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21'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2.06.26 대면적 관계와 직설화법 (1)
  2. 2012.03.29 새누리당의 대북정책을 파악하라
  3. 2012.03.15 행복한 통일이야기_안영민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소개팅(blind date)에 적용되는 이 원리는 남북관계에도 통하는데, 2000년대 중반 통일운동이 급격히 그 동력을 상실한 까닭과도 관련이 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적 합의’라는 표현을 쓴다. 대북지원과 유화적인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동조를 뜻하는 말이다. 2000년 6․15공동선언 직후에는 국민적 합의 정도가 높았다. 퍼주기 논란도 적었다. 곧 다가올 통일의 감동이 물결치던 때였다.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민족적 동질성’이 돋보기로 확대한 것처럼 눈에 들어오던 때였다.

 

하지만 곧 실망의 계절이 찾아왔다. 2002년 제2차 연평해전으로 싸늘해진 마음은 2006년 북의 핵실험으로 굳게 닫혀갔다.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경기대회에 응원단으로 참석한 북의 여대생들이 빗물에 젖은 현수막(김정일 위원장의 사진이 찍힌)을 보호하겠다며 철거했을 때에도 남쪽의 국민들은 당혹해 했다. 결국 남쪽 국민들 마음속에는 종양과도 같은 의혹이 커져갔다.

 

‘저들은 변하지 않는구나.’

북이 변해야 통일이 된다고 생각하던 남쪽 사람들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남쪽이 변해야 통일이 된다고 생각하던 북쪽 사람들도 아마 비슷한 실망감을 느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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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과감하게 역사를 긍정하는 차원에서, 2000년 이후 12년간의 남북관계가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줬다고 치자. 그 교훈은 남과 북이 서로 무척이나 다르다는 점, 그러면서도 서로를 무척이나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민족21》6월호에는 빠르게 진행되는 북 젊은 세대의 의식변화를 다룬 기사와 함께 ‘남북의 다름과 이해’라는 제목의 기획 기사를 실었다. 북은 변한다 해도 우리와 다른 바탕에서 다르게 변화한다. 그러므로 기본은 한결같다.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

 

북의 문화와 영화 전문가인 건국대 전영선 교수를 인터뷰하기 전, 《민족21》에 글을 보내주시는 문화기획자 김지은 씨를 만났다. 기획 기사와는 전혀 무관한 만남이었다. 하지만 전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그날의 만남은 중요한 이야깃거리가 됐다.

 

필자가 김지은 씨와 만난 이유는 불편함 때문이었다. 한 번도 직접 대면한 적이 없는 관계여서 전화나 이메일로 원고를 부탁드릴 때마다 조심스럽고 힘들었다. 혹시 무례를 범하여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는 않을까 싶어 표현 하나하나에 신경을 기울였다. 친분이 있는 다른 필진(쌀집아저씨 장형준 선배 같은)에게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내 말을 곡해하거나 오해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김지은 씨와 만나 점심을 먹은 다음부터는 훨씬 편하게 전화 통화를 나눌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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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선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김지은 씨를 만난 이야기가 나온 이유는 북쪽 사람들의 화법 때문이었다. 전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북쪽 사람들은 돌려서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다고 한다. 예를 들어 예의상 ‘전화 드리겠습니다.’고 하면 진짜로 연락을 할 줄 알고 전화를 기다린다. 또 ‘언제 한 번 찾아오십시오.’라는 말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찾아간다. 우리가 의례적으로 의미 없이 건네는 무수한 말들, 북쪽 사람들은 그 말들의 진위여부를 알지 못해 당황스러워 한다고 한다.

 

 

그것은 주되게 맺고 있는 관계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남쪽 사람들은 직접 대면하지 않는 사람들과 폭넓게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직접 대면보다는 간접 대면이 더 많다고도 할 수 있다. 그에 비해 북쪽 사람들의 생활은 비교적 대면적인 관계에 한정되어 있다. 대면적인 관계에서는 무례를 범할까 조심하는(필자가 김지은 씨에게 그러했듯) 의례적 화법보다는 직설적 화법이 자연스럽다. 자기비판과 상호비판, 총화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북쪽 사회에서 빙빙 돌려서 말하는 남쪽 사람들의 화법이 통용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막 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김이경 겨레하나 총장님의 「좌충우돌 북한경험담 (8) - 같은 말 다른 이해, 북의 ‘긍정적 검토’란?」을 봤다. 우연의 일치인지 북 사람들의 화법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총장님의 글을 읽으며 필자의 글과 내용적으로 배치되는 것은 아닌지 한참을 생각했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걱정스러웠다. 이거 혹시 내가 북을 잘 모르고 떠드는 것은 아닐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남북관계가 단절되고 오해와 억측으로 몇 년의 세월을 보냈다. 계속 만나가며 이해해도 한참을 이해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빨리 다시 만나서 ‘여전하시구만’ ‘조금 달라졌는데’ 라는 식의 농담을 주고받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때는 들뜬 기대감보다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관용과 차분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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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3월 28일 공개된 중앙선관위의 유권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총선에서 후보자를 선택하는 데 크게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정책․공약(34.0%)’이 1위를 차지하고 ‘인물․능력(30.8%)’이 2위를 기록했다. 3위는 ‘소속정당(13.8%)’이었는데 전반적으로는 ‘인물·능력’의 고려도가 줄어들고 ‘정책․공약’의 비중의 커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솔직히 이런 조사 수치를 접할 때마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소속정당의 퍼센티지가 상대적으로 너무 낮기 때문이다. 정당이란 본질적으로 자기 기반이 되는 계급과 계층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집단일 터, 화려한 정책들이 곧잘 말잔치로 끝나는 이유는 이러한 정당의 성격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물론 하나의 안전장치가 있긴 하다. 선거가 정책을 지키지 않은 정당에 대한 심판 기능을 확실히 발휘하면 정책 수행을 강제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주의와 보수양당 체제가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우리 사회의 지난 선거들은 심판 기능을 거의 발휘하지 못했다. 그 어느 때보다 정당들이 듣기에 달콤한 공약들을 쏟아내고 국민들도 이목을 집중하는 이때, 소속정당을 고려하는 수치 13.8%가 전체 공약 중 실제로 이행되는 비율로 읽힌다면 지나친 비관일까.

 

《민족21》 4월호에 주요 정당(새누리당,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의 대북정책을 비교하는 기사를 실었다.

 

일단 각 정당들의 통일공약과 대북정책 관련 자료를 모았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자료는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사실 어렵다면 이상한 일이다. 국민들이 가장 눈여겨보는 것이 ‘정책․공약’이라고 하지 않는가. 각 정당 홈페이지 들어가면 가장 눈에 띄는 위치에 공약이 배치되어 있다. 클릭하면 문서로도 다운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대북정책이 보이지 않았다. 뭐, 고려할 부분이 많겠지. 며칠 더 기다렸다. 하지만 다른 정당들이 대북정책을 발표한 지 한참이 지난 3월 중순이 지나도록 홈페이지에 관련 내용이 올라오지 않았다. 기사 마감은 다가오고 어쩐다. 그래서 새누리당에 전화를 걸기로 했다. 기자로서 정당에 전화를 거는 일이 특별히 어색할 것은 없지만, 새누리당에 전화를 걸기는 처음이라 공연히 입술을 다셨다. 홈페이지에 실린 대표전화 번호를 눌렀다.

 

 

 

“새누리당입니다.”

 

중년 여성의 목소리였다. 사정을 설명하자 전화를 돌려주었는데 이번에는 상당히 어린 목소리의 여성이었다. 청년 고용을 실천하는 것일까.

 

“다른 곳으로 돌려드릴게요.”

 

내가 설명을 잘못 했거나 처음 전화를 받은 분이 실수를 했나 보다. 어찌어찌 두어 번 같은 설명을 하며 통일․대북 분야 정책위 관계자와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저희 정책 다 나왔는데, 홈페이지에 없던가요?”

 

정책위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정책이 공개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나는 그와 통화를 나누며 홈페이지를 샅샅이 뒤져보았다. 하지만 대북정책 관련 내용은 없었다. 정책위 관계자는 자신이 연락을 주겠다며 내 연락처를 물었다. 그리고 대략 한 시간이 지나고 전화벨이 울렸다.

 

“음.. 당에서 대북정책을 언제 공개할지 아직 고려중인 것 같습니다. 공식 자료는 못 드리지만 제가 다 말씀드릴 수 있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정책위 관계자에게서 들은 새누리당의 대북정책에는 ‘기대를 벗어난’ 내용은 없었다. 대단히 원론적이고 조심스러운, 절대로 이목을 끌지 않겠다는 의지의 산물답게 두루뭉술하고 애매모호했다. 안보강화, 국민적 합의, 대화, 통일의 길 등이 거론되는데 별 생각 없이 들으면 뭔가 원칙적인 듯하지만 실은 공허하고 텅 빈 단어들일 뿐이다.

 

물론 새누리당은 대북정책에서 MB정권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박근혜 위원장 개인만 보더라도 통일 사안과 관련해 MB와 조금은 다른 길을 걸어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반북․대결적 정서에 뿌리를 둔 자신들의 지지층과 등을 돌리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일부 사람들은 박근혜 위원장을 ‘원칙’이란 어휘로 치장해 추켜세운다. 대한민국의 앞으로의 5년이 그 ‘원칙’이란 단어의 공허함을 확인하는 시기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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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거침없는 통일의 상상력을 물려주자


전 참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매일 매일 공부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역시 우둔함은 떨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 세상에 살아가고 있는, 혹은 먼저 세상을 살았던 이들의 지혜를 통해 조금씩 배워나갈 뿐입니다.


그런 제가 유독 흥분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이 땅의 평화와 통일을 이야기할 때입니다. 그럴 땐 저도 모르게 가슴 속에서 뜨거운 열기가 솟구치곤 합니다. 또한 울분과 분노와 그럼에도 불구한 열정이 타오릅니다.


저자인 안영민 기자는 제가 일하고 있는 《민족21》의 편집주간이십니다. 그리고 제가 존경하는 몇 안 되는 분 중 한 분입니다. 그동안 월간 《말》지와 《민족21》을 통틀어 14년이란 시간 동안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애써 오시고, 또한 많은 글들을 써온 분입니다.


그동안 방북 취재만 20여 차례. MB정권의 무지막지하고도 정말 어리석은 대북정책 이전까지 남북을 오가며, 북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우리들에게 전달해 온 안 기자는 14년의 기록을 이렇게 책으로 우리들에게 내놓았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통일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당장 먹고 사는 걱정이 우선이고, 또한 시급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통일은 결국 “거지같은”북한을 우리가 먹여 살려야 할지도 모르는 “결코” 반기고 싶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말은 하지만 결국 통일은 반갑지 않은 손님인 것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정말 통일은 우리에게 비극일까요? 통일이 되어버리면 우리는 모두 엄청난 세금 폭탄으로 신음하게 될까요? 우리는 막대한 비용의 통일 비용을 감당치 못해 후진국으로 몰락하고 말까요?


그렇게 주장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 1년 7개월 정도 남은, 현재의 정부라는 집단도 통일 비용을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계산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자극합니다. 그래놓고, 또 통일은 해야 된다고 떠들죠.


이들의 주장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전쟁을 통해, 갈등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기생충들은 전 세계 어디에나 있게 마련이죠. 하지만 아쉬운 점은 우리의 역사는 너무도 오랫동안 그들에게 기득권을 빼앗겨 왔다는 점입니다.


최근 북에 대한 근거 없는, 불확실한 정보를 통한 악의적 기사들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일전에 만난 친구가 저에게 묻더군요? “정말, 북한 여군들은 승진을 위해 성상납을 하는 거야?”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술잔을 입으로 가졌죠. 슬펐습니다. 그리고 분노했습니다. 통일을 하자고 떠들면서, 그 대상인 북한에 대해 아무런 근거 없는 이야기들로 다시 악마화하려는 집단들에 구역질도 아까웠습니다.


저자의 책에는 우리가 왜 통일을 해야 하는지, 통일이 왜 행복한 일인지, 절실히 담겨 있습니다. 굳이 통일을 왜 해야 하는지, 설명해야 하는 이 현실이 슬프지만, 현실은 엄혹합니다. 때문에 설명이 필요하다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고 진실성이 담겨 있는 설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대답이 바로 안 기자의 이야기입니다. 왜 우리가 다시 통일을 꿈꾸어야 하는지, 왜 분단세력을 몰아내고 통일을 위해 열정을 불태워야 하는지 말이죠. 통일은 단지 회복이 아닙니다. 더 큰 희망과 더 넓은 세상을 위한 시작일 따름입니다.


책은 남북을 나누지 않고 모든 “우리”를 향한 저자의 애정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북의 사람들 역시 살아 숨쉬고, 하나됨을 갈망하는 우리임을 말해줍니다. 책을 읽으며 몇 번이나 한숨을 쉬었고, 몇 번이나 목울대를 떨어야 했습니다.


지금은 통일을 노래하는 책이나 글보다는 북에 대한 저주와 갈등의 부추김을 위한 책과 글들이 난무합니다.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존중 없이 일방적인 힘의 굴복을 원하는 우리의 모습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힘으로 굴복시키고, 빈 라덴 사살을 역사적 쾌거라 떠드는 저 야만적인 미국과 하나도 다를 바 없습니다.


통일은 우리에게 더 큰 꿈을 꾸도록 해줄 수 있는 희망입니다. 이 참혹한 세상에 다시 따뜻함과 연대를 가져올 수 있는 희망입니다. 갈등과 반목과 증오를 화합과 나눔과 돌봄으로 바꿀 수 있는 희망입니다.


그 희망의 시작을 이 책과 함께 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통일은 행복입니다. 그 누구의 행복도 아닌 우리들의 행복입니다.


“통일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나눔과 연대의 정신이다. 기득권층에게는 통일이 가진 것을 빼앗기는 일이라고 여겨지겠지만 대다수의 서민들에게 통일은 가진 것을 나누면서 더 큰 것을 얻는 과정이 될 것이다. 농민들에게 통일은 민족농업을 지키며 농업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길이다. 노동자들에게 통일은 새로운 경제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늘이고 분배의 파이를 키우는 길이다. 또한 우리 아이들에게 통일은 미국 중심의 20세기가 아닌 동아시아 중심의 새로운 21세기의 비전을 품는 길이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말. 만약 이 책을 읽고도 “이거 너무 빨갱이 같은 생각아니야?”라고 생각이 든다면, 그대는 정녕 어찌할 도리가 없는 사람입니다. 안타깝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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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