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오는 봄을 밀어내기라도 하는 듯, 엄청난 폭설이 내렸습니다. 그래도 기온은 어쩔 수 없이 봄을 실감케 합니다. 유달리 추웠던 올해 겨울은 이제 서서히 걷혀가나 봅니다.

 

그렇지만 지난 몇 년간 얼어붙은 남북관계는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임기가 끝나면 남북협력의 분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지금은 북한과 미국 간에 로켓발사, UN 추가 제재, 핵 실험 예고라는 강경에 초강경으로 응대하며 한반도가 위험스럽기만 합니다. 일각에서는 나로호와 북한의 로켓 발사를 비교하며 북한에게만 제재를 가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이중 잣대라는 평도 있고, UN 추가 제재가 북한의 모든 대외 경제활동을 틀어막을 수 있는 가혹한 처사라는 의견도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임박한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미국이 핵잠수함이 참여하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이 2월 초 동해에서 예정되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한·미 연합훈련에 참여할 미국 핵잠수함 ‘샌프란시스코호’가 경남 진해 해군기지에 정박해 있는 모습.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인도적 대북지원은 남북의 정치적 상황에 휘둘려 중단되고, 아주 극소량의 지원과 물자만 허용되는 등 “인도적”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정치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급기야 5.24 조치로 인도적 대북 지원은 전면 중단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최근 북에 다녀온 사람들에 따르면 북한 어린이를 위해 만들었던 빵공장, 콩우유 공장은 원료가 들어가지 않아 가동이 중단된 상태며, 기계들이 녹이 슬어 지원을 재개하더라도 다시 가동이 될지 의문이라고 까지 이야기합니다. 겨레하나에서 지원했던 양묘장과 치과병원 등의 운영도 어떻게 되고 있는지 확인 할 수조차 없는 상황입니다.

 

겨레하나를 포함한 인도적 대북 지원단체들은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일환으로 작년 말부터 인도적 대북지원 재개를 위한 “사회적 협약”을 시작하였습니다. 대북민간단체들이 첫 삽을 뜨고, 이후에 500여명의 종교계, 시민단체, 학계 등 주요 인사들이 동참하였으며, 새 정부와 국회에도 동참을 건의한 상태입니다. 더불어 남북관계 개선 및 인도적 대북지원과 관련하여 “박근혜 새 정부에게 보내는 건의서”를 제출한 상태입니다.

 

출범도 하기전에 남북관계 및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새 정부의 대북정책이 주목된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새 정부의 남북관련 정책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르게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지금의 추이로는 남북관계가 급작스럽게 좋아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각종 재난에 대한 긴급 구호,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있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그리고 우리 동포들의 삶의 질 향상에 필요한 개발 지원 등의 인도적 지원은 남북의 정치적 상황과는 별개로 진행되어야 하는 순수한 인도주의적 원칙에 입각해야 합니다. 남북의 정치적 상황이 긴장되고 대결적으로 치닫더라도 인도적 지원과 이를 통한 남북간의 교류가 진행된다면 극한의 상황으로까지 발전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나아가, 인도적 지원이 화해 협력, 평화의 분위기가 형성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남북관계 개선을 표명했던 박근혜 정부는 민간단체들이 제안한 “사회적 협약”에 동참하고 “건의서”를 받아들여 남북협력, 화해와 평화의 시대를 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첫 시작은 인도적 대북 지원의 재개입니다.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NLL 공세는 정말 얄밉다는 생각이 든다. NLL의 실체를 왜곡하고, 공개할 수도 없고 공개해서도 안 되는 정상회담 대화록을 문제 삼는 것 때문만이 아니다. 얄밉다고 말하는 까닭은 다른 데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영토선 포기 발언’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뭐랄까, 너무도 말초적이고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보수와 중도 유권자를 결집하고 흔드는 효과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성과 합리성의 바깥에서 오감을 주무르는 관능미를 인정할 지경이다.

 

새누리당이 NLL 문제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려는 이유는 이 이상으로 섹시한 캐치프레이즈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아, 이 구태의연한 정치. 구태의연함은 구태의연함 나름의 생존력이 있다는 뜻이다. 정치적 결과물은 이성보다는 감성 수준에서 도출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성이 충만한 사람들은 괴롭다. 민주주의가 모순덩어리로 느껴지기도 한다. 아, 민주주의! 이런... 글이 점점 감성으로 충만해지는군.

 

******

 

지난달에는 대선후보 주요 3인의 대북정책을 비교했다. 다른 정책들은 모르겠지만 대북정책에서만큼은 각자의 개성이 잘 드러나 있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햇볕정책의 계승자’임을 자임하며 가진 것이 많음을 과시하듯 정치-경제 양면에서 과감한 공약을 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정치적 접근을 최소화하고 ‘혁신경제와 평화의 선순환’이란 논리로 북방경제론에 방점을 찍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기존의 남북합의를 존중하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구축하겠다고는 했지만 특유의 공허한 원칙론의 반복일 가능성이 커 보였다.

 

 

 

 

솔직히 야권의 두 후보 공약을 꼼꼼히 살피며 ‘이렇게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떨치기 힘들었다. 문재인 후보의 남북경제연합과 한반도 평화구상, 그대로 실현된다면 이는 엄청난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북방경제에만 주목하고 있지만 하나하나의 공약들은 한반도의 냉전질서를 뒤흔드는 변화를 동반하기에 충분하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라는 국민적 공감대 위에서 야권의 대북정책은 대륙을 달리는 꿈에 부푼 기관차처럼 후끈후끈 들썩들썩하다.

 

******

 

하지만 홍역을 치르듯 현실의 벽이 만만치 않음을 대선 전에 이미 실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룬 뒤에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 이렇게 일찍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게 될 줄이야. 원칙적으로는 질타하고 싶지만 과거에도 NLL을 고수했으며 앞으로도 고수하겠다고 말하는 문재인 후보의 처지도 이해가 된다. NLL이 뭐가 대수냐고 대응했다가는(문재인 후보의 공약으로 볼 때 NLL은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의미도 없는 것이다) 그 역풍은 예측불가일 테니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영토선 포기’라는 것은 다분히 말초적이라서 어딘가 인간 근원의 공포를 자극하는 면이 있다. 특히 한반도에 사는 우리에게 그 공포는 더욱 예리하게 정치적 판단을 파고든다.

 

그래서 NLL 논란을 보며 조금 생각이 복잡해졌다. 정권교체를 이룬 뒤 새 정부는 남북관계의 속도를 어떻게 잡는 게 바람직할까. 이성적 판단이 아닌 감성적 판단으로 충만한 남북관계, 한미관계, 북핵 등의 난제를 어떻게 풀어가는 게 바람직할까. 과감한 정책 이행으로 국민 합의를 주도하는 게 옳을까. 아니면 돌다리 두들기듯 하나하나 국민 합의를 거쳐 나아가는 게 좋을까. 귀로 듣기에는 후자가 무난하지만 사실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전자를 주문하자니 이념갈등의 소용돌이 속에 간만에 다시 띠운 통일호가 침몰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지금으로서는 잘 모르겠다. 정권이 바뀌고 들떠 흥분하지 않고 대북정책은 항상 난제임을 인정하고 차분히 숙고하며 매 순간 올바른 결정을 내려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민중의소리] “이명박 정부가 나를 슬기롭게 만들었다”

                     인터뷰 -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김이경 사무총장

 

 

“정말 재미없어요.”
남북관계를 주로 다루는 기자와 민간 대북지원 단체 사무총장이 얼굴을 마주 보며 나눈 대화다.

남북관계가 안 풀린 지도 너무 오래됐고 경제협력이나 민간 차원의 교류, 대북지원 등 모든 분야의 활동이 ‘스톱’된 지도 오래됐다. “정부는 전향적으로 나서라”고 외치기도 입에 군내 나도록 했고, 해도 해도 안 되니 자포자기 심정이 들기도 했다.

기자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 재작년 기사도, 작년 기사도, 또 올해 쓰는 남북관계 기사도 “얼어붙은 남북관계” 운운, 크게 달라진 내용이 없으니 “정말 재미없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이 말이 남북관계나 통일 문제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더 중요해졌다는 게 옳은 표현일 것이다.

김이경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겨레하나) 사무총장을 6일 만났다.

“친정 식구보다 자주 만났었는데...”

51개 민간 대북지원단체가 모인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를 비롯해 민간지원단체의 숫자는 꽤 많다. 지원 대상, 내용, 방식 등도 다양하다.

영유아 등 취약계층 대상 긴급구호를 주되게 하는 단체부터 공장 짓기 사업 등 중장기 개발협력 방식으로 나아가는 단체 등. 대북지원사업이 10여년 이상 이어지면서 그 내용도 다양해지고 수준도 높아졌다.

그러나 정부의 ‘5.24조치’ 이후 ‘취약계층 대상 인도지원’만 선별적으로 허가가 나면서 이러한 ‘다양성’은 사라지고 과거로 퇴행한 상태다.

 

겨레하나 김이경 사무총장 (사진출처. 민중의소리)


 

“지난 정권에 비하면 엄청나게 달라졌다. 긴급구호 성격에서 공장을 지어준다거나 개발협력으로 가는 추세였는데 이 모든 게 이명박 정권 들어 중단됐고, 밀가루 같은 경우 나가던 것조차 올초부터 완전히 중단됐다. 그러면서 나온 게 북측의 분배계획서를 승인조건으로 내세운 거다. 그걸로 대북지원을 반대하는 보수언론의 목소리나 정권 내부의 사람들을 진정시켰던 듯하다.

그러니까 북에서도 어느 정도 해주다가 갈수록 ‘이런 식의 지원은 해서 뭐하냐, 해도 해도 너무 한다’, 민간도 ‘이런 지원 더 이상 하지 말자’ 이러다가 국방위원장 사망 후 완전히 ‘올스톱’된 거다.

대북지원 단체들이 문도 닫고 위축되고 지원양도 비교 안 되게 줄었다. 우리도 전에 평균 1년에 40억 넘었는데 작년에 몇천만원 수준이었다.”

한창 땐 한 달에 세 번도 만나고 “친정 식구들보다 자주 만났던” 사람들과도 못 만난 지 오래다.

공장사업 등 협력사업이 ‘스톱’된 상황도 마음의 짐이다.

“병원 지어주다 지붕 못 덮어서 물에 젖고 밀가루 빵공장 같은 데는 밀가루 보급이 끊어져 피해가 엄청나고 우리 쪽 사정으로 인한 손실액을 어떻게 숫자로 표현하겠나. 앞으로 공장사업 지속하자고 말하기도 미안한 상황이다. 북측이 부담스러워 하는데 공장 짓는 게 더 좋다고 설득해서 추진했는데 우리가 책임을 못 진 거니까...”

김 총장은 이처럼 민간단체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후원자들은 줄지 않았다”고 말한다. 다만 반출이 안 되고 있을 뿐. 경색된 남북관계를 답답하게 바라보다가도 힘을 잃지 않는 동력이다.

“사람들이 참 따뜻하다. 폭이 넓진 않아도 꾸준하게 늘 마음을 주시는 분들이 많다.”

“우리가 왜 기죽어야 하냐”

그는 “이명박 정부에 고마운(?) 게 단체들이 단결이 잘 된다”고 말한다.

“단체들 특성상 각자 창구를 유지해야 하고 주된 협력 파트너가 누구냐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다양성이 민간의 특성이기도 하고. 그런 특징 때문에 ‘헤쳐모여’가 잘 안 됐었다.”

‘단결이 잘 된다’는 말은 재작년 무렵부터 북민협 등을 중심으로 정부를 향해 “더 이상 못 참겠다”며 한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이다. 대북지원을 선별적으로 허용하면서 정부가 ‘대북제재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다.

“재작년에 제일 많이 목소리를 냈다. 작년에도 그랬고. 근데 아무리 해도 정부가 요지부동이고, 국회의원을 만나봐도 표 안 되고 ‘퍼주기’ 문제 이런 것들 때문에 못 하고, 단체들도 지치고 자포자기 심정이 됐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금, 김 총장은 ‘위풍당당’을 외친다. 잘못된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위축되고 자포자기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싸워도 안 되니까 포기하는데 그러지 말고 모금도 하고 우리 주장을 하자, 그게 여론사업이고 국민을 설득하는 거다. 우리가 기가 죽을 필요가 뭐가 있냐. 당장 물자를 보낼 수 있든 없든 뭐가 그리 중요하냐. 우리 마음이 중요하다.”

올해 봄가뭄과 큰물, 태풍 등 자연재해가 이어지고 국제곡물가 상승이 예상되는 등 북측 식량난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올 가을 곡물 생산량이 60만t 가량 줄어들 것으로 통일부는 추정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단체들이 ‘캠페인’을 통해 범국민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긴급 수해지원의 의미는 크다. 오는 11일 밀가루 500t이 처음으로 북측에 전달된다.

“특히 북민협이 개성을 방문해 수해지원에 합의한 것은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처음 만난 거니까 의미가 남다르다.”

그럼에도 그는 대북지원을 해야 하는 이유로 ‘북이 어려우니 도와주자’ 라고만 접근하는 것보다 “우리 주장이 틀리지 않은데 위풍당당 이야기하자”고 접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실제 정권 내 강경세력의 입장은 북이 어려울수록 더 압박해야 무릎 꿇고 나온다는 것 아닌가. 그들은 현 정부가 ‘지난 정부와 달리 일관성 있는 대북정책을 폈고 성공해왔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나.”

김 총장이 ‘위풍당당’을 외치기까지 마음고생도 많았다. 겪고 또 겪다보니 오히려 중심, 원칙을 단단히 잡게 됐다. “이명박 정부가 나를 슬기롭게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김 총장은 “어떤 식으로든 민간교류를 해야 한다. 공장사업이 좋을지 밀가루가 좋을지 서로 생각도 다양하지만 남북이 민간의 필요성을 찾아가면서 자꾸 만나면서 통일의 주체역량이 강화되고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거다”라고 말한다.

대북지원사업이 성장하면서 장기적인 구상도 다양해졌다. 겨레하나는 이후 방향이 ‘전문교류’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남북관계가 좋아지고 사업이 진행되면 갈수록 긴급 구호성 인도지원은 줄어들 거라고 본다. 이후에 전문 분야별 교류 쪽으로 가야 한다는 구상이다.

예를 들어 농업교류라면 농민 교류가 아니라 전문학자 간 만남을 통해 북과 우리의 농업이 상생할 수 있는 조건, 서로의 경제체제에 조응하면서도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그 안에서 민간의 역할을 찾아가려는 고민이다. 또 전문교류 할 때 북이 필요로 하는 기자재나 실험장비를 지원하면서 그 성과를 공유하는 형태로 가지 않겠나, 그에 대해 자신감이 있다.”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3월 28일 공개된 중앙선관위의 유권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총선에서 후보자를 선택하는 데 크게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정책․공약(34.0%)’이 1위를 차지하고 ‘인물․능력(30.8%)’이 2위를 기록했다. 3위는 ‘소속정당(13.8%)’이었는데 전반적으로는 ‘인물·능력’의 고려도가 줄어들고 ‘정책․공약’의 비중의 커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솔직히 이런 조사 수치를 접할 때마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소속정당의 퍼센티지가 상대적으로 너무 낮기 때문이다. 정당이란 본질적으로 자기 기반이 되는 계급과 계층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집단일 터, 화려한 정책들이 곧잘 말잔치로 끝나는 이유는 이러한 정당의 성격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물론 하나의 안전장치가 있긴 하다. 선거가 정책을 지키지 않은 정당에 대한 심판 기능을 확실히 발휘하면 정책 수행을 강제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주의와 보수양당 체제가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우리 사회의 지난 선거들은 심판 기능을 거의 발휘하지 못했다. 그 어느 때보다 정당들이 듣기에 달콤한 공약들을 쏟아내고 국민들도 이목을 집중하는 이때, 소속정당을 고려하는 수치 13.8%가 전체 공약 중 실제로 이행되는 비율로 읽힌다면 지나친 비관일까.

 

《민족21》 4월호에 주요 정당(새누리당,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의 대북정책을 비교하는 기사를 실었다.

 

일단 각 정당들의 통일공약과 대북정책 관련 자료를 모았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자료는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사실 어렵다면 이상한 일이다. 국민들이 가장 눈여겨보는 것이 ‘정책․공약’이라고 하지 않는가. 각 정당 홈페이지 들어가면 가장 눈에 띄는 위치에 공약이 배치되어 있다. 클릭하면 문서로도 다운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대북정책이 보이지 않았다. 뭐, 고려할 부분이 많겠지. 며칠 더 기다렸다. 하지만 다른 정당들이 대북정책을 발표한 지 한참이 지난 3월 중순이 지나도록 홈페이지에 관련 내용이 올라오지 않았다. 기사 마감은 다가오고 어쩐다. 그래서 새누리당에 전화를 걸기로 했다. 기자로서 정당에 전화를 거는 일이 특별히 어색할 것은 없지만, 새누리당에 전화를 걸기는 처음이라 공연히 입술을 다셨다. 홈페이지에 실린 대표전화 번호를 눌렀다.

 

 

 

“새누리당입니다.”

 

중년 여성의 목소리였다. 사정을 설명하자 전화를 돌려주었는데 이번에는 상당히 어린 목소리의 여성이었다. 청년 고용을 실천하는 것일까.

 

“다른 곳으로 돌려드릴게요.”

 

내가 설명을 잘못 했거나 처음 전화를 받은 분이 실수를 했나 보다. 어찌어찌 두어 번 같은 설명을 하며 통일․대북 분야 정책위 관계자와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저희 정책 다 나왔는데, 홈페이지에 없던가요?”

 

정책위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정책이 공개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나는 그와 통화를 나누며 홈페이지를 샅샅이 뒤져보았다. 하지만 대북정책 관련 내용은 없었다. 정책위 관계자는 자신이 연락을 주겠다며 내 연락처를 물었다. 그리고 대략 한 시간이 지나고 전화벨이 울렸다.

 

“음.. 당에서 대북정책을 언제 공개할지 아직 고려중인 것 같습니다. 공식 자료는 못 드리지만 제가 다 말씀드릴 수 있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정책위 관계자에게서 들은 새누리당의 대북정책에는 ‘기대를 벗어난’ 내용은 없었다. 대단히 원론적이고 조심스러운, 절대로 이목을 끌지 않겠다는 의지의 산물답게 두루뭉술하고 애매모호했다. 안보강화, 국민적 합의, 대화, 통일의 길 등이 거론되는데 별 생각 없이 들으면 뭔가 원칙적인 듯하지만 실은 공허하고 텅 빈 단어들일 뿐이다.

 

물론 새누리당은 대북정책에서 MB정권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박근혜 위원장 개인만 보더라도 통일 사안과 관련해 MB와 조금은 다른 길을 걸어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반북․대결적 정서에 뿌리를 둔 자신들의 지지층과 등을 돌리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일부 사람들은 박근혜 위원장을 ‘원칙’이란 어휘로 치장해 추켜세운다. 대한민국의 앞으로의 5년이 그 ‘원칙’이란 단어의 공허함을 확인하는 시기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신고
Posted by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