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희 사무총장


갑자기 성큼 찾아온 가을이 낯설지만 반가운 요즘입니다. 덥고 습했던 여름이 유난히 길기도 했던 터라, 과연 자연의 이치를 거스를 수 없음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지난여름, 기대했던 8.15 광복 72돌이 아쉽게 지나가고, 이제 다가오는 가을엔 10.4 남북공동선언 발표 10주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해인 2007년 발표된 10.4 남북정상선언은 남북관계 발전, 평화번영의 청사진이 생생하게 담겨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2008년 정권이 바뀌고 단 한 조항, 한 구절도 이행되지 못한 비운의 선언이기도 합니다. 


지난 10년의 후퇴가 뼈아픈 만큼, 국민의 촛불항쟁으로 탄생한 새 정부와 남북관계 변화에 대한 기대도 큽니다. 그러나 과연 10.4선언 10주년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난망하기만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선언이후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의 입구로 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을 제안했지만 북한의 호응은 없었습니다. ‘제재와 대화의 병행’이라는 우리 정부의 태도가 또다른 ‘코리아패싱’, 북한으로 하여금 ‘선미후남(先美後南)’ 토록 하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는 양상입니다.  


최근 북미 간에 팽팽한 말폭탄이 오갔고,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과 이에 대응한 북한의 미사일 실험이 연이어 계속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우리 정부의 입장이 난처할 만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한 압박’이라는 말을 동원하고 대응훈련을 진행한들, 한반도 긴장상황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제재와 대화의 병행”이라고 했지만 현실은 “선 핵문제 해결”이라는 전임 정부의 대북정책을 답습하는 꼴인 지금 상황이 어디서 비롯되고 있는지부터 되짚어야 합니다.  


북미간의 대결과 북핵문제 해결은 미국과 북한이 적대관계를 근원적으로 해소하고 관계정상화를 통해 상호신뢰를 조성하여 평화를 보장하는데 있습니다. 군사적 압박과 제재로 일관해 온 미국의 대북정책이 실패했음에도 트럼프의 대북정책은 한걸음도 진전되지 않았으며, 또 여기에 우리 정부마저 보조를 맞추겠다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심지어 트럼프가 ‘전쟁은 한반도에서 할 것’이라는 막말까지 쏟아내는 지경에도 정부는 아무 얘기도 못하다가 중국과 유럽연합까지 나서서 상황이 톤 다운된 시점에서야 대통령이 ‘우리 동의 없이는 전쟁은 안 된다’고 했을 뿐입니다. 이쯤 되면 우리 정부가 지나치게 미국 눈치를 보며 끌려다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무색하지 않습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우리 정부가 “대북제재는 실패했다고 미국에 말할 수 있어야”라고 한 것이나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이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문제 해결을 연계시킬 것이 아니라 분리해 추진해야 한다”고 하는 등 최근 작심한 듯 이어진 전임 통일부장관들의 이야기를 우리 정부는 새겨들어야 합니다.  


이제라도 10.4선언의 정신과 의미를 복원할 수 있는 10주년입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대북정책으로는 어떤 변화도 이끌어 낼 수 없습니다. 정부는 ‘제재’를 내려놓고 진정한 의미의 ‘대화’, 조건없는 대화를 추진해야 합니다. 전직 장관들의 말마따나 미국에 쓴소리 할 용기, 한반도 문제의 주인이 되겠다는 각오만이 남북관계의 담대한 전환을 이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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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희 사무총장


지난 5월, 새 정부 들어 ‘남북간 민간교류를 허용’할 것이라는 소식이 통일부 브리핑을 통해 전해지면서 남북교류, 대북지원 단체들의 분위기는 한껏 들떴습니다. 겨레하나에도 ‘이제 곧 평양에 가게 되는 거냐’며 임원진들과 회원들, 기자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모 단체의 말라리아 지원을 위한 방북이며, 종교인들의 평양방문, 6.15 17돌 공동행사까지 당장 6월로 예정된 방북일정들이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케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좀 달랐습니다. 통일부가 지금껏 취한 조치는 겨레하나와 같은 대북사업자들과 사회문화교류 단체들의 사전접촉, 즉 팩스를 주고받을 수 있는 접촉을 허가한 것뿐입니다. 본래 대북사업자들과 단체들의 사전접촉은 일상적으로 가능한 것으로, 지난해 2월 개성공단이 문을 닫기 전까지는 3개월에 한번씩 갱신하는 방법으로 ‘신고제’로 운영하던 것입니다. 그러니 아직 민간교류를 시작했다기 보다, 민간교류를 위한 사전 조치 정도가 취해졌다고 보는 게 정확합니다. 이제 시작단계이니, 점차 정상화하는 과정으로 봐야 할 것이고, 남북교류협력을 위한 제도와 시스템도 점차 보완해 나가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북측과의 사전접촉을 통해 6월 중순 방북을 추진하던 단체들의 평양방문이 결국 연기되었습니다. 6.15 17돌 기념 남북공동행사를 추진하던 6.15 남측위원회 대표단의 방북이 대표적입니다.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맞는 6.15인데다, 우리 정부가 기왕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등 기간 남북의 합의들을 존중하고 이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에야 무난하게 성사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끝내 정부는 6.15 남북공동행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일정이 임박해 지면서 결국 공동행사는 좌절됐습니다.


관계부처인 통일부 수장도 아직 공석인데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고작 한달여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이해가 가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정작 걸리는 대목은 통일부가 민간교류의 전제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이라는 전제를 내걸었다는 것입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라는 게 대체 어디까지인지 기준도 애매할 뿐 아니라 굳이 민간단체의 남북교류와 대북제재를 연계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6월말 한미정상회담까지 예정되어 있는 상황이니 우리 정부로써도 북핵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와 미국의 강경한 태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전략적 인내’로 표현되는 오바마의 대북압박정책과 ‘선비핵화’로 일관된 이전 정부들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남북한의 특수한 관계를 고려할 때,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지렛대 삼아 한반도 평화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세워야 합니다. 국제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남북관계를 맞추는 식으로는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가질 수도 없고, 자칫 때를 놓치는 우를 범할 수도 있습니다. 


6.15 17돌 남북공동행사가 무산됨에 따라 6월로 예정되었던 인도지원, 종교단체들의 방북에 대해 북측이 연기입장을 통보해 왔습니다. 국제사회 제재에 우리 정부가 동의하는 입장에 선데 대한 북측의 항의의사로 읽힙니다. 무엇보다 북측은 인도지원이 자신들의 체제를 비방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어 온 점을 들어 매우 민감하게 대응해 오던 터입니다. 


과거에도 그랬듯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데는 많은 난관과 곡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이 복잡하고, 오랜 분단과 단절이 낳은 차이도 큽니다. 하지만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노력한다면, 어떤 어려움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했고, 또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남북교류, 대화의 문이 크게 열리기를 바라며, 겨레하나는 새롭게 열리 남북협력시대에 발맞춘 새로운 높이의 교류협력을 준비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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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희 사무총장


대선이 한창입니다. 촛불광장의 혁명이 만들어낸 조기대선이니, 장미대선보다야 촛불대선이라 불리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정작 진행 중인 대권전쟁에 촛불은 어디로 사라졌나 싶은 생각에 불안한 마음마저 드는 게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박근혜를 만든 당사자들이 버젓이 정권을 다시 달라며 큰 소리내는 것도 눈살이 찌푸려지는데다, 우리사회 적폐를 과감히 청산하고 새 사회로 가자는 자신감있는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습니다. 국민이 만들어 준 조기대선임에도 말입니다. 


겨레하나는 아무래도 대선후보들의 통일외교안보정책에 먼저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악의 남북관계와 산적한 외교안보 현안들도 그렇거니와, 지난 10년간 어려운 여건에서 활동해 온 겨레하나와 같은 평화통일, 남북교류 단체들은 새 정부의 통일외교안보정책이 적어도, 이명박근혜 10년 보다 나을 것이며, 또 그래야 한다는 기대를 갖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사드가 지난 26일 새벽 성주에 전격 반입된데 이어 반입 하루만에 실전운용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대선전 사드배치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국방부의 입장은 물론, 미 부통령 방한에 동행한 백악관 외교정책 보좌관이 주한미군의 사드배치와 관련해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언급한 지 불과 열흘만입니다. 대통령도 없는 상황에서 이같은 국가의 중대사가 법과 절차도, 외교관례도 무시된 채 버젓이 강행되고 있지만 대통령 권한대행도, 국방부도, 그 누구도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고 있지 못합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어떤 나라가 우리를 존중하겠습니까. ‘과거 한반도는 중국의 속국이었다’, ‘한반도 유사시 난민을 선별하겠다’는 등과 같은 모욕적 언사들까지 쏟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새 대통령과 정부는 무엇보다 먼저, 누가 언제, 왜 이런 결정을 내린 건지부터 정확히 밝혀야 합니다. 그들이 바로 우리의 안보와 국격을 위협하는 실체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23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발표한 자체 정기 여론조사(21·22일 조사, 무선 80.1%·유선 19.9%)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은 차기정부는 북한과 평화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대북관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응답자의 68.6%가 ‘평화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북한에 강경한 대응으로 나가야 한다’는 응답은 26.5%에 불과했습니다. 


우리 국민의 바람이 이러함에도 악화된 남북관계를 우선, 개선하겠다는 과감한 결단이 보이지 않는 선거가 답답하기만 합니다. 아직도 케케묵은 주적논쟁을 끌어낼 만큼 안보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 정치현실도 한 몫하겠지만 말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한 분야의 정책으로써가 아니라 흔들림 없는 소신과 ‘철학’으로 평화, 통일의 미래는 설계할 수 있는 대통령이 아닐까요? 촛불을 만들어 낸 국민의 힘으로 새 정부의 대북정책의 골격을 세우고 방향을 결정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가져봅니다.  


새 정부는 우리 국민의 바람대로 오랜 적대와 대결, 냉전을 끝내고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기습적인 사드배치가 보여주는 것처럼 머뭇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너무 악화되었기에, 과감히, 분명하게 시작해야 합니다. 

새로운 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을 기대하며, 겨레하나는 변화될 시대에 맞게, 겨레하나다운 새로운 대북협력과 새로운 통일운동을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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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희 사무총장


긴 겨울을 뚫고 기다려온 탄핵의 봄이 왔습니다. 장장 19차에 이르는 긴 주말, 누적인원 1500만 시민이, 촛불혁명이, 만들어낸 봄입니다. 너무나도 명백한 진실과 상식의 승리가 이토록 힘들었다는 게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하지만, 오로지 국민자신의 힘으로 만들어낸 승리라는 점에서 세계사에 길을 남을 새 역사를 썼음은 물론이요, 앞으로 펼쳐질 미래 또한 국민자신의 것임을 확신케 합니다.  



그런데, 탄핵선고 막바지에 들이닥친 이른바 사드 ‘알박기’는 우리에게 또다른 숙제를 안기고 있습니다. 지난달 국방부와 롯데의 사드부지 교환계약 체결이 완료된 후 신속히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는 중국의 대응에 놀란 국민들로써는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게 상황은 빠르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예고된 재앙’에 속수무책인 정부는 그러거나 말거나 오직 사드를 기정사실로 못 박는데만 열중하고 있습니다.   


사드와 관련된 논란은 무수히 많았습니다. 사드가 북한 미사일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 등을 포함한 군사적 효용성, 사드기지 주변 주민들의 안전문제,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 참여와 중국의 보복 등 논란은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이 모든 정책 결정과정 중 지켜야 할 절차들은 무시됐고, 국민적 합의를 위한 어떤 노력도 없었습니다. 국민에게 탄핵당한 정부가 무슨 이유로 이렇게 사드 배치를 서두르는 걸까요?


얼마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주도하고 있는 대북정책 재검토 작업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으며, 선제공격에서 북한 핵보유국 인정과 협상까지 모든 것을 포함한 보고서가 트럼프의 손에 쥐어졌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가 ‘힘을 통한 평화’를 대외정책 기조로 내세우고 북한 문제도 무력을 동원해 해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점차 힘을 얻어가는 분위기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전면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은 선제타격에 손을 들어야 한다고 말할 국민은 누구도 없을 것입니다. 


사드는 도둑처럼 찾아왔습니다. 탄핵과 조기대선 국면에 ‘안보’를 매개로 국면의 반전을 꾀해 보려는 보수세력의 국내정치용 농간이든, ‘힘을 통한 평화’ 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트럼프 국방부의 발빠른 행보이든 간에 무엇도 우리 국민에게 득이 되는 선택일 수 없습니다. 동맹이라는 미국에 밀리고 중국에 치이는 지금과 같은 외교로는 한반도 운명의 결정권을 쥘 수 없는, 그야말로 ‘외교참사’에 직면해 있습니다.  


최근 년간 북한과 한-미간 갈등의 불씨가 되어온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지난 3월 1일 독수리 훈련을 시작으로 두달여의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3년부터 한미합동훈련에 항공모함을 포함한 미국의 전략무기들이 훈련에 무더기로 참가하면서, 북한의 강도 높은 대응이 이어졌습니다. 트럼프의 대북정책을 지켜보겠다던 북한은 지난 6일,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맹비난하며 네 발의 미사일을 쏘아 올렸습니다.


악순환입니다. ‘사드는 북핵, 북미사일 대응용’이라는 거짓논리가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도, 우리 안보를 위한 군사훈련이 되레 한반도 전쟁위기를 부추기는 것도 문제의 근원적 해결에 다가서지 못한 채 갈등과 대립만을 반복해 온 때문입니다. 


조기대선이 치러지는 탄핵의 봄에, 과연, 한반도의 평화는 안녕합니까? 

이미 배치가 시작됐으니 이제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지레 단념할 일이 아닙니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전쟁훈련, 트럼프의 대북정책을 어쩌겠냐고 단념할 일도 아닙니다. 

사드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관계 해법도 우리 국민이 선택해야 할 문제입니다. 자주적이고 실용적인, 그래서 진정 국민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정부가 절실합니다. 촛불광장의 힘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로운 선택을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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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희 사무총장


늦가을에 시작한 광장의 촛불이 겨울을 지나 벌써 봄을 앞두고 있습니다. 온 국민이 간절한 염원을 모아 유독 추웠던 겨울을 뜨겁게 달궈왔지만, 파렴치한 저들은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세 달을 싸웠는데도 과연 ‘탄핵이 가능할까’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개탄스러우면서도, 우리 사회가 쌓아온 적폐의 무게가 가볍지 않음을, 그래서 흔들림없이 견고한 국민들의 권력을 세우는 일이 절심함을 깨닫는 요즘입니다. 


오는 2월 10일이면 개성공단이 폐쇄된 지 1년입니다. 관계부처의 반대에도 아랑곳없이 ‘전면폐쇄’를 결정한 배후에 국정농단세력이 있었다는 것은 물론이고, 저들의 사익을 위해 미리부터 베트남과 미얀마를 개성공단 대체부지로 추진했었다는 정황도 나오고 있습니다. 

위태로웠던 한반도 평화의 완충지대이자 남북관계 최후의 보루였던 개성공단. 때문에 남북관계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꼭 지켜야 한다고 믿었던 개성공단을 폐쇄한 대통령의 정무적 판단에는 애초 남북관계에 대한 고려 따위는 없었던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외교안보정책은 이미 한반도 주변정세를 헤쳐 갈 주도권을 상실했습니다. 일본은 부산 소녀상 건립을 빌미로 통화스와프 협상을 중단했고, 중국은 한반도 사드배치에 반발해 한한령과 함께 경제제재를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적대와 압박으로 일관된 대북정책은 한반도 안보환경을 냉전시대로 돌려놨습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결정의 기본조차 무시한, 비선실세들에 농락된, 박근혜표 외교안보정책은 원점부터 재검토되어야 할 적폐 중에 적폐입니다. 그럼에도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는 박근혜표 외교안보정책을 고스란히 계승하고 있습니다. 탄핵정국 한복판에서 한일군사정보협정을 강행하고, 사드배치를 무리하게 서두르는가 하면, 군사적 긴장을 높일 것이 분명한 미군의 전략자산 전개를 요청하는 등 국민을 안보불안으로 내모는 위험천만한 일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시대, 세계는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예측불가능하고 일관성없는 트럼프의 성향도 문제거니와, 트럼프 당선에 반영된 ‘미국우선’, 고립주의적 경향이 전 세계 경제와 안보에 긍정적인 비전을 안겨줄 것 같지 않습니다. 한국으로써는 트럼프의 환율전쟁이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도 그렇고, 당장 한미FTA 재협상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외교안보 문제는 더 심각해서, 미중관계 악화의 우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등 한반도 안보환경을 좌우할 큰 변수들이 산적한데다, 주한미군방위비 분담문제 등이 한미동맹의 현안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불확실성’만이 확실한 한국의 외교안보환경에서 격동의 시대를 헤쳐 갈 전열을 정비하고 동력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우리가 한반도와 한반도 주변정세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남북간 신뢰구축과 긴장완화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에 있다는 것은 지난 경험이 잘 보여줍니다. 남북이 상생할 수 있는 환경과 구조를 만드는 일만이 불확실성을 기회로 만들 동력입니다.


이제 맞이하게 되는 봄에는 그동안 애써왔던 모든 국민들이 민주와 인권, 평화와 상생의 꽃길만 걸을 수 있도록 조금 더 힘을 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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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희 사무총장


‘부끄럽다’, ‘참담하다’... 며칠째 온 나라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의 국정농락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그야말로 부끄럽고 참담합니다. 최순실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권력을 쥐고 대통령을 흔들며 호가호위 했으며, 최순실의 비정상과 일탈, 부정축재와 비리에 휘둘려 국정이 운영되어 왔다는 사실은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그 모든 사실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나아가 더 중요한 문제는 지금까지 비선실세에 의해 운영되어 온 국정과 그 결과들에 대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에 있습니다. 


지난 26일 한겨레신문은 “개성공단 전면중단 미스터리, 최순실로 풀리나”라는 기사에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최순실씨가 주도한 비선모임의 논의주제 가운데 “개성공단 폐쇄 등 정부정책”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증언한 사실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상황은 이렇습니다. 2월초까지도 청와대와 정부가 ‘개성공단은 대북제재 수단이 아니라’라는 태도를 보였고,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7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도 개성공단 관련 논의가 없었습니다. 또한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은 주무부처인 통일부 쪽에서 낸 ‘잠정, 일시적 중단’ 의견을 묵살하고 나온 결과라는 것은 이미 당시부터 알려진 사실이었습니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형식적으로는 2월 10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결정했지만, 이미 8~9일 대통령이 결심했다는 것입니다. 


이같이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2014년 새해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으로 제시한 ‘통일대박’이란 표현도 정부 유관부처에서 제안하거나 협의되지 않은 것이라고 합니다. 또 지난 7월에는 중국·러시아 등 주변국과 야당, 다수의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북핵 문제 대응의 최일선을 책임진 외교장관까지 강력한 반대의견을 피력했음에도 사드배치 방침을 예상보다 빠르게 결정한 배경을 두고 논란이 일어난 바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최순실씨가 개입했을 가능성까지 배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갑작스런’ 위안부합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순실이 아베 특사단 면담내용까지 개입했다고 하니, 한일관계나 한미일 정보공유 등에 얼마나 개입되었는지도 밝혀내야 할 일입니다. 


정책입안과 공론화, 결정과정이 투명하지 않은 ‘갑작스런’ 결정들과 왜, 그렇게 진행되었는지, 그 ‘갑작스런’의 퍼즐이 하나씩 맞춰지고 있습니다.  


국가의 중대사인 통일·외교·안보정책이 정부의 주무부처와 장관과 국민여론은 배재된 채 대통령 개인, 그것도 최순실이라는 무속인의 판단에 의존해 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정황을 뒷받침하는 여러 의혹이 제기됐고, 이제 의혹은 더욱 커져 갈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선, 대통령은 관련된 정책이 타당한 의사결정과정을 거쳤는지 명명백백히 밝혀야 합니다. 나아가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개성공단 폐쇄와 위안부합의, 사드배치 등 해당 정책을 원천적으로 무효화하고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바닥을 치고, 지하까지 들어갔다는 쓴웃음이 나올 만큼 심각한 남북관계와 한반도 긴장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체 한반도 위기관리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씨를 자주 만났던 한 지인은 “개성공단이 폐쇄될 무렵 최순실씨가 앞으로 2년 안에 통일이 된다‘는 말을 자주했다”고 전했다고 하니, 대통령의 강경한 대북정책의 이면에는 최순실의 ’북한붕괴론‘이 자리잡고 있었음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한 무속인의 예언에 따라 전쟁도 불사할 수 있는 어처구니없는 권력에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맡겨 왔던 것입니다. 


‘민간인이라서 몰랐다’, ‘순수한 마음으로 도움준 것’이라는 말 속에서는 이번 사태를 봉합하려는 또 다른 음모가 엿보입니다. 문제의 근원을 뿌리부터 들어내야 합니다. 혼란을 봉합하고 사태를 수습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려 한다면 성난 민심이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안위, 안보보다 최순실을 우선해 온 대통령은 이미 국민의 대통령으로써 자격을 상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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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희 사무총장


급기야 대통령이 직접 북한 체제붕괴를 거론하고 나섰습니다. 22일 “심각한 균열 조짐을 보이면서 체제 동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언급한 것인데요. 지난 71돌 광복절 경축사에 등장한 ‘북한 당국, 주민 분리전략’과 맞물려, 정부가 대북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사실상 폐기하고 ‘레짐 체인지’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정부의 대북정책이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과 ‘대화와 협력’의 병행을 표방했음에도 사실상 ‘제재와 압박’에만 집중되어 온 것에 대한 우려가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내놓고 ‘붕괴’를 주장하는 형국입니다. 


21일 통일부가 최근 태영호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의 탈북과 한미연합훈련 개시 등을 근거로 ‘테러위험 경각심'을 당부하는 긴급 브리핑을 연 것과 관련하여, 기자단의 항의가 빗발치는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이날 정부 발표에는 북한의 테러위험이 증가했다고 확증할 만한 근거가 없었던 데다, 자료에 인용한 사례들은 팩트가 아닌 '설'이 다수였기 때문입니다. 이쯤 되면 정부가 국민들과는 공유되지 않은 자신들만의 ‘신념’을 토대로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대북정책에 접근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부는 ‘북핵’ 때문에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합니다. 한술 더 떠서 사드 자체의 효용성이나, 사드가 불러올 외교적 파장 등에 대한 논란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드보다 더 고고도에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겠다며 바다의 사드라는 ‘SM-3’와 이를 운용할 이지스함 요격체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벌써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과연 정부의 결정이 최선인가에 대한 각계의 문제제기와 국민여론은 고려대상조차 되고 있지 않습니다. 


지상파와 각종 지면들이 떠들썩하게 장식하고 있는 ‘북한 붕괴’와 ‘미사일대응’을 보고 있노라면 대체 한반도가 어디로 가려는 것인지 답답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정부는 사드가 자위적 조치라고 합니다. 전 세계 유일, 전시작전권도 갖고 있지 않은 나라가 자위적 조치를 운운하는 것도 모순이지만, 미국 때문에 핵을 개발한다는 북한에 대응해 미국의 사드 무기체계를 들여온다는 것은 누가 봐도 ‘악화’를 불러올 뿐 ‘양화’를 구축할 것 같지 않습니다. 


동북아 신냉전을 고착시킬 군비경쟁과 긴장고조는 답이 될 수 없습니다. 북한 악마화와 붕괴선동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는 맹목적인 믿음은 20년을 넘게 계속되어 왔지만 북한은 지금껏 붕괴하지 않았습니다. 사드배치가 끝없는 군비경쟁과 신냉전의 수렁으로 한반도를 몰아넣고 있듯, 북한붕괴 선동은 문제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접근은 고사하고 아예 대북정책의 마비상태를 낳고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우선 ‘멈춤’입니다. 미국도, 북한도, 우리 정부도 우선 멈춰야 합니다.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문제해결의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애초부터 ‘북핵’ 해결은 공염불이었거나 정치적 수사에 지나지 않았음을 자인하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화해와 평화입니다. 이는 오직 대화를 통해 실현되어야 할 대북정책의 목표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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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희 사무총장


최근 정부 관계자가 “9월까지는 북한과 그 어떤 교류협력 사업과 대화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라며 “당연히 이 기간에 민간 차원의 대북 교류협력과 접촉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사실이 한 일간지를 통해 보도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정부가 왜 9월까지로 못박았느냐 하는 것인데요. 정부는 유엔결의안 2270호가 통과된 후 6개월, 즉 9월이 되어야 대북제재효과가 구체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합니다. 즉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북 제재’가 6개월 정도 흐트러짐없이 지속되면 북한이 그에 굴복해 태도를 바꾸리라고 전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방침을 입증이라도 하듯, 최근 정부는 북한이 제안한 군사회담을 재고의 여지없이 거절했고, 인도지원을 비롯해 민간차원의 그 어떤 교류도 허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사)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이하 겨레하나)와 같은 대북협력사업자들의 사전접촉신고조차 거부되고 있는 것입니다. 겨레하나와 같이 통일부에 등록허가를 받은 사업자들은 ‘북한주민사전접촉신고’를 일정기간 마다 갱신하는 절차를 통해 북측 파트너와 팩스나 메일을 통해 사업추진을 협의해 왔습니다. 이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 9조 2가 법률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통일부가 겨레하나와 같은 단체들의 신고를 수리거부함으로써 스스로 법률을 위반하고 있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통일부의 주장대로 일종의 통치행위로써 단체들을 협조를 구할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즉 ‘대북제재 일변의 대북정책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가’ 하는 대목에 이르면 인도지원을 비롯한 모든 대북채널을 폐쇄한 정부의 조치를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6개월 제재로 북한이 무릎을 꿇으리라는 정부의 전망은 정책이 아닌 일방적 희망사항에 가깝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은 오랜 봉쇄정책에 익숙해진 상황이기도 하거니와, 얼마전 리수용-시진핑 회담이 보여주는 것처럼 중국의 실효성있는 대북제재까지 이끌어 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더욱이 우리정부는 제재의 목표가 대화에 있는 게 아니라 북한 붕괴에 있다는 것을 공공연히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그 현실성이나 위험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부의 ‘북한붕괴론’은 거의 신념이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붕괴를 전제하다보니, ‘대화’는 아예 고려대상이 되고 있지 않습니다. 


남중국해 문제를 필두로 미중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북한 붕괴만을 기다리는 우리 정부의 외길 대북정책은 동북아 역내 질서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채 한국 외교의 입지만 좁힐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연내 사드배치 가능성이 공공연히 언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중갈등 사이에 끼인 한반도의 긴장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지난 3,4월에 이어 당장 오는 8월로 예정된 한미합동군사훈련 기간이 또 걱정입니다. 한반도 전쟁위기가 그야말로 구조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화없는 제재와 압박은 악화를 불러왔을 뿐입니다. 막연한 기대에 의지해 대북제재에 모든 것을 거는 정부의 위험천만한 대북정책의 결과가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법률까지 위반하면서 인도지원을 포함한 최소한의 민간교류조차 중단시킨 대북정책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현실성있는 대북정책으로 전환해 나서기를 촉구합니다. 



지난해 8.25 합의 당시의 남북 대화 모습 <사진출처 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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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를 위한 20대 국회의 역할을 기대합니다


이연희 사무총장




4.13 총선과 북한의 7차 당대회가 끝이 났습니다. 다행이 큰 탈없이 지나긴 했지만, 남측에서는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북측에서는 36년만의 당대회가 준비되던 3월과 4월, 행여 무슨 일이 터지지나 않을까 아슬아슬한 기간이었습니다. 

북한의 4차 핵시험과 인공위성 발사에 대한 대응조치로 사드배치가 전격 발표되고 남북관계의 마지막 보루였던 개성공단도 서둘러 중단, 폐쇄됐고, 사상 최대 규모의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진행되는데 맞서 북한은 신형방사포 시험, 중단거리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등 자신의 핵, 미사일 능력을 보란 듯 시위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총선을 앞두고 13명의 북한식당 탈북자 입국을 이례적으로 서둘러 발표하는가 하면, 선거전날 전군에 비상경계태세를 내리는 등 이른바 ‘북풍’을 일으키려는 것이 아닌가하는 석연치 않은 분위기도 느껴졌습니다. 

이제 북미, 남북간 쟁점이 되었던 합동군사훈련도 끝나고 숨을 한번 고를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해결된 것은 없고, 또 해결의 기미도 보이지 않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한반도 전쟁위기가 해소됨없이 구조화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른바 한반도 문제는 분단과 적대로부터 발생한 구조적 문제입니다. 남북이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화해협력, 나아가 통일을 지향하자며 합의한 것이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과 6.15, 10.4 정상선언들입니다. 남북화해협력의 상징이었던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고 개성공단까지 폐쇄되고 이제 남은 것은 다시 대결과 적대뿐인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와 응징’을 선동하는 말들만 횡횡하고 있습니다. ‘제재와 응징’이 과연 실효가 있는 지도 의문이지만, 과연 최선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근 미국의 클래퍼 국가정보국장이 비공개로 방한해 북미평화협정에 관한 한국을 입장을 타진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또 ‘비핵화-평화협정 동시협상론’을 제안한 바 있는 중국이 ‘북한의 핵 동결과 NPT 복귀를 조건으로 북·미 평화협정 체결에 관한 미국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안다’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물론 아직 물밑 접촉 수준이고 어디까지가 정확한 사실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 조차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정책 실패와 북미협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중국은 중국대로, 미국은 미국대로 문제해결을 위한 경우의 수를 두고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한반도 긴장의 결과가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한 각자의 셈법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정작, 한반도 평화문제의 가장 절실한 당사자인 우리 정부는 ‘제재와 응징’만을 고집하면서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습니다. 사상최강이라는 유엔 대북제재 결의 2270호의 실효에 대해 미국조차 회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과 근로자들의 피해가 적게 잡아도 수조원에 이른다는 ‘셀프제재’ 말고 우리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무엇인지, 출구는 어디인지, 어떤 로드맵도 보이지 않습니다. 개성공단 중단 이후 남북간 핫라인은 물론 최소한의 인도지원, 팩스교환을 비롯한 일체의 교류와 만남이 중단되었고, 적어도 현 정부하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주변 강대국들이 각자의 셈법에 따라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에도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은 오직 전쟁위기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확실치도 않은, 아니 가능성이 없는 북한의 붕괴를 기다리겠다는 것이라고 밖에 읽히지 않습니다. 


우리의 바람과 주장은 분명합니다.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 나아가 한반도에 영구적인 평화체제를 마련해, 다시는 한반도에서 전쟁이라는 재앙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일입니다. 나아가 한반도에 유일한 블루오션이라는 남북협력을 토대로 새로운 번영의 미래를 그리고자 하는 일입니다. 

mb정부이후 지난 7년 동안 반복되어 온 전쟁위기에 국민들은 지칠 대로 지쳤습니다. 한반도 리스크가 커지는 데 따른 경제적 파장도 문제지만 양치기 소년과도 같은 정부의 행보를 이제는 외면하고 싶을 뿐입니다. 


이번 총선에 반영된 민심은 지난 3년간의 정부정책에 대한 실망과 외면의 결과일 것입니다. 누군가 기대했을지 모를 ‘북풍몰이’가 별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도 이를 반증하고 있습니다. 

총선의 결과로 만들어진 여소야대 국회는 이같은 민심을 잘 반영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 불안하고, 그 불안에 지쳤으며, 때문에 외면하는 사이에 미국과 중국, 일본과 러시아, 북한까지 우리의 안녕과 번영과는 상관없이 각자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낙동강 오리알이 될 처지에 놓인 우리에게 더 이상 허비할 시간이 없습니다. 


20대 국회가 남북관계 개선, 화해협력의 동력을 만드는 국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촉구합니다.더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원내에 진출한 모든 야당이 6.15, 10.4선언 계승과 개성공단 를 공약한 바 있습니다. 20대 국회는 총선민심을 반영해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여건을 마련하는 것에서부터, 개성공단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 나아가 한반도 평화문제 해결에서 남북이 주도적인, 주인다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노력을 다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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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희 (겨레하나 사무총장)


숨가쁘게 달려온 한 달입니다. 달려 왔다기 보다 곤두박질쳤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까요? 지난 한 달여, 한반도와 한반도 주변 상황은 마치 롤러코스트를 탄 것과도 같았습니다. 


4차 핵시험에 이어 북한이 지난 2월 6일 로켓을 발사하자 정부는 사드배치 추진을 결정하고, 개성공단을 전면 폐쇄했습니다. 사드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의 거센 반발이 연일 계속되었고, 한국경제가 직격탄을 맞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높아졌습니다. 개성공단 폐쇄로 자산 피해액만 8152억 원에 이른다는 124개 기업들은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앉을 처지에 놓였습니다. 


세계 최강 F-22 스텔스 전투기, B52 전략폭격기, 패트리어트 미사일 등 미국의 이른바 전략자산들이 한반도 주변에 전개되면서 한반도는 세계 최대의 대량살상무기 밀집지역으로 온 세계에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북한도 ‘중대성명’을 발표하고 군사적인 대응으로 맞서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는 3월 7일이면 한미합동군사훈련, 키리졸브(Key Resolve)과 독수리 훈련이 시작됩니다. 한미병력 23만 5000명이 집결하는 ‘역대급’ 훈련으로 미국의 4대 전략무기가 모두 집결된 상황이고, 지난해 공개된 선제공격계획인 ‘작전계획 5015’가 적용된 첫 훈련이며, 그것도 이른바 ‘참수작전’이라는, 북을 강도 높게 자극할 수 있는 훈련이라는 점에서 한반도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이 예상됩니다.


그런데 지난 2월 23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회담이후 미국의 입장이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존 케리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제재는 대화를 위한 것’라고 밝힌 것이나, 한국정부와 미국의 사드공식 협의 일정이 계속 늦춰지고 있는 것도 중국과의 회담을 의식한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전략적 인내’ 정책을 앞세워 그동안 어떤 대화제의에도 꿈쩍하지 않던 미국이 북한 문제를 외교정책의 우선순위에 올려놓고, 중국이 제안한 ‘비핵화-평화협정’ 동시협상을 고려하기 시작했다면, 이는 매우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재와 응징만을 부르짖던 우리 정부가 우스운 꼴이 되었다는 점만 빼면 말입니다. 


물론 아직 해결국면에 들어섰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미-중 대화가 신속하게 진행된 데는 그만큼 한반도 주변 정세가 심각한 지경에 있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대화의 가능성, 그 단초 정도는 마련했는지 몰라도 당장 코앞의 위기는 어떻게 관리될 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지난해 북한은 ‘한미합동군사훈련과 핵실험 중단을 맞바꾸자’는 제안을 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이 대화를 위한 사전포석으로 이번 한미합동군사훈련의 키를 낮추는 결단까지 할 수 있을까요? 


북한의 핵무기와 핵시험은 북미간 적대관계의 산물입니다. 이는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가장 근원적인 문제가 되어왔습니다. 모두의 바람대로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대북적대정책과 북한의 핵정책이 동시에 변화되어야 합니다. 나아가 한반도에 영구적 평화를 위한 평화체제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한미 양국과 북한은 우선, 상대방을 자극할 수 있는 일체의 군사적 행동을 중단해야 합니다. 한미합동군사훈련도, 북한의 위협적 대응조치도 모두 중단하고, 대화를 위한 조건부터 마련해야 합니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전쟁위기가 가파르게 고조된 지금이 평화를 위한 대화를 결단할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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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_겨레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