문제 해결의 여건’이 남북 정상회담의 전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남북 정상회담은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밝힌 것처럼 ‘북핵 문제 해결의 토대 마련’, ‘한반도 긴장 완화의 전기 마련’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북 관계 개선과 남북 정상회담은 그 어떤 전제조건 없이 빠르게 추진되어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 주권외교로 한반도 평화의 새 길 열어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는 2017년의 한반도와 동북아시아는 가장 높은 불확실성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비록 대화의 가능성이 높아지긴 했지만 북미 핵공방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언제 다시 긴장이 격화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여전히 강력하며 일본의 우경화 경향 역시 강력하다. 새로운 대한민국은 새로운 정책에서 출발하며, 한반도 평화를 지향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새로운 정책도 성공할 수 없다.
 
특히 외교 안보 정책의 일대 전환이 요구된다. 이명박-박근혜 시대에 대한민국은 냉전적 안보 담론이 지배했다. 냉전적 안보 담론은 대화보다는 대결을 지향한다. 그 결과 북한은 ‘적’의 위치에 놓였고, 대화의 대상이 아닌 대결의 대상으로 고정되었다. 이제 냉전적 안보 담론에서 벗어나 평화 담론을 추구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 놓은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를 환영하는 이유이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그리고 한미관계는 한반도 평화의 삼대 축이다. 남북관계는 북한의 존재를 인정하고 김정은 위원장을 대화 상대방으로 인정했을 때 가능하다. 남북관계가 개선되어야 한반도 핵공방과 북미관계 개선에서 한국의 발언권이 향상된다. 한국의 주권과 한반도의 평화를 최우선에 놓았을 때 한미 동맹 역시 평화적 방향으로 재편될 수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로운 여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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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핵공방, 임계점까지 왔다

 

<기획연재> 2017 대선, 한반도 평화를 말한다 ④

 

장창준(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상임연구위원) ㅣ 통일뉴스 2017.04.24  

 

연재 순서

분단과 혐북: 또 하나의 적폐 – 변학문 평화연구센터 상임연구위원
‘혐북’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강호제 평화연구센터 소장
우리가 보지 못한 북한의 변화 – 강호제 평화연구센터 소장
북미 핵과 미사일 공방, 어디까지 왔는가 – 장창준 평화연구센터 상임연구위원
⓹ 대선 이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제언 - 평화연구센터

 

트럼프 정부의 ‘장난’은 대성공이었다. 트럼프 정부는 시리아를 폭격하고, 그 폭격이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것을 암시하고, 호주로 향하고 있던 칼빈슨호를 한반도로 회항시킨다는 거짓 언론 플레이 말이다. 트럼프 정부는 한반도 안보 위기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냈고,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강인함’을 과시했다. 그 결과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한 비판 여론은 더욱 높아졌다. 군사적 옵션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강인한 이미지’는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이 ‘평화적 해법’을 거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사적 옵션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따라서 ‘칼빈슨호 해프닝’은 ‘4월 위기’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칼빈슨호 회항’이 한반도 위기의 요소가 아니라, 트럼프의 ‘막가파식’ 행동이 한반도 위기의 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설정한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행위도 불사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4월 위기’의 실체이다.
 
트럼프 정부는 한국 유력 대선 후보들의 사드 배치 입장이 선회했다는 또 하나의 성과를 얻었다. 어느 후보는 당론마저 바꾸겠다면서 사드 배치 찬성 입장으로 돌아섰고, 또 다른 어느 후보 역시 북한의 행동 여하에 따라 사드를 배치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후퇴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의 ‘장난’으로 ‘찬성 vs 반대’ 입장이 팽팽했던 사드 배치에 대한 한국 내에서의 논란은 ‘찬성’의 방향으로 쏠려간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 점에서 ‘4월 위기’는 ‘북한발’이 아니라 ‘미국발’이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권은, 진보와 보수를 초월하여 북한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위기 인식의 일천함을 만천하에 드러내었다.
 
여기서 두 가지 질문이 제기된다. 왜 트럼프는 막가파식 외교를 벌이고 있는가? ‘미국발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미국보다는 북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한국 정치권을 지배하는 ‘위기 인식 구조’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가?
 
임계점에 도달한 북미 핵·미사일 공방 
우리가 인식하고 있건 아니건 간에 북핵 문제는 트럼프 정부의 최고의 안보 문제로 부상했다. 북한의 미사일 수준이 미 본토를 위협할 정도로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북한이 미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ICBM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이는 냉전 해체 이후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는 국가 중에서 핵무기를 미본토에 떨어뜨릴 수 있는 군사 능력을 보유한 유일한 국가가 등장하는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 중대한 문제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미중 정상회담을 며칠 앞두고 대북 정책 재검토를 완료했다. ‘최고의 압박과 관여’라는 이름의 대북 정책을 완성했고, 국가안보회의(NSC)의 모든 고위 당국자들이 이를 승인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트럼프 정부가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을 행사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군사적 옵션이 배제되었거나 후순위로 밀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뿐 아니라 미국의 주요 관리들이 북한의 핵시험과 ICBM 발사에 대한 강 도높은 경고를 보내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행동 여하에 따라 군사 옵션이 다시 부상할 수 있는 여지는 여전히 존재한다.

북한과의 협상이 완전히 배제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트럼프 정부의 관리들이 ‘대북 정권교체 추진하지 않는다’, ‘평화적 방식의 북핵 문제 해결’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이 얼마나 평화를 원하는지가 관건”이라는 발언을 한 사실 역시 협상의 여지를 보여주는 단서라 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가 대북 정책 재검토를 완료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세 가지의 대안이 모두 거론되고 있다는 것은 대북 정책이 갖는 어려움을 의미하는 것이며, 다른 한편 어느 방향의 대북 정책도 성공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제재와 압박을 강화하는 것은 북한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며 결국 군사적 옵션을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군사적 옵션은 동맹국뿐 아니라 태평양의 미군 기지 더 나아가 미본토까지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한다.

대화와 협상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 갖는 현실적 문제를 야기시킨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은 북한과의 핵군축 협상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는 냉전 시기 때부터 미국이 추진해왔던 핵정책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과의 핵전쟁을 항상 걱정해야 하며,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3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이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했던 이 발언이야말로 현재 북미 핵·미사일 공방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결과 미국은 항상 북한과의 핵전쟁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으며, 그 결과 미국 정부는 ‘무언가’를 해야 할 만큼 북미 핵·미사일 공방이 임계점까지 도달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언가’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지 여부에 따라 한반도는 ‘대파국이냐’ 혹은 ‘대전환이냐’가 결정되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혐오와 무시가 부른 파국 
오바마 정부는 8년 동안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사실상 방치했다. 자국민들을 연명 못 시킬 정도의 낙후한 경제적 상황,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기만 했던 조악한 과학기술력. ‘전략적 인내’가 전제하고 있었던 북한에 대한 평가이다. 그런 북한이 어느 순간 돌아보니 핵무기를 소형화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까지 개발할 정도로 핵과 미사일 능력을 향상시켰다.
 
혐오는 무시를 낳고 무시는 혐오를 강화시킨다. 주민들은 ‘굶어 죽어도’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집착’하는 이미지가 혐오의 이미지라면, 기술 수준이 형편없으면서도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집착’하는 이미지는 무시의 이미지였다. 그런 북한과는 대화를 해도 의미가 없으며, 시간을 끌다 보면 결국 제풀에 넘어질 것이라는 전제가 ‘전략적 인내’에 내포되어 있었던 것이다.
 
북한에 대한 혐오와 무시의 미국판 버전이 ‘전략적 인내’라면 그에 대한 한국판 버전은 ‘비핵 개방 3000’이고 ‘통일대박론’이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 이득을 챙겨주겠다는 ‘비핵 개방 3000’은 북한이 돈벌이를 위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고가 전제되어 있다. ‘통일대박론’은 ‘북한이 곧 붕괴될 것’이라는 주관주의에 사로잡혀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결과였거나 혹은 북한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고자 하는 의도의 결과였다.

결국 북한에 대한 혐오와 무시가 ‘북맹’을 만들어낸 것이다.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도, 이명박근혜 정부의 ‘비핵 개방 3000’과 ‘통일대박론’도 ‘북맹’의 산물이다.
 
북한에 대한 혐오와 무시가 부른 첫 번째 파국이 미국이 북한과의 핵전쟁을 항상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두 번째 파국은 ‘북미 핵·미사일 공방’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이 같은 한반도 상황의 위기 구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미 공방의 결과 ‘대파국’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4월 위기’는 실존한다. 그리고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면 ‘4월 위기’는 ‘5월 위기’, ‘6월 위기’로 이어질 것이다. 게다가 그 위기는, 단지 ‘군사적 충돌’이 아닌 트럼프가 우려하듯이 ‘핵전쟁 위기’이다.
 
대선주자들의 케케묵은 ‘북한 주적론’ 공방은 한반도 위기에 어떤 해법도 제시하지 못한다. 핵시험과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도발이 지속되면 사드를 배치할 수밖에 없다’는 발언은 한반도 위기를 더욱 부추길 뿐이다.
 
북한에 대한 혐오와 무시가 냉전 수구 세력에게만 보이는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 치명성은 더욱 크다. 대선이라는 특수한 상황임을 감안하더라도, 국가보안법 철폐마저도 자신 있게 주장하지 못하고, 북한의 ‘군사적 도발’만을 한반도 긴장의 원인으로 여기는 대선 후보, 북한의 핵포기만을 강조하는 ‘비핵화 해법’에만 치중하고 있는 정치 세력이 2017년 대선을 지배하고 있다. 여야,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북한에 대한 혐오와 무시, 즉 ‘혐북’이 한국의 정치권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핵전쟁 위기’가 결국 북미 적대 관계의 산물이며, 적대 관계 하에서의 북미 공방이 임계점까지 다다른 결과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않고서는 한반도 평화의 그 어떤 해법도 제시할 수 없다. 인식에서의 대전환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비록 정권교체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한국 정부는 ‘핵전쟁 위기’의 가장 큰 당사자이면서도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외교 무능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미국 대통령 역사상 초유의 ‘막가파식 대통령’으로 평가 받고 있는 트럼프마저 ‘북한과의 핵전쟁’을 걱정하는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 역사상 가장 강력하다는 시진핑 주석마저 한반도 전쟁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
 
그것이 부정적이건 긍정적이건, 북한은 한반도와 동아시아 질서에서 미국과 중국 버금가는 영향력 있는 행위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마저도 북한을 통제하고 제지하는 데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협상의 문을 닫고 있는가. ‘혐북’에서 벗어났을 때 협상을 주장하는 북한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더욱 치중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2016년의 사례만을 놓고 보더라도 북한은 두 차례의 핵 시험과 30차례에 가까운 미사일 시험을 공개했다. ‘통일대전’, ‘선제타격’ 등 호전적 언사는 여전했다.
 
그러나 우리는 못보고 무시하고 지나쳤지만, 북한은 수 차례에 걸쳐 미국과의 대화, 남측과의 대화를 강조해 왔다. 2014년 북한은 국방위원회 명의로 ‘남조선 당국에 보내는 중대제안’을 발표했다. 비방중상을 중지하고 모든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지하자는 것이 요지였다.
 
2014년 11월 방북했던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장에게 북한은 ‘한미군사연습과 핵시험의 상호 중단’을 제안하기도 했다. 최근 중국이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병행 추진), ‘쌍중단’(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한미군사연습의 동시 중단)을 제안하면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보다 앞서 북한이 먼저 그 같은 제안을 했던 것이다.
 
2015년 8월 소위 목함지뢰 사건이 발생하고 남북 군사적 충돌 위기가 발생했다. 당시 북한은 준전시 상태 선포 등의 행동도 보였지만, 고위급 접촉을 먼저 제안하는 평화적 해법도 제시했다.  2016년 7월 6일 북한은 공화국 대변인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에게 핵위협 중단과 핵불사용 공약을 요구했다. 당시 성명에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대목은 북한이 ‘조선반도 비핵화’를 다시 거론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 외에도 북한은 여러 차례 비공식 정부간 접촉, 1.5 트랙 등을 통해 미국과의 대화 타협점을 모색해왔다. 특히 지난 해 11월 제네바에서 열린 북미 접촉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은 미국측 참석자들에게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 검토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를 수 차례 문의하기도 했고, 트럼프 정부의 정책 윤곽이 드러나기 전에 “협상 가능성의 문을 닫는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2017년에 들어와서도 북한은 다양한 형태의 협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단적인 예로, 4월 3일 로동신문은 윌리엄 페리(클린턴 정부 시절 미 국방부장관)가 북미 협상을 촉구한 사실을 언급하며, “우리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인정하는 것과 함께 시대착오적인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할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동신문은 북한의 조선로동당 기관지로서 당의 입장과 어긋난 기사가 나올 수 없다. 따라서 로동신문 기사에서 페리의 발언이 언급되었다는 것은 북한이 협상 의지, 타협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의도적 행위이다.
 
‘혐북’이 지배하는 상황에서는 북한의 이 같은 협상 메시지를 읽어낼 수 없다. ‘북맹’은 북한의 협상 제안과 의지를 읽어 낼 이성적 능력을 마비시킨다. 대화가 설 자리는 존재하지 않게 된다.
 
남측에서 보고자 하는 북한의 모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북한의 모습을 직시했을 때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는 데서 한국 정부의 역할이 존재한다. 한반도 평화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해야 한다.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하려는가? 그렇다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속에 담겨 있는 북한의 협상 메시지를 읽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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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지 못한 북한의 변화

 

<기획연재> 2017 대선, 한반도 평화를 말한다 ③

 

강호제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  ㅣ 통일뉴스 2017.04.18

 

연재 순서

분단과 혐북: 또 하나의 적폐 – 변학문 평화연구센터 상임연구위원
‘혐북’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강호제 평화연구센터 소장
⓷ 우리가 보지 못한 북한의 변화 – 강호제 평화연구센터 소장
⓸ 북미 핵과 미사일 공방, 어디까지 왔는가 – 장창준 평화연구센터 상임연구위원
⓹ 대선 이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제언 - 평화연구센터

 

우리가 알고 있는 북한은 현실의 북한일까, 아니면 가상의 북한일까? 우리는 ‘오늘날의 북한’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북한을 어떤 입장에서 보느냐와 상관없이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제대로 파악해야 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일인데, 지금 우리의 상황은 위 질문에 제대로 대답할 수 없는 수준이다. 분단 체제로 인한 적대적 인식과 국가보안법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는 ‘혐북' 인식 때문에 북한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 정보로 업데이트된 것들도 대부분 적대적 측면만 강조하는 것이고 평화, 공존을 위한 측면은 거의 무시되고 있다. 핵무기 등을 만들면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의 모습은 익숙하지만 평화, 공존을 위해 대화와 협상을 강조하는 모습은 낯선 모습으로 평가되고, 무시되기 마련이다.(북한의 평화, 공존을 위한 제안을 포함하여 동북아 전체의 평화 정착을 위한 제언은 이 연재의 마지막 글 “대선 이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제언”에서 다룰 예정이다.) 무기와 전쟁 준비에 전력 질주하는 모습은 여러 번 강조되었지만 평양, 신의주 등 도시 재생 사업에 집중하며 나라 전체의 외관을 급격히 바꾸고 있는 최근의 모습은 별로 강조되지 않는다. SLBM 등 첨단 무기의 등장을 전쟁 미치광이 이미지로 포장하기만 할 뿐, 그 속에 숨은 첨단 기술의 근원, 혹은 원천 기술의 첨단화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한다.

이런 외눈박이 현상은 대북 적대적 정책을 펼쳤던 지난 정부의 탓만은 아니다. 대부분의 야권에서도 북한을 관리의 대상으로 생각할 뿐, 능동적으로 변화를 꾀하는 주체로 바라보지 못하였다. 특히 남북교류협력을 강조하는 정책에서조차 ‘풍부한 지하자원, 값싼 노동력’ 외에 북한의 가치를 인정하는 내용이 별로 없다는 것은 북한의 변화를 전혀 보지 못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풍부한 지하자원, 값싼 노동력과 함께 철도, 가스관, 석유 수송관 연결 등의 경제적 이익을 앞세워 남북 교류협력을 강조하는 주장은 벌써 15년도 더 지난 이야기이다. 세상의 변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지고 있는 21세기에 15년 전 이야기가 아직도 유효할지도 의문이고, 이는 인식 수준이 발전하지 못하였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어쨌든 북한은, 우리의 인식 여부와는 별개로 새로운 사회를 건설해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변화를 꾀하고 있다. 김정일 시기부터 준비한 전략이 김정은 시기 들어서면서 멈추거나 후퇴하지 않고 더욱 급진적인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북한에서는 새 세기 산업혁명?

최근 들어 ‘4차 산업혁명'이 많이 거론된다. 사람마다 정의가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IT기술의 발달이 물리학, 생물학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가 하나로 통합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북한에서도 이런 변화를 가리키는 말이 있는데 바로 ‘새 세기 산업혁명'이라고 부른다. 김정일 시기인 1990년대 말부터 정보산업 혁명과 지식경제 시대라는 개념으로 정리되던 것이 2011년경부터 ‘새 세기 산업혁명’으로 불리기 시작하였다. 단순한 부문별 산업발전 전략을 넘어, 노동의 종류 및 가치 생산 방식의 변화, 산업 구조의 변화, 사회주의 경제의 핵심인 계획 경제의 변화 등 사회 전반적 변화에 대해 연구한 결과가 새 세기 산업혁명이란 이름으로 정리되었던 것이다. 김정은 시기까지 이어진 이러한 변화들은 대부분 김정일 시기에 준비하던 새 세기 산업혁명 전략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의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낙후했던 것은 1990년대 북한이 처한 국내외 모든 상황이 안 좋아서 생긴 결과라 할 수 있다. 또한 군사력 강화에 상당히 많은 경제 역량이 집중되었던 탓에 민수 부분의 발달이 지연된 결과이기도 하다. 이런 민수 지체 현상은 2009년경부터 바뀌기 시작하였다. 2009년 8월 11일 ‘첨단을 돌파하라'라는 로동신문 정론에서는 ‘CNC기술’을 그 변화의 앞부분에 내세웠다. IT기술과 기계기술이 결합된 CNC기술은 국방부문에서 확보된 다음 민수로 이전(스핀오프, spin-off)되는 핵심 기술이었다.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친 핵시험과 2009년 은하 2호 시험발사 결과에 고무된 북한은 2009년부터 CNC기술을 앞세워 스핀오프 전략을 본격 실행시키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앞선 군수 공업 부문의 기술이 민수 부문으로 이전되면서 북한의 산업 현장은 급속히 업그레이드되기 시작하였다. 생산 현장의 개선 목표는 현대화, 자동화를 넘어 무인화까지 제시되고 있다. 요즈음 가방공장, 산소공장, 화장품공장, 김치공장, 기계공장, 버섯공장 등 중공업 부문뿐만 아니라 경공업 부분에서도 최신 설비로 마련된 본보기 공장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최근 북한 경제가 살아났다는 이야기가 많다. 미래과학자거리, 려명거리 등 대규모 건설 사업들이 하나씩 마무리되고 있고 시장이나 상품점에 중국산 제품보다 국산 제품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부문별 상품 생산 공장들이 다양하게 설립되어 정상되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1990년대 후반에 경제난을 겪고 난 후 우선적으로 발전시키려고 했던 선행부문, 즉 전기, 석탄, 금속, 철도 부문이, 더디지만 정상화되기 시작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기간 산업들이 어느 정도 안정화됨에 따라 다른 산업 부문까지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2015년부터 조금씩 등장하기 시작하던 ‘최고 생산년도 수준', ‘최고 생산액' 돌파 선언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뉴스는 북한 경제가 전반적으로 상승기로 접어들고 있다고 추정해볼 수 있게 한다. 여기서 최고 생산년도 수준이란, 부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 1980년대 후반을 기준으로 한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경제가 급격히 하강국면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북한 경제가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는 대표적인 징후 중 하나가 식량 생산량이 급격히 떨어져 굶어 죽는 사람까지 생긴 것이었다. 이때 생긴 영양실조, 아사 현상은 지금까지도 북한의 대표 이미지로 남아 있다. 그런데 2010년경부터 식량난과 관련한 이야기는 거의 없어졌다. 일부 수입에 의존하기는 하지만 식량 자급에 큰 무리가 없는 듯하다. 이는 2000년대 초반 남한 등에서 지원하던 비료공급이 끊어졌음에도 2010년경부터 흥남비료련합기업소,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가 정상화되어 자체적으로 비료생산이 가능해진 것의 영향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중국 등에서 부족한 비료를 일부 수입하기는 했지만 자체 생산 공장의 정상 가동이 더욱 중요한 변화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북한 경제의 변화에 대해 정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즉 아직도 북한 경제는 1990년대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북한에서 발표되는 정식 간행물과 북한을 다녀온 여러 여행자의 경험 등은 북한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흐름을 많은 부분에서 뒷받침한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이 소위 ‘거짓보고’를 없애는 것을 집권 초기부터 매우 중요하게 취급하였다고 하니 공식 보도물을 완전히 거짓 선전물로 취급할 수는 없다. 즉, 구체적인 수치에서는 이견이 존재할 수도 있지만 북한의 경제 추세는 분명이 '호조세'에 가깝다는 것만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2016년 7차 당대회에서 밝힌 5개년 전략도 이런 변화의 연속선 상에서 파악되는 수준이었다.

 

북한 교육의 변화

북한 경제가 바닥을 친 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고 좀 더 폭넓게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는 것은 북한 교육의 변화에서도 드러난다. 북한은 남한의 과학고등학교처럼 영재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1980년대부터 제1고등중학교를 운영하였다. 새로운 세기는 정보산업 시대이자 지식경제 시대라고 판단한 북한 지도부는 2000년대 들어서 제1고중 개혁부터 시작하였다. 약 20년 동안 너무 많이 늘어난 제1고중의 개수는 대폭 줄이고 전반적인 고등중학교의 교재와 학습 수준을 상향 조정하였다. 제1고중의 경험을 토대로 상향평준화를 시도한 것이었다.

교육과정과 교과서는 2012년 즈음을 기점으로 급격히 변하였다. 전반적인 학제도 개편되어서 12년 의무교육제가 도입되었다. 교과 내용도 대폭 바뀌었으며 교과서는 이전과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지식 주입식 교육을 지양하고 호기심을 자극하여 관찰, 토론, 글쓰기 능력을 기르도록 유도하였다. 북한은 오래 전부터 남한과 같은 문과, 이과 구분을 폐지했는데 ‘전민과학기술인재화'라는 지향에 맞추어 수학, 과학 교육을 대폭 강화하였다. 그 결과, 고급중학교 과정에서 수업시수가 가장 많은 5개 과목은 영어를 제외하면 모두 수학, 과학(물리, 화학, 생물 등) 과목이 차지하고 있다.

의무교육뿐만 아니라 대학교육과 성인교육, 직장인 교육 체계도 대폭 손질되었다. 대학은 부문별, 지역별로 통폐합되면서 종합대학화되었고 원격교육이 강화되었다. 기존에 있던 공장대학, 농장대학 등, 일하면서 배우는 체계가 강화되었다. 2015년에 완공된 평양의 과학기술전당을 중심으로 각 지역에 존재하는 미래원 그리고 생산현장의 과학기술보급실 등이 인터넷망으로 연결되어 과학기술 관련 문답, 자료 등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었다.

북한의 과학기술 강조 경향은 교육이나 생산현장뿐만 아니라 국제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수의 변화에서도 드러난다. 2000년대 이후 2010년까지 북한 과학자들의 국제 학술지 게재 논문은 다른 연구자들과 협력하여 작성한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대략 한 해에 10여 편 수준이었다. 그런데 2010년에 접어들면서 논문 수는 28편으로 늘기 시작하였고 그 이후에는 매년 20~30편 정도가 꾸준히 발표되었다. 2013년부터는 협력 논문과 함께 단독연구 논문도 발표되기 시작하여 2015년 단독연구논문 수는 21편이나 되었다. 2015년에는 협력논문 편수도 급격히 늘어나 단독, 협력을 모두 합한 논문 수는 65편이나 되었다. 절대량은 아직까지 매우 작지만 그 변화가 급격하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학술논문은 투고 이후 정식 게재가 결정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시 2010년경을 기점으로 대외 학술교류와 국제학술지 투고가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

 

국방 과학기술의 변화

최근 북한의 변화 중에서 객관적 자료로 명확히 드러난 것은 역시 핵과 미사일을 비롯한 무기 부문이다. 2006년부터 시작된 핵시험은 대략 3년을 주기로 모두 5차례 진행되었다. 그 내용도 핵분열탄뿐만 아니라 핵융합을 이용한 수소탄까지 시험되었고 단순한 핵반응 시험을 넘어 핵탄두와 핵무기 운용 관련 시험도 진행되었다. 미사일은 액체 연료 엔진뿐만 아니라 고체 연료 엔진도 시험되었고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까지 성공시키기도 하였다. 게다가 잠수함에 장착할 수 있는 SLBM까지 개발되었음이 영상 자료로 공개되었다. 이제 최첨단의 무기기술을 북한이 보유하고 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기술들은 모두 쉽게 얻을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스스로 개발하기에도 매우 힘든 것이다. 외국에서 도입했는지 아니면 자체적으로 개발한 것인지는 지금 수준에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미사일의 형태나 모양에서 중국제, 혹은 러시아제와 비슷하다고 해서 그냥 베낀 것이라 폄하할 수도 없다. 어찌되었건 간에, 북한은 핵과 미사일 제작, 발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것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기술을 자체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대부분의 기술들은 국방 부문에서 스핀오프된 것이다. 정보통신 혁명의 핵심인 인터넷 기술은 핵전쟁 이후를 대비하는 기술로 개발되었고, 요리 기술의 혁명을 가져온 전자레인지도 레이다 기술에서 스핀오프된 것이다. 휴대전화 기술 중에서 CDMA 기술도 무선통신 암호화 기술로 처음에 개발되었던 것이 민간에서 활용된 것이다. 이렇듯 국방 과학기술의 발달 수준은 민간 부문의 기술 발달을 이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평가를 인정한다면 북한의 국방 과학기술 수준으로 유추할 수 있는 북한의 민간 과학기술 수준은 일반적인 통념보다 높은 수준에 도달했거나 혹은 짧은 시간 안에 도달할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이 일단 완성되면 개발 당시보다 더 적은 자원과 자금이 투입되어도 유지 가능하다. 북한의 핵무기 관련 시스템이 완성단계에 접어들수록 군수에서 민수로 전환할 수 있는 여력은 점점 많아질 것이고 그 속도가 점차 빨라질 것이다.

 

남북교류협력 2.0 제안 : 북한의 기술 적극 활용해야

과학기술은 굳이 경제적 효과가 있어야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자체로도 문명의 발전에 충분한 의미가 있다. 그리고 과학기술의 경제적 효과는 꼭 최첨단, 최고수준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 기존의 생산방식이나 문제점을 조금씩만 개선할 수 있어도 그 효과는 충분하다. 아니 기존 제품과 차별성만 가져올 수 있어도 상품으로 가치는 생겨난다.

북한의 경제 수준은 아직도 남한에 비하면 한참 뒤떨어졌다. 이는 뒤집을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게 뒤떨어진 북한 내부에도 쓸만한 기술은 상당히 많이 있다. ‘세계 수준’에 필적할 만하다고 자화자찬하는 기술도 있을 테고,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서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현장 밀착형 기술’도 상당할 것이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새 세기 산업혁명을 준비하면서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상당히 오랫동안 노력했기 때문에 쓸만한 과학기술이 예상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최근에 공개한 북한의 국방 과학기술 수준을 보더라도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 수준은 상당히 쓸만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반공·반북 이데올로기와 종북 논란, 급기야 혐북 담론에 빠져 북맹이 되어 북한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사이에도, 북한은 나름 변화, 발전하고 있었다. 특히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조금씩 더디지만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혐북’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제대로 직시한다면, 북한의 가치 역시 단순한 ‘노동력, 지하자원 공급처’를 넘어설 것이다. 의외로 높은 수준의 기술도 있을 것이고 차별화 전략을 펼 수 있는 특이한 기술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북한의 기술을 중심으로 남한의 자본, 마케팅 능력을 결합하여 세계 시장을 공략한다면 남한만 혹은 북한만의 힘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것보다 성공 가능성이 훨씬 높을 것이다. 뛰어난 남한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일 테니 여기서 굳이 강조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무시하고 있었던, 혹은 알지 못하고 있었던 북한의 기술을 우리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거둘 수 있는 경제적 성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사실 북한은 오래 전부터 기술 중심의 교류협력을 원하고 있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비이성적 판단으로 폐쇄해버린 개성공단도 사실은 2, 3단계 사업에서 중화학공업 및 장치산업 과 첨단산업 부문을 중심으로 운영될 계획이었다. 그런데 노동집약적 산업 중심인 1단계에서 멈추어버리고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이 경제적 이유가 아니라 정치적, 전략적 판단에 의해 매우 낮게 설정되어 ‘값싼 노동력'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2013년 제정, 공포된 ‘경제개발구'에는 기술 중심의 투자 유치를 위해 ‘첨단기술개발구’와 같은 것도 들어가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만들어 2010년대 들어서면서 적극 운용하고 있는 ‘첨단과학기술교류사 (김일성종합대학)', ‘미래과학기술교류사 (김책공업종합대학)’, ‘평양국제새기술경제정보교류사’, ‘첨단생물공학기술교류사' 등은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을 중심으로 대외협력을 진행하기 위해 마련된 조직이다. 이 중에서 첨단과학기술교류사나 미래과학기술교류사는 북한의 최고 인재들이 모여 있는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종합대학의 시설, 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형태이다. 즉 대학 기반의 기술교류협력 기업과 같은 것이다.

 

스포츠 단일팀처럼, 수학/과학 올림피아드 단일팀을 꾸린다면

과학기술교류협력의 출발로, ‘단일팀’은 어떨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 스포츠 분야에서 공동 응원단이나 단일팀 구성은 서먹서먹하던 사이를 급속히 가깝게 만든다. 1991년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한 세계탁구선수권 대회 우승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뚜렷이 각인되어 있다. 과학기술을 통한 남북 교류협력은 기술 유출이나 상업적 이익 배분 방식, 나아가 국제 제재 관련 문제로 쉽게 추진되기 힘든 점이 있다. 그렇다면 스포츠 분야에서 했듯이, 남북이 단일팀을 구성하여 국제 수학/과학 올림피아드 대회에 출전해보는 것에서 시작해보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수학, 과학(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천문, 정보) 부문에서는 매년 국가대표를 선발하여 실력을 겨루는 국제 올림피아드 대회가 열린다. 중고등학생이 참가하는 대회도 있고 대학생들이 참가하는 대회도 있다. 만일 남과 북이 각각 선발한 국가대표들을 ‘함께’ 가르쳐서 국제 올림피아드 대회에 단일팀으로 출전하게 되면 스포츠 분야의 단일팀만큼이나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특히 국제 대회에서는 영어로 된 문제를 풀기 때문에 남북의 언어나 용어 차이 또한 거의 영향이 없을 것이다. 오히려 남북이 서로 다르게 발전시켜온 교수·학습 방법이 남북의 똑똑한 학생들에게 새로운 자극제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각자 따로 참가하여 상대방을 이겨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어린 학생들에게 대리전을 시키는 것보다 국제 무대에서 서로 협력하는 경험을 갖게 하면 앞으로 남북 과학기술 교류협력은 더욱 빨리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북한이 ‘과학교육의 해'로 선포할 정도로 과학교육에 집중하는 시기이다. 남북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다면 국제 수학, 과학 올림피아드 단일팀 구성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올림피아드 단일팀은 어찌 보면 작은 아이디어중의 하나일 뿐이다. ‘북한의 존재, 나아가 그들의 실력을 인정하기 시작하면 남북교류협력사업은 이전과 다른 차원에서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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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북’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기획연재> 2017 대선, 한반도 평화를 말한다 ②

 

강호제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 ㅣ 통일뉴스  2017.04.10  

 

연재 순서

분단과 혐북: 또 하나의 적폐 – 변학문 평화연구센터 상임연구위원
⓶ ‘혐북’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강호제 평화연구센터 소장
⓷ 우리가 보지 못한 북한의 변화 – 강호제 평화연구센터 소장
⓸ 북미 핵과 미사일 공방, 어디까지 왔는가 – 장창준 평화연구센터 상임연구위원
⓹ 대선 이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제언 - 평화연구센터

 

사회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주변 사람들에게 풀기 시작했다. 미움, 증오 등 속마음이 밖으로 표출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문제가 되었던 학교 안의 ‘왕따' 문제나 사회 전반적인 ‘혐오성 범죄'는 그 뿌리가 같다. 어떤 대상에 대한 미움, 증오로 인한 것인데 이유가 조금씩 다를 뿐이다. 가난한 집 아이라서, 못생겨서, 능력이 없어서, 사교성이 부족해서, 피부색이 달라서, 외국인이라서 등등 혐오의 대상은 다양하다. 요즘은 급기야 ‘여자라서 혐오한다’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보통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면 혐오의 대상을 조절하고 그런 요소들이 부각되지 않도록 통제하는 조치가 취해진다. 외모로 판단하지 마라, 경제수준으로 차별하지 마라, 피부색으로 차별하지 마라 등등의 대책이 제시된다.

그런데 사실 '혐오'는 이성적으로 판단되는 ‘이유'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혐오'는 존재 자체에 대한 ‘거부’이다. 합리적인 판단에 의해 생긴 것이 아니라 총체적인 감정, 성찰되지 못한 감정의 일방적인 표출일 뿐이다. 따라서 혐오의 대상을 통제하고 조절한다고 해서 왕따나 혐오성 범죄는 해결되지 않는다. 못난 사람을 혐오하고 가난한 집에 태어난 아이를 혐오하는 사람들은 잘생긴 사람은 좋아만 할까? 부잣집에 태어난 아이를 좋아만 할까? 아마도 또 다른 혐오꺼리를 찾을 것이다. 결국은 혐오는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서 극복해 나갈 수밖에 없다. 못생겨도 친구고, 가난해도 친구이지 않는가.

 

‘혐북’에 중독된 사회

과거 체제 대결 시기에 북한은 극복의 대상이었고 타도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북한은 ‘혐오’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이성적으로 대립하는 대상을 넘어 감정적으로 싫어하고 기피하는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반공, 반북, 종북을 넘어 ‘혐북'이 되어버렸다.

북한에 대한 혐오의 근거를 찾아보면, 나름대로 합리적이고 합당한 부분이 있다.

너무 가난해서, 정치권력의 형태가 너무 이상해서, 3대 세습이라는 전근대적 통치관습이 작동하는 나라라서, 인권의식이 희박해서, 사회주의를 지향해서, 우리와 전쟁했던 역사를 갖고 있어서, 호전적이라서, 핵을 개발해고 사용하려고 해서, 국가보안법에 의해 적으로 규정되어서 등등.

하지만 이런 이유들은 북한'만' 가지고 있는 특징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이유로 인해 북한을 혐오하게 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그 반대로 북한을 혐오해야만 하기 때문에 애써 찾아낸 이유들이다. (국가보안법만 빼고)

태국이나 부탄, 혹은 아랍의 여러 나라들은 왕에 의해 통치되고 있지만 북한처럼 혐오의 대상은 아니다. 베트남이나 중국은 개방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사회주의/공산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이들을 북한만큼 미워하지는 않는다.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등의 나라는 핵을 개발하고 매우 많은 수를 보유하고 있고 심지어는 실전에서 사용하기도 했지만 북한만큼 무시 당하지 않는다. 우리를 식민지로 지배했던 일본을 미워하는 사람이 많긴 하지만 북한보다는 덜 미워하는 사람 또한 많다.

혐북은 해방과 함께 형성된 분단체제가 그 뿌리라고 할 수 있다. 6.15 남북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남북 교류협력이 활발해질 때에는 혐북 현상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다시 교류협력이 막히면서 급격히 심화된 것만봐도 알 수 있다. 분단체제가 적으로 규정한 북한이기에, 그 북한의 여러 특징들은 모두 혐오의 대상이 되었고 혐북의 근거가 되었다.

물론, 북한을 미워하고 증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혐북에 중독되어 생긴 부작용의 심각성을 인지한다면 혐북은 하루빨리 치료해야 할 ‘병’이다. 우리 사회는 ‘북한’이라는 요소가 끼어들게 되면 ‘합리적 사고' 능력이 마비된다. 합리적 추론이 멈추는 지점에 북한이 있다. 또한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동북아 정세 혹은 시대적 흐름을 파악할 수 없게 만든다. 북한을 바로 알지 못하는 ‘북맹'이 되어 동북아를 비롯 우리 주위를 제대로 살피지 못하게 된 것이다.

 

논쟁 종결자, 북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북한과 관련된 것이라면 우선 멀리 하고 본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국립도서관에서 북한 서적을 마음껏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에서 발간된 문헌을 보고 있는 사람을 대부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본다. 심지어 인터넷에서 북한 뉴스를 보는 통로는 정부에서 ‘친절하게도’ 차단시켜서 실수로 북한에서 만든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을 미리 막아준다.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이나 배후를 추론, 추적하다가도 북한이 등장하게 되면 모든 논쟁이 허무하게도 거기가 그냥 멈추어버린다. 어떤 반론이나 합리적 의심도 못하게 된다.

지난 달 말에 발생한 ‘여기 어때’ 사이트 해킹 사건과 예전에 발생한 ‘농협’ 해킹 사건을 비교해보면 이런 지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숙박 시설을 검색, 추천해주는 어플인 ‘여기 어때'가 해킹 당했을 때, 그 범인으로 중국이 유력하게 거론되었다. 해커들이 들어온 경로에 중국 IP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IP는 이미 공개된 여러 프로그램을 잘 활용하면 조작하기 매우 쉬운 것이라 이것만으로 중국 해커들이 범인이라고 할 수 없다는 비판이 곧바로 제기되었다. 이런 비판으로 인해 중국 해커 범인설은 곧바로 설득력을 잃고 사라졌다.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했던 것이다.

2011년 농협 해킹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논쟁이 정반대로 전개되었다. 당시 농협을 해킹한 배후로 북한이 거론되었는데, 그 근거는 ‘여기 어때' 해킹 사건과 같은 ‘IP 문제’였다. 농협 해킹 경로를 역추적하다가 중국 IP를 발견했는데, 이 IP는 이전부터 북한의 해킹부대가 자주 사용했던 IP라는 것이다. IP는 쉽게 조작된다는 점, 은행 전산망을 해킹할 정도의 높은 실력을 가진 해커가 IP를 조작하지 않고 장기간 사용했다는 점 등이 논리적으로 합당하지 않은 부분이 많았지만 ‘북한'이라는 존재가 부각되면서 논쟁은 여기서 끝났다. ‘여기 어때' 사건과 달리 북한이 범인이라는 결론이 기각되지 않았고 역으로 이의를 제기하던 의견들이 오히려 기각되었다.

두 사건 모두 북한이 해킹했을 수도 있다. 문제는 두 사건과 관련된 논쟁이 정반대로 전개되었다는 것이다. 북한이 없을 때는 논리적이지 못하다고 평가되었던 것(IP문제)이 북한의 등장 이후 그냥 그대로 받아들여졌고, 급기야 관련 논쟁이 멈춰버렸던 것이다.

나로호와 은하호 발사 실패에 대한 반응도 이와 비슷했다.

2012년 즈음, 남과 북은 자력으로 인공위성을 만들어 궤도에 올리는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다. 나로호는 2009년과 2010년 두 번의 발사가 실패한 뒤 2013년 1월에 겨우 성공하였다. 나로호가 두 번이나 실패했을 때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무엇이 문제인지를 찾으면서 재발사를 당연한 것이라고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빨리 재발사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였다. 하지만 2012년 4월 13일, 북한이 은하 3-1호를 발사하다가 실패하니 모두들 실패 사실만 부각하고 관련 과학자들이 실패에 대한 책임을 추궁당할 것이라는 걱정(?)만 내놓았다. 나로호의 실패에 대해서는 모두들 재발사를 당연시하던 언론에서 은하 3-1호 실패에 대해서는 재발사를 거의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로호의 발사로 인해 거둘 수 있는 부대효과(경제적, 사회적 효과)를 샅샅히 분석하던 언론들은 북한의 은하호 발사와 관련해서는 침묵하고 경제적, 군사적으로 부담만 생겼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북한의 은하 3-1호는 나로호보다 한 달 빠른 2012년 12월에 3-2호라는 이름으로 발사성공했다. (이 당시 은하 3-2호 재발사를 예견하고 이를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 차원에서 분석한 글은 필자의 글이 거의 유일한 것이었다. "광명성 3호는 다시 발사된다" (프레시안, 2012.4.17))

여전히 국가보안법이 위력을 떨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정치, 사상 등과 같은 이데올로기와 연관된 것은 쉽게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한다. 하지만 국가보안법과 북한의 존재론적 특수성 때문에 과학기술 내적인 부분까지도 합리적 추론이 불가능하게 된 것은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북맹의 정당화 논리, 혐북

북한과 험하게 싸우던 옛날에도 손자병법의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를 따라 북한을 연구하였다. 비록 적이지만 북한의 행동을 명확히 예측하기 위해 ‘있는 그대로’ 연구하는 일을 수행하긴 했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북한을 미워하는 혐북이 힘을 얻기 시작하면서 북한을 연구하는 행위 전체가 점차 줄어들었다. 북한을 연구하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연구하기보다 혐북의 심리를 전제한 연구가 유행하였다.

지금 우리 사회의 북한 인식은 남북 교류협력이 활발하게 전개되던 2007~8년 즈음에 멈추어 있거나 그 이전 시기로 후퇴했다. 대부분의 사람들 머릿속에는 극심한 경제난을 겪던 1990년대 북한만 남아있고 CNC를 비롯한 각종 자동화 설비를 갖춘 공장들이 가동하고 있는 북한의 모습은 없다. 남북 교류협력을 강조하는 사람들도 북한의 값싼 노동력과 풍부한 지하자원만 인정하지 북한의 과학기술이 나름 발달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미사일이나 핵 등 국방과학기술의 발전을 인정하는 사람들도 군수산업이 민수로 이전되어 북한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과 유사한 북한의 ‘새세기 산업혁명'이나 과학기술을 앞세운 경제발전전략을 김정은이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북한 연구자 중에도 몇 명 없을 것이다. 북한의 교육이 이데올로기 주입과 우상화 교육에 집중되어 있다는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은 최근 북한 교육이 수학, 과학 교육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고 지식 주입보다 탐구력, 추론 능력을 기르기 위해 ‘열린 문제(정해진 답이 없고 다양한 해답이 가능한 문제)’ 중심으로, ‘실험, 관찰, 토론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지 못한다.

북한을 미워하고 조롱하면서, 북한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되면서 우리 사회 전체는 ‘북맹’이라는 매우 위험한 상태에 들어서고 있다. 역으로 북맹으로 빠져드는 우리를 지적하는 목소리에 대해 혐북의 논리로 반박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런데 우리가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북한은 지금 현재의 북한이 아니라 최소 10년에서 20년, 심하면 30~40년 전 북한이기도 하고, 어떨 때는 가상의 북한일 때도 있다. 그만큼 우리는 북한을 모르고 있다.

 

혐북을 극복하는 방법

혐오 감정이 극한에 이르면 실제 폭력으로 이어진다. 묻지마 폭행, 여혐 폭행, 경제적 약자들에 대한 무차별 폭행 등은 이런 혐오 감정이 비정상적으로 표출된 범죄행위이다. 문제는 혐오 감정때문에 발생한 이런 행위가 혐오 감정을 푸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거다. 그런 행위를 한 사람들도 이런 혐오 행위가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북한을 혐오하는 감정도 똑같다. 북한을 미워하는 마음은 우리 삶을 바꾸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논리적 추론 능력이 떨어지는 부작용과 북맹이 되어 우리 주변 정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부작용만 일으킬 뿐이다. 분단 체제에 뿌리박고 있는 우리 사회의 적폐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고 있다.

북한을 흡수통일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고,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인 특수한 관계라는 시각도 있다. 북한을 어떻게 보건 간에 북한이 우리와 딱붙어 있는 이웃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우리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존재인 것이다. 한 해 태어나는 40만명도 안 되는 아이들에게 탄생축하금으로 1억씩 나눠줄 수 있는 막대한 돈(40조)을 국방비로 소비하는 이유가 이들과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과 싸우지만 않으면 우리 사회의 20대 청년들이 20대의 절반(76개월, 군복무 기간과 군대 가기전 대기시간, 군제대 후 사회에 복귀할 때까지 걸린 시간을 모두 합한 것)을 군복무로 인해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북한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우리와 평화공존할 수 있는 대상으로 인식하면 혐북 문제는 많은 부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과거 그리고 현재까지 북한은 우리와 싸우고 있는 존재이었지만 미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평화공존해야만 하는 존재이다.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만 한다. 또한 분단국가의 대통령 선거에서 ‘분단구조의 철폐', 혹은 ‘통일'과 관련한 정책이 사라졌음을 걱정하고 분명하게 지적해야 한다. 북한을 관리대상으로, 전쟁만 일삼는 국가로 바라보는 정책은 폐기해야 한다. 저렴하고 수준 높은 노동력과 지하자원을 공급해줄 수 있는 북한이 아니라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할 당사자로, 그 결과 서로에게 경제적 번영으로 가져다줄 수 있는 존재로 인정하는 정책을 준비해야만 한다.

최근 미국이 대북 정책을 정비한다고 하면서 대북 군사 옵션 또한 고려하고 있다는데도 불구하고 ‘전쟁을 반대한다’는 목소리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마치 우리를 대신해서 북한을 혼내달라는 ‘혐북'의 극치 상태에 도달한 듯하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누구에게 좋을까? 적어도 우리에게 좋은 것은 하나도 없다는 점만은 명확하다. 전쟁은 그저 ‘재앙'이다. 이미 겪어보지 않았나.

중국과 미국 정상이 북한 관련 정책을 우리를 배제한 상태에서 서로 논의한다는데 이것 또한 매우 위험하고 주제 넘는 짓이다. 혐북에 빠져 있는 사이 우리의 운명을 강대국에 내맡기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못 느끼고 있는 듯하다. 혐북은 ‘북맹’을 낳고, ‘북맹’은 ‘외교적 패착’을 낳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이 땅을 살아가는 우리가 모두 지게 된다. 결국 혐북은 북한을 혼내주기는커녕 우리의 목숨줄을 다른 사람들 손에 넘겨준 결과를 가져왔다. 평화보다 우선한 가치는 없다. 평화는 ‘혐북과 북맹 탈출’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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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_겨레하나

분단과 ‘혐북’, 또 하나의 적폐

 

<기획연재> 2017 대선, 한반도 평화를 말한다 ①

 

변학문(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상임연구위원)  ㅣ  통일뉴스 2017.04.03  

 

기획연재를 시작하며

촛불 항쟁의 결과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한국 사회의 적폐를 청산하자는 요구가 분출하고 있습니다. 특히 야권의 대선 주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적폐 청산을 강조하며 한국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의 또 다른 적폐라 할 수 있는, 아니 어쩌면 한국 사회 적폐의 근원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분단 체제를 극복하자는 주장은 좀처럼 보기 어려운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한반도 전쟁 위기에 대한 진단, 평화에 대한 해법은 고사하고 오히려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마저 후퇴하는 퇴행적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수구세력의 ‘종북 공세’논란 그리고 그에 따른 대중 여론의 악화를 우려하는 야권 대선 주자들의 심정을 이해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그러나 한반도 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어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야권 대선 주자들의 안일한 인식과 대응은 심각한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에 ‘혐북’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모든 행위는 혐오나 조롱 혹은 냉소의 대상이 될 뿐입니다. ‘혐북’은 수구세력 뿐 진보개혁적인 정치세력 내에서도 존재합니다. ‘혐북’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이성적이고 합리적 접근을 차단합니다. ‘혐북’은 한반도의 분단체제와 전쟁구조에 대한 무지와 몽매를 초래합니다.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는 기획 연재를 통해 ‘혐북’에 가로막혀 가려져 있던 2017년의 한반도 상황을 진단합니다. 북한의 변화와 그것이 갖는 합의,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 놓여 있는 2017년 한반도 상황, 동북아시아의 질서와 한반도의 미래를 얘기하고자 합니다.

2017년 5월 대선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출발이 되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출발은 남과 북의 통일과 한반도 평화를 떼놓고 상상할 수 없습니다. 2017년 대선과 대선 이후, 한반도 평화의 길을 모색합니다. 이 연재는 5회에 걸쳐 매주 월요일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주

 

 

연재 순서

 

⓵ 분단과 혐북: 또 하나의 적폐 – 변학문 평화연구센터 상임연구위원
⓶ ‘혐북’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강호제 평화연구센터 소장
⓷ 우리가 보지 못한 북한의 변화 – 강호제 평화연구센터 소장
⓸ 북미 핵과 미사일 공방, 어디까지 왔는가 – 장창준 평화연구센터 상임연구위원
⓹ 대선 이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제언 - 평화연구센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지난 가을 이후 ‘‘적폐 청산’의 요구는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었다. 야당과 야권의 대선 주자들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를 40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의 중요한 화두로 삼고 있다.

그러나 분단이라는 또 하나의 적폐는 여전히 성역이다. 이명박근혜 세력은 분단을 명분으로 한 ‘종북’공세로 비판적인 국민들의 입을 틀어막고 권력을 맘껏 누려왔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등 남북교류의 상징이자 최후 보루마저 막힐 정도로 남북관계는 단절되었고 한반도 긴장은 높아질 대로 높아졌다. ‘북한 위협에 대처’를 구실로 한 사드 배치 결정은 중국의 반발과 경제 보복을 불러오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분단을 극복하지 못하면 민주주의와 평화 정착, 경제와 민생의 정상화를 우리 뜻대로 이룰 수 없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과 중국의 과잉 반응에 대한 비판과 비난만 넘쳐날 뿐, 이를 초래한 분단 구조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는 대선의 주요 쟁점이 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는 감옥으로, 그러나 여전한 긴장 상황
분단이 유지되는 한 전쟁 위기는 지속될 수밖에 없으며 특히 지난 9년 동안 더욱 첨예해졌다. 앞으로 이러한 상황이 악화될지 완화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취임 두 달이 지난 트럼프 행정부도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가 실패했다고 하면서도 “대화부터 무력 사용까지 모든 대북 옵션을 검토 중”이라면서 대북정책 기조를 정하지 못했음을 밝히고 있다.

이 와중에 미국과 북한은 서로 ‘험악한’말과 행동을 주고받고 있으며, 특히 최근 몇 년간 그랬듯이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독수리훈련‧키리졸브 연습이 시작된 이후 더욱 심해졌다. 예컨대 미국은 핵 항공모함 칼빈슨호‧B-1B 폭격기‧F-35B 전투기 등 전략무기는 물론이고 오사마 빈 라덴 암살 부대까지 훈련에 투입하여 ‘참수작전’, ‘평양 점령’등의 군사훈련을 진행했다. 북한도 네 발의 미사일을 일본 해역 쪽으로 발사했고, 새로운 대출력 로켓 엔진 분출 시험을 진행했으며, 이를 이용한 장거리 로켓을 조만간 발사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과정에서 양국은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태세 강화”, “임의의 시각에 섬멸적 타격 가할 것”등의 말도 계속 주고받았다.

남북관계를 파탄내고 한반도 긴장을 부추기는 정책을 추진했던 박근혜가 탄핵되었고, 이제는 “박근혜는 감옥으로”라는 구호까지 현실이 되었다. 그러나 사드는 애초 계획보다 빠르게 추진되고 있고, 한반도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미국, 북한 문제를 “최우선 순위”로 검토 중

그럼에도 최근 흐름 속에서 중요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북한의 우선순위가 분명히 높아졌다는 점이다. 백악관 대변인에 따르면 트럼프는 3월 6일 미사일 발사, 18일 신형 대출력 엔진 시험 등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곧바로 국무장관, 국방장관 등과 함께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미 국방부 부장관과 국무부 대변인도 북한 문제를 미국 대외 정책의 “최우선 이슈”(top priority issue)로 다루고 있음을 확인했다.

미 국방부 부장관은 대북 정책 수립 과정을 실무진에서부터 성안해 위로 올라가는 기존 ‘상향식’이 아니라,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장관 그룹에서 가이드라인을 정한 뒤 실무진이 방안을 구체화하게 하는 ‘하향식’으로 바꾸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북정책이 예상보다 빨리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 크리스토퍼 포드 백악관 선임국장은 새로운 대북 정책 검토를 “매우 빠르게 진행”하고 있어 “조만간 무언가를 보게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러한 상황은 지난 20여 년 동안 북한이 바라던 바이며, 북한의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공했음을 시사한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세 번의 핵 시험, SLBM 및 이를 응용한 신형 IRBM(북극성-2형) 개발, 수십 차례의 미사일 발사 시험과 신형 장거리 로켓 엔진 개발 등을 진행해왔다.

북한은 이러한 자신들의 행위로 인해 미국이 자신들과 대화에 나서면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국방을 강화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일련의 행동을 취한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가 북한 문제를 최우선 순위로 다루는 현 상황은 지난 수 년 북한이 행했던 일련의 행위에 담긴 그들의 의도가 상당히 관철된 결과임을 부인할 수 없다.

 

분단 문제에 대한 합리적 사고를 가로막는 ‘혐북’

많은 전문가들이 트럼프의 대북정책이 만들어지는 데 최소 6개월~1년이 걸릴 거라 예측했다. 즉, 국내에서 현재와 같은 빠른 상황 전개를 예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심지어 미국이 북한 문제를 최우선 순위로 다루고 있다는 것 자체가 중대한 상황 변화라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북한의 모든 행위를 ‘혐북’프레임으로만 보았기 때문이다. 이 글은 북한을 혐오와 조롱, 냉소와 적대의 대상으로만 치부하는 태도를 혐북이라 부르고자 한다. 혐북의 시각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새파랗게 젊은 독재자의 치기 어린 도발’이거나 ‘호전성의 발로’에 불과하다. 그게 아니라면 “이번에는 얼마 받고 미사일 쐈냐?”는 식의 국내 수구세력과의 ‘적대적 공생’의 결과물일 뿐이다.

김대중과 노무현을 계승하겠다는 정당과 정치인들도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주장하기보다는 사안을 외면하거나 오히려 대북 강경 발언에 앞장서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북한이 왜 핵과 미사일을 쏘는지, 그러한 행위가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과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합리적으로 고민하지 못했다.

물론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민주주의, 인권, 평화의 잣대로 권력의 3대 세습, 연평도 포격으로 민간인 사망, 체포 3일 만에 고모부 장성택 처형 등을 납득하기 힘들다. 여기에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 등 한반도의 긴장을 높일 뿐 아니라 국내 수구세력이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좋은 일련의 행위들도 계속되었다. 따라서 우리의 대북 인식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보다 훨씬 악화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또한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사회에서 혐오‧조롱‧냉소 등 북한에 대한 감정은 말 그대로 개인의 자유다.

다만 한국 사회에 만연한 혐북이 북한과 분단 문제에 대한 이성적‧합리적 사고를 가로막아 엄청난 후과를 가져오고 있음은 짚어볼 만하다. 미국과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은 새롭게 만들어지는 동북아 질서에서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여 왔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에 대한 혐오와 조롱, 냉소에 머물러 정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 정착에 가장 큰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핵심 당사자이면서도 말이다. 심지어 중국의 중-미-북 3자회담 제안에서 드러난 대로 자칫 당사국 대접도 받지 못할 처지에 놓여 있다.
 
4월 6-7일 미국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북정책의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강경에는 강경으로, 선의에는 선의로’라는 전통적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다. 신임 국무장관이 전략적 인내 정책의 종언을 명시적으로 선언했음을 감안하면, 북미관계는 지금보다 더한 초긴장 상태로 가거나 반대로 대타협 분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과연 혐북이 만연한 한국 사회, 특히 정치권은 그 같은 상황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나?
 
사드 배치, 분단과 혐북이 낳은 치명적 후과

현안인 사드 배치 논란을 보자. 익히 알려진 대로 사드는 안보적‧경제적으로 우리에게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미 국방부 보고서에 “좋은 날씨에만 작동 가능”이라 적혀 있을 정도로 기술적 완성도도 매우 낮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작년 여름 박근혜 정권의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지금까지 철회를 주장해왔다. 이 글을 쓰고 있는 3월 31일에도 성주에서는 지역 주민과 평화 활동가들이 롯데 골프장에 진입하려는 사드 차량과 대치중이다.

그러나 야당들은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미적지근한 태도를 몇 달 째 보여왔다. “사드는 전적으로 북 핵 때문”, “적어도 북한 핵을 막는 데는 도움”등 혐북을 벗어나지 못한 채 사드 문제를 바라본 데 따른 결과이다. 이러한 인식과 태도는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안은 합의하면서도, 정작 미국을 향해서는 사드 배치 연기나 재검토를 촉구하지 못하는 국회의 모습으로 이어졌다.

사드 배치는 분단과 혐북이 지배하는 한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표상이다.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모든 원인은 ‘북한’이 제공한다. 따라서 기술적 완성도가 낮더라도 사드는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다. 북한이 위협하는 현실에서 한중 경제 마찰을 우려하는 것은 한가한 일이다. 미국에게 우리 안보를 의탁하고, 사드를 도입해야만 북한의 위협에서 ‘조금이라도’안전해 질 수 있다. 결국 원인은 ‘기승전-북한’이고, 대책은 ‘기승전-사드’이다. 이 같은 논리는 적폐 청산의 대상인 수구세력만이 아니라 소위 진보개혁 세력 내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분단 적폐 청산을 위해 혐북을 극복할 때

만약 야당들이 위와 같은 인식을 벗어나지 못한 채 집권한다면 20여 년 전 김영삼 정권이 범했던 잘못을 다시 저지를 수 있다. 김영삼 정권은 “핵을 가진 상대와 악수할 수 없다”며 남북대화를 완강하게 거부했을 뿐 아니라 북미 협상도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그 결과 1994년 6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전쟁 위기에 내몰려야 했고, 협상 과정에는 참여하지도 못한 채 북미 합의에 따른 미국의 대북 보상을 일방적으로 부담하기만 했다.

현 상황도 그리 다르지 않다. 지난 수 년 미국과 북한은 무력을 동원해 서로를 위협하면서도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를 계속 시도해 왔으며 지금도 그러하다. 중국도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제안하면서 미국, 북한과 계속 접촉 중이다. 그러나 혐북의 눈에는 핵과 미사일 개발에만 집중하는 혐오스러운 북한만 두드러질 뿐, 북한을 포함한 우리 주변국들의 대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이제 혐북이 아닌 냉정하고 합리적인 눈으로 북한과 분단 문제를 바라보자. 이를 통해 한반도 평화에 백해무익한 사드 배치를 철회시키고,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대북 대화와 협상을 추진하자. 그래야만 국민의 힘으로 힘겹게 만들어낸 적폐 청산의 기회를 온전히 살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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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 도발보다는 ‘사후’ 대응

 

 

[분석] 북극성-2형 발사의 배경과 의미

 

강호제 /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준) 통일뉴스 2017.02.17  

 

 

▲ 북한은 지난 12일 지상대지상중장거리전략탄도탄 ‘북극성-2’형 시험발사를 실시했고, 다음날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발표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올해 초, 필자는 북한의 2017년 신년사를 분석하면서 대륙간탄도로케트(ICBM)과 정지위성, 두 가지 모두 발사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통일뉴스 관련기사 보기]

 

당시 분석글에서 필자는 미국이 1) “핵위협, 공갈 하지말고” 2) “문전앞에서 년례적이라는 감투를 쓴 전쟁연습소동 하지 않으면”, 북한이 ICBM을 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쏠 듯하다고 이야기하였다.

 

신년사가 발표된 뒤로 <로동신문>에는 3월 대규모, 연례적 군사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키리졸브 훈련이나 독수리 훈련을 ‘문전앞’에서 계속 진행한다면 전략무기를 쏘겠다는 기사가 계속 이어졌다. 언론에서는 1월 중순부터 ICBM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포착되었다는 기사도 몇 차례 실렸다.

 

2017년 2월 12일 오전 7시 55분 즈음, 평양 북쪽 방현 비행장 근처에서 500km가량 날아가는 미사일이 발사되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고했던 ICBM이 발사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거리가 ICBM이라고 하기에는 짧고 솟아오른 최고 높이도 550km 정도로 2016년 6월에 발사된 화성10호의 1413km보다 낮아 ICBM이 아니라는 분석도 있었다.

 

2월 12일 미사일 발사 당시 한반도 근해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탐지를 위해 이지스함과 항공통제기 E-737(피스아이), 해상기반 X-밴드 레이더(SBX), 최첨단 레이더(X-밴드 레이더와 함께 S-밴드 레이더)를 장착한 하워드 로렌젠 호 등이 배치되어 있었지만 정확한 미사일의 정체는 바로 공개되지 않았다.

 

다음날(2017.2.13) 북한의 로동신문과 조선중앙TV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해서야 비로소 정확한 정체가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2012년 12월 광명성 3-2호가 발사될 때 미군의 미사일 탐사장비인 SBX가 처음으로 정밀 관측했다. 정밀한 관측은 인공위성 발사 시도에 대해 처음으로 ‘성공’이란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졌다. 이번에도 북한의 미사일 기술을 미군에서 정밀하게 관찰하였으니 예전처럼 북한의 미사일 기술을 제대로 평가하여 마지막에는 군사대결보다 협상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그렇지만 지금 북극성-2형 발사로 드러난 군사적 대결 양상 심화 현상은 제대로 짚어야 할듯하여 이글을 쓴다.

 

북극성-2형을 통해 알 수 있는 북한의 미사일 기

 

   
▲ 북극성-2형은 무한궤도 이동식발사대차에서 콜드런칭 방식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이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북한은 이 미사일이 “지상대지상 중장거리전략탄도탄(IRBM)”이라며 그 이름은 ‘북극성-2’형이라고 했다. 북한은 단순한 글로 된 기사뿐만 아니라 발사 장면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을 동시에 공개하여 자신들의 미사일 기술을 좀 더 생생하게 자랑하였다.

 

북극성-2형은 2015년부터 공개되던 잠수함발사탄도탄(SLBM)을 지상용으로 개조하면서 사거리를 늘린 것이라고 한다. 공개된 영상만으로도 확인 가능한 북극성-2형의 성능, 사양은 ‘랭발사체계(콜드런칭)’, ‘리대식 탄도탄자행발사대차(무한궤도 이동식발사대차)’, ‘대출력고체발동기(대출력 고체 엔진)’ 등이다.

처음부터 로켓의 추진력으로 발사되는 핫런칭 방식에 비해 콜드런칭은 발사대의 구조가 간단하고 발사 시 발생하는 화염에 의한 피해가 거의 없어 발사대를 재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스로 로켓을 공중에 띄운 다음, 순식간에 로켓을 점화하여 날아가는 방식이라 로켓의 자세제어, 연속 동작에 대한 안정성 등이 뛰어나야 실전에서 시도할 수 있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혹시 모를 불발에 대비하여 콜드런칭은 대각선으로 비스듬하게 발사하는데 이번에는 거의 수직으로 쏘아올리는 대담함 혹은 기술에 대한 자신감까지 선보였다.

 

필자가 보기에 예전 잠수함에서 쏠 때보다 로켓 자세가 훨씬 안정되어 있었고 점화도 부드럽게 진행된 듯하다. 기술 습득, 구현을 넘어 스스로 변형시킬 수 있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북한은 자신들의 실력이 ‘견본모방형’에서 ‘개발창조형’으로 강화되었다고 주장한다.

 

무한궤도 이동식발사대차는 말그대로 자동차 바퀴 대신 탱크에 사용되는 무한궤도를 장착한 이동식발사대차를 말한다. 미사일 발사대가 고정되어 있으면 유사시 제일 처음 공격받을 가능성이 많아 방어를 위한 장치를 많이 해야 한다. 하지만 발사대가 이동할 수 있게 되면 미사일의 위치가 노출되지 않아 공격받을 가능성이 적어지고, 발사한 이후에도 공격받지 않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바퀴로 되어 있다면 이동가능성이 도로로 한정되지만 무한궤도로 되어있어서 굳은 땅 위라면 거의 대부분 움직일 수 있어서 이동 가능성이 더욱 늘어난다. 북한처럼 산악지대가 많은 나라에서는 활용도가 더 크다.

 

무엇보다 이번 미사일에는 액체 연료가 아니라 고체 연료가 사용되는 고출력 엔진이 장착되었다. 다루기가 쉬운 고체 연료는 미리 주입된 상태에서 보관과 이동이 가능하므로 발사 준비 시간이 대폭 단축되고 발사 이전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이 줄어든다. 게다가 출력이 높아진 엔진이라 사거리와 발사속도가 대폭 높아져서 위력이 더욱 세졌다. 더 먼 곳까지 사정거리 안에 놓이게 되었고 탐지 및 요격하기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이런 특징들만 종합하여도, 북극성-2형의 발사 징후, 발사 위치 등을 사전에 알기 더욱 어려워졌고 화염이 발생해서 겨우 인지하게 되더라도 대비할 시간이 많이 부족해졌으며 회피기동 능력까지 고려하면 고속으로 낙하하는 탄두를 격추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 된다.

 

따라서 이번 미사일 발사는 ICBM까지 공개하지 않더라도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지금의 한미일 군사력 수준으로 충분히 방어할 수 없다는 경고를 하기 위한 시위였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의 2월 6일자 논평

 

   
▲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극성-2형 발사를 현지지도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사실 이번 미사일 발사와 같은 구체적인 군사적 움직임을 예고하는 기사가 2월 6일자 로동신문에 실렸다. 대부분의 분석 기사에서 간과했던 기사이다. “[론평] 호전광들의 위험천만한 군사적망동”이라는 기사의 첫 부분은 다음과 같다.(밑줄은 필자)

 

“얼마전 미국이 우리의 면전에서 일본, 남조선괴뢰들과 미싸일경보훈련이라는것을 벌렸다. 이지스함들이 동원된 훈련은 미싸일을 탐지 및 추적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였다.

문제는 미국이 우리의 로케트를 탐지, 추적하는 능력을 제고하는데 훈련의 기본목적이 있다는것을 내놓고 공개하고 실지 가상목표를 띄워놓고 요격하는 놀음을 벌리면서 광기를 부린 것이다. 그저 스쳐지나보낼수 없는 매우 심상치 않은 군사적 움직임이다.”

 

이 기사의 내용은 ‘면전’에서 군사훈련을 하지 말라는 신년사 이후 자신들의 계속된 경고를 어겼다는 것과 함께 한미 양국이 아니라 일본까지 포함된 한미일 3국이 합동으로 군사 훈련을 진행하였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냥 넘길 수 없다는 판단까지 섰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여기서 한, 미, 일 3국이 모두 모여 미사일 경보훈련을 한 것은 지난 1월 20일에서 22일 사이였다. 이는 2016년 11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 이후 일본과 실시한 첫 정보공유 훈련이었다.

 

이 훈련 장소가 3국의 해역이라고만 공개되었는데 한국과 일본이 접한 해상, 즉 동해상으로 추정된다. 한미 군사훈련을 하더라도 멀리 가서 하라는 북한의 최소 조건을 무시하면서 동해상에서 그대로 훈련을 진행한 것이었다. 게다가 일본이 추가로 더 참가하였다는 사실에 북한은 그냥 넘길 수 없다고 판단하였던 것 같다.

 

미국의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2월 10일, 괌에 도착한 것도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이 군사적 대결 정책을 해체할 의사가 없다고 판단하는 데 근거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칼빈슨호는 3월 대규모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동원될 예정이라고 한다. 새로운 미국 정부가 구성되면서 대북 정책을 새롭게 다듬고 있다고는 하지만 군사적 측면에서는 작년 말부터 꾸준히 대북 압박 정책을 철회하지 않고 더욱 강화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의 최첨단 ICBM 미니트맨3가 2월 9일(한국시간, 현지시간 8일 밤), 태평양 마샬제도를 향해 시험발사된 것도 북한이 미사일로 대응하게 한 계기가 되었을 수 있다. 약 6,700km를 30분만에 비행해서 목표지점을 정확히 적중시킨 미니트맨3는 2016년 2월 북한 핵시험의 대응 차원에서 시험발사되기도 하였다. 북한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움직임을 위협했던 전력이 있는 미사일인 셈이다. 그러니 이번 미니트맨3 시험발사는 북한으로 하여금 더욱 직접적인 자극이 되었을 것이다.

 

이번에 발사된 ‘북극성-2형’ 미사일이 ICBM보다 사거리가 짧은 IRBM이라는 것과 발사 직전 한미일 합동군사 훈련 정황을 보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신년사에서 발사 경고한 ICBM이 아님은 명확하다.

게다가 <로동신문> 2월 6일자 기사와 한미일 군사 훈련 정황을 보면 3월 훈련에 대해 미리 대비하는 차원의 ‘도발’이라기 보다 1~2월 훈련에 대한 ‘대응’이라고 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한 분석이라 할 수 있다. 아무일도 없는데 북한이 미사일로 도발한 것이라기보다 한미일의 군사적 움직임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이렇게 되면 북한이 예고한 미사일(ICBM과 정지위성 운반용 우주발사체) 2발이 여전히 남아있게 된다. 그것도 지금 추세라면 3월에 발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대북정책이 그 전에 마련되면서 대결보다 협상으로 정책의 방향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대화만큼 강력한 억제력은 없다

 

싸움이 깊어지면 선후를 가리기 힘들어진다. 북한과 남한, 나아가 미국, 일본 사이의 싸움은 아주 오래된 싸움이라 누가 먼저인지 가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북한은 미국이 주도해서 한미일 3국 동맹을 만들어 자신들에게 싸움을 걸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들의 무기를 더 개발한다. 마찬가지로 미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은 북한이 무기를 더욱 벼리고 있으니 자신들의 무기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각종 신무기를 만들고 있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군사적 대립 상황은 싸움을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듯하지만, 이미 서로를 몇 번이라도 죽이고 남을 정도로 심각해졌다. 싸움을 방지하려는 조치가 싸움을 더욱 부추기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젠 이런 덧없는, 효용없는 싸움 경쟁보다 대화와 협상, 그리고 타협을 통해 평화를 찾아와야 할 때이다. 한반도의 평화는 사드나 킬체인 등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진 방어기술을 구축하는 것보다 대화를 통한 협상, 그리고 타협의 길이 더욱 빠르다는 것을 모두들 빨리 받아들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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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티스 방한의 초점, ‘사드’보다 ‘북한’이었다

- 대파국과 대전환의 갈림길에 선 한반도

 

장창준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준) 통일뉴스 2017.02.07

 

 

▲ 지난 3일, 방한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한민구 국방장관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한.미 국방장관회담을 가졌다. [사진출처-미 국방부]

 

 

‘사드 연내 배치’는 사실상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난 해 7월 8일 사드 배치 사실을 공개하면서 국방부는 “늦어도 2017년 말로 목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보다 한달 앞선 시기인 6월 3일에는 일본의 한 매체가 미 국방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하여 “한미 양국이 2017년에 사드를 한국 남부 대구에 배치하는 방침을 합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새정부 출범 전’(중앙일보) 혹은 ‘7~9월’(조선일보) 배치 보도는 한국 국방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한 추측성 기사일 뿐이다. 사드를 조속히 배치하고 싶은 한국 정부와 일부 언론의 희망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희망사항’이 주요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면서 마치 한미 국방장관 사이의 ‘합의 사항’으로 둔갑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들의 희망사항과는 달리 매티스의 방한은 ‘북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트럼프 정부가 새롭게 추진하고자 하는 대북 정책에 대한 한국(과 일본) 정부의 의사를 타진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다.
 
매티스, “듣기 위해 왔다” 
매티스는 그가 타고 온 전용 비행기에서 가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자신의 한국과 일본 방한의 목적을 분명히 밝혔다. 매티스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우리 미국이 직면해 있는 최근의 북핵 국면 때문에 이곳에 왔다”면서 “내가 (이번 방문에서) 기울이려는 노력은 한미일 삼국이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조건을 갖추는 것”이라고 했다. ‘조건’이 무엇인지는 명시하지 않았지만, 모두 발언 말미에서 “듣기 위해 온 것”(to come out to listen)이라고 반복함으로써 최근 북핵 국면에 대한 의견 청취 및 조율에 방한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기자는 북한의 ICBM 발사 경고에 대한 견해,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억제할 전략, 사드 배치 여부, 북한의 ICBM 발사가 임박했는지 여부를 물었다(북한의 ICBM 발사 임박 여부에 대한 매티스의 답변은 펜타곤 홈페이지에는 생략되어 있다).

매티스는 ICBM 발사 경고에 대해서 “북한은 종종 그런 도발적인 행위를 해왔다”면서 “한일 지도자들은 북한의 위협을 그들에게 실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appreciation)를 알고 싶다”고 답변한다.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억제할 전략에 대해서 매티스는 “전략은 주고받는 게임이다. 나는 그들(한일 당국자들)로부터 그런 전략에 대한 견해도 들어야 한다(I have to see their view of it.)"고 답변한다. 사드 배치에 대해서 매티스는 기존의 원론적 입장을 반복한다. “사드는 방어체계이며, 미동맹국의 국민과 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답변이었다. “북한의 도발적 행위가 없다면,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부연설명도 덧붙인다.
 
펜타곤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는, 둠스데이에서 나온 매티스의 답변 내용을 보면, 매티스의 방한이 ‘사드 배치 압박’보다는 ‘북한 전략 수립을 위한 동맹국의 의견 청취’가 이번 한일 방문의 우선적 목표 혹은 임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매티스의 아시아 방문의 주된 목적은 동맹국들과 함께 북핵 상황에 대해 협의하는 것”이라는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보좌관(부시 정부 시절)의 발언을 소개한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의 2일자 기사 역시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대북 강경책 주문하는 한국 정부
매티스 방한 시기 한국 언론을 지배했던 관련 기사는 ‘사드 조기 배치’와 ‘미국의 전략무기 한반도 투입’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기사는 모두 한국 국방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한 것이다. 펜타곤 홈페이지의 매티스 방한 동향 브리핑에도, ‘성조지’에도 혹은 미국의 언론에도 그 같은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뉴욕 타임스는 2월 3일 기사에서 “매티스는 사드 배치 시기에 대해서는 특정하지 않았다”고까지 보도했다.
 
물론 매티스의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은 확고했다. 방한 이틀 동안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및 국무총리,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윤병세 외교부장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연이어 만나면서 매티스는 “미국이나 우리의 동맹국에 대한 어떠한 공격이라도 격퇴될 것”이라면서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의 사용은 효과적이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떠한 공격에도 효과적이고 압도적인 대응’은 곧 ‘굳건한 한미동맹’을 의미한다. 매티스는 ‘ironclad’라는 단어까지 사용해가면서 ‘강철 같은 안보 공약’을 재확인했다. ‘ironclad'는 매티스 방한 며칠 전에 있었던 트럼프-황교안 전화 통화에서 트럼프가 강조했던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같은 매티스의 언급이 곧 ‘사드 조기 배치’ 그것도 대선 전 사드 배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북한에 대한 ‘효과적이고 압도적인 대응’이 곧 미국 전략무기의 한반도 투입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드 조기 배치와 전략무기의 한반도 투입은 한국 정부가 강력하게 희망하는 것이었다. 한국 정부가 지난 해 1월 북한의 핵시험 이후 적극적인 사드 배치를 추진해왔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국방부가 아니라 청와대가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던 것은 이미 드러난 사실이다. 전략 무기의 한국 배치 역시 한국 정부가 갈망해왔다. 매티스 방한 직전 이순진 합참의장은 미 합참의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전략무기의 한국 전개를 요쳥한 바 있다. 이번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한국 측이 미국에 전략무기 배치를 요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펜타곤과 미국 언론에서 전략무기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보이지 않는다. 이에 반해 한국 언론은 “한미가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이어 미국 전략무기의 한반도 상시 배치 문제를 협의하는 것도 김정은의 목을 더욱 죄자는 취지”(연합뉴스, 2월 5일)라며 마치 전략무기 배치 문제를 한미 간에 협의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한다. 한국의 ‘요청’과 한미 ‘협의’는 엄연히 다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매티스 방한에 대한 펜타곤의 브리핑과 미국 언론 기사에는 ‘전략무기 배치 협의’에 대한 보도는 없다. ‘한국의 요청’은 있었을지언정 ‘한미 협의’는 없었다.

한국 정부가 ‘사드 조기 배치’, ‘전략무기 배치’를 강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트럼프 정부가 대북 적대 정책을 강화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이며, 대북 강경 정책을 채택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미국은 한국 정부의 이 같은 요청에 화답하지 않은 것일까? 매티스 국방장관이 한국 정부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방한했다는 데서 그 질문의 답은 발견된다. 현재 트럼프 정부는 대북 정책을 재검토 중에 있다. 강경한 대북 정책을 주문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요청에 조심스러운 것이다.

 

트럼프는 현재 대북정책 수립 중 
많은 전문가들의 예측과는 다르게 트럼프 정부는 대북 정책 재검토에 속도감을 내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매티스의 한국과 일본 방문의 목적은 대북 정책 재검토 수립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한국과 일본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것이었다.
 
우선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현실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매티스 방한을 다룬 ‘성조지’의 2월 1일자 기사를 보자. ‘성조지’는 해외주둔 미군의 소식을 취급하는, 미 국방부 소속의 매체이다. 이 기사에서 성조지는 별도의 인용 없이 “평양은 지난 해 두 차례의 핵 시험과 잠수함 발사 미사일의 성공을 포함하여 24차례의 중단거리 미사일 시험을 통해 명확한 기술적 진보(clear progress last)를 보였다”고 평가한다. ‘실패’로만 단정해왔던 한국 측의 평가와는 사뭇 다르다. 별도의 인용 없이 ‘명확한 기술적 진보’를 언급했다는 것은 ‘성조지’, 더 나아가 펜타곤이 의문의 여지없이 이 같은 평가를 수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의도적 축소도 아닌, 의도적 과장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북핵 능력을 인정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미국 정부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 대한 이 같은 평가가 수용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미 의회에서 나오는 ‘격앙된 분위기’는 충분히 예상되는 것이었다.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미국이 발사대에 있는 북한의 ICBM을 선제공격할 준비를 해야 하는가”라며 선제공격을 주분했다. 청문회에서는 선제공격 발언 외에도 ‘북한 미사일 격추’, ‘정권 교체’, ‘김정은 암살’ 등 다양한 군사적 옵션이 거론되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평가는 트럼프의 속도감 있는 대북 정책 재검토로 이어졌다. 매티스가 방한했던 2월 2일, 파이낸셜타임스는 주목할 만한 기사를 내보냈다. “미국의 가장 중요한 안보 도전으로 평양으로부터 발생하는 점증하는 핵위협에 대처해야 한다는 오바마 정부의 조언을 반영하여, 트럼프 정부가 대북정책 재검토에 착수했다”는 사실을 보도한 것이다. 또한 이 기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한에 대한 상세한 정보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까지 소개했다. 1월 1일 로이터 통신이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 직후 오바마 정부로부터 북핵 프로그램에 대한 ‘특별 기밀 브리핑’을 받았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 이번에 받은 ‘정보 보고’는 그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트럼프의 북한 관련 정보 보고, 대북 정책 재검토의 착수 그리고 매티스의 한일 방문은 하나의 패키지라 할 수 있다. 이로써 트럼프 정부가 대북 정책 재검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미 의회에서 등장한 강경한 대북 정책 제안 역시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 재검토 과정에서 나오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제는 그 방향성이다. 트럼프 정부는 이미 취임 전부터 오마바 정부의 ‘전략적 인내’는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트럼프의 대북 정책 방향은 오바마의 대북정책에서 탈피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는 한마디로 말해 ‘시간 끌기 전략’ 즉 ‘북핵 회피 전략’이었다.

다시 한번 매티스의 전용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보자. 매티스는 기자들에게 “나는 한일 양국의 지도자들과 함께 개입하기(to engage with their political leaders)를 희망하며, 북한 상황에 대한 그들의 견해를 알수 있기(to get an understanding of their view of the situation)를 바란다”고 밝혔다. ‘북한 개입’(engagement)은 ‘북한 회피’의 반대어이다. 이미 매티스는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이 ‘북한 개입’이라는 큰 틀에서 모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런데 ‘개입’에는 두 개의 경로가 존재한다. 보다 강경한 대북 정책, 즉 군사적 옵션을 우선시하는 경로이다. 다른 하나는 대북 협상 경로이다.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기로에 선 한반도의 3월: 대충돌인가 대전환인가 
문제는 두 개의 경로 모두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은 북한의 보복공격을 촉발한다. 북핵을 제거하기 위한 군사행동이 아시아에서의 대규모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북한과의 협상은 과연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인가, ‘동결 대 동결’ 협상은 미국 여론과 한일 양 정부의 지지를 획득할 수 있는가 하는 외교적 문제를 야기시킨다.

1월 12일 매티스는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대북 선제타격 옵션을 배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어떤 것도 테이블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1월 18일 미 국방부는 F-35B 스텔스 전투기 10대를 일본에 배치했다. 군사적 옵션을 준비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최근 미국 의회에서 나오는 다양한 군사적 옵션 주장도 그 연장선에 있음을 다시 거론할 필요가 없다.

한편, 북한은 이미 1월 1일 신년사에서 ‘ICBM 시험발사’가 임박했음을 시사한 바 있고, 최근엔 인공위성 발사까지 거론하고 있다. 3월에 전개될 예정인 한미연합군사연습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2월 1일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우리의 코앞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핵전쟁 연습이 그 어떤 상상할 수 없는 파국적 결과로 이어지겠는가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만약 트럼프 정부가 군사적 경로를 선택한다면 한반도는 강 대 강 충돌이 불가피하다. 매티스 방한에서 보여준 한국 정부의 태도는 바로 이 군사적 경로를 주문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정부의 바람과는 다르게, 트럼프의 대북 개입 전략은 대북 협상 경로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다시 한번, 전용기에서 나온 매티스의 발언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북핵 협상 전략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 매티스는 ‘주고 받는 게임’을 언급하면서 ‘대북 협상’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한 발언을 했다. ‘주고 받는 게임’은 대북 협상을 의미한다. ‘주고 받는 게임’에 대한 한일 양국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본인의 임무(‘have to see’에 주목하자)라는 대목은, 대북 협상에 대한 한일 정부의 의견 청취 역시 자신의 임무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성조지 역시 2월 3일 기사에서 “매티스는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제거하거나 삭감하기 위한 미국의 최근 전략이 적절한지를 한미 관리들과 협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제거’(eliminate)는 군사적 옵션을 시사하고, ‘삭감’(curtail)은 ‘동결을 위한 협상’을 시사한다.

해외 언론 역시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듯 하다. 영국의 BBC 방송은 매티스 방한을 다룬 2월 2일자 기사에서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획득하고 그 다음에 동결이라는 거래가 추진된다면, 트럼프는 그 제안을 살 것인가”라며 ‘동결에 기초한 북미 협상’의 가능성을 물었다. 여기서 ‘동결’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발사의 동결을 의미한다.

트럼프 정부가 군사적 옵션만이 아니라 외교적 옵션도 동시에 고려하고 있다는 단서는 이렇듯 곳곳에서 발견된다. 특히 그 외교적 옵션은 과거의 비핵화 협상으로의 복귀가 아니라 ‘동결 대 동결’이라는 새로운 협상일 것이라는 조짐도 보인다.

이 같은 협상이 추진되고 성공한다면 한반도 문제 해결은 새로운 대전환을 맞게 된다. 북미 적대관계의 청산과 한반도 평화협정이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결국 매티스의 방문은 군사적 충돌이라는 대충돌을 선택할 것인가, 대북 협상이라는 대전환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동북아시아의 두 동맹국의 의사를 타진하기 위한 것이었음이 확인된다. 그리고 그 갈림길은 2017년 3월의 한미연합군사연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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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_겨레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