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 ‘혐북’이 국제고립 자초했다

[원희복의 인물탐구 ]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소장 강호제

 

주간경향 2017.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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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를 20여일 앞둔 지금 대권주자들은 한국 사회 적폐의 근원인 분단체제 극복에 대한 방안은 좀처럼 말하지 않는다. 게다가 미국의 북 선제타격론이 나오고, 미 핵항공모함 칼빈슨 전단이 한반도로 향하지만 평화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후보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그나마 지난 10일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가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행위는 결단코 한국 동의 없이 이뤄져서는 안된다”고 경고한 정도다.

이런 때에 한 시민단체에서 분단체제와 관련해 특이하고 심도 있는 토론을 진행 중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겨레 하나되기 운동본부’(겨레하나·이사장 조성우) 산하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가 그곳이다. 이들은 종북을 넘어 ‘혐북’(嫌北)이라는 특이하고도 새로운 주제에 천착하고 있다. 이는 현재 한반도 상황을 설명하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 평화연구센터 강호제 소장을 만났다.

■ “지금은 폄훼를 넘어 조롱의 대상”

-‘혐북’이란 한자적으로 북한을 싫어한다는 뜻인데 어떤 의미인가.


 

“혐한이라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말에서 따온 것이다. 종북논란을 어떻게 다르게 표현할까 고민했다. 우리 연구원들이 내린 결론은 종북논란의 극치에서 북한을 싫어하는 혐북으로 발전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은 북한에 대한 모든 행위를 혐오나 조롱의 대상으로 여기며, 지식인들도 통일 얘기만 나오면 외면해 버리는 비합리적인 분위기가 됐다.”

-얼마 전 겨레하나 조성우 이사장과 김중배 선생을 비롯한 유력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소주를 마시며, 박근혜 정권 극복을 위한 민중 총궐기를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었다. 조 이사장이 “적극 참여하겠다”는 데 시민단체 관계자 왈 “통일단체는 빠져라, 통일단체는 지금 가만히 있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하더라. 이를 지켜보면서 기자는 ‘통일운동이 이렇게 진보진영에까지 부담스런 존재가 되었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맞다. 방송인 김제동도 합리적인 얘기를 하다가 ‘난 북한 싫어’ ‘공산당 싫어요’라는 말을 한다. 굳이 그렇게 말하는 것이 합리적인 행동일까. 우리는 북한을 잘못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합리적 사고마저 마비된 상태로까지 간 것이다. 북한을 무시하고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북한을 아예 머릿속에서 지워 버리려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발표한 글을 보면 혐북의 기원이 해방 이후, 분단 이후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는 전두환·노태우 시절에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자연스럽게 불렀다. 남북정상회담도 감격스러워했고, 이산가족 상봉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런 측면에서 혐북은 최근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노골화된 것이 아닐까. 

“그 전에도 혐북의 싹은 있었다고 본다. 1990년대에도 북한 사람들을 보면 ‘어, 북한 사람들 머리에 뿔이 없네’라고 했다. 작가 황석영도 북한에 <사람이 살고 있었네>라고 놀라워할 정도였다. 북한을 하나의 체제로 보지 않고, 무조건 폄훼하는 대상이었다. 지금은 그 폄훼를 넘어 조롱의 대상이 됐다.”

겨레하나 부설 연구소인 평화연구센터는 3명의 상임연구위원과 2명의 객원연구위원이 있다. 이들은 ‘분단과 혐북: 또하나의 적폐’(변학문 연구위원) ‘혐북 어떻게 만들어 작용하는가’(강호제 소장) ‘우리가 보지 못한 북한의 변화’(강호제 소장) ‘북·미 핵과 미사일 공방, 어디까지 왔나’(장창준 연구위원) ‘대선 이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제언’(센터) 등을 차례로 발표한다. 올 3월 출범한 평화연구센터 초대 소장으로 취임한 강 소장은 “강연 위주의 통일교육과 다른 차원의 평화·통일교육을 해보자는 의도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우리 안의 혐북 의식은 북한 정보를 독점한 정부와 이를 거의 무비판적으로 보도하는 언론 때문이 아닐까. 새 정부에서 남북관계가 유화적으로 전개되면 국민들은 쉽게 바뀌지 않을까. 결국 혐북은 위정자들의 ‘정략적’ 소산이지 일반 국민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이런 기자의 견해에 대해 그는 “양쪽(위정자와 일반국민) 다 책임이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평화연구센터가 주목하는 것은 지식인 집단이다. 강 소장은 “지식인 중에는 종북논리를 만들고 혐북을 조장하기도 한다”면서 “그런 부분을 많이 짚자는 것이 이번 기획의 의도”라고 말했다. 

굳이 지식인뿐이겠나. 종북을 넘어 혐북을 조장한 세력에는 보수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진보언론도 동참했다. 진보정당에 북한 김정은 체제를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으면 사상이 의심스럽다는 사상검증에 나선 것도 진보언론이다. 심지어 진보를 자처하는 정치인까지 종북몰이에 가세한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종북을 넘어 혐북 단계에 이르면서 북한에 대한 무지와 몽매가 초래됐다는 것이 이 평화연구센터의 결론이다. 그렇다면 북한에 대한 무지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강 소장은 특히 과학기술분야에서 북한에 대한 무지가 심각하게 만연돼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북한의 핵실험과 인공위성 발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보면 확연히 우리보다 앞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 미국이나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나 SLBM이 기술적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인공위성 발사체만 하더라도 최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인공위성은 정밀도 10 마이너스 7승 정도의 정밀성을 요구한다. 그 정도 정밀성을 갖춘 기계를 제작할 기술이라면 일반적인 자동제어 기계를 다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북한의 기술이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연구하지 않는다. 단지 결과만 보고 놀랄 뿐이다.” 

-로켓추진체, 위성 통제기술 등 이미 보여준 기술 말고 북한이 앞선 기술로는 뭐가 있나.

“단적인 예가 백화점 주차장 진입 시 자동차 번호판 인식 기술이다. 10년 전 이 장비를 개발할 때 북한 기술을 협력받았다. 또 CNC(자동숫자조정장치)라고 기계기술에 IT를 결합한 기술이 있다. 위성을 쏠 정도면 이 CNC가 어느 정도 됐다고 본다. 검증은 안 됐지만 북한이 ‘세계적 기술’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기능성 화장품, 전자현미경, 품종개량 분야 등이다. 요즘 우리가 4차 산업혁명 얘기를 하는데 북한은 이미 20년 전 김정일 시대에 ‘새세기산업혁명’이라는 말을 했다. 우리는 ‘설마, 말이 안 된다, 거짓말’이라고 하는데 바로 그게 혐북이다. 사거리가 계속 늘어나는 광명성 1·2·3호를 보면서도, 미국도 성공을 인정하는데 우리는 계속 실패라고 우긴다.”

■진보언론, 진보정치인까지 종북몰이

강 소장은 특히 SLBM 기술은 세계적으로 5개 나라밖에 없는 아주 고도의 기술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종북에 빠지든 혐북에 빠지든 비이성적으로 북을 보다 보니 북맹에 빠졌다”면서 “그래서 북한 얘기만 나오면 합리적 추론을 못하고, 결국 국제사회에서 소외된다”고 질타했다. 최근 미·중 정상회담과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론 등 이른바 ‘4월 위기설’에도 정작 주인공인 한국은 국제 논의에서 소외되고 있다. 

그가 지난 9일 ‘혐북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라는 주제 발표에서 “중국과 미국 정상이 북한 관련 정책을 우리를 배제한 채 논의하는데 이것 또한 매우 위험하고 주제넘는 짓”이라고 우려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날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행위는 결단코 한국 동의 없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문재인 후보의 ‘한국 동의 없는 북 선제타격은 안 된다’는 주장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긍정적이다. 내가 글을 발표하고 이어서 나온 것이라서가 아니라.(하~하) 국민들은 ‘그래도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라고 안심하더라도 전문가나 특히 국민을 지키겠다는 대권주자는 남들보다 면밀히 사태를 파악하고 앞장서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 된다’고 말해야 한다.”

-그것은 ‘늑대가 나타났다’라는 비유처럼 시시때때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특히 선거 때만 되면 부는 이른바 북풍 때문에 국민들이 무감각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맞다. 그건 국민의 입장에서 합리적 선택이다. 그런데 책임 있는 사람들이라면 국민들이 안정하고 있을 때 먼저 움직여야 한다. 정부의 외교·안보 쪽에서 ‘기다려’라고 하는 것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미국의 북한 선제공격 카드도 ‘테이블에 올려진 모든 옵션의 하나’로 봐야 하지 않을까. 이 말은 미국이 누차 해왔다.

“기자도 선입견에 빠져 있다. 미국이 북한의 선제타격을 옵션에 올린 것에 대해 ‘안돼, 하지마’라고 말해야 한다. 잘못할 때 분명히 ‘안돼’라고 경고하지 않으면 실제 타격을 용인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그것이 책임 있는 정치인이다.”

-대권주자들의 대북·통일정책을 평가하면 어떤가.

“아무도 말하지 않아 아쉽다. 문 후보는 남북 교류·협력을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자원이 결합해 생산된 물품을 북한에 팔면 남북이 윈·윈한다고 말한다. 천만에, 이것은 식민지 발상이다. 저렴한 노동력과 자원으로 제품을 생산해 판매시장으로 삼는다는 것은 전형적인 식민지적 발상이다. 북한도 그런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나마 ‘전쟁 하지마’라는 말이라도 해서 다행이다. (하~하) 다른 당 후보들은 말할 것도 없다.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 때 이재명 후보가 제시한 3단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그나마 봐줄 만하다.” 

■대북사업 중단, 관련 시민단체 황폐화 

‘우리겨레 하나되기 운동본부’(겨레하나)는 민족의 공영과 통일을 위해 남북한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동포 간 편견과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 2004년 2월 출범한 민간단체다. 전국적 조직을 갖춘 겨레하나에는 진보적 활동가·학자·변호사·전직 의원뿐 아니라,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도 참여하고 있다. 그동안 겨레하나는 북한에 어린이를 위한 영양빵공장과 국수공장 건설을 지원하고 못자리용 비닐, 교과서 종이 지원사업 등을 추진했다. 

4월 11일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에서 강호제 소장을 비롯한 연구원들이 정례 세미나를 하고 있다.

△ 4월 11일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에서 강호제 소장을 비롯한 연구원들이 정례 세미나를 하고 있다.

 

그러나 2010년 천안함 사태 이후 북한과 접촉을 중단시킨 5·24조치로 모든 대북 지원사업이 중단됐다. 정부의 북한 접촉 중단조치 이후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등 북한 관련 사업만 중단된 것이 아니다. 북한 관련 시민단체도 황폐화됐다. 그러다보니 10년이 지난 지금 북한 관련 학과도 1개 대학에만 남았고, 기업의 북한 관련 연구소나 연구부서도 거의 사라졌다. 그나마 국책 연구소가 북한 관련 연구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강 소장은 “북한문제로 직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채 100명이 안 된다”면서 “연구자들도 여건이 안돼 근 10년 정도 북한연구에 공백기가 됐다”고 우려했다. 이렇게 말하면서 그는 긴 한숨을 쉬었다.

강 소장은 1973년 생으로 과학고(경남과학고)를 다니며 수학과학경시대회에서 전국 2등, 수학올림피아드에서 동상을 받은 촉망받던 과학도였다. 대학도 물리학과(서울대)에 진학했다. 그런데 ‘우리의 미래는 어떤 통일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해 ‘평화통일에 힘을 보태기 위해’ 전공을 북한과학사로 바꿨다. 그의 석·박사(서울대) 논문 수준도 높았다. 그의 석사학위 논문은 북한현대연구 논문상, 박사학위 논문은 북한연구학회 신진학자 학술상을 받았다. 

미래가 확실히 보장된 과학도에서 의욕이 넘치는 북한학자로 변신한 강 소장은 그러나 지금, 학원에서 물리를 가르치는 것으로 생계비를 얻고 있다. 그는 “10년 넘게 배운 북한학은 돈이 안 된다”면서 “고등학교 때 2년간 배운 물리로 먹고 산다”고 말하며 허탈하게 웃었다. 강 소장의 지금 모습은 우울하다 못해 참담한 우리 통일정책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웅변하는 듯했다.

<글 원희복 선임기자 wonhb@kyunghyang.com·사진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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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지 못한 북한의 변화

 

<기획연재> 2017 대선, 한반도 평화를 말한다 ③

 

강호제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  ㅣ 통일뉴스 2017.04.18

 

연재 순서

분단과 혐북: 또 하나의 적폐 – 변학문 평화연구센터 상임연구위원
‘혐북’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강호제 평화연구센터 소장
⓷ 우리가 보지 못한 북한의 변화 – 강호제 평화연구센터 소장
⓸ 북미 핵과 미사일 공방, 어디까지 왔는가 – 장창준 평화연구센터 상임연구위원
⓹ 대선 이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제언 - 평화연구센터

 

우리가 알고 있는 북한은 현실의 북한일까, 아니면 가상의 북한일까? 우리는 ‘오늘날의 북한’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북한을 어떤 입장에서 보느냐와 상관없이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제대로 파악해야 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일인데, 지금 우리의 상황은 위 질문에 제대로 대답할 수 없는 수준이다. 분단 체제로 인한 적대적 인식과 국가보안법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는 ‘혐북' 인식 때문에 북한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 정보로 업데이트된 것들도 대부분 적대적 측면만 강조하는 것이고 평화, 공존을 위한 측면은 거의 무시되고 있다. 핵무기 등을 만들면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의 모습은 익숙하지만 평화, 공존을 위해 대화와 협상을 강조하는 모습은 낯선 모습으로 평가되고, 무시되기 마련이다.(북한의 평화, 공존을 위한 제안을 포함하여 동북아 전체의 평화 정착을 위한 제언은 이 연재의 마지막 글 “대선 이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제언”에서 다룰 예정이다.) 무기와 전쟁 준비에 전력 질주하는 모습은 여러 번 강조되었지만 평양, 신의주 등 도시 재생 사업에 집중하며 나라 전체의 외관을 급격히 바꾸고 있는 최근의 모습은 별로 강조되지 않는다. SLBM 등 첨단 무기의 등장을 전쟁 미치광이 이미지로 포장하기만 할 뿐, 그 속에 숨은 첨단 기술의 근원, 혹은 원천 기술의 첨단화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한다.

이런 외눈박이 현상은 대북 적대적 정책을 펼쳤던 지난 정부의 탓만은 아니다. 대부분의 야권에서도 북한을 관리의 대상으로 생각할 뿐, 능동적으로 변화를 꾀하는 주체로 바라보지 못하였다. 특히 남북교류협력을 강조하는 정책에서조차 ‘풍부한 지하자원, 값싼 노동력’ 외에 북한의 가치를 인정하는 내용이 별로 없다는 것은 북한의 변화를 전혀 보지 못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풍부한 지하자원, 값싼 노동력과 함께 철도, 가스관, 석유 수송관 연결 등의 경제적 이익을 앞세워 남북 교류협력을 강조하는 주장은 벌써 15년도 더 지난 이야기이다. 세상의 변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지고 있는 21세기에 15년 전 이야기가 아직도 유효할지도 의문이고, 이는 인식 수준이 발전하지 못하였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어쨌든 북한은, 우리의 인식 여부와는 별개로 새로운 사회를 건설해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변화를 꾀하고 있다. 김정일 시기부터 준비한 전략이 김정은 시기 들어서면서 멈추거나 후퇴하지 않고 더욱 급진적인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북한에서는 새 세기 산업혁명?

최근 들어 ‘4차 산업혁명'이 많이 거론된다. 사람마다 정의가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IT기술의 발달이 물리학, 생물학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가 하나로 통합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북한에서도 이런 변화를 가리키는 말이 있는데 바로 ‘새 세기 산업혁명'이라고 부른다. 김정일 시기인 1990년대 말부터 정보산업 혁명과 지식경제 시대라는 개념으로 정리되던 것이 2011년경부터 ‘새 세기 산업혁명’으로 불리기 시작하였다. 단순한 부문별 산업발전 전략을 넘어, 노동의 종류 및 가치 생산 방식의 변화, 산업 구조의 변화, 사회주의 경제의 핵심인 계획 경제의 변화 등 사회 전반적 변화에 대해 연구한 결과가 새 세기 산업혁명이란 이름으로 정리되었던 것이다. 김정은 시기까지 이어진 이러한 변화들은 대부분 김정일 시기에 준비하던 새 세기 산업혁명 전략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의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낙후했던 것은 1990년대 북한이 처한 국내외 모든 상황이 안 좋아서 생긴 결과라 할 수 있다. 또한 군사력 강화에 상당히 많은 경제 역량이 집중되었던 탓에 민수 부분의 발달이 지연된 결과이기도 하다. 이런 민수 지체 현상은 2009년경부터 바뀌기 시작하였다. 2009년 8월 11일 ‘첨단을 돌파하라'라는 로동신문 정론에서는 ‘CNC기술’을 그 변화의 앞부분에 내세웠다. IT기술과 기계기술이 결합된 CNC기술은 국방부문에서 확보된 다음 민수로 이전(스핀오프, spin-off)되는 핵심 기술이었다.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친 핵시험과 2009년 은하 2호 시험발사 결과에 고무된 북한은 2009년부터 CNC기술을 앞세워 스핀오프 전략을 본격 실행시키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앞선 군수 공업 부문의 기술이 민수 부문으로 이전되면서 북한의 산업 현장은 급속히 업그레이드되기 시작하였다. 생산 현장의 개선 목표는 현대화, 자동화를 넘어 무인화까지 제시되고 있다. 요즈음 가방공장, 산소공장, 화장품공장, 김치공장, 기계공장, 버섯공장 등 중공업 부문뿐만 아니라 경공업 부분에서도 최신 설비로 마련된 본보기 공장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최근 북한 경제가 살아났다는 이야기가 많다. 미래과학자거리, 려명거리 등 대규모 건설 사업들이 하나씩 마무리되고 있고 시장이나 상품점에 중국산 제품보다 국산 제품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부문별 상품 생산 공장들이 다양하게 설립되어 정상되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1990년대 후반에 경제난을 겪고 난 후 우선적으로 발전시키려고 했던 선행부문, 즉 전기, 석탄, 금속, 철도 부문이, 더디지만 정상화되기 시작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기간 산업들이 어느 정도 안정화됨에 따라 다른 산업 부문까지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2015년부터 조금씩 등장하기 시작하던 ‘최고 생산년도 수준', ‘최고 생산액' 돌파 선언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뉴스는 북한 경제가 전반적으로 상승기로 접어들고 있다고 추정해볼 수 있게 한다. 여기서 최고 생산년도 수준이란, 부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 1980년대 후반을 기준으로 한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경제가 급격히 하강국면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북한 경제가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는 대표적인 징후 중 하나가 식량 생산량이 급격히 떨어져 굶어 죽는 사람까지 생긴 것이었다. 이때 생긴 영양실조, 아사 현상은 지금까지도 북한의 대표 이미지로 남아 있다. 그런데 2010년경부터 식량난과 관련한 이야기는 거의 없어졌다. 일부 수입에 의존하기는 하지만 식량 자급에 큰 무리가 없는 듯하다. 이는 2000년대 초반 남한 등에서 지원하던 비료공급이 끊어졌음에도 2010년경부터 흥남비료련합기업소,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가 정상화되어 자체적으로 비료생산이 가능해진 것의 영향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중국 등에서 부족한 비료를 일부 수입하기는 했지만 자체 생산 공장의 정상 가동이 더욱 중요한 변화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북한 경제의 변화에 대해 정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즉 아직도 북한 경제는 1990년대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북한에서 발표되는 정식 간행물과 북한을 다녀온 여러 여행자의 경험 등은 북한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흐름을 많은 부분에서 뒷받침한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이 소위 ‘거짓보고’를 없애는 것을 집권 초기부터 매우 중요하게 취급하였다고 하니 공식 보도물을 완전히 거짓 선전물로 취급할 수는 없다. 즉, 구체적인 수치에서는 이견이 존재할 수도 있지만 북한의 경제 추세는 분명이 '호조세'에 가깝다는 것만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2016년 7차 당대회에서 밝힌 5개년 전략도 이런 변화의 연속선 상에서 파악되는 수준이었다.

 

북한 교육의 변화

북한 경제가 바닥을 친 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고 좀 더 폭넓게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는 것은 북한 교육의 변화에서도 드러난다. 북한은 남한의 과학고등학교처럼 영재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1980년대부터 제1고등중학교를 운영하였다. 새로운 세기는 정보산업 시대이자 지식경제 시대라고 판단한 북한 지도부는 2000년대 들어서 제1고중 개혁부터 시작하였다. 약 20년 동안 너무 많이 늘어난 제1고중의 개수는 대폭 줄이고 전반적인 고등중학교의 교재와 학습 수준을 상향 조정하였다. 제1고중의 경험을 토대로 상향평준화를 시도한 것이었다.

교육과정과 교과서는 2012년 즈음을 기점으로 급격히 변하였다. 전반적인 학제도 개편되어서 12년 의무교육제가 도입되었다. 교과 내용도 대폭 바뀌었으며 교과서는 이전과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지식 주입식 교육을 지양하고 호기심을 자극하여 관찰, 토론, 글쓰기 능력을 기르도록 유도하였다. 북한은 오래 전부터 남한과 같은 문과, 이과 구분을 폐지했는데 ‘전민과학기술인재화'라는 지향에 맞추어 수학, 과학 교육을 대폭 강화하였다. 그 결과, 고급중학교 과정에서 수업시수가 가장 많은 5개 과목은 영어를 제외하면 모두 수학, 과학(물리, 화학, 생물 등) 과목이 차지하고 있다.

의무교육뿐만 아니라 대학교육과 성인교육, 직장인 교육 체계도 대폭 손질되었다. 대학은 부문별, 지역별로 통폐합되면서 종합대학화되었고 원격교육이 강화되었다. 기존에 있던 공장대학, 농장대학 등, 일하면서 배우는 체계가 강화되었다. 2015년에 완공된 평양의 과학기술전당을 중심으로 각 지역에 존재하는 미래원 그리고 생산현장의 과학기술보급실 등이 인터넷망으로 연결되어 과학기술 관련 문답, 자료 등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었다.

북한의 과학기술 강조 경향은 교육이나 생산현장뿐만 아니라 국제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수의 변화에서도 드러난다. 2000년대 이후 2010년까지 북한 과학자들의 국제 학술지 게재 논문은 다른 연구자들과 협력하여 작성한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대략 한 해에 10여 편 수준이었다. 그런데 2010년에 접어들면서 논문 수는 28편으로 늘기 시작하였고 그 이후에는 매년 20~30편 정도가 꾸준히 발표되었다. 2013년부터는 협력 논문과 함께 단독연구 논문도 발표되기 시작하여 2015년 단독연구논문 수는 21편이나 되었다. 2015년에는 협력논문 편수도 급격히 늘어나 단독, 협력을 모두 합한 논문 수는 65편이나 되었다. 절대량은 아직까지 매우 작지만 그 변화가 급격하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학술논문은 투고 이후 정식 게재가 결정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시 2010년경을 기점으로 대외 학술교류와 국제학술지 투고가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

 

국방 과학기술의 변화

최근 북한의 변화 중에서 객관적 자료로 명확히 드러난 것은 역시 핵과 미사일을 비롯한 무기 부문이다. 2006년부터 시작된 핵시험은 대략 3년을 주기로 모두 5차례 진행되었다. 그 내용도 핵분열탄뿐만 아니라 핵융합을 이용한 수소탄까지 시험되었고 단순한 핵반응 시험을 넘어 핵탄두와 핵무기 운용 관련 시험도 진행되었다. 미사일은 액체 연료 엔진뿐만 아니라 고체 연료 엔진도 시험되었고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까지 성공시키기도 하였다. 게다가 잠수함에 장착할 수 있는 SLBM까지 개발되었음이 영상 자료로 공개되었다. 이제 최첨단의 무기기술을 북한이 보유하고 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기술들은 모두 쉽게 얻을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스스로 개발하기에도 매우 힘든 것이다. 외국에서 도입했는지 아니면 자체적으로 개발한 것인지는 지금 수준에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미사일의 형태나 모양에서 중국제, 혹은 러시아제와 비슷하다고 해서 그냥 베낀 것이라 폄하할 수도 없다. 어찌되었건 간에, 북한은 핵과 미사일 제작, 발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것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기술을 자체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대부분의 기술들은 국방 부문에서 스핀오프된 것이다. 정보통신 혁명의 핵심인 인터넷 기술은 핵전쟁 이후를 대비하는 기술로 개발되었고, 요리 기술의 혁명을 가져온 전자레인지도 레이다 기술에서 스핀오프된 것이다. 휴대전화 기술 중에서 CDMA 기술도 무선통신 암호화 기술로 처음에 개발되었던 것이 민간에서 활용된 것이다. 이렇듯 국방 과학기술의 발달 수준은 민간 부문의 기술 발달을 이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평가를 인정한다면 북한의 국방 과학기술 수준으로 유추할 수 있는 북한의 민간 과학기술 수준은 일반적인 통념보다 높은 수준에 도달했거나 혹은 짧은 시간 안에 도달할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이 일단 완성되면 개발 당시보다 더 적은 자원과 자금이 투입되어도 유지 가능하다. 북한의 핵무기 관련 시스템이 완성단계에 접어들수록 군수에서 민수로 전환할 수 있는 여력은 점점 많아질 것이고 그 속도가 점차 빨라질 것이다.

 

남북교류협력 2.0 제안 : 북한의 기술 적극 활용해야

과학기술은 굳이 경제적 효과가 있어야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자체로도 문명의 발전에 충분한 의미가 있다. 그리고 과학기술의 경제적 효과는 꼭 최첨단, 최고수준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 기존의 생산방식이나 문제점을 조금씩만 개선할 수 있어도 그 효과는 충분하다. 아니 기존 제품과 차별성만 가져올 수 있어도 상품으로 가치는 생겨난다.

북한의 경제 수준은 아직도 남한에 비하면 한참 뒤떨어졌다. 이는 뒤집을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게 뒤떨어진 북한 내부에도 쓸만한 기술은 상당히 많이 있다. ‘세계 수준’에 필적할 만하다고 자화자찬하는 기술도 있을 테고,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서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현장 밀착형 기술’도 상당할 것이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새 세기 산업혁명을 준비하면서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상당히 오랫동안 노력했기 때문에 쓸만한 과학기술이 예상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최근에 공개한 북한의 국방 과학기술 수준을 보더라도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 수준은 상당히 쓸만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반공·반북 이데올로기와 종북 논란, 급기야 혐북 담론에 빠져 북맹이 되어 북한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사이에도, 북한은 나름 변화, 발전하고 있었다. 특히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조금씩 더디지만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혐북’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제대로 직시한다면, 북한의 가치 역시 단순한 ‘노동력, 지하자원 공급처’를 넘어설 것이다. 의외로 높은 수준의 기술도 있을 것이고 차별화 전략을 펼 수 있는 특이한 기술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북한의 기술을 중심으로 남한의 자본, 마케팅 능력을 결합하여 세계 시장을 공략한다면 남한만 혹은 북한만의 힘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것보다 성공 가능성이 훨씬 높을 것이다. 뛰어난 남한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일 테니 여기서 굳이 강조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무시하고 있었던, 혹은 알지 못하고 있었던 북한의 기술을 우리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거둘 수 있는 경제적 성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사실 북한은 오래 전부터 기술 중심의 교류협력을 원하고 있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비이성적 판단으로 폐쇄해버린 개성공단도 사실은 2, 3단계 사업에서 중화학공업 및 장치산업 과 첨단산업 부문을 중심으로 운영될 계획이었다. 그런데 노동집약적 산업 중심인 1단계에서 멈추어버리고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이 경제적 이유가 아니라 정치적, 전략적 판단에 의해 매우 낮게 설정되어 ‘값싼 노동력'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2013년 제정, 공포된 ‘경제개발구'에는 기술 중심의 투자 유치를 위해 ‘첨단기술개발구’와 같은 것도 들어가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만들어 2010년대 들어서면서 적극 운용하고 있는 ‘첨단과학기술교류사 (김일성종합대학)', ‘미래과학기술교류사 (김책공업종합대학)’, ‘평양국제새기술경제정보교류사’, ‘첨단생물공학기술교류사' 등은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을 중심으로 대외협력을 진행하기 위해 마련된 조직이다. 이 중에서 첨단과학기술교류사나 미래과학기술교류사는 북한의 최고 인재들이 모여 있는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종합대학의 시설, 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형태이다. 즉 대학 기반의 기술교류협력 기업과 같은 것이다.

 

스포츠 단일팀처럼, 수학/과학 올림피아드 단일팀을 꾸린다면

과학기술교류협력의 출발로, ‘단일팀’은 어떨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 스포츠 분야에서 공동 응원단이나 단일팀 구성은 서먹서먹하던 사이를 급속히 가깝게 만든다. 1991년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한 세계탁구선수권 대회 우승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뚜렷이 각인되어 있다. 과학기술을 통한 남북 교류협력은 기술 유출이나 상업적 이익 배분 방식, 나아가 국제 제재 관련 문제로 쉽게 추진되기 힘든 점이 있다. 그렇다면 스포츠 분야에서 했듯이, 남북이 단일팀을 구성하여 국제 수학/과학 올림피아드 대회에 출전해보는 것에서 시작해보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수학, 과학(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천문, 정보) 부문에서는 매년 국가대표를 선발하여 실력을 겨루는 국제 올림피아드 대회가 열린다. 중고등학생이 참가하는 대회도 있고 대학생들이 참가하는 대회도 있다. 만일 남과 북이 각각 선발한 국가대표들을 ‘함께’ 가르쳐서 국제 올림피아드 대회에 단일팀으로 출전하게 되면 스포츠 분야의 단일팀만큼이나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특히 국제 대회에서는 영어로 된 문제를 풀기 때문에 남북의 언어나 용어 차이 또한 거의 영향이 없을 것이다. 오히려 남북이 서로 다르게 발전시켜온 교수·학습 방법이 남북의 똑똑한 학생들에게 새로운 자극제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각자 따로 참가하여 상대방을 이겨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어린 학생들에게 대리전을 시키는 것보다 국제 무대에서 서로 협력하는 경험을 갖게 하면 앞으로 남북 과학기술 교류협력은 더욱 빨리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북한이 ‘과학교육의 해'로 선포할 정도로 과학교육에 집중하는 시기이다. 남북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다면 국제 수학, 과학 올림피아드 단일팀 구성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올림피아드 단일팀은 어찌 보면 작은 아이디어중의 하나일 뿐이다. ‘북한의 존재, 나아가 그들의 실력을 인정하기 시작하면 남북교류협력사업은 이전과 다른 차원에서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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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북’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기획연재> 2017 대선, 한반도 평화를 말한다 ②

 

강호제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 ㅣ 통일뉴스  2017.04.10  

 

연재 순서

분단과 혐북: 또 하나의 적폐 – 변학문 평화연구센터 상임연구위원
⓶ ‘혐북’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강호제 평화연구센터 소장
⓷ 우리가 보지 못한 북한의 변화 – 강호제 평화연구센터 소장
⓸ 북미 핵과 미사일 공방, 어디까지 왔는가 – 장창준 평화연구센터 상임연구위원
⓹ 대선 이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제언 - 평화연구센터

 

사회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주변 사람들에게 풀기 시작했다. 미움, 증오 등 속마음이 밖으로 표출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문제가 되었던 학교 안의 ‘왕따' 문제나 사회 전반적인 ‘혐오성 범죄'는 그 뿌리가 같다. 어떤 대상에 대한 미움, 증오로 인한 것인데 이유가 조금씩 다를 뿐이다. 가난한 집 아이라서, 못생겨서, 능력이 없어서, 사교성이 부족해서, 피부색이 달라서, 외국인이라서 등등 혐오의 대상은 다양하다. 요즘은 급기야 ‘여자라서 혐오한다’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보통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면 혐오의 대상을 조절하고 그런 요소들이 부각되지 않도록 통제하는 조치가 취해진다. 외모로 판단하지 마라, 경제수준으로 차별하지 마라, 피부색으로 차별하지 마라 등등의 대책이 제시된다.

그런데 사실 '혐오'는 이성적으로 판단되는 ‘이유'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혐오'는 존재 자체에 대한 ‘거부’이다. 합리적인 판단에 의해 생긴 것이 아니라 총체적인 감정, 성찰되지 못한 감정의 일방적인 표출일 뿐이다. 따라서 혐오의 대상을 통제하고 조절한다고 해서 왕따나 혐오성 범죄는 해결되지 않는다. 못난 사람을 혐오하고 가난한 집에 태어난 아이를 혐오하는 사람들은 잘생긴 사람은 좋아만 할까? 부잣집에 태어난 아이를 좋아만 할까? 아마도 또 다른 혐오꺼리를 찾을 것이다. 결국은 혐오는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서 극복해 나갈 수밖에 없다. 못생겨도 친구고, 가난해도 친구이지 않는가.

 

‘혐북’에 중독된 사회

과거 체제 대결 시기에 북한은 극복의 대상이었고 타도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북한은 ‘혐오’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이성적으로 대립하는 대상을 넘어 감정적으로 싫어하고 기피하는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반공, 반북, 종북을 넘어 ‘혐북'이 되어버렸다.

북한에 대한 혐오의 근거를 찾아보면, 나름대로 합리적이고 합당한 부분이 있다.

너무 가난해서, 정치권력의 형태가 너무 이상해서, 3대 세습이라는 전근대적 통치관습이 작동하는 나라라서, 인권의식이 희박해서, 사회주의를 지향해서, 우리와 전쟁했던 역사를 갖고 있어서, 호전적이라서, 핵을 개발해고 사용하려고 해서, 국가보안법에 의해 적으로 규정되어서 등등.

하지만 이런 이유들은 북한'만' 가지고 있는 특징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이유로 인해 북한을 혐오하게 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그 반대로 북한을 혐오해야만 하기 때문에 애써 찾아낸 이유들이다. (국가보안법만 빼고)

태국이나 부탄, 혹은 아랍의 여러 나라들은 왕에 의해 통치되고 있지만 북한처럼 혐오의 대상은 아니다. 베트남이나 중국은 개방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사회주의/공산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이들을 북한만큼 미워하지는 않는다.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등의 나라는 핵을 개발하고 매우 많은 수를 보유하고 있고 심지어는 실전에서 사용하기도 했지만 북한만큼 무시 당하지 않는다. 우리를 식민지로 지배했던 일본을 미워하는 사람이 많긴 하지만 북한보다는 덜 미워하는 사람 또한 많다.

혐북은 해방과 함께 형성된 분단체제가 그 뿌리라고 할 수 있다. 6.15 남북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남북 교류협력이 활발해질 때에는 혐북 현상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다시 교류협력이 막히면서 급격히 심화된 것만봐도 알 수 있다. 분단체제가 적으로 규정한 북한이기에, 그 북한의 여러 특징들은 모두 혐오의 대상이 되었고 혐북의 근거가 되었다.

물론, 북한을 미워하고 증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혐북에 중독되어 생긴 부작용의 심각성을 인지한다면 혐북은 하루빨리 치료해야 할 ‘병’이다. 우리 사회는 ‘북한’이라는 요소가 끼어들게 되면 ‘합리적 사고' 능력이 마비된다. 합리적 추론이 멈추는 지점에 북한이 있다. 또한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동북아 정세 혹은 시대적 흐름을 파악할 수 없게 만든다. 북한을 바로 알지 못하는 ‘북맹'이 되어 동북아를 비롯 우리 주위를 제대로 살피지 못하게 된 것이다.

 

논쟁 종결자, 북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북한과 관련된 것이라면 우선 멀리 하고 본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국립도서관에서 북한 서적을 마음껏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에서 발간된 문헌을 보고 있는 사람을 대부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본다. 심지어 인터넷에서 북한 뉴스를 보는 통로는 정부에서 ‘친절하게도’ 차단시켜서 실수로 북한에서 만든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을 미리 막아준다.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이나 배후를 추론, 추적하다가도 북한이 등장하게 되면 모든 논쟁이 허무하게도 거기가 그냥 멈추어버린다. 어떤 반론이나 합리적 의심도 못하게 된다.

지난 달 말에 발생한 ‘여기 어때’ 사이트 해킹 사건과 예전에 발생한 ‘농협’ 해킹 사건을 비교해보면 이런 지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숙박 시설을 검색, 추천해주는 어플인 ‘여기 어때'가 해킹 당했을 때, 그 범인으로 중국이 유력하게 거론되었다. 해커들이 들어온 경로에 중국 IP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IP는 이미 공개된 여러 프로그램을 잘 활용하면 조작하기 매우 쉬운 것이라 이것만으로 중국 해커들이 범인이라고 할 수 없다는 비판이 곧바로 제기되었다. 이런 비판으로 인해 중국 해커 범인설은 곧바로 설득력을 잃고 사라졌다.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했던 것이다.

2011년 농협 해킹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논쟁이 정반대로 전개되었다. 당시 농협을 해킹한 배후로 북한이 거론되었는데, 그 근거는 ‘여기 어때' 해킹 사건과 같은 ‘IP 문제’였다. 농협 해킹 경로를 역추적하다가 중국 IP를 발견했는데, 이 IP는 이전부터 북한의 해킹부대가 자주 사용했던 IP라는 것이다. IP는 쉽게 조작된다는 점, 은행 전산망을 해킹할 정도의 높은 실력을 가진 해커가 IP를 조작하지 않고 장기간 사용했다는 점 등이 논리적으로 합당하지 않은 부분이 많았지만 ‘북한'이라는 존재가 부각되면서 논쟁은 여기서 끝났다. ‘여기 어때' 사건과 달리 북한이 범인이라는 결론이 기각되지 않았고 역으로 이의를 제기하던 의견들이 오히려 기각되었다.

두 사건 모두 북한이 해킹했을 수도 있다. 문제는 두 사건과 관련된 논쟁이 정반대로 전개되었다는 것이다. 북한이 없을 때는 논리적이지 못하다고 평가되었던 것(IP문제)이 북한의 등장 이후 그냥 그대로 받아들여졌고, 급기야 관련 논쟁이 멈춰버렸던 것이다.

나로호와 은하호 발사 실패에 대한 반응도 이와 비슷했다.

2012년 즈음, 남과 북은 자력으로 인공위성을 만들어 궤도에 올리는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다. 나로호는 2009년과 2010년 두 번의 발사가 실패한 뒤 2013년 1월에 겨우 성공하였다. 나로호가 두 번이나 실패했을 때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무엇이 문제인지를 찾으면서 재발사를 당연한 것이라고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빨리 재발사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였다. 하지만 2012년 4월 13일, 북한이 은하 3-1호를 발사하다가 실패하니 모두들 실패 사실만 부각하고 관련 과학자들이 실패에 대한 책임을 추궁당할 것이라는 걱정(?)만 내놓았다. 나로호의 실패에 대해서는 모두들 재발사를 당연시하던 언론에서 은하 3-1호 실패에 대해서는 재발사를 거의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로호의 발사로 인해 거둘 수 있는 부대효과(경제적, 사회적 효과)를 샅샅히 분석하던 언론들은 북한의 은하호 발사와 관련해서는 침묵하고 경제적, 군사적으로 부담만 생겼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북한의 은하 3-1호는 나로호보다 한 달 빠른 2012년 12월에 3-2호라는 이름으로 발사성공했다. (이 당시 은하 3-2호 재발사를 예견하고 이를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 차원에서 분석한 글은 필자의 글이 거의 유일한 것이었다. "광명성 3호는 다시 발사된다" (프레시안, 2012.4.17))

여전히 국가보안법이 위력을 떨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정치, 사상 등과 같은 이데올로기와 연관된 것은 쉽게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한다. 하지만 국가보안법과 북한의 존재론적 특수성 때문에 과학기술 내적인 부분까지도 합리적 추론이 불가능하게 된 것은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북맹의 정당화 논리, 혐북

북한과 험하게 싸우던 옛날에도 손자병법의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를 따라 북한을 연구하였다. 비록 적이지만 북한의 행동을 명확히 예측하기 위해 ‘있는 그대로’ 연구하는 일을 수행하긴 했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북한을 미워하는 혐북이 힘을 얻기 시작하면서 북한을 연구하는 행위 전체가 점차 줄어들었다. 북한을 연구하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연구하기보다 혐북의 심리를 전제한 연구가 유행하였다.

지금 우리 사회의 북한 인식은 남북 교류협력이 활발하게 전개되던 2007~8년 즈음에 멈추어 있거나 그 이전 시기로 후퇴했다. 대부분의 사람들 머릿속에는 극심한 경제난을 겪던 1990년대 북한만 남아있고 CNC를 비롯한 각종 자동화 설비를 갖춘 공장들이 가동하고 있는 북한의 모습은 없다. 남북 교류협력을 강조하는 사람들도 북한의 값싼 노동력과 풍부한 지하자원만 인정하지 북한의 과학기술이 나름 발달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미사일이나 핵 등 국방과학기술의 발전을 인정하는 사람들도 군수산업이 민수로 이전되어 북한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과 유사한 북한의 ‘새세기 산업혁명'이나 과학기술을 앞세운 경제발전전략을 김정은이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북한 연구자 중에도 몇 명 없을 것이다. 북한의 교육이 이데올로기 주입과 우상화 교육에 집중되어 있다는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은 최근 북한 교육이 수학, 과학 교육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고 지식 주입보다 탐구력, 추론 능력을 기르기 위해 ‘열린 문제(정해진 답이 없고 다양한 해답이 가능한 문제)’ 중심으로, ‘실험, 관찰, 토론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지 못한다.

북한을 미워하고 조롱하면서, 북한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되면서 우리 사회 전체는 ‘북맹’이라는 매우 위험한 상태에 들어서고 있다. 역으로 북맹으로 빠져드는 우리를 지적하는 목소리에 대해 혐북의 논리로 반박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런데 우리가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북한은 지금 현재의 북한이 아니라 최소 10년에서 20년, 심하면 30~40년 전 북한이기도 하고, 어떨 때는 가상의 북한일 때도 있다. 그만큼 우리는 북한을 모르고 있다.

 

혐북을 극복하는 방법

혐오 감정이 극한에 이르면 실제 폭력으로 이어진다. 묻지마 폭행, 여혐 폭행, 경제적 약자들에 대한 무차별 폭행 등은 이런 혐오 감정이 비정상적으로 표출된 범죄행위이다. 문제는 혐오 감정때문에 발생한 이런 행위가 혐오 감정을 푸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거다. 그런 행위를 한 사람들도 이런 혐오 행위가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북한을 혐오하는 감정도 똑같다. 북한을 미워하는 마음은 우리 삶을 바꾸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논리적 추론 능력이 떨어지는 부작용과 북맹이 되어 우리 주변 정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부작용만 일으킬 뿐이다. 분단 체제에 뿌리박고 있는 우리 사회의 적폐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고 있다.

북한을 흡수통일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고,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인 특수한 관계라는 시각도 있다. 북한을 어떻게 보건 간에 북한이 우리와 딱붙어 있는 이웃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우리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존재인 것이다. 한 해 태어나는 40만명도 안 되는 아이들에게 탄생축하금으로 1억씩 나눠줄 수 있는 막대한 돈(40조)을 국방비로 소비하는 이유가 이들과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과 싸우지만 않으면 우리 사회의 20대 청년들이 20대의 절반(76개월, 군복무 기간과 군대 가기전 대기시간, 군제대 후 사회에 복귀할 때까지 걸린 시간을 모두 합한 것)을 군복무로 인해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북한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우리와 평화공존할 수 있는 대상으로 인식하면 혐북 문제는 많은 부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과거 그리고 현재까지 북한은 우리와 싸우고 있는 존재이었지만 미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평화공존해야만 하는 존재이다.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만 한다. 또한 분단국가의 대통령 선거에서 ‘분단구조의 철폐', 혹은 ‘통일'과 관련한 정책이 사라졌음을 걱정하고 분명하게 지적해야 한다. 북한을 관리대상으로, 전쟁만 일삼는 국가로 바라보는 정책은 폐기해야 한다. 저렴하고 수준 높은 노동력과 지하자원을 공급해줄 수 있는 북한이 아니라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할 당사자로, 그 결과 서로에게 경제적 번영으로 가져다줄 수 있는 존재로 인정하는 정책을 준비해야만 한다.

최근 미국이 대북 정책을 정비한다고 하면서 대북 군사 옵션 또한 고려하고 있다는데도 불구하고 ‘전쟁을 반대한다’는 목소리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마치 우리를 대신해서 북한을 혼내달라는 ‘혐북'의 극치 상태에 도달한 듯하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누구에게 좋을까? 적어도 우리에게 좋은 것은 하나도 없다는 점만은 명확하다. 전쟁은 그저 ‘재앙'이다. 이미 겪어보지 않았나.

중국과 미국 정상이 북한 관련 정책을 우리를 배제한 상태에서 서로 논의한다는데 이것 또한 매우 위험하고 주제 넘는 짓이다. 혐북에 빠져 있는 사이 우리의 운명을 강대국에 내맡기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못 느끼고 있는 듯하다. 혐북은 ‘북맹’을 낳고, ‘북맹’은 ‘외교적 패착’을 낳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이 땅을 살아가는 우리가 모두 지게 된다. 결국 혐북은 북한을 혼내주기는커녕 우리의 목숨줄을 다른 사람들 손에 넘겨준 결과를 가져왔다. 평화보다 우선한 가치는 없다. 평화는 ‘혐북과 북맹 탈출’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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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 도발보다는 ‘사후’ 대응

 

 

[분석] 북극성-2형 발사의 배경과 의미

 

강호제 /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준) 통일뉴스 2017.02.17  

 

 

▲ 북한은 지난 12일 지상대지상중장거리전략탄도탄 ‘북극성-2’형 시험발사를 실시했고, 다음날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발표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올해 초, 필자는 북한의 2017년 신년사를 분석하면서 대륙간탄도로케트(ICBM)과 정지위성, 두 가지 모두 발사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통일뉴스 관련기사 보기]

 

당시 분석글에서 필자는 미국이 1) “핵위협, 공갈 하지말고” 2) “문전앞에서 년례적이라는 감투를 쓴 전쟁연습소동 하지 않으면”, 북한이 ICBM을 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쏠 듯하다고 이야기하였다.

 

신년사가 발표된 뒤로 <로동신문>에는 3월 대규모, 연례적 군사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키리졸브 훈련이나 독수리 훈련을 ‘문전앞’에서 계속 진행한다면 전략무기를 쏘겠다는 기사가 계속 이어졌다. 언론에서는 1월 중순부터 ICBM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포착되었다는 기사도 몇 차례 실렸다.

 

2017년 2월 12일 오전 7시 55분 즈음, 평양 북쪽 방현 비행장 근처에서 500km가량 날아가는 미사일이 발사되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고했던 ICBM이 발사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거리가 ICBM이라고 하기에는 짧고 솟아오른 최고 높이도 550km 정도로 2016년 6월에 발사된 화성10호의 1413km보다 낮아 ICBM이 아니라는 분석도 있었다.

 

2월 12일 미사일 발사 당시 한반도 근해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탐지를 위해 이지스함과 항공통제기 E-737(피스아이), 해상기반 X-밴드 레이더(SBX), 최첨단 레이더(X-밴드 레이더와 함께 S-밴드 레이더)를 장착한 하워드 로렌젠 호 등이 배치되어 있었지만 정확한 미사일의 정체는 바로 공개되지 않았다.

 

다음날(2017.2.13) 북한의 로동신문과 조선중앙TV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해서야 비로소 정확한 정체가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2012년 12월 광명성 3-2호가 발사될 때 미군의 미사일 탐사장비인 SBX가 처음으로 정밀 관측했다. 정밀한 관측은 인공위성 발사 시도에 대해 처음으로 ‘성공’이란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졌다. 이번에도 북한의 미사일 기술을 미군에서 정밀하게 관찰하였으니 예전처럼 북한의 미사일 기술을 제대로 평가하여 마지막에는 군사대결보다 협상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그렇지만 지금 북극성-2형 발사로 드러난 군사적 대결 양상 심화 현상은 제대로 짚어야 할듯하여 이글을 쓴다.

 

북극성-2형을 통해 알 수 있는 북한의 미사일 기

 

   
▲ 북극성-2형은 무한궤도 이동식발사대차에서 콜드런칭 방식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이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북한은 이 미사일이 “지상대지상 중장거리전략탄도탄(IRBM)”이라며 그 이름은 ‘북극성-2’형이라고 했다. 북한은 단순한 글로 된 기사뿐만 아니라 발사 장면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을 동시에 공개하여 자신들의 미사일 기술을 좀 더 생생하게 자랑하였다.

 

북극성-2형은 2015년부터 공개되던 잠수함발사탄도탄(SLBM)을 지상용으로 개조하면서 사거리를 늘린 것이라고 한다. 공개된 영상만으로도 확인 가능한 북극성-2형의 성능, 사양은 ‘랭발사체계(콜드런칭)’, ‘리대식 탄도탄자행발사대차(무한궤도 이동식발사대차)’, ‘대출력고체발동기(대출력 고체 엔진)’ 등이다.

처음부터 로켓의 추진력으로 발사되는 핫런칭 방식에 비해 콜드런칭은 발사대의 구조가 간단하고 발사 시 발생하는 화염에 의한 피해가 거의 없어 발사대를 재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스로 로켓을 공중에 띄운 다음, 순식간에 로켓을 점화하여 날아가는 방식이라 로켓의 자세제어, 연속 동작에 대한 안정성 등이 뛰어나야 실전에서 시도할 수 있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혹시 모를 불발에 대비하여 콜드런칭은 대각선으로 비스듬하게 발사하는데 이번에는 거의 수직으로 쏘아올리는 대담함 혹은 기술에 대한 자신감까지 선보였다.

 

필자가 보기에 예전 잠수함에서 쏠 때보다 로켓 자세가 훨씬 안정되어 있었고 점화도 부드럽게 진행된 듯하다. 기술 습득, 구현을 넘어 스스로 변형시킬 수 있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북한은 자신들의 실력이 ‘견본모방형’에서 ‘개발창조형’으로 강화되었다고 주장한다.

 

무한궤도 이동식발사대차는 말그대로 자동차 바퀴 대신 탱크에 사용되는 무한궤도를 장착한 이동식발사대차를 말한다. 미사일 발사대가 고정되어 있으면 유사시 제일 처음 공격받을 가능성이 많아 방어를 위한 장치를 많이 해야 한다. 하지만 발사대가 이동할 수 있게 되면 미사일의 위치가 노출되지 않아 공격받을 가능성이 적어지고, 발사한 이후에도 공격받지 않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바퀴로 되어 있다면 이동가능성이 도로로 한정되지만 무한궤도로 되어있어서 굳은 땅 위라면 거의 대부분 움직일 수 있어서 이동 가능성이 더욱 늘어난다. 북한처럼 산악지대가 많은 나라에서는 활용도가 더 크다.

 

무엇보다 이번 미사일에는 액체 연료가 아니라 고체 연료가 사용되는 고출력 엔진이 장착되었다. 다루기가 쉬운 고체 연료는 미리 주입된 상태에서 보관과 이동이 가능하므로 발사 준비 시간이 대폭 단축되고 발사 이전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이 줄어든다. 게다가 출력이 높아진 엔진이라 사거리와 발사속도가 대폭 높아져서 위력이 더욱 세졌다. 더 먼 곳까지 사정거리 안에 놓이게 되었고 탐지 및 요격하기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이런 특징들만 종합하여도, 북극성-2형의 발사 징후, 발사 위치 등을 사전에 알기 더욱 어려워졌고 화염이 발생해서 겨우 인지하게 되더라도 대비할 시간이 많이 부족해졌으며 회피기동 능력까지 고려하면 고속으로 낙하하는 탄두를 격추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 된다.

 

따라서 이번 미사일 발사는 ICBM까지 공개하지 않더라도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지금의 한미일 군사력 수준으로 충분히 방어할 수 없다는 경고를 하기 위한 시위였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의 2월 6일자 논평

 

   
▲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극성-2형 발사를 현지지도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사실 이번 미사일 발사와 같은 구체적인 군사적 움직임을 예고하는 기사가 2월 6일자 로동신문에 실렸다. 대부분의 분석 기사에서 간과했던 기사이다. “[론평] 호전광들의 위험천만한 군사적망동”이라는 기사의 첫 부분은 다음과 같다.(밑줄은 필자)

 

“얼마전 미국이 우리의 면전에서 일본, 남조선괴뢰들과 미싸일경보훈련이라는것을 벌렸다. 이지스함들이 동원된 훈련은 미싸일을 탐지 및 추적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였다.

문제는 미국이 우리의 로케트를 탐지, 추적하는 능력을 제고하는데 훈련의 기본목적이 있다는것을 내놓고 공개하고 실지 가상목표를 띄워놓고 요격하는 놀음을 벌리면서 광기를 부린 것이다. 그저 스쳐지나보낼수 없는 매우 심상치 않은 군사적 움직임이다.”

 

이 기사의 내용은 ‘면전’에서 군사훈련을 하지 말라는 신년사 이후 자신들의 계속된 경고를 어겼다는 것과 함께 한미 양국이 아니라 일본까지 포함된 한미일 3국이 합동으로 군사 훈련을 진행하였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냥 넘길 수 없다는 판단까지 섰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여기서 한, 미, 일 3국이 모두 모여 미사일 경보훈련을 한 것은 지난 1월 20일에서 22일 사이였다. 이는 2016년 11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 이후 일본과 실시한 첫 정보공유 훈련이었다.

 

이 훈련 장소가 3국의 해역이라고만 공개되었는데 한국과 일본이 접한 해상, 즉 동해상으로 추정된다. 한미 군사훈련을 하더라도 멀리 가서 하라는 북한의 최소 조건을 무시하면서 동해상에서 그대로 훈련을 진행한 것이었다. 게다가 일본이 추가로 더 참가하였다는 사실에 북한은 그냥 넘길 수 없다고 판단하였던 것 같다.

 

미국의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2월 10일, 괌에 도착한 것도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이 군사적 대결 정책을 해체할 의사가 없다고 판단하는 데 근거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칼빈슨호는 3월 대규모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동원될 예정이라고 한다. 새로운 미국 정부가 구성되면서 대북 정책을 새롭게 다듬고 있다고는 하지만 군사적 측면에서는 작년 말부터 꾸준히 대북 압박 정책을 철회하지 않고 더욱 강화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의 최첨단 ICBM 미니트맨3가 2월 9일(한국시간, 현지시간 8일 밤), 태평양 마샬제도를 향해 시험발사된 것도 북한이 미사일로 대응하게 한 계기가 되었을 수 있다. 약 6,700km를 30분만에 비행해서 목표지점을 정확히 적중시킨 미니트맨3는 2016년 2월 북한 핵시험의 대응 차원에서 시험발사되기도 하였다. 북한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움직임을 위협했던 전력이 있는 미사일인 셈이다. 그러니 이번 미니트맨3 시험발사는 북한으로 하여금 더욱 직접적인 자극이 되었을 것이다.

 

이번에 발사된 ‘북극성-2형’ 미사일이 ICBM보다 사거리가 짧은 IRBM이라는 것과 발사 직전 한미일 합동군사 훈련 정황을 보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신년사에서 발사 경고한 ICBM이 아님은 명확하다.

게다가 <로동신문> 2월 6일자 기사와 한미일 군사 훈련 정황을 보면 3월 훈련에 대해 미리 대비하는 차원의 ‘도발’이라기 보다 1~2월 훈련에 대한 ‘대응’이라고 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한 분석이라 할 수 있다. 아무일도 없는데 북한이 미사일로 도발한 것이라기보다 한미일의 군사적 움직임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이렇게 되면 북한이 예고한 미사일(ICBM과 정지위성 운반용 우주발사체) 2발이 여전히 남아있게 된다. 그것도 지금 추세라면 3월에 발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대북정책이 그 전에 마련되면서 대결보다 협상으로 정책의 방향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대화만큼 강력한 억제력은 없다

 

싸움이 깊어지면 선후를 가리기 힘들어진다. 북한과 남한, 나아가 미국, 일본 사이의 싸움은 아주 오래된 싸움이라 누가 먼저인지 가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북한은 미국이 주도해서 한미일 3국 동맹을 만들어 자신들에게 싸움을 걸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들의 무기를 더 개발한다. 마찬가지로 미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은 북한이 무기를 더욱 벼리고 있으니 자신들의 무기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각종 신무기를 만들고 있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군사적 대립 상황은 싸움을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듯하지만, 이미 서로를 몇 번이라도 죽이고 남을 정도로 심각해졌다. 싸움을 방지하려는 조치가 싸움을 더욱 부추기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젠 이런 덧없는, 효용없는 싸움 경쟁보다 대화와 협상, 그리고 타협을 통해 평화를 찾아와야 할 때이다. 한반도의 평화는 사드나 킬체인 등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진 방어기술을 구축하는 것보다 대화를 통한 협상, 그리고 타협의 길이 더욱 빠르다는 것을 모두들 빨리 받아들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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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연(평화연구센터 사무국장)


평화통일교육 활성화를 위해 평화연구센터(이하 ‘센터’) 연구원들이 전국 각지에서 열심히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높이의 남북관계 개선을 준비하는 6.15~ 8.15의 흐름에 센터도 기여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겨레하나 지역지부 부문에서 연구센터를 초청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평화통일 시민강좌 연속기획 센터는 겨레하나 지역본부와 함께 공동으로 시민강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참가자분들 중에는 처음 들어보는 내용이라 충격을 받았다는 분부터, 이런 강사(연구위원)들을 방송에 내보내야 국민들 의식이 많이 바뀔거라는 칭찬 섞인 반응까지 있었습니다. 강연을 듣고 나서 자기의 삶과 일상에서어떻게 평화통일을 실천해야 하는지와 같은 질문과 토론도 이어졌습니다.


6.15를 맞이하여 진행한 겨레하나 회원교육 겨레하나 각 지역지부에서는 6.15를 맞이해 평화통일 교육이 많이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새로운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와 과제>에 대한 관심이 높았습니다. 특히 북핵 문제와 한반도 정세에 대한 관심과 토론도 많았습니다. 정세전망부터 한반도의 미래전략까지, 앞으로 평화연구센터에서 겨레하나 회원들과 더 많이 연구, 토론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것이 확인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입소문으로 확대되는 평화통일 교육 겨레하나 회원들의 추천, 강연을 기존에 들으신 분들의 추천으로 여러 유관단체, 지역연대단체들에서도 문의와 강연요청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강연문의가 많은 건 기쁜 일이겠죠? 남북관계에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 센터에서도 교육사업은 물론, 연구사업과 언론 기고 등도 더 활발히 하면서 평화통일운동에 기여하도록 하겠습니다.


▲부산겨레하나 회원교육 장창준 상임연구원


서울겨레하나 학교통일교육 강호제 센터소장


경주겨레하나 시민강좌 이준규 객원연구원



대전지역 평화통일리더쉽아카데미 변학문 상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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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_겨레하나

북한, 더디지만 조금씩 바뀌고 있어

[북한 신년사분석③] "과학기술 앞세워 경제발전 추진하겠다"

 

강호제 (NKTech.net 큐레이터, 극동문제연구소 객원연구위원) ㅣ 오마이뉴스 2017.01.10

북한은 신년사에서 과학기술을 제일 앞세운다는 의미에서 과학기술 부문의 정책이 새해 구호 바로 다음에, 자세하게 제시했다.

"과학기술 부문에서는 원료와 연료, 설비의 국산화에 중심을 두고 공장, 기업소들의 현대화와 생산 정상화에서 나서는 과학 기술적 문제들을 푸는 데 주력하여야 합니다. 생산단위와 과학연구기관들 사이의 협동을 강화하며 기업체들에서 자체의 기술개발력량을 튼튼히 꾸리고 대중적 기술혁신운동을 활발히 벌려 생산확대와 경영관리개선에 이바지하는 가치 있는 과학기술성과들로 경제발전을 추동하여야 합니다."

이를 정리하면 대략 5가지 정책으로 1)원료와 연료, 설비의 국산화에 중심을 두고 2)공장, 기업소들의 현대화와 생산 정상화에서 나서는 과학 기술적 문제들을 푸는 데 주력 3)생산단위와 과학연구기관들 사이의 협동을 강화하며 4)기업체들에서 자체의 기술개발력량을 튼튼히 꾸리고  5)대중적 기술혁신운동을 활발히 벌인다 등으로 요약된다.

과학기술 관련 정책은 '과학기술을 통해 경제 강국을 건설하겠다'는 미래전략을 밝힌 7차 당 대회에서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부분 제시되었다. 하지만 그 이전 신년사에서는 2) 와 같은 원론적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과학기술을 제1순위로 올린 2015년 신년사에서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하였는데 전반적인 내용은 2) 와 같은 원론적 수준에서 현대화, 정보화를 강조하는 데 그쳤다. 과학기술의 순위가 뒤로 밀린 2016년 신년사에서도 역시 2) 와 같은 원론적 수준의 이야기와 함께, 생산현장에 '과학기술보급실'을 새로 꾸려 노동자들의 과학기술 수준을 향상할 것을 조금 더 요구하였다.

1) '국산화' 관련 정책은 최근 북한 정책의 핵심 화두인데, 7차 당 대회에서 각 부문별 과제로 대부분 언급되었는데 이번에 과학기술 부문의 중심 과제로 제시되었다. 이와 관련한 연구 주제를 중점 지원하겠다는 정책적 방향성과 함께, 생산현장에서 전개되고 있는 이와 관련한 활동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라는 뜻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의 기술혁신은 일차적으로 생산현장에서 자체적으로 전개하다가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가면 관련 연구기관에서 지원해주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국산화를 위한 생산현장의 기술혁신 수준이 어느 정도 단계까지 올라온 것으로 추정된다. 3)과 같은 정책이 강조된 이유라 할 수 있다.

북한의 과학기술은 목적이 명확하다. 단순한 지적 호기심 차원이 아니라 실제 생산, 즉 경제에 도움이 되기 위함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과학기술 정책은 생산에 도입되어 도움이 되는 정도, 즉 기술혁신에 기여한 정도로 평가된다. 그래서 2) 와 같은 정책은 항상 강조되는 것이다. 2016년에 강조한 과학기술보급실을 만드는 것도 결국 5) 와 같이 생산을 직접 담당하는 대중(노동자)를 중심으로 '기술혁신운동'을 활성화하기 위함이다. 교육 부문에서 올해를 '과학교육의 해'라고 강조하면서 과학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시설과 환경을 새롭게 바꾸라는 요구가 나온 것도 이런 흐름에서 파악할 수 있다.

4) 와 같이 기업체가 자체의 '기술개발역량'을 튼튼히 꾸리라는 요구는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최근 북한이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주의 기업책임 관리제'의 구체적인 내용 중에 이와 관련한 것이 들어 있다. 기업의 자율성을 높이면서도 계획경제의 틀을 깨지 않는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것인데, 그 내용에 기업의 인재육성권도 들어 있다. 단순한 기술지원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정도로 수준을 높이려는 듯하다. 중앙과 지방, 전문연구기관과 생산 현장의 역할 분담을 강조하면서 생산현장 자체적인 연구역량을 좀 더 강화하자는 4) 와 같은 정책으로 이어진 듯하다.

전력 부문
7차 당 대회에서 "전력문제를 푸는 것은 5개년 전략수행의 선결 조건이며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의 중심고리"라고 규정될 정도로 북한 경제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그래서 "5개년 전략수행 기간 당에서 제시한 전력생산목표를 반드시 점령"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래서 이번 신년사에서도 중요하게 전력 부문 정책이 중요하게 취급되었는데 대략 4가지 정책이 제시되었다.

1)발전설비와 구조물 보수를 질적으로 하고 기술개조를 다그쳐 전력생산계획을 어김없이 수행하여야 합니다.

2)국가통합전력관리체계를 실속있게 운영하고

3)교차생산조직을 짜고 들어 전력생산과 소비 사이의 균형을 맞추며

4)다양한 동력자원을 개발하여 새로운 발전능력을 대대적으로 조성하여야 합니다.

여기서 1)과 4)는 이전 신년사에서도 계속 언급되던 내용이고 2)와 3)이 이번 새롭게 들어간 내용이다. 이들 내용은 모두 7차 당 대회에서 제시되었던 정책이다. 북한의 전력 시스템은 전쟁의 피해를 대비하여 지역별로 따로따로 조직되어 왔다. 지역별 발전소와 생산공장을 직접 연결시키는 체계였다. 그러다가 이제 국가 전체적 차원에서 생산과 소비를 실시간으로 장악하는 '국가통합전력관리체계'를 꾸리고 제대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각종 기술적 해결책을 작년에 많이 완성하였다.

2016년 11월에 개최된 '제27차 전국정보기술성과전시회'에 참가한 전력 공업성은 '국가적 통합전력관리체계'에 대한 성과들을 전시하였다고 한다. 이 전시물에 의하면, "이미 마련된 지역 단위전력관리체계들을 하나로 통합하고 자료통신망 구성에 선진기술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전력량을 실시간적으로 감시 조종할 수 있게 되였다. 이와 함께 1차,2차변전소들을 통하여 전국의 모든 소비단위에서의 전력소비량도 실시간적으로 감시 조종할 수 있게 되였다"고 한다. 이는 "국가적인 전력의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맞출 수 있게 하는 것이고 향후 "유연 송전기술" 도입을 위한 토대로 작용한다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김책공업종합대학 재료공학부에서 개발한 '우리 식 이종금속 단자의 국산화' 성공은 서로 다른 재질의 전선을 통해 전력을 송전할 때 전력 누수가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소개되었다. 이를 만들기 위한 필수 기술인 "세계적인 첨단기술의 하나인 마찰교반용접기술"도 동시에 개발하였다고 한다. 또한, 발전소에 들어가는 터빈 등 각종 설비를 개보수, 혁신하기 위한 성과도 여러 건 작년 말에 발간된 로동신문에 소개되었다. 이들 기술에 대한 수준 평가는 동의하지 못 하더라도 적어도 필요한 기술을 차곡차곡 확보해나가고 있다는 것은 명확한 듯하다.

북한의 전력은 아직 충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생산량이 많이 높아진 것은 사실인 듯하다. 위성에서 찍은 북한 지역의 밤 풍경을 보면 여전히 남한보다 어둡기는 하지만 예전보다 밝은 점들이 더 많이 생긴 것을 볼 수 있다. 게다가 '교차생산'의 의미가 턱없이 부족한 전기를 나눠쓰는 수준을 넘어, 생산과 소비를 효율적으로 조절하여 균형을 맞추는 쪽으로 바뀌었다는 것에서 전력 사정이 이전보다 나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 연구에서 '교차생산'은 전력 부족 사회에서만 발생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데 대부분 에너지를 전력을 기반으로 하는 현대 산업 체계에서 교차생산 체계 도입은 당연하다. 아래에 보이는 2010년 기사는 현대자동차에서 교차생산을 도입한다는 소식이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연구 도입하려는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와 같은 개념으로 북한에서는 '교차생산 조직'을 추구하는 것이다. 즉 정보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생산, 운반, 소비를 효율적으로 조절하는 체계를 갖추려는 것이 북한의 '교차생산 조직'을 꾸리는 목적이다.

 
 현대-기아차 미국서 교차생산
ⓒ 강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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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공업 부문
신년사만으로 해석했을 때, 북한의 공업 부문이 정상화, 분화되고 있는 근거가 화학공업과 기계공업 부문이 독자적인 영역으로 다루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화학공업 부문은 자연 상태의 연료, 원료를 확보하는 석탄공업이나 채취공업과 달리 새로운 원료, 원료를 직접 만들어내는, 자원 공급과 관련된 부문이다. 화학공업 부문에서 만든 연료, 원료를 사용하여 다양한 생산현장에서 다양한 제품들을 생산한다.

자연 상태의 원료로 만든 각종 금속을 만들어 내면, 이를 다시 다양한 기계를 만들어 생산현장에 공급하면 새로운 제품을 생산된다. 이 두 부문은 생산현장에서 필요한 직접적인 재료인 원료, 원료, 설비를 공급하는 영역이다. 산업 인프라를 만드는 4대 선행 부문을 넘어 이제는 화학공업과 기계공업 부문의 발달이 필요한 경제 상황이 된 것이다. 나름 발전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기계공업 부문의 정책 과제는 많지 않다. 

"기계공장들에서 현대화를 다그치고 새형의 뜨락또르와 륜전기재, 다용도화된 농기계들의 계렬생산공정을 완비하며 여러 가지 성능 높은 기계설비들을 질적으로 생산 보장하여야 합니다."

7차 당 대회에서 뒤떨어진 부문이라고 거론된 농기계 보급률을 높이려는 조치에 집중하고 있는 흐름이다. 아마도 '새 형의 뜨락또르'는 7차당 대회 끝나고 바로 개최된 기계장비전시장에서 소개된 금성뜨락또르공장의 80마력짜리 뜨락또르 '천리마-804'일 것이다. 이는 2016년 12월 계열생산을 위한 담보를 마련하였다고 한다. 북한의 주장으로는 100% 국산화된 트랙터라고 한다.

본보기 공장이 마지막 단계인 무인화까지 완성되었으니 공장들의 상황에 맞추어 본보기 기술들을 받아들여 혁신할 것이다. 그러면서 올해 새로운 과제로 작년에 개발한 트랙터, 운전 기재, 농기계 등을 대량생산할 체계를 만드는 것이 제시된 것이다.

화학공업 부문
화학공업은 특별히 "공업의 기초이며 경제의 자립성을 강화하고 인민생활을 향상시키는데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위상을 새롭게 정립되면서 정책이 제시되었다.

"2.8비날론련합기업소의 생산을 활성화하며 중요화학 공장들의 능력을 확장하고 기술공정을 우리 식으로 개조하여 여러 가지 화학제품생산을 늘려나가야 합니다. 탄소하나화학공업을 창설하기 위한 사업에 힘을 넣어 단계별과업을 제때에 원만히 수행하여야 합니다."

현대 생활에 쓰이는 대부분의 제품은 자연에서 바로 구할 수 있는 물질이 아니라 화학공업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진 물질을 이용한다. 이때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는 원천은 크게 2가지인데 석유와 석탄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석유에서 추출, 분리한 물질을 바탕으로 각종 화학물질을 만드는 석유화학공업 체계가 발달했지만 북한은 자체 생산할 수 없는 석유보다 풍부한 매장량을 확보한 석탄을 기반으로 하는 화학공업 체계를 발전시켰다.

이를 상징하는 기업소가 바로 동쪽에는 함흥시의 2.8비날론련합기업소, 서쪽에는 안주시에 있는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이다. 그런데 안주에는 북한 최대의 석유화학공업 시설도 자리 잡고 있어서 앞으로 석유가 개발되면 동쪽의 함흥보다 안주가 더 커질 듯하다. 7차 당 대회에서 '원유'를 적극 개발하겠다고 했고 2016년 하반기부터 중국의 석유시추선이 석유가 매장된 것으로 거의 확신할 수 있는 서해안에서 시추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생산 단계가 아닌지 이번 신년사에서는 빠졌다.

사실 2.8비날론련합기업소는 1990년대 중반 가동이 중단되었다. 그런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0년에 다시 정상화해내고 2011년에는 관련자들을 평양으로 불러 환대해주는 일명 '평양 정치'의 대상이 되었던 곳이다. 2.8비날론련합기업소는 이름에도 있는 '비날론(석유로 만든 나일론과 함께 석탄으로 만드는 비날론은 인류가 만든 중요 합성섬유이다. 면과 가장 비슷한 합성섬유이면서 방탄, 방염 섬유 등 특수 섬유를 만드는 데 쓰인다)'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비료, 염료, 농약 등 각종 화학 재료들도 기본공정을 이용하여 만들어 낸다. 남한이나 외부의 비료 지원이 줄어들었음에도 북한의 식량 생산이 늘어날 수 있었던 배경에 동서쪽의 대규모 화학공장들에서 비료를 직접 생산하게 된 것이 있다.

화학공업 부문의 정책 과제 첫 번째인 "2.8비날론련합기업소…" 부분은 석탄화학공업 체계를 더욱 강화하자는 의미라 볼 수 있다. 그런데 비날론 생산의 가장 큰 걸림돌은 생산 과정에서 전력소비가 많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인 전력 소비가 크다는 것은 화학공업 체계를 갖추려다가 다른 공업체계들이 생산에 지장을 받게 된다는 의미도 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 바로 '탄소하나(C₁)' 화학공업을 창설한다는 정책이다. 이는 7차 당 대회에서 "석탄 가스화에 의한 탄소하나 화학공업을 창설"하자는 말로 제시된 정책이다.

석유를 이용하거나, 석탄을 이용하거나 다른 물질을 만드는 출발은 탄소 2개짜리인 에틸렌(C₂H₂)과 탄소 3개짜리인 프로필렌(C₃H₃) 등이다. 탄소하나 화학공업이란 이들 출발 물질을 석유나 석탄을 가공, 정제하여 만들 것이 아니라 탄소를 하나 포함한 물질 즉 일산화탄소(CO), 메탄, 메탄올, 포름알데히드(CH₂O) 등을 이용하여 합성해내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석탄에서 출발물질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전력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므로 북한으로서는 매력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산화탄소와 수소를 '특수 촉매'를 써서 반응시켜 탄화수소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서 합성 휘발유, 합성 경유 등을 만드는 것이 바로 탄소하나 화학공업이다. 이는 북한에서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가깝게는 우리나라의 성균관대 배종욱 교수 연구팀이 2016년에 일산화탄소와 수소를 합성하는 새로운 '촉매'를 개발하였다고 한다. 제철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가스 속에 일산화탄소와 수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기술만 완비되면 에너지 소비를 줄이면서 폐기되는 가스를 활용하여 적은 비용으로 원료, 연료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혼합 가스에서 액체 연료 생산
ⓒ 강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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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공식 문헌 분석은 항상 조심스럽다.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지 않을 수 있고 정치적 수사도 많이 들어가 있으며 더욱이 긴 역사적 안목을 가지고 봐야만 그나마 조금씩 변화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은 글로서, 현실 일부만 반영되어 있다는 전제 아래, 그 자체의 변화를 찾고 그 의미, 배경 등을 캐보려 한다면 나름 의미 있는 정보를 찾을 수 있을거라 확신한다.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면 왜곡하고 있는 이유나 방법이라도 찾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더디지만 조금씩 변화하는 북한
지난 10년 동안 남북 왕래가 거의 끊어졌기 때문에 북한에 직접 가보고 실상을 판단할 방법은 없었다. 따라서 유일한 합리적 추론 방법은 문헌을 꼼꼼하게 분석하는 것이다. 이번에 발표한 신년사를 이렇게 꼼꼼하게 분석해본 이유는 북한이라는 거대한 코끼리는 가보지도 만져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최대한 정보를 캐보기 위한 노력이었다.

최근 5년 동안 발표된 신년사만 놓고 보더라도 북한의 변화는 더디지만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그것도 후퇴보다는 전진, 나빠지는 것보다는 좋아지고 있는 방향이었다. 게다가 정책의 정밀함이나 세밀함이 조금씩 강화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로동신문에 나오는 기사들과 연결해 분석하면 신년사 본연의 목적, 즉 지난 1년을 평가하고 다가올 1년을 계획하는 것에 크게 어긋나지 않았음도 알 수 있다.

올해에도 북한 핵 혹은 미사일(로켓)로 인한 소동은 계속될 듯하다. 북한은 핵을 폐기할 수도, 아니 폐기한다고 해도 믿어줄 수 없는 상황(stage 2)으로 들어서 버렸기 때문이다. 돌아올 다리가 없다. 다만, 우리 정부와 미국이 전격적으로 변화를 받아들여 최소한 한미합동군사훈련의 개최 장소만이라도 조정하거나 평화공존을 위한 모색을 시작한다면 소동이 잦아들 수 있겠다는 변화의 여지가 약간은 엿보였다. 새로운 상황에 맞는 전략과 적극적인 실천 의지가 우리에게도 필요한 시점이다.

지식경제 시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한 북한은 과학기술을 앞세워 경제발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이번 신년사에서 명확히 밝혔다. 명시적으로 과학기술을 제1순위로 내세운 것부터가 그렇다. 또한, 이전과 달리 자세한 과학기술 정책을 바탕으로 부문별 경제정책을 마련한 것도 과학기술 중시 정책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생산현장을 CNC 기술로 자동화하여 궁극적으로 무인화 수준까지 올리겠다는 선언도 인상 깊게 보았다. 이제 북한의 변화, 좁게는 북한 경제의 변화를 읽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내용과 흐름을 반영해야 하는 것이 필수가 되어버렸다. 과학기술 관련 내용을 완전히 배재하고 북한 문제를 분석하던 기존의 북한연구 관행이 변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에 제시된 계획을 제대로 실천한다면 북한 경제의 변화는 눈에 띄게 빨라질 것이라 예상된다. 하지만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계획대로 현실 상황이 얼마나 따라와 주느냐이다. 또한 이런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충분한 자본과 자원을 어떻게 확충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북한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인 군사적 긴장감을 어떻게 완화할 것이냐이다. 이에 대한 명확한 상이 제시되지 않아 이번 신년사의 계획을 꼼꼼히 분석해보아도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게 남는다. 모쪼록 이러한 불확실성이 불안정보다는 안정 쪽으로, 전쟁이나 분쟁보다는 평화 쪽으로 점차 변해갔으면 하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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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획기적 전환"안에 숨은 뜻은

 [북한 신년사 분석 ②] "ICBM 시험발사 마감단계"

 

강호제 (NKTech.net 큐레이터, 극동문제연구소 객원연구위원) ㅣ 오마이뉴스 2017.01.10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016년 12월 25일 평양에서 열린 제1차 전국 노동당(전당) 초급당위원장 대회 3일차 회의에서 '초급당을 강화할 데 대하여'라는 제목의 '결론'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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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신년사에서 지난 2016년을 평가하는 부분을 보면, 이전과 명확히 달라진 부분이 등장한다. 바로 '전환'이 "이룩되었다"는 '완료 형' 표현이 등장하는 점이다.

"2016년은 우리 당과 조국력사에 특기할 혁명적 경사의 해, 위대한 전환의 해였습니다."

"지난해에 주체 조선의 국방력 강화에서 획기적 전환이 이룩되어 우리 조국이 그 어떤 강적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동방의 핵 강국, 군사 강국으로 솟구쳐 올랐습니다."

(2016)
2015년은 뜻깊은 사변들과 경이적인 성과들로 수놓아진 장엄한 투쟁의 해, 사회주의 조선의 존엄과 위용을 높이 떨친 승리와 영광의 해였습니다.

(2015)
지난해는 당의 영도 밑에 강성국가 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최후의 승리를 앞당기기 위한 토대를 튼튼히 다지고 조선의 불패의 위력을 떨친 빛나는 승리의 해였습니다.

(2014)
지난해는 전당, 전군, 전민이 당이 제시한 새로운 병진 노선을 받들고 총공격전을 벌여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과 사회주의 수호전에서 빛나는 승리를 이룩한 자랑찬 해였습니다.

(2013)
지난해는 위대한 대원수님들을 우리 혁명의 영원한 수령으로 높이 모시고 당의 령도 밑에 주체혁명위업을 빛나게 계승 완성해나갈 수 있는 확고한 담보를 마련한 력사적인 해였습니다.

이와 같은 평가에 이어 2017년 신년사에서 밝힌 국방 부문의 성과는 대략 5가지로 다음과 같다. 1) 첫 수소탄시험 2) 각이한 공격수단들의 시험발사 3) 핵탄두폭발시험 4) 첨단 무장 장비 연구개발사업이 활발해지고 5) 대륙간탄도로케트시험발사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른 것.

만일 단순히 위력적인 무기를 개발한 수준이라면 '전환을 이룩'했다고 표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2015년 신년사에 등장하는 표현, 즉 "우리식의 다양한 군사적 타격수단들을 개발 완성하여 혁명무력의 질적 강화에 크게 이바지하였습니다"정도의 평가만 내렸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획기적 전환'을 '이룩하였다'라는 '완료 형' 표현이 등장한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 과대포장해서 발표하는 정부 문서를 뭘 그리 꼼꼼하게 분석하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같은 종류의 문헌에서 왜, 무엇이  변화하였는지도 북한의 변화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에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이전에도 '전환'이라는 말은 사용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표현은 모두 '전환하여야'한다는 요구와 의지 정도로 표현이 제한되어 있었다. 이번에 등장한 '획기적 전환이 이룩'되었다는 표현은 상황이 완전히 바뀐 것을 나타내기 위함인 듯하다. 마치 Stage 1을 끝내고 새로운 Stage 2로 넘어간다는 것을 표현한 듯하다.

그렇다면 2016년 국방 부문의 변화는 어떤 것이 있었을까? 단순한 무기 차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되는 것은 2016년 3월에 처음 등장한 "전략적 핵 무력에 대한 유일적 령군체계"의 도입지시가 있다. 이 지시가 완료되었다는 언급은 아직 보이지 않지만, 이 부분의 변화가 일단락되어 '전환'을 언급한 게 아닌가 추정한다.

북한은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단일한 체계로 모든 사회를 구성하려는 '유일 지도체계'를 추구한다. 일반 사회는 물론, 당, 군 모든 부문에서 유일 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북한 사회의 발전이자 지향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작년에 등장한 '전략적 핵 무력에 대한 유일적 령군체계' 도입 선언은 핵 관련 시스템을 완전히 독립적인 체계로 '새롭게' 구성하자는 선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즉 2013년 3월, 경제-핵 병진 노선이 채택되면서 핵 관련 시스템이 일반 경제와 별도로 구성되기 시작한 상태에서 2016년에 그 결실을 보자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북핵의 1단계(stage 1)가 마무리되고 2단계(stage 2)가 시작되었다는 선언이라 할 수 있다. 2016년 3월 이후 장거리 미사일 발사시험과 핵탄두 폭발시험은 단순히 핵무기를 구성하는 '기술 개발'시험이기보다는 독자적인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핵 무력 운용'에 대한 시험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핵무기를 개발하는 단계에서는 개발을 멈추게 하면, 핵무기를 보유할 수 없게 할 수도 있다. 개발이 완료되지 못하면 무기로 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핵무기가 이미 개발되어 운용단계로 넘어가면 핵무기를 없앨 수 없다. 단지 할 수 있는 일은 동결이나 축소뿐이다. 설령 폐기에 대해 합의한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폐기되었음을 검증할 방법이 '전무'하므로 실질적인 폐기는 '불가능'하다!

이제 북한 핵무기 폐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폐기 및 검증 방법을 명확하게 제시하거나 아니면 '핵을 가진 북한'과 공존할 방법을 찾아서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싫으나 좋으냐 없앨 수 없는 '존재'를 모르쇠로 부정만할 수 없으니.

 

 

 북한 핵문제의 새로운 국면
ⓒ 강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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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 개발 동결 가능성 제시

이번 신년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핵 stage 2의 첫 번째 조치를 예고하였다. 2016년에 '대륙간탄도로케트(ICBM)' 시험발사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조만간 ICBM을 만들기 위한 기술 시험이 아니라 위력적인 무기 그 자체가 등장할 수도 있다는 예고이다. 과거 북한의 핵실험이나 인공위성 발사시험 때 공개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재서류를 보면, '준비가 끝났다'는 서류 위에 언제 어느 때 시험하라는 명령을 수기로 내렸다. 즉 북한 ICBM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심만 서면 언제든 시험 발사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언제, 어떤 조건이면 ICBM을 시험 발사할까? 이에 대한 추측 근거가 2017년 신년사에 짧게 나와 있다.

"우리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핵 위협과 공갈이 계속되는 한 그리고 우리의 문전 앞에서 년례적이라는 감투를 쓴 전쟁연습소동을 걷어치우지 않는 한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능력을 계속 강화해나갈 것입니다."

조건문으로 되어 있는 이 문장을 재해석해보면, 1) 핵 위협, 공갈 하지말고 2) 문전 앞에서 년례적이라는 이라는 감투를 쓴 전쟁연습소동 하지 않으면,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능력 강화를 중단할 것이라는 뜻이 된다.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표현은 두 번 째 조건에서 "문전 앞에서"라는 단어이다. 이전 신년사와 달라진 이례적 표현이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문전앞이 아니라 멀리 가서 하면 인정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2~3월에 연례적으로 시행되는 한미합동군사 훈련을 축소, 폐기하거나 훈련장소를 바꾸어 한반도 근해가 아닌 먼바다에서 진행한다면 ICBM시험발사를 안 하겠지만, 그렇지 않고 그래도 진행한다면 시험발사를 강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듯하다. 북한이 먼저 움직이지 않고 공을 한국과 미국에 넘긴 것이다.

"과학기술적 성과 많이 거두었다"

지난 2016년을 평가하면서 국방 부문의 성과 다음으로 강조한 것은 과학기술 부문의 성과였다.

"지구관측위성 《광명성-4》 호를 성과적으로 발사한데 이어 새형의 정지위성운반로케트용 대출력 발동기 지상분출시험에서 성공함으로써 우주정복에로 가는 넓은 길을 닦아놓았습니다.

우리 식의 무인화된 본보기생산체계들을 확립하고 농업생산에서 통장훈을 부를 수 있는 다수확품종들을 육종해낸 것을 비롯하여 나라의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자랑찬 과학기술적성과 들을 련이어 내놓았습니다."

이와 관련, 북한은 모두 4가지 성과를 거론하였다. 1)지구관측위성 《광명성-4》 호 성과적으로 발사, 2) 새형의 정지위성운반로케트용 대출력 발동기 지상분출시험에서 성공, 3) 우리 식의 무인화된 본보기생산체계들을 확립, 4) 농업생산에서 통장훈을 부를 수 있는 다수확품종들을 육종해낸 것 등이다.

그런데 2) '새형의 정지위성운반로케트용 대출력 발동기 지상분출시험에서 성공'을 국방 부문의 ICBM 시험발사 준비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는 내용과 연결하면 외교적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로 포석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사실 인공위성 발사체나 미사일은 모두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고속의 기체를 뒤로 뿜으면서 그 반작용으로 본체(인공위성 혹은 탄두)를 가속하는 원리가 기본이니. 따라서 인공위성 발사체 기술과 미사일 발사체 기술은 거의 구분되지 않는다. 이것 때문에 북한이 인공위성을 시험 발사했다고 주장할 때 외부에서는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사실, 북한의 미사일과 인공위성 발사체는 모양이 달라 실제로는 둘을 구분해서 운용하는 듯하다. 그래도 외부에서는 둘 다 똑같이 '미사일'이라고 해석할 수는 있다).

아마도 뭔가 협상이 안 되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순간에 북한은 정지위성을 쏘아 올릴 것이다. ICBM이 한국과 미국의 '행동'에 따른 반응이라면, 정지위성은 '무대응'으로 나올 때를 위한 포석이라 할 수 있다. 정지위성을 쏘는 것은 주권국가로서 권리라고 주장하면서 먼저 행동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2년을 기점으로 보면 정지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은 '국가우주개발 5개년 계획'이 2017년에 마무리되어야 하므로 정지위성를 쏘려고 시도할 수 있다. 분란이 생기더라도 말이다.

본보기 수준 향상 : 무인화 단계 진입

과학기술 부문에서 거둔 세 번째 성과인 '우리 식의 무인화된 본보기생산체계들을 확립'한 것은 북한 경제가 새로운 기술로 변화, 발전하고 있는 모습을 대변한다. 이를 해석하기 위해 두 가지 정보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무인화'이고 두 번째는 '본보기 생산체계'이다.

우선 '본보기 생산체계'의 의미를 살펴보자. 규모가 크거나 계획적인 활동 대부분이 그렇지만, 연구 개발한 결과를 한꺼번에 생산에 적용할 수는 없다. 이론과 실제가 달라 좀 더 현실적인 조건에서 시험을 해봐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났을 때 효과적으로 대응할 방법을  찾은 다음에 적용해야 안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초기에는 '모범', '시범', '본보기'를 만들어 운용한 다음, 예상한 결과가 충분히 나오고 위험요소를 충분히 통제할 수 있을 때 실전에 도입한다(북한 혹은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이 아니다. 일반적인 것이다).

북한에서도 새로운 정책이나 기술을 도입할 때, '본보기'를 만들어 한동안 운영한 다음 실제 생산에 도입하는 것이다. 따라서 '본보기 생산체계'를 확립했다는 것은 북한 경제 전체에서 도입된 것은 아니지만, 검증이 끝났고 세밀한 부분까지 정책이 다듬어졌기 때문에 실제 생산현장의 도입 속도가 급격히 빨라질 것이라 예상할 수 있게 한다. 이번에 '무인화된 본보기 생산체계'가 확립되었으므로 앞으로 모든 실제 생산현장의 변화가 '무인화' 방향으로 급격히 전개될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여기서 '무인화'는 말 그대로 사람이 없더라도 생산활동이 전개될 수 있게 '자동화된 기계설비들'로 생산현장을 완전히 바꾸는 것을 뜻한다. 즉 'CNC(자동숫자조동장치, Computerized Numerical Control, 머시닝센터라고도 부른다)' 기술을 도입하여 생산현장을 바꾸는 마지막 단계를 뜻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CNC화' 정책을 도입하면서 생산현장의 개조, 발전 단계를 4단계로 나누어 제시했다.

1) "공장, 기업소들의 개별적인 기계설비들을 CNC 설비로 바꾸는 단계"

2) "공장의 한개 구역을 CNC 설비들로 장비하고 콤퓨터에 의하여 생산이 통일적으로 조종되는 유연 생산체계의 확립단계"

3) "콤퓨터통합생산체계와 통합경영정보체계를 확립하는 단계"

4) "생산공정들을 무인화하는 단계"

1) 우선, 중요한 생산 공정을 담당하는 '설비'부터 CNC 기술을 활용하여 개조하고, 2) 점차 그 규모를 늘려, 한 개의 '생산 라인' 전체를 CNC 기술을 활용하여 자동으로 조정, 통제하는 유연 생산체계를 확립한 다음, 3) '공장 전체'를 CNC 기술을 바탕으로 자동화, 로보트화시키면서 동시에 사람이 담당하던 경영, 판단 등도 컴퓨터가 대신 처리하는 '통합생산체계'를 갖추어, 4) 궁극적으로 생산에서 사람의 개입이 없어도 될 정도의 '무인화'를 실현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렇게 보면, 2016년에 무인화 단계의 본보기 생산체계가 확립되었으므로 기술적인 문제나 실제 적용의 문제와 관련한 대책을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하게 세웠다고 볼 수 있다. 기술적으로 뒤떨어진 생산현장들을 일거에 '무인화'라는 최고 수준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 실무적 준비가 되었다, 혹은 그러한 전망이 생겼다는 선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실제와 얼마나 맞는지에 대한 조사는 아직 안 해봐서 평가 자체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정책 내용상으로는 이런 추정이 가능하다.

무인화된 본보기 생산체계 "확립"했다

이전 시기 신년사에서는 대부분 생산현장의 무인화보다 '현대화, 정보화' 정도만 요구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6년 5월에 개최된 '7차 당 대회'에서 '무인화' 목표가 제시되었다. 두 번째 단계인 '유연생산세포'와 세 번째, 네 번째 단계인 '통합생산체계'와 '무인조종체계' 확립을 목표로 동시에 지시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2017년 신년사에 '무인화된 본보기 생산체계'를 확립하였다는 완료 형 표현이 나온 것이다. 생산현장의 CNC화 단계를 한꺼번에 빠르게 끌어올리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사실 본보기 생산 공장의 무인화 달성 주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활동하던 당시부터 조금씩 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2011년 10월 무인화된 기계 가공직장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현지지도하면서 만족을 표시했다는 장자강 공작기계공장이다. 당시 이 공장의 무인화 직장은 "기계제품의 가공, 검사, 출하에 이르는 모든 공정이 콤퓨터로 조종 관리 운영"되고 있었다고 한다.

이보다도 먼저 무인화 체계를 만든 곳은 군수(국방공업) 부문이었다. 7차 당 대회에서는 "국방공업부문에서는 정밀화,경량화,무인화,지능화된 우리 식의 첨단 무장 장비들을 마음먹은 대로 만들어내고 있다"고 했다. 무인화를 매개로 보면 앞선 국방 부문이 뒤떨어진 민수 부문을 이끌어간다는 표현이 가능하다.

2002년 정식화된 선군시대 경제발전 전략인 '국방공업 우선, 경공업, 농업 동시발전 전략'의 핵심이 군수 부문을 우선적으로 발전시키고 여기서 획득한 기술 등을 민수로 전환하여 전체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따라서 2017년 신년사의 무인화 관련 발언은 군수 부문에서 우선적으로 발전시킨 '무인화' 기술을 민수부문으로 전환하는 시범 사업을 끝내고 전면적으로 확대할 단계에 왔다는 선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생산공정을 무인화하는 단계
ⓒ 강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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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이런 분석이 맞는다면, 2014년부터 도시 외형이 바뀌고 일반생활 수준이 향상되는 것을 볼 수 있었던 것처럼, 2017년에는 생산현장의 기술 수준이 급격히 높아지는 것을 볼 수도 있을 듯하다. 물론 이런 정책의 시행을 위해, 기술적, 정책적 준비와 별개로 자본이나 자원의 준비가 필요하므로 변화는 제한적일 수 있다. 하지만 기존 대형 공사들이 마무리되고 별도 자본, 자원 확보가 가능해진다면 변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도 있다.

처음으로 등장한 '최고생산년도 수준' 돌파

경제 부문에서 거둔 성과 중에서 이번에 처음으로 등장한 표현이 '최고생산년도 수준'을 돌파했다는 것이다. "수많은 공장, 기업소들과 협동농장들이 최고 생산 년도 수준을 돌파하는 자랑찬 성과를 거두" 었다고 했는데 이는 7차 당 대회 때에도 등장하지 않은, 처음 등장하는 표현이다.

사실 '최고생산년도 수준을 돌파했다'는 표현은 단위별로는 로동신문 등의 보도에서는 이미 등장했던 표현이다. 2014년 삼지연군과 대흥단군 감자 생산이, 2015년 자강도 누에고치 생산이 최고생산년도를 돌파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2015년 상원시멘트련합기업소가 최고생산년도보다 수만 톤 더 생산하였다는 성과였던 것 같다. 상원시멘트련합기업소 대표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16년 7차 당 대회 토론자로 나설 수 있었다. 앞에서 부문별 순서를 분석할 때에도 언급하였듯이 아마도 2014년, 2015년부터 건설, 건재 부문이 중요하게 언급되면서 대형 건설 사업이 진행되던 것과 연결된 일이라 할 수 있다. 건설 사업의 핵심 원료인 시멘트를 최대한 공급할 수 있는 계획이 세워져야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상원시멘트련합기업소의 자회사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2007년 상원시멘트련합기업소는 프랑스 라파스(라파르쥬) 건재회사와 합작하여 '평양 상원 시멘트합영회사'를 만들었다. 이 합영회사는 2015년 '개건 계획 1'을 마무리하고 '개건 계획 2'를 결정하였다고 한다. 이런 외부 자금과 기술의 공급이 상원시멘트련합기업소가 최고생산년도 수준을 돌파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앞으로 잘 살펴봐야 한다. (꼭 필요한 요소인지, 아니면 있으면 더 좋고 없어도 북한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인지. 북한 주장으로는 후자이지만 전자인 사례들이 꽤 많으니.)

2016년에 최고생산년도 수준을 돌파했다는 단위는 상원시멘트련합기업소 말고도 안변군 천삼 협동농장, 통천군 읍협동농장(알곡생산), 121호림업련합기업소(통나무), 신의주 마이싱 공장, 2.8직동청년탄광, 고산 과수 종합농장 등 꽤 많았다.

여기서 말하는 '최고생산년도'는 언제를 말하는 것일까? 북한에서 명확한 시기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대략 1980년대 후반, 즉 1987~1989년 즈음으로 추정된다. 그 이후부터는 사회주의권 전체가 붕괴하기 시작하였고 북한 경제도 극심한 침체기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부문별, 생산 단위별로 조금씩 최고생산년도가 다를 테지만 대략 이 시기 수준을 기준으로 삼고, 이를 돌파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은 듯하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는 통계를 숨기지만 성적이 좋으면 통계를 공개했기 때문에 조만간 자신들의 실적 등 수치화된 성과를 공개할 수도 있을 듯하다.

스스로의 다짐을 솔직하게 표현한 김정은

 

 

 2015년 10월 10일 북한군 열병식에 등장한 대륙간 탄도미사일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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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끝부분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스스로의 다짐을 솔직하게 표현한 부분이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던 것 같다.

"언제나 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는데 올해에는 더욱 분발하고 전심전력하여 인민을 위해 더 많은 일을 찾아 할 결심을 가다듬게 됩니다."

"나는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을 믿고 전체 인민이 앞날을 락관하며 《세상에 부럼없어라》의 노래를 부르던 시대가 지나간 력사 속의 순간이 아닌 오늘의 현실이 되도록 하기 위하여 헌신 분투할 것이며 티 없이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우리 인민을 충직하게 받들어나가는 인민의 참된 충복, 충실한 심부름군이 될 것을 새해의 이 아침에 엄숙히 맹약하는 바입니다."

많은 사람이 이 부분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으로 분석하면서 '수령의 무오류성'을 깬, 이례적인 표현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수령의 무오류성'은 북한 공식 문헌에 등장하는 표현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수령의 절대성'과 '당 정책의 무오류성'을 혼합한, 오해석이라 추정된다. 인간이 하는 일에 100%가 어찌 가능할까. 수령의 무오류성은 수령제 혹은 유일 체제에 대한 개인들을 잘못된 이해로 기인한 듯하다.

최고지도자 개인의 능력은 분명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자신의 능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지 못한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고 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을 수행하는 비서들에게 사정하기도 했다. 누가 뭐라 해도, 1990년대 북한 경제난은 최고지도자의 잘못이 아니라고 하기 힘들다. 게다가 1980년대 이전 과학기술자들을 홀대했다는 반성과 함께, 과거 정책이 잘못되었음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시인한 적도 있다. 따라서 1)과 같은 표현은 신년사에서 처음 등장한 표현은 맞지만, 이전에 없었던 표현이라 할 수는 없다. 아마도 연이은 수해피해에 대한 안타까움과 70일 전투, 200일 전투 등 속도전에 따른 피로도를 호소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기 위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2)에서 등장하는 '인민의 참된 충복, 충실한 심부름군'이라는 표현을 자신에게 한 것이 매우 특이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원래 이런 표현은 당원, 당일군에 대해 쓰는 표현이다. 따라서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이 최고지도자이면서 동시에 당일군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실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같은 최고지도자도 당원으로서 자신들이 포함된 세포가 있고 그 세포비서에게 총화를 해야 한다고 한다. 물론 최고지도자의 막강한 권한 때문에 이런 조직 논리가 제대로 발현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위와 같은 발언은 이제부터라도 이런 논리를 양성화하면서 당원, 당일군들의 분발을 끌어내기 위한 정치적 포석이라 할 수 있다. 2013년 1월에 개최된 '세포비서대회' 와 2016년 12월에 개최된 '초급당위원장대회' 등을 통해 기층 당원, 당일군들을 '사상투쟁'에 적극적으로 이끌기 위한 조치와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하여튼, 로동당 당원들은 이보다 더 가혹한 자기비판을 해야 할 테니 2017년은 그들에게 매우 힘든 한 해가 될 듯하다.

이 문장들과 함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고개 숙여 인사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2016년 신년사에도 빠르게 지나가긴 했지만 분명 인사하는 장면이 있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오히려 남한에서 더 높은 존재로 인식하는 듯하다.

기존의 해석에서 나온 잘못을 하나 더 바로잡자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최고령도자"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 김정은 사망 5주기를 기점으로 한다는 해석은 잘못되었다. 이런 표현은 이미 이전부터 쓰고 있던 표현이다. 다만 이번 신년사 앞에 '최고령도자'라고 쓴 것은 이번에 처음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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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대회, 볼 것 없는 잔치였나?

<북한 7차 당대회 분석①> ‘과학기술’로 미래비전을 제시한 7차 당대회


북한 7차 당 대회 이후 언론에서 많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양복을 입었다는 등 가십성 기사,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뻔한 내용의 기사, 변화없는 북한에 실망과 비판을 표하는 기사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북한 과학기술정책사’를 연구한 전문가들은 이번 7차 당대회에서 북한이 자신들의 미래비전을 ‘과학기술’로 제시했음에 주목합니다. 북한은 역대 당대회에서도 꾸준히 과학기술 정책을 제시해왔고, 특히 이번 당대회에서는 과학기술에 ‘선차’적으로 ‘집중’해 경제발전과 미래 과학기술강국을 꿈꾸고 있다는 것입니다.

‘과학기술’을 키워드로 이번 당대회를 분석하면, 우리가 대비하고 준비해야 할 ‘새로운 북한’을 전망할 수 있습니다. 겨레하나 남북관계연구자그룹에서는 전문가들의 기고 및 좌담으로 연재기획을 준비했습니다. <편집자주>


① 북한 당대회, 볼 것 없는 잔치였나? ‘과학기술’로 미래비전을 제시하다

② 북한이 꿈꾸는 과학기술강국은 가능한가? 역대 당대회와 과학기술정책 분석

③ [전문가좌담] ‘북한의 미래’에 주목한다



강호제 (NKTech.net 큐레이터, 극동문제연구소 객원연구위원)


    

북한의 7차 당대회가 끝났다. 6차 당대회 개최 이후, 36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흐른 뒤 개최된 북한 최고의 이벤트라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하면서 지켜봤다. 하지만 그 이벤트는 지루한(?) 토론과 회의일 뿐이었고 기대하던 ‘핵포기’ 혹은 ‘비핵화’나 ‘개혁’, ‘개방’ 등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도 안 나와 실망했다는 언급들만 쏟아졌다.


사실, 그런 기대를 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 북한은 핵 보유국임을 헌법에까지 명문화할 정도로 핵포기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또한 4차례 핵 시험 때문에 핵 물질에 대한 국제적 검증 자체가 불가능하여 북한이 핵 포기하고 핵 물질을 완전히 안 가지겠다고 선언해도 믿어줄 사람 혹은 방법이 전혀 없다.


게다가 북한은 사회주의 완성을 지상 최대 목표로 설정했고 외부에서 기대하는 ‘개혁’, ‘개방’을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줄기차게 했는데 계속해서 개혁 개방의 언급 유무가 변화의 출발이라는 설정은 잘못된 설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이번 당대회에서 줄기차게, 그리고 자세하게 언급하고 있는 ‘과학기술’, ‘경제’와 관련한 이야기를 제대로 분석하고 있는 기사나 분석 글이 거의 없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이번 당대회 핵심은 ‘과학기술’을 통한 ‘지식경제강국’ 건설을 핵심 미래 비전으로 제시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를 전혀 읽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애써 외면한 것인지 어떤 사설에서는 김정은에게 과거에서 눈을 돌려 미래를 보라고 충고했다. 이 사설 덕에 북한의 역사, 그것도 과학기술정책의 역사를 전공한 학자로서 당대회에서 제시한 미래비전을 자세하게 분석, 소개해야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낼 수 있었다.


우선, 당대회의 의미와 '총화보고'를 읽는 방법과 이번에 김정은이 밝힌 총화보고의 전체적 흐름과 핵심만 정리해보자.


당대회는 과거에 대한 평가와 함께 미래 비전 제시하는 행사


북한은 ‘당=국가’를 추구하는 사회주의 국가이다. 과거 사회주의 국가나 현실 사회주의 국가 모두가 ‘당=국가’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은 ‘조선로동당’이 국가를 주도하는 것을 추구하는 사회주의 국가이다.


이러한 국가에서 '당대회'라는 것은 그들이 추구하는 이상이나 미래 비전을 논의하는 자리라 할 수 있다. 지난 당대회에서 합의했던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어떤 일을 했으며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평가하는 것도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더 중요한 일은 이러한 평가를 바탕으로 자기들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토론 및 합의를 하는 자리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당대회에서는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총화 보고’를 하고 이에 대해 ‘토론’을 한 후, 합의된 결과에 맞게 추진 주체(사람과 조직)을 만드는 일을 한다. 그 최종 결과는 ‘결정서’로 채택된다.


북한이 이번 당대회에서 제시한 ‘미래비전’은?

   

이번 북한의 7차 당대회 의미를 이렇게 파악한다면, 당연히 김정은이 1박 2일 동안 보고한 ‘사업총화’와 함께 다른 사람들의 ‘토론’, 그리고 ‘결정서’를 함께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내용도 과거에 대한 평가와 함께 ‘미래 비전’을 어떻게 제시하고 있는 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7차 당대회 관련 대부분의 보도나 분석글에서는 이러한 북한의 ‘미래 비전’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열심히 분석하고 있는 것은 사람, 즉 인사와 관련한 일이다. 물론 인사에 모든 것이 담겨 있긴 하겠지만 사람과 직책의 변화만으로 ‘컨텐츠’를 읽을 수는 없기에 한계가 많을 수밖에 없다.


총화보고는 시간 축으로 나누어 읽어야


당대회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총화 보고’는 구성 자체가 ‘과거에 대한 평가’와 ‘미래 비전 제시’로 나누어져 있고 그 분량도 미래 부분이 더 많다. 그래서 정치, 사상, 경제, 문화, 당, 남북관계 등의 항목들(y축)을 과거/현재/미래라는 시간 순서(x축)로 나누어보면 총화보고가 어떤 구조로 되어 있으며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이렇게 내용을 2차원으로 나누어보면, 과거 완료형으로 이야기하는 부분과 현재 진행형으로 이야기하는 부분, 그리고 미래 목표로 제시된 부분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 7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 분석 그래프>


▲  총화보고에서 언급된 내용을 시간 순서로 나누어 정리한 것. 과거 평가와 미래 비전으로 제시된 영역이 명확히 구분된다. 그리고 완료형으로 언급된 것과 미래 과제로 제시된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총화보고에서 미래 비전을 읽고 싶다면 과학기술, 그리고 경제를 보지 않으면 안 된다. [도표 - 강호제]

 


정치 사상, 군사 : 과거 완료형

북한, '정치사상강국' 자신감 선보여, '군사강국'은 현재진행형?


과거 완료형으로 제시된 가장 대표적인 부분이 ‘정치 사상’ 부분이다. ‘김일성 김정일 주의’로 명명된 ‘주체의 사상론’과 ‘일심단결의 혁명철학’, ‘자주의 정치로선’ 등이 온 사회에 확실하게 자리잡았다는 선언이 있었다.


정치 사상 부분에서 국가의 미래 비전을 이야기할 때에는 ‘사회주의 강국’, ‘정치사상 강국’이라는 말이 쓰였다. 이러한 정치, 사상 부분이 과거형으로 끝나지 않고 미래 지향적인 측면까지 있다는 것을 ‘계승’과 ‘청년문제 해결’이라는 말로 표현하였다. 이는 정치, 사상 부분에서 고민하고 투쟁했던 시기에 살았던 나이든 사람들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청년과 후대들의 정치, 사상적 문제를 해결했다는 선언인 것이다. 정치, 사상적 측면에서는 과거, 현재, 미래 모든 시점에서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군사적 측면은 과거 완료형 표현도 있지만 현재 진행형으로 표현된 부분도 있다. ‘핵’을 비롯한 막강한 무기와 일심단결된 군대까지 보유하여 ‘불패의 군사 강국’을 이루었다는 선언이었다.


하지만 이런 결과가 최근 십 수년 동안 ‘국방 공업과 국방 과학기술’의 발전에 의한 것이고 아직 완비된 것은 아니기에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핵무기 보유를 계기로 확실한 군사강국이 되기는 했지만 아직 규모나 수준, 종류 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미래 과제가 함께 제시된 것이다.


경제, 그리고 과학기술 : 미래 비전의 핵심

완료형 한번도 못쓴 ‘경제’ 부분


아직 ‘완료형’ 표현을 한번도 쓰지 못한 부분은 ‘경제’ 부분이다. 따라서 이번 총화보고의 미래 비전 부분에서 핵심 내용은 ‘경제’ 부분에서 ‘강국’이 되기 위한 방법 등을 담은 제안이라 할 수 있다.


‘정치사상 강국, 군사 강국, 경제 강국’이라는 표현은 1990년대 후반에 등장한 ‘강성대국’ 건설의 세 가지 구체적인 모습으로 제시된 것과 같다. 당시에도 정치사상 강국과 군사 강국은 이루었지만 경제강국만 더 완성하면 강성대국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번 총화보고 내용은 아직 강성대국 건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간접적인 시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총화 보고는 김정일 시대에 제시된 강성대국 건설 전략보다 발전된 형태이다. 과거에는 경제나 군사의 하위 개념으로 등장했던 ‘과학기술’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상향 조정되고 구체화되었다. 그리고 목표를 완전히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목표 달성을 위한 기반이나 토대를 구축하였고 일부이지만 앞선 부분에서는 목표 달성하기도 했다고 한다.


김정은이 직접 “경제 전반을 놓고 볼 때 첨단 수준에 올라선 부문이 있는가 하면 어떤 부문은 한심하게 뒤떨어져 있”다고 한 것은 바로 이런 지점이다. 첨단 수준에 올라섰다고 이야기하는 군수공업, 즉 기계제작공업, 연료공업, 재료공업 등과 관련한 부분에서 일부 목표를 달성했고 이것이 다른 부문의 발전을 도모할 기반이자 토대로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인 것이다.


군수 부문에서는 ‘완료형’인 것이 민수 부문에서 아직 ‘완료형’이 안 되어서 앞으로 군수의 민수 전환이라는 전체 정책적 기조로 경제 전반에서도 강성대국 조건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강국, 경제강국보다 앞서 제시


강성국가론이 제시될 당시 과학기술은 경제강국을 건설하기 위한 방법, 혹은 핵심 요소로 강조되면서 ‘강성국가 건설을 위한 3대 기둥’으로 ‘사상 중시, 총대 중시’와 함께 ‘과학기술 중시’가 거론되는 수준이었다. ‘과학기술 중시’를 통해 ‘경제강국’을 건설하여 ‘강성국가’를 만들자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번 총화 보고에서는 ‘과학기술 강국’이라는 독자적인 부문으로 인정됨과 함께 ‘경제강국’ 건설보다 앞선 순번으로 제시되었다. 즉 김정은은 ‘사회주의 위업의 완성’을 위해 5가지 과제를 제시했는데 과학기술 강국 건설은 ‘온 사회의 김일성 김정일 주의화’에 바로 뒤이은 과제로 제시하였다. 이는 경제강국 건설, 문명강국 건설, 정치 군사적 위력 강화보다 앞선 과제라는 점에서 중요도가 대폭 높아진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꾸준히 ‘과학기술발전계획’ 발표해온 북한


총화 보고의 미래 비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과학기술에서 찾고 있다는 점은 ‘국가경제 발전전략’과 함께 ‘국가과학기술 발전전략’이 동시에 제시되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제목에 들어 있었기 때문인지 ‘국가경제 발전전략’이 이번에 새롭게 제시되었다는 점, 특히 ‘5개년 경제발전 전략’이 언급되었다는 점은 언론기사나 분석글에서 많이 거론되었다.


하지만 ‘국가과학기술발전전략’이 같은 전략 수준으로 함께 언급되었다는 점은 어떤 기사나 분석글에서도 다루지 않았다.


북한은 ‘3차 7개년 경제발전계획(87~93)’이 실패로 끝난 후 한 번도 경제발전계획을 공개 발표한 적이 없다. 하지만 과학기술발전 계획은 최근까지도 계속 발표해왔다. 고난의 행군이 끝날 때 즈음 처음 제시된 ‘5개년 과학기술 발전계획(1차: 1998~2002)’은 현재 ‘4차’ 계획이 시행되고 있고 2012년에는 2022년을 목표로 ‘장기 과학기술 발전계획’까지 제시되었다.(물론 구체적인 내용은 모두 공개되지 않았고 존재 자체가 계속 언급되었다.)


경제와 과학기술 양쪽 모두의 장기 발전계획이 마련된 점에서 보면 북한의 국가 상황이 1980년대 후반 수준을 회복했다고 볼 수 있다. 1980-90년대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의 혼란 상황을 어느 정도 극복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국가경제 발전전략과 함께 ‘단계별 계획’을 현실성 있게 세우라는 언급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장기발전계획은 ‘전략’과 ‘계획’ 2중으로 된 것 같다. 즉 5년 정도의 장기발전 ‘전략’이 경제와 과학기술에서 제시되었고 각각에 대해 단계별로 ‘계획’이 추가된 형태라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이는 1980년대 후반과 달라진 지점인데 좀 더 규모나 복잡도가 커진 것에 대한 대응이라 할 수 있겠다. 전략만 제시되었다는 점을 들어 구체성이 결여된 수준미달이라는 평가도 있던데 이는 과한 평가인 듯하다.


북한이 꿈꾸는 미래는 과학기술을 통한 ‘지식경제강국’


이렇게 중요해지고 비중이 높아진 과학기술 부문의 미래 비전은 무엇이라고 제시되었을까? 이와 관련된 것이 바로 ‘지식경제강국’이라는 표현이다. 즉 정치 사상 부문을 강조한 미래 비전이 ‘사회주의 강국’이라면 과학기술 관련 미래 비전이 바로 ‘지식경제강국’인 셈이다.


인민경제의 전략적 노선이 ‘인민경제의 주체화, 현대화, 과학화’에서 ‘정보화’가 더 추가된 ‘인민경제의 주체화, 현대화, 정보화, 과학화’로 바뀐 것도 ‘지식경제강국’ 건설을 위한 변화라 할 수 있다.


평양에 과학기술전당을 만들고 지방에는 미래원 혹은 과학기술보급실을, 대학과 지역 거점에는 전자도서관 등을 만들어 생산현장과 교육현장, 지방과 평양 사이의 정보 소통 제한을 없애려는 시도는 이런 흐름 상에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연구인력 3배 늘여야” 생산현장 및 교육체계까지 구체적 변화 예고


   

실제로 총화 보고에서 과학기술 내용은 아주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제시되었고 여러 다른 분야에까지 걸쳐서 언급되었다. 과학기술 활동의 핵심인 연구기관 뿐만 아니라 공장이나 기업소와 같은 생산현장까지 과학기술 관련 목표가 제시되었고 궁극적으로 교육의 내용과 방법에서도 변화를 예고하였다.


2012년 교육관련 제도를 개선하면서 정치, 사상 교과보다 수학, 과학, 기술 교육을 대폭 강화하였고 교과서를 좀 더 실용적이고 효과적인 것으로 개정하였다. 중등 교과과정 뿐만 아니라 대학 교육체계와 일하면서 배우는 교육체계까지 대폭 수정하고 있다.


총화보고에서 ‘과학기술 부문 연구인력’을 가까운 기간 안에 ‘3배’ 가량 늘여야 한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는 총화 보고에서 구체적인 목표 수치를 밝히 유일한 사례이다. ‘전인민 과학기술인재화’라는 교육의 목표는 과학기술을 통해 지식경제강국을 건설하겠다는 미래 비전의 또 다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과학기술은 경제강국건설의 기관차” 선차적 목표로 제시


총화 보고에서 김정은은 ‘경제강국건설’이 현 시기 총력을 집중해야 할 ‘기본전선’이라고 하면서 “과학기술이 경제강국건설에서 기관차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과학기술강국’은 ‘선차적’으로 점령하여야 할 중요한 목표라고 명확히 밝혔다.


즉 정치사상 강국이 된 지금 시점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할 것은 과학기술인데,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경제발전은 물론, 군사력 강화를 이룰 수 있고 이를 위해 교육 내용은 물론 시스템 전반을 고쳐나가자는 것이다.


이런 목표가 달성되면 사회주의 강국, 군사강국에 이어 과학기술 강국, 즉 지식경제 강국이 달성되고 이것이 과거부터 목표로 내세운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국방과학기술, 군수의 민수 전환(Spin-off) 가속화 예상


이번 총화보고에서 김정은은 북한의 국방 과학기술, 국방 공업이 최상의 경지에 올랐다고 선언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선언의 근거인 우주발사체, 인공위성, 대륙간탄도미사일, 수소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였다.


아마도 실물을 보지 않았다면 북한의 선전, 선동으로 치부되었겠지만, 당대회 개최 1~5개월 전에 실물로 보았을 뿐만 아니라 그 평가까지 내렸기 때문에 지금은 누구도 이를 부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과학기술은 이중, 삼중 용도를 갖는다. 군사적으로 높은 수준에 도달한 것은 당연히 민수로도 활용도가 높다. 남루한 외모에 옛날 분위기의 북한이 가진 최첨단 기술은 대부분 군수 쪽에 보유되어 있다. 따라서 앞으로 북한이 가진 군수 기술, 인력, 자원이 민수로 얼마나 빠르게 효율적으로 이전되느냐에 따라 북한 경제의 앞날이 결정될 것이다.


7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과제의 달성 여부도 여기에 달려 있다. 이번에 박봉주 내각총리가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되었다. 군인이 민수 부분에 파견되어 지원해주는 형태를 넘어 민간에서 군수 관련 부분의 지시를 하게 되었다는 의미라 할 수 있다. 앞으로 북한의 변화는 이전과 또 다른 차원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겨레하나 남북관계연구자그룹의 <북한 7차 당대회 분석 연재기획> 첫번째 글 입니다. 오마이뉴스와 통일뉴스에도 게재되었습니다. 

필자 강호제 박사는 NKTech.net 큐레이터, 극동문제연구소 객원연구위원입니다. '북한과학기술정책사'를 전공하였고, 저서로 <북한 과학기술 형성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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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_겨레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