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한반도 정세, 3월이면 판가름 날 듯

 

장창준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준)  통일뉴스 2017.01.20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준)에서 올해 북한 신년사를 분석한 두 개의 글을 보내왔습니다. 하나는 북한 경제의 전망과 관련된 ‘과학기술을 제1순위로 배치한 배경과 북한 경제 전망’이고, 다른 하나는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2017년 한반도 정세, 3월이면 판가름 날 듯’입니다. 통일뉴스는 두 차례에 걸쳐 게재하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2017년 신년사를 발표했다. 2013년부터 육성 연설을 통해 발표해 왔으니 ‘김정은 육성 신년사’는 올 해로 5년차를 맞는다. 지난 해 북한 신년사를 분석했던 대부분의 ‘북한 전문가’들은 좌절을 맛보아야 했다. 지난 해 신년사에서 핵시험을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북한이 마지막 해를 맞는 오바마 정부에 대한 유화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그 같은 분석이 나온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북한이 ‘수소탄 시험’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 북한은 수차례에 걸쳐 방사포 발사, 중거리・단거리 미사일 발사, SLBM 미사일 발사 등을 단행함으로써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을 무색하게 했다.
 
1년 전의 좌절 때문이었을까? 2017년 분한 신년사에 대한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은 조심스럽다 못해 단조롭기까지 하다. ‘평이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표현만을 놓고 본다면 ‘평이하다’는 평가가 틀리지 않다. 올해 신년사에 나타난 대남, 대미 메시지는 특별하지 않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측 당국을 향해서 ‘군사적 충돌과 전쟁 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미국을 향해서는 ‘대조선 적대정책을 철회할 용단’을 주문했다. 그동안 북한이 강조해왔던 ‘조국통일대전’이라는 표현도, ‘핵-경제 병진노선’이라는 표현도 등장하지 않았다.

 

 

2017년 북한 신년사에 나타난 세 가지 새로운 입장
 2017년 북한의 신년사는 남측 당국, ‘전체 조선민족’, 미국, 국제 사회에 대한 메시지와 함께 북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각각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남측 당국과 전체 조선민족>

첨예한 군사적 충돌과 전쟁위험 해소 위한 적극적 대책/거족적 통일운동의 전성기

 

 

 

 
 

<미국과 국제사회> 

 대조선적대시정책 철회의 용단 내려야/자주·평화·친선의 대외정책 리념에 충실

   
 

2017년 신년사에 나오는 내용만으로 본다면 평이하다는 평가가 크게 틀린 것은 아니다. ‘비방 중상 중지, 전쟁 위험 해소, 무력증강책동 중단’등의 대남 메시지,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철회’, ‘전쟁연습소동’등의 대미 메시지 그리고 ‘자주, 평화, 친선의 대외정책 리념 충실’등의 국제사회에 대한 메시지는 해마다 반복되어온, ‘상투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첫째, ‘선제공격 능력 강화’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신년사에 ‘선제공격 능력 강화’라는 내용이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 가지 전제 조건이 달려 있다. “핵위협과 공갈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문전앞에서 전쟁연습소동을 걷어치우지 않는 한”이라는 조건이 그것이다. 이 같은 조건은 올 해 신년사가 갖는 두 번째 새로운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우리의 문전 앞에서 전쟁연습 소동을 걷어치우지 않는 한”이라는 표현은 ‘우리의 문전 앞이 아니라면’ 전쟁연습을 용인할 수도 있다는 뜻을 암시한다. 여기서 ‘문전 앞’이라는 표현은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는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의미는 ‘군사연습의 성격’과 관련된다. 즉 북한에 대한 침략적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가 여부이다. 두 번째 의미는 ‘군사연습의 장소’와 관련된다. 신년사에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북한과 지리적으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 여부이다. 즉 군사연습의 성격이 대북공격 성격이 아니라면, 그리고 북한과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하는 군사연습이라면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 능력을 계속 강화하는 조치’를 동결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셋째,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조국통일대전’이라는 표현도, ‘핵-경제 병진노선’이라는 표현도 등장하지 않았다. 이는 미국에서도 새로운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고, 남측에서도 대선이 상반기로 앞당겨질 수 있는 분위기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즉 미국의 트럼프 정부와 상반기에 새롭게 등장하게 될 새로운 남측 당국을 자극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미래에 있을지도 모를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말자는 전략적 판단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세 가지 새로운 내용이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에 어떻게 작용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김정은 체제가 등장했던 지난 5년간의 북한 신년사를 비교, 분석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김정은 시대 5년, 어떤 일이 있었는가 
김정은 위원장은 2013년부터 해마다 1월 1일 육성 신년사를 발표해왔다. 다섯 차례 발표된 김정은의 육성 신년사에 나타난 대남, 대미 입장 변화를 살펴보면 2017년 신년사에 새롭게 등장한 내용이 갖는 의미와 한반도 정세에서의 함의를 도출해 낼 수 있다. 지난 5년 동안의 신년사 내용의 변화 그리고 각 년도 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중요 일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13년의 신년사는 2017년 신년사와 유사한 대목이 가장 많다. 시기적으로 2013년은 미국에서는 오바마 2기 정부, 한국에서는 박근혜 정부라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시기였다. 2013년 신년사는 미국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고, 대남 정책에서도 ‘북남 공동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하고 ‘북남 사이의 대결상태를 해소’하자는 평이한 내용을 담고 있다. 즉 미국과 한국을 자극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이는 한국과 미국의 새로운 정부에 대한 ‘기대’까지는 아니더라도 ‘관망’의 기조에서 신년사가 발표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조선반도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항시적인 긴장이 떠도는 세계 최대의 열점 지역으로 되고 있다”면서 미국이 추진하는 아시아회귀정책(Pivot to Asia)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본다면, 2013년 상반기에는 북한의 우려가 현실화되었다. 주지하다시피 2013년 3월과 4월은 미국의 전략 무기가 총동원되는, 대대적인 한미연합군사연습이 실시되었고, 북한 역시 여기에 초강경으로 대응함으로써 북미 사이에 심각한 군사적 대결 양상이 전개된 바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2013년 6월 16일 국방위원회 명의의 ‘중대 입장’을 발표하고, “조선반도의 긴장 국면을 해소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이룩하”는 것을 의제로 하는 ‘조미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다는 사실이다. 당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위임에 따라’나온 ‘6.16 중대 입장’은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수령님과 장군님의 유훈’이고 ‘우리 당과 국가와 천만군민이 반드시 실현하여야 할 정책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비록 신년사에서는 남북 관계 개선을 최우선적 목표로 발표했으나 3월과 4월의 긴박했던 군사적 충돌 위기를 겪고 한미 양국이 북한에 대해 핵선제 공격을 취할 수 있는 개념인 ‘맞춤형 억제전략’을 수립해 가는 상황 속에서, 북한의 전략적 우선순위가 북미 사이의 군사적 대결을 해소하는 것으로 전환되었다고 보여진다. 실제로 한미 양국은 2013년 10월 한미 안보연례협의회(SCM)에서 ‘맞춤형 억제전략’을 합의한다.
 
그 결과 2014년 신년사에는 ‘한반도의 평화’가 ‘남북관계 개선’보다 앞 순위에 배치되었다.(한반도 평화를 강조하는 이 같은 기조는 2016년까지 유지된다.) 그리고 북한은 전쟁 위기를 해소하고 남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 나간다. 1월 16일 북한은 국방위원회 명의의 ‘남조선 당국에 보내는 중대제안’을 발표한다. ‘1.16 중대 제안’은 네 가지 사항을 담고 있는데, 1) 비방·중상의 전면 중지, 2) 키리졸브 및 독수리연습의 중단, 3) 모든 군사적 적대행위 즉시 중지, 4) 미국의 핵공격수단 반입 중단이 그것이다. 비록 ‘남조선 당국’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1.16 중대 제안’은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었다. 그리고 “중대제안이 실현되면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을 비롯하여 북남관계에서 제기되는 크고 작은 모든 문제들이 다 풀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함으로써, 한반도 평화 환경이 조성되면 남북 관계 개선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피력하였다.
 
남측의 묵살로 ‘1.16 중대 제안’은 빛을 바랬으나 북한은 2014년 10월 아시안 게임 폐막식에 북한의 2인자라 할 수 있는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단장으로 하여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 최고위층 인사가 폐막식에 참석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다. 황병서는 남측을 방문하여 “이번엔 좁은 오솔길을 냈지만 앞으로 대통로를 열어나가자”며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하였다. 특히 이들은 폐막식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예의를 갖추는 파격을 보이기도 했다. 2005년 김기남 조선노동당 비서가 남측을 방문하여 현충원을 참배한 것과 오버랩되는 장면이었다. 또한 황병서는 군복을 입고 공식 행사에 참석함으로써 자신들의 남측 방문을 군부도 동의하고 있음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의 방북은 남측의 김관진과 북측의 황병서가 대표로 참가하는 남북 고위급 회담으로 이어졌다.
 
한편, 북한은 그 해 11월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미국인들을 석방시키기 위해 방북했던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장(DNI)에게 ‘한미군사연습과 핵시험의 상호 중단’이라는 협상 카드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는 ‘1.16 중대 제안’을 미국 버전에 맞게 구체화시킨 것이며, 2013년의 ‘6.16 중대 입장’에서 밝힌 ‘조미 고위급 회담’의 의제를 제시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북한은 2015년 신년사에서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열어나가자”는 구호를 제시함으로써 2014년의 대남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다. 그리고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 따라 최고위급 회담을 못할 리유가 없다”면서 남북 정상회담을 언급할 정도로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2015년 신년사에도 ‘남북관계 개선’보다는 ‘한반도 평화 환경 조성’을 더 우선시했다. 특히 북한은 전년 ‘1.16 제안’의 연장선에서 한미군사연습의 중단을 강조했다. 미국에게는 “시대착오적인 대조선적대시정책의 철회를”, 남측에게는 “외세와 함께 벌리는 무모한 군사연습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물론 ‘단호한 대응과 징벌’, ‘선군정치와 병진노선’을 강조함으로써 '자위적 국방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2015년에서 가장 중요했던 사건은 8월에 발생했던 ‘목함지뢰 사건’일 것이다. ‘목함지뢰 사건’이 발생하자 북한은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지하고 모든 수단을 전면 철거할 것,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을 개시하겠다”고 선포했다. 더불어 “현 사태를 수습하고 관계 개선을 논의할 용의가 있다”면서 고위급 접촉을 제안하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당시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하여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기까지 했다. 남북 당국은 남측에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장관, 북측에서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통전부장이 참석하는 2+2 고위급 접촉을 통해 8.25 합의를 채택함으로써 위기를 해소한 바 있다. 그러나 8.25 합의 이후 남북 양측은 후속 조치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함으로써 남북 관계의 경색은 지속되었다.
 
2016년의 신년사는 5차례에 걸친 김정은의 신년사 중에서 가장 표현이 거칠었다. ‘무자비한 정의의 성전, 조국통일대전으로 단호히 대답하겠다’는 대목이 그것이다. 2년 동안 제안해 왔던 ‘중대 입장과 제안’들이 미국과 한국에 의해 묵살된 것에 강한 반발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2016년 북한은 연초 수소폭탄 시험발사를 포함하여 수차례에 걸쳐 방사포, 중단거리 미사일, SLBM 미사일 등 다양한 무기 체계에 대한 시험을 단행하였다. “적들을 완전히 제압할 수 있는 우리 식의 다양한 군사적 타격 수단들을 더 많이 개발생산하겠다”는 2016년의 신년사 공약을 이행한 셈이다.
 
2017년 신년사에서 북한이 “첫 수소탄시험과 각이한 공격수단들의 시험발사, 핵탄두 폭발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고, “첨단 무장장비 연구개발 사업이 활발”해졌다면서 “그 어떤 강적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동방의 핵강국, 군사강국으로 솟구쳐 올랐다”고 평가한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그 같은 평가에 기초하여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수호하고 사회주의 강국 건설 위업을 승리적으로 전진시켜 나갈 수 있는 위력한 군사적 담보가 마련되었다”는 자신감을 표출한 이유일 것이다.
 
2016년 신년사에서 보인 북한의 강경한 입장은 2월 23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중대 성명’을 발표하면서 보다 구체화된다. ‘2.23 중대 성명’은 “적들의 특수 작전무력과 작전장비들이 사소한 움직임이라도 보이는 경우 그를 사전에 철저히 제압하기 위한 선제적인 정의의 작전 수행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대 성명’은 ‘청와대와 반동 통치기관들’을 1차 타격 대상으로, ‘아시아태평양지역 미제침략군의 대조선 침략기지와 미국 본토’를 2차 타격 대상으로 지목했다.
 
2013년 한미 양국은 ‘맞춤형 확장억제 전략’을 합의함으로써 북핵 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을 공언한 바 있다. 그리고 2016년 6월에는 ‘맞춤형 확장억제 전략’을 작전계획화한 ‘작전계획 5015’가 합의되었다. 2016년 북한의 ‘중대 성명’은 한미 양국의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에 대한 맞대응으로 보인다. ‘선제공격에는 선제공격으로’의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이에 놀란 것은 중국이었다. 한미 양국과 북한이 모두 선제공격을 군사 대응 기조로 설정했다는 것은 그만큼 한반도의 군사적 충돌 위기가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2월부터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협정 병행’을 주장하면서 북미 양측의 중재 외교에 나선 것은 한반도 위기 상황에 대해 중국이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것이다.
 
한편, 북한은 2016년 7월 6일 “미국과 남조선 당국의 ‘북 비핵화’궤변은 조선반도 비핵화의 전도를 더욱 험난하게 만들 뿐이다”라는 공화국 정부 대변인 성명을 발표했다. 여기서 북한은 남측과 미국을 향해 다섯 가지 제안을 내놓았다. 1) 한반도에 배치되어 있는 미국의 핵무기를 모두 공개할 것, 2) 한반도에서 모든 핵무기와 기지들을 철폐하고 검증받을 것, 3) 한반도에 핵무기를 끌어들이지 않겠다는 것을 담보할 것, 4) 핵으로 위협공갈하지 않고, 핵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확약할 것, 5) 남측에서 핵사용권을 쥐고 있는 미군의 철수를 선포할 것이 그것이다. 일각에서는 마지막에 제시된 미군 철수 요구가 현실적으로 타당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는 논리로 ‘7.6 공화국 성명’의 실현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겠지만, ‘즉각적인 미군 철수’가 아니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7.6 공화국 성명’은 “안전담보가 실지로 이루어진다면 우리 역시 그에 부합되는 조치들을 취하게 될 것이며 조선반도 비핵화 실현에서 획기적인 돌파구가 열리게 될 것이다”라고 하여 다시 한 번 ‘조선반도 비핵화’를 강조했다. 따라서 ‘7.6 공화국 성명’은 ‘6.16 중대 입장’, ‘1.16 제안’의 연장선에서 놓여있으며, 특히 ‘공화국 성명’의 형식으로 발표되었다는 점에서 협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2017년 신년사, ‘선제공격’보다 ‘대통로’에 주목해야
이상의 논의를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북한은 지난 5년 동안 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군사적 조치와 외교적 해법을 제시해왔다. 첫 출발은 외교적 해법에 관한 북한의 입장을 피력하는 것이었다.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북미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2013년의 ‘6.16 중대 입장’이 그것이다. 2014년 10월에는 북측이 아시안 게임 폐막식에 전격적으로 참석함으로써 이를 계기로 하여 남북 고위급 회담이 개최되기도 했다. 즉 북한은 ‘북미 고위급 회담’과 ‘남북 고위급 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자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2014년의 ‘1.16 중대 제안’과 11월의 ‘군사연습과 핵시험의 중단’제안 그리고 2016년의 ‘7.6 공화국 성명’은 북한의 해법이 구체화되는 과정이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북미 고위급 회담’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다루어야 할 협상안을 제시한 것이다.

 

   
 

북한의 군사적 조치는 외교적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2015년 8월의 남북의 군사적 충돌 위기는, 비록 그 성격을 불분명하게 하는 ‘목함지뢰 사건’이라는 명칭이 일반적으로 사용되지만, 휴전선 일대에서 스피커를 통한 비방 중상이 원인이 되어 발생했다. 이에 북한은 인민군의 태세를 준전시 상태로 전환하지만 그와 동시에 남북 회담을 제의했다. 2016년 국방위원회가 ‘2.23 중대 성명’을 발표한 것은 ‘자신에 대한 군사적 적대행위’라고 판단한 한미군사연습에 대한 대응이었다.
 
‘2.23 중대 성명’에서 1차 선제공격 타격 대상과 2차 선제공격 타격 대상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2016년 수차례에 걸쳐 ‘각이한 공격수단’들을 발사한 것 역시 한반도 위기 지수를 높여 ‘한미군사연습과 핵시험의 상호 중단’이라는 협상안을 관철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 연장선에서 북한은 2017년 신년사에서 ICBM 발사가 임박했다고 밝히고, 1월 8일 외무성 대변인이 “대륙간탄도로케트는 우리의 최고 수뇌부가 결심하는 임의의 시각, 임의의 장소에서 발사되게 될 것이다”라며 ICBM 발사를 예고한 것이다.

 

 

 
 

둘째, 지난 5년이 경과하면서 북미 사이에 핵선제공격과 핵선제공격이 충돌하는 ‘최고의 강 대 강 충돌 구조’가 형성되었다. 이 같은 ‘강 대 강 충돌 구조’가 고착된 이후의 한반도 상황은 그 이전과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새로운 위기 국면이 조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선제공격 전략이 갖는 위험성은 최고위 정책결정자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사소한 군사적 충돌 혹은 상대방에 대한 오인(misconception)에 의해 대규모의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 북한 체제의 특성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외교적 해법과 군사적 조치는 모두 김정은 위원장의 판단과 결정 그리고 지시에 의해 이루어졌다. 여기서 2015년과 2017년 신년사에서 북한이 강조했던 ‘대통로’의 의미를 정확하게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4년 북한의 2인자 황병서는 아시안 게임 폐막식 참석을 위해 남측을 방문했을 때 ‘오솔길’과 ‘대통로’를 대비시켰다. 자신의 방남을 ‘오솔길’이라고 표현했다. 북한에서 권력 서열 2인자의 행보가 ‘오솔길’이라면, ‘대통로’는 북한의 최고권력자 김정은의 행보를 의미한다. 2015년 신년사에서 ‘대통로를 열자’를 구호를 제시하며 ‘최고위급회담’즉 남북 정상회담을 언급한 바 있다. 2017년 신년사에서도 “자주통일의 대통로을 열어 나갈 것”을 강조했다. 즉 비록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2017년 신년사에서도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정상회담까지 열어두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미국에 대한 메시지에서도 ‘대통로’의 맥락이 읽혀진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2017년 신년사는 “핵위협과 공갈이 계속되는 한”특히 “우리의 문전 앞에서 전쟁연습소동을 걷어치우지 않는 한”이라는 전제를 붙여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전 앞’이라는 대목은 대단히 추상적이다. 이 같은 추상적인 표현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 권한은 오직 김정은 위원장에게 있다. 즉 김정은 위원장의 판단에 따라 “우리의 문전 앞에서 전쟁연습소동을 벌이지 않으면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 능력을 강화하는 방침이 변경될 수 있다”는 메시지로의 해석도 가능하다.
 
이 시점에서 언급해야 할 중요한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이 있다. 2016년 3월 10일 김정은 위원장은 탄도로켓 발사 훈련을 참관한 자리에서 "핵무기 연구부문에서 핵탄두 취급질서를 엄격히 세우고 국가 최대 비상사태 시 핵공격 체계가동의 신속성과 안전성을 확고히 보장하며, 전략적 핵무력에 대한 유일적 령군체계, 관리체계를 철저히 세워야 한다"는 발언이 그것이다. ‘전략적 핵무력에 대한 유일적 령군체계’는 곧 김정은 위원장의 관리·통제·지도체계를 의미한다. 핵무기의 성능 강화도, 핵무기 개발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도 혹은 핵무기 개발을 동결하는 것도 오직 김정은 위원장의 판단과 결정에 의해서만 가능한 체계를 세우려는 것으로 해석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2016년에 나온 ‘7.6 공화국 성명’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의 새로운 조건을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7.6 공화국 성명’은 핵무기를 보유한 것을 “조선반도에 영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나아가서 반도 전역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불가결의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언급한 후 ‘7차 당대회에서 밝힌 핵무기에 대한 정책적 입장을 관철하기 위한 새로운 단계의 투쟁에 진입한 상태’라고 천명하였다.
 
‘7차 당대회에서 밝힌 핵무기에 대한 정책적 입장’은 2017년 신년사의 내용과 같은 흐름이다. 당대회 총화보고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제국주의의 핵위협과 전횡에 계속되는 한 자위적인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국주의의 핵 위협과 전횡이 계속되는 한”이라는 단서 조항이 2017년 신년사에서 “핵위협과 공갈이 계속되는 한 그리고 우리의 문전 앞에서 련례적이라는 감투를 쓴 전쟁연습 소동을 걷어치우지 않는 한”이라고 구체화되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투쟁 단계’는 두 차원의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항구적인 핵보유 투쟁 단계’이다. 북한은 ‘제국주의의 핵위협과 전횡’이 계속되고, ‘핵위협과 공갈’이 계속되며, ‘우리의 문전 앞에서 진행되는 전쟁연습’이 계속된다면 ‘항구적 핵보유 투쟁 단계’로 나아갈 것이다.
 
둘째, 그러나 만약 ‘제국주의의 핵위협과 전횡’, ‘핵위협과 공갈’이 사라지고, ‘우리의 문전 앞에서 진행되는 전쟁연습’이 중단된다면 ‘조선반도 전역의 비핵화 단계’로의 진입이라는 새로운 해석도 가능하다. 물론 ‘조선반도 전역’과 ‘비핵화’의 개념과 정의를 어떻게 설정할지는 김정은 위원장의 권한일 것이다.
 
지난 5년의 시간 동안 확인된 이 같은 내용을 토대로 하여 2017년에 제시된 새로운 세 가지 내용을 다시 한 번 살펴보면 그 의미는 더욱 명확해진다. ‘선제공격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강 대 강 대결 구조’를 인식한 데서 나온 원칙적 입장의 표현이다. 전제조건이 실현되지 않을 경우의 상황을 언급한다. 전제 조건은 ‘핵위협 중단과 문전 앞에서의 전쟁연습 중지’즉 ‘대조선적대시정책의 철회’그리고 ‘전쟁연습과 핵시험의 동결’이다. 다만, 전쟁 연습의 중단을 ‘문전 앞’이라는 서술어를 붙임으로써 ‘동결 대 동결’이라는 협상의 문턱을 낮춘 것이다. 이는 2017년에 새롭게 출범하는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에 보내는 ‘협상 카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2017년 신년사는 ‘도발적이고 호전적’인 내용만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니고, ‘평이한 내용’만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 5년 동안 북한이 만들어왔던 ‘혁명 무력의 힘에 기반한 협상의 전략과 전술’을 제시했다는 해석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2017년 북미 관계, 3월이면 판가름
 
지난 5년의 기간을 거치면서 북한은 외교적 해법과 군사적 조치를 사실상 거의 마련했다. 따라서 2017년 북미 관계에서의 관건은 트럼프 정부가 어느 만큼 속도감 있게 대북 정책을 추진하느냐 여부 그리고 대북 정책의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에 걸쳐 대북 정책 재검토를 한다. 이 같은 기존의 패턴에 근거하여 2017년 북미 관계는 빨라야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전망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이 “트럼프의 대북정책이 나오기 전까지 협상의 문을 닫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거의 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이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1월 2일 자신의 트윗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되었다. 북한 신년사에 등장한 ‘대륙간탄도로케트시험발사준비사업의 마감 단계’라는 표현을 언급하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It won't happen!)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다수 언론은 트럼프의 이 같은 언급을 두고 ‘트럼프가 ICBM 발사 가능성을 일축했다’는, 짧고도 단편적인 해석만을 내놓았다.

 

 

 
 

‘그런 일’(it)이 지칭하는 것은 명확하다. ‘미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핵무기 개발’을 지칭한다. 그러나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대목에서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군사・경제적 압박으로 ‘그런 일’을 저지하겠다는 해석이 가능하고,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예방하겠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트럼프의 발언 및 외교안보 분야에 인선된 장관급 인사들의 면모 등을 감안하면, 일반적으로 위의 언급은 ‘강경한 대북 압박 정책’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트럼프는 대선 시기부터 오바마 정부의 소위 ‘전략적 인내 정책’을 비판해 왔다. 따라서 트럼프의 ‘강경한 대북 압박 정책’은 두 차원에서 전망해 볼 수 있다. 첫째, ‘강화된 전략적 인내 정책’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대북 정책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강화된 전략적 인내 정책’은 ‘미중 협조 체제 하에서의 대북 경제 봉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 ‘전략적 인내 정책’보다 더 강경한 ‘대북 군사 압박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강화된 전략적 인내 정책’과 ‘대북 군사 압박 정책’은 현실에서는 큰 의미 차이가 없다. 이미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추진되는 상황에서도 북미 관계는 극한적 대결 구도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럼프 정부가 ‘강화된 전략적 인내 정책’을 추진하건, ‘보다 강경한 대북 군사 압박 정책’을 추구하건 북미 대결은 더욱 심화된다는 점에서 두 정책은 큰 자리를 갖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트럼프의 트윗 내용은 대북 협상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북한 신년사에 대한 트럼프의 비난이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긴 내용을 작성할 수 없다는 트윗의 성격에 기인할 수도 있지만, 그동안 드러났던 트럼프의 ‘막말 기질’을 감안하면, 북한에 대한 비난이 없다는 것은 협상의 여지를 남겨 두려는 트럼프의 전략이 담겨있다는 해석도 가능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트럼프가 ‘처음이자, 유일하게 요청했던 특별 기밀 브리핑 요청’이 북한과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관한 것이었다는 사실이다.(로이터 통신 1월 1일자 보도)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가 특별 기밀 브리핑 자료를 요청한 시기를 적시하지 않았지만, 후보자 신분으로 ‘특별 기밀 브리핑’을 요청하고 오바마 정부가 응했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요청을 한 시기는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1월 2일 트럼프의 트윗은 북한에 대한 ‘특별 기밀 브리핑’을 평가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나온 원론적 입장일 수도 있다. 여기서 원론적 입장이란 ‘미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어떤 수단을 통해서라도 저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며, 그 수단은 군사적 수단이라는 상한선과 외교적 수단이라는 하한선을 모두 설정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1월 2일 트럼프의 트윗이 내포하는 핵심적 의미는, 강경 발언이었냐 온건 발언이었냐가 아니라,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 재검토가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1월 8일 ICBM 발사를 예고한 것에서 확인되듯이, 북한 역시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 재검토를 무한정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지난 5년 동안 북한이 대미 정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은 한미 군사연습이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3월이면 키 리졸브 연습이 실시될 것이다. 북한이 키 리졸브 연습마저 수수방관한 채 트럼프의 대북 정책 재검토 결과를 기다리지 않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트럼프 정부 역시 이미 11월부터 대북 정책 재검토에 들어간 상황이기 때문에, 키 리졸브 훈련을 강행한다는 것은 북한과의 협상보다는 대결을 정책 기조로 잡았음을 의미한다. 또한 해마다 한미군사연습 시기에 북한의 군사적으로 대응해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만단의 군사적 대비 태세를 갖추고 한미군사연습에 임할 것이다.
 
따라서 키 리졸브 연습의 강행은 김정은과 트럼프의 ‘강 대 강 충돌’을 의미한다. 이는 파국이다. 북미 간의 파국은 두 차원으로 확산된다. 첫째, 3월 이후 북한은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군사적 조치들을 취해 나갈 것이며, 2017년 신년사에 등장하지 않았던 ‘정의의 성전, 조국통일대전’이라는 용어를 다시 소환시킬 것이다. 2017년 북미 관계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될 공산이 크다.
 
김정은과 트럼프의 ‘강 대 강 충돌’은 남북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만약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다면, 남측의 새로운 정부는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 10년 동안 악화된 남북 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북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특히 야권에서 공통적으로 개성공단 폐쇄에 대한 날선 비판을 가해 왔다는 점에서 정권 교체 이후 새로운 남측 정부는 개성공단을 재가동시키는 작업에 착수하고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대북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예측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남측의 새로운 정부의 그 같은 노력은 북미 간 충돌로 시도조차 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북미 파국은 남북 파국이라는 연쇄 효과를 가져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와 반대로 트럼프 정부가 한미군사연습에 대한 전향적인 조치를 단행한다면, 전면 중단까지는 아니더라도, 북미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군사연습을 잠정 중단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이는 북미 극적 대타협을 의미한다. 북한과 미국은 ‘군사연습과 핵시험의 동결’합의를 시작으로 하여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이 경우에도 북미 관계의 대타협은 남북 관계 개선이라는 연쇄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아직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2017년 4월과 5월 중에 한국 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3월과 4월의 북미 대타협과 5월과 6월의 남북 관계 개선이 진행된다면, 이는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것을 의미한다. 2017년 하반기에는 북한이 신년사에서 강조했던 ‘대통로’즉 남북 정상회담까지 전망해 볼 수 있다.
 
결국 2017년 한반도 정세는 3월에 판가름 난다고 할 수 있다. 3월에 진행될 예정인 한미연합군사연습인 키 리졸브 연습이 강행되는가 혹은 축소되거나 잠정 중단되는가 여부에 따라 2017년 한반도 정세는 좌우된다. 대파국이냐 대타협이냐의 결론만 남겨 놓고 있는 것이다.
 
야권 대선 주자의 대북 인식, 이대로 좋은가: 결론을 대신하며

 
북미간의 대회전을 앞두고 있는 현실에서 대통령의 탄핵은 어쩌면 축복이며 기회인지도 모른다. 박근혜 정부가 정상적인 정책을 추진한다면, 북미 대결을 격화시키는 촉진제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면 남북 관계는 자연스럽게 개선되는가?
 
야권의 대표적인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1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한 신년사에 나타난 ‘ICBM 개발 마무리 단계’와 ‘한미연합군사훈련 시비’를 언급하며 “한반도 평화에 대단히 심각한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선제공격까지 운운한 것은 한반도를 긴장과 불안으로 몰고 가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라며 “핵과 미사일 포기”, “(핵과 미사일과 관련한) 모든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북한의 신년사를 ‘도발적이고 호전적’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스스로 대북 정책의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를 없애는 후과를 가져온다. 특히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매달린다면 김정은 정권은 미래가 없을 것”, “핵과 경제를 모두 가질 수 없다”, “과거처럼 불순한 의도로 허튼 짓을 하려 한다”는 등의 표현은 대북 협상의 공간을 극단적으로 협소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5년간의 신년사 비교까지는 아니더라도, 2017년 신년사만 잘 살펴보아도 북한이 강조하는 것이 ‘도발적인 군사적 조치’만이 아니라는 것은 충분히 읽어낼 수 있다. 문재인 전 대표가 밝혔던 것처럼, 2017년 한반도는 “남북관계가 평화로 가느냐 마느냐의 중대한 분기점”이다. 북한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것이 한반도 평화 실현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았음은 지난 10년의 남북 관계의 역사가 잘 보여준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표의 ‘대북 경고’는 이명박 정부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논평이라고 해도 믿길 만큼 큰 차이가 없다.
 
물론 다양한 정치적 변수를 고려해야 하고, 특히 안보 분야에 대한 특수성을 감안해야 하는 문재인 후보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월 2일의 논평은 2017년의 북한 신년사의 맥락은 말할 것도 없고, 남북 관계, 북미 관계, 한미 관계의 복잡한 전개 과정과 그 상호 작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혹은 고려하지 않은 논평임에는 틀림없다.
 
문재인 전 대표를 포함하여 야권의 대선 주자들에게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같은 대북 인식과 통일 철학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미 관계가 경색되고 남북간의 군사적 충돌이 심화되는 과정에서도 남북 관계 개선이라는 자신의 철학에 기초해 정세와 무관하고, 북미 관계에서 독립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현재 야권의 대선 주자들의 대북 인식은 김영삼 대통령의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는 듯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자신의 대북 인식을 마치 절대적인 진리로 착각하여 북미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남북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갔다. 그 결과 ‘통미봉남’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사실상 ‘통미봉남’은 북한의 대남 정책이 아니라 남측 당국의 대북정책 결과였다.
 
2017년 한반도는 그것이 대파국이었건 대타협이었건 대전환의 국면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건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번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대전환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번영을 이룩하는 길에서 반드시 협력해야 할 상대방이다. 야권의 대선 주자들은 호불호라는 개인 감정을 뛰어 넘어 평화와 번영이라는 민족적 숙원을 중심에 두고 어떤 대북 정책을 펼칠 것인가를 숙고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인식에서 전환이 일어나지 않는 한, 야권에서 그토록 비판했던, 박근혜의 대북 정책에서 한 걸음도 진전할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_겨레하나

북한, 더디지만 조금씩 바뀌고 있어

[북한 신년사분석③] "과학기술 앞세워 경제발전 추진하겠다"

 

강호제 (NKTech.net 큐레이터, 극동문제연구소 객원연구위원) ㅣ 오마이뉴스 2017.01.10

북한은 신년사에서 과학기술을 제일 앞세운다는 의미에서 과학기술 부문의 정책이 새해 구호 바로 다음에, 자세하게 제시했다.

"과학기술 부문에서는 원료와 연료, 설비의 국산화에 중심을 두고 공장, 기업소들의 현대화와 생산 정상화에서 나서는 과학 기술적 문제들을 푸는 데 주력하여야 합니다. 생산단위와 과학연구기관들 사이의 협동을 강화하며 기업체들에서 자체의 기술개발력량을 튼튼히 꾸리고 대중적 기술혁신운동을 활발히 벌려 생산확대와 경영관리개선에 이바지하는 가치 있는 과학기술성과들로 경제발전을 추동하여야 합니다."

이를 정리하면 대략 5가지 정책으로 1)원료와 연료, 설비의 국산화에 중심을 두고 2)공장, 기업소들의 현대화와 생산 정상화에서 나서는 과학 기술적 문제들을 푸는 데 주력 3)생산단위와 과학연구기관들 사이의 협동을 강화하며 4)기업체들에서 자체의 기술개발력량을 튼튼히 꾸리고  5)대중적 기술혁신운동을 활발히 벌인다 등으로 요약된다.

과학기술 관련 정책은 '과학기술을 통해 경제 강국을 건설하겠다'는 미래전략을 밝힌 7차 당 대회에서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부분 제시되었다. 하지만 그 이전 신년사에서는 2) 와 같은 원론적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과학기술을 제1순위로 올린 2015년 신년사에서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하였는데 전반적인 내용은 2) 와 같은 원론적 수준에서 현대화, 정보화를 강조하는 데 그쳤다. 과학기술의 순위가 뒤로 밀린 2016년 신년사에서도 역시 2) 와 같은 원론적 수준의 이야기와 함께, 생산현장에 '과학기술보급실'을 새로 꾸려 노동자들의 과학기술 수준을 향상할 것을 조금 더 요구하였다.

1) '국산화' 관련 정책은 최근 북한 정책의 핵심 화두인데, 7차 당 대회에서 각 부문별 과제로 대부분 언급되었는데 이번에 과학기술 부문의 중심 과제로 제시되었다. 이와 관련한 연구 주제를 중점 지원하겠다는 정책적 방향성과 함께, 생산현장에서 전개되고 있는 이와 관련한 활동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라는 뜻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의 기술혁신은 일차적으로 생산현장에서 자체적으로 전개하다가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가면 관련 연구기관에서 지원해주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국산화를 위한 생산현장의 기술혁신 수준이 어느 정도 단계까지 올라온 것으로 추정된다. 3)과 같은 정책이 강조된 이유라 할 수 있다.

북한의 과학기술은 목적이 명확하다. 단순한 지적 호기심 차원이 아니라 실제 생산, 즉 경제에 도움이 되기 위함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과학기술 정책은 생산에 도입되어 도움이 되는 정도, 즉 기술혁신에 기여한 정도로 평가된다. 그래서 2) 와 같은 정책은 항상 강조되는 것이다. 2016년에 강조한 과학기술보급실을 만드는 것도 결국 5) 와 같이 생산을 직접 담당하는 대중(노동자)를 중심으로 '기술혁신운동'을 활성화하기 위함이다. 교육 부문에서 올해를 '과학교육의 해'라고 강조하면서 과학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시설과 환경을 새롭게 바꾸라는 요구가 나온 것도 이런 흐름에서 파악할 수 있다.

4) 와 같이 기업체가 자체의 '기술개발역량'을 튼튼히 꾸리라는 요구는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최근 북한이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주의 기업책임 관리제'의 구체적인 내용 중에 이와 관련한 것이 들어 있다. 기업의 자율성을 높이면서도 계획경제의 틀을 깨지 않는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것인데, 그 내용에 기업의 인재육성권도 들어 있다. 단순한 기술지원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정도로 수준을 높이려는 듯하다. 중앙과 지방, 전문연구기관과 생산 현장의 역할 분담을 강조하면서 생산현장 자체적인 연구역량을 좀 더 강화하자는 4) 와 같은 정책으로 이어진 듯하다.

전력 부문
7차 당 대회에서 "전력문제를 푸는 것은 5개년 전략수행의 선결 조건이며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의 중심고리"라고 규정될 정도로 북한 경제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그래서 "5개년 전략수행 기간 당에서 제시한 전력생산목표를 반드시 점령"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래서 이번 신년사에서도 중요하게 전력 부문 정책이 중요하게 취급되었는데 대략 4가지 정책이 제시되었다.

1)발전설비와 구조물 보수를 질적으로 하고 기술개조를 다그쳐 전력생산계획을 어김없이 수행하여야 합니다.

2)국가통합전력관리체계를 실속있게 운영하고

3)교차생산조직을 짜고 들어 전력생산과 소비 사이의 균형을 맞추며

4)다양한 동력자원을 개발하여 새로운 발전능력을 대대적으로 조성하여야 합니다.

여기서 1)과 4)는 이전 신년사에서도 계속 언급되던 내용이고 2)와 3)이 이번 새롭게 들어간 내용이다. 이들 내용은 모두 7차 당 대회에서 제시되었던 정책이다. 북한의 전력 시스템은 전쟁의 피해를 대비하여 지역별로 따로따로 조직되어 왔다. 지역별 발전소와 생산공장을 직접 연결시키는 체계였다. 그러다가 이제 국가 전체적 차원에서 생산과 소비를 실시간으로 장악하는 '국가통합전력관리체계'를 꾸리고 제대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각종 기술적 해결책을 작년에 많이 완성하였다.

2016년 11월에 개최된 '제27차 전국정보기술성과전시회'에 참가한 전력 공업성은 '국가적 통합전력관리체계'에 대한 성과들을 전시하였다고 한다. 이 전시물에 의하면, "이미 마련된 지역 단위전력관리체계들을 하나로 통합하고 자료통신망 구성에 선진기술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전력량을 실시간적으로 감시 조종할 수 있게 되였다. 이와 함께 1차,2차변전소들을 통하여 전국의 모든 소비단위에서의 전력소비량도 실시간적으로 감시 조종할 수 있게 되였다"고 한다. 이는 "국가적인 전력의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맞출 수 있게 하는 것이고 향후 "유연 송전기술" 도입을 위한 토대로 작용한다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김책공업종합대학 재료공학부에서 개발한 '우리 식 이종금속 단자의 국산화' 성공은 서로 다른 재질의 전선을 통해 전력을 송전할 때 전력 누수가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소개되었다. 이를 만들기 위한 필수 기술인 "세계적인 첨단기술의 하나인 마찰교반용접기술"도 동시에 개발하였다고 한다. 또한, 발전소에 들어가는 터빈 등 각종 설비를 개보수, 혁신하기 위한 성과도 여러 건 작년 말에 발간된 로동신문에 소개되었다. 이들 기술에 대한 수준 평가는 동의하지 못 하더라도 적어도 필요한 기술을 차곡차곡 확보해나가고 있다는 것은 명확한 듯하다.

북한의 전력은 아직 충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생산량이 많이 높아진 것은 사실인 듯하다. 위성에서 찍은 북한 지역의 밤 풍경을 보면 여전히 남한보다 어둡기는 하지만 예전보다 밝은 점들이 더 많이 생긴 것을 볼 수 있다. 게다가 '교차생산'의 의미가 턱없이 부족한 전기를 나눠쓰는 수준을 넘어, 생산과 소비를 효율적으로 조절하여 균형을 맞추는 쪽으로 바뀌었다는 것에서 전력 사정이 이전보다 나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 연구에서 '교차생산'은 전력 부족 사회에서만 발생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데 대부분 에너지를 전력을 기반으로 하는 현대 산업 체계에서 교차생산 체계 도입은 당연하다. 아래에 보이는 2010년 기사는 현대자동차에서 교차생산을 도입한다는 소식이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연구 도입하려는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와 같은 개념으로 북한에서는 '교차생산 조직'을 추구하는 것이다. 즉 정보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생산, 운반, 소비를 효율적으로 조절하는 체계를 갖추려는 것이 북한의 '교차생산 조직'을 꾸리는 목적이다.

 
 현대-기아차 미국서 교차생산
ⓒ 강호제

관련사진보기


기계공업 부문
신년사만으로 해석했을 때, 북한의 공업 부문이 정상화, 분화되고 있는 근거가 화학공업과 기계공업 부문이 독자적인 영역으로 다루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화학공업 부문은 자연 상태의 연료, 원료를 확보하는 석탄공업이나 채취공업과 달리 새로운 원료, 원료를 직접 만들어내는, 자원 공급과 관련된 부문이다. 화학공업 부문에서 만든 연료, 원료를 사용하여 다양한 생산현장에서 다양한 제품들을 생산한다.

자연 상태의 원료로 만든 각종 금속을 만들어 내면, 이를 다시 다양한 기계를 만들어 생산현장에 공급하면 새로운 제품을 생산된다. 이 두 부문은 생산현장에서 필요한 직접적인 재료인 원료, 원료, 설비를 공급하는 영역이다. 산업 인프라를 만드는 4대 선행 부문을 넘어 이제는 화학공업과 기계공업 부문의 발달이 필요한 경제 상황이 된 것이다. 나름 발전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기계공업 부문의 정책 과제는 많지 않다. 

"기계공장들에서 현대화를 다그치고 새형의 뜨락또르와 륜전기재, 다용도화된 농기계들의 계렬생산공정을 완비하며 여러 가지 성능 높은 기계설비들을 질적으로 생산 보장하여야 합니다."

7차 당 대회에서 뒤떨어진 부문이라고 거론된 농기계 보급률을 높이려는 조치에 집중하고 있는 흐름이다. 아마도 '새 형의 뜨락또르'는 7차당 대회 끝나고 바로 개최된 기계장비전시장에서 소개된 금성뜨락또르공장의 80마력짜리 뜨락또르 '천리마-804'일 것이다. 이는 2016년 12월 계열생산을 위한 담보를 마련하였다고 한다. 북한의 주장으로는 100% 국산화된 트랙터라고 한다.

본보기 공장이 마지막 단계인 무인화까지 완성되었으니 공장들의 상황에 맞추어 본보기 기술들을 받아들여 혁신할 것이다. 그러면서 올해 새로운 과제로 작년에 개발한 트랙터, 운전 기재, 농기계 등을 대량생산할 체계를 만드는 것이 제시된 것이다.

화학공업 부문
화학공업은 특별히 "공업의 기초이며 경제의 자립성을 강화하고 인민생활을 향상시키는데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위상을 새롭게 정립되면서 정책이 제시되었다.

"2.8비날론련합기업소의 생산을 활성화하며 중요화학 공장들의 능력을 확장하고 기술공정을 우리 식으로 개조하여 여러 가지 화학제품생산을 늘려나가야 합니다. 탄소하나화학공업을 창설하기 위한 사업에 힘을 넣어 단계별과업을 제때에 원만히 수행하여야 합니다."

현대 생활에 쓰이는 대부분의 제품은 자연에서 바로 구할 수 있는 물질이 아니라 화학공업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진 물질을 이용한다. 이때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는 원천은 크게 2가지인데 석유와 석탄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석유에서 추출, 분리한 물질을 바탕으로 각종 화학물질을 만드는 석유화학공업 체계가 발달했지만 북한은 자체 생산할 수 없는 석유보다 풍부한 매장량을 확보한 석탄을 기반으로 하는 화학공업 체계를 발전시켰다.

이를 상징하는 기업소가 바로 동쪽에는 함흥시의 2.8비날론련합기업소, 서쪽에는 안주시에 있는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이다. 그런데 안주에는 북한 최대의 석유화학공업 시설도 자리 잡고 있어서 앞으로 석유가 개발되면 동쪽의 함흥보다 안주가 더 커질 듯하다. 7차 당 대회에서 '원유'를 적극 개발하겠다고 했고 2016년 하반기부터 중국의 석유시추선이 석유가 매장된 것으로 거의 확신할 수 있는 서해안에서 시추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생산 단계가 아닌지 이번 신년사에서는 빠졌다.

사실 2.8비날론련합기업소는 1990년대 중반 가동이 중단되었다. 그런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0년에 다시 정상화해내고 2011년에는 관련자들을 평양으로 불러 환대해주는 일명 '평양 정치'의 대상이 되었던 곳이다. 2.8비날론련합기업소는 이름에도 있는 '비날론(석유로 만든 나일론과 함께 석탄으로 만드는 비날론은 인류가 만든 중요 합성섬유이다. 면과 가장 비슷한 합성섬유이면서 방탄, 방염 섬유 등 특수 섬유를 만드는 데 쓰인다)'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비료, 염료, 농약 등 각종 화학 재료들도 기본공정을 이용하여 만들어 낸다. 남한이나 외부의 비료 지원이 줄어들었음에도 북한의 식량 생산이 늘어날 수 있었던 배경에 동서쪽의 대규모 화학공장들에서 비료를 직접 생산하게 된 것이 있다.

화학공업 부문의 정책 과제 첫 번째인 "2.8비날론련합기업소…" 부분은 석탄화학공업 체계를 더욱 강화하자는 의미라 볼 수 있다. 그런데 비날론 생산의 가장 큰 걸림돌은 생산 과정에서 전력소비가 많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인 전력 소비가 크다는 것은 화학공업 체계를 갖추려다가 다른 공업체계들이 생산에 지장을 받게 된다는 의미도 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 바로 '탄소하나(C₁)' 화학공업을 창설한다는 정책이다. 이는 7차 당 대회에서 "석탄 가스화에 의한 탄소하나 화학공업을 창설"하자는 말로 제시된 정책이다.

석유를 이용하거나, 석탄을 이용하거나 다른 물질을 만드는 출발은 탄소 2개짜리인 에틸렌(C₂H₂)과 탄소 3개짜리인 프로필렌(C₃H₃) 등이다. 탄소하나 화학공업이란 이들 출발 물질을 석유나 석탄을 가공, 정제하여 만들 것이 아니라 탄소를 하나 포함한 물질 즉 일산화탄소(CO), 메탄, 메탄올, 포름알데히드(CH₂O) 등을 이용하여 합성해내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석탄에서 출발물질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전력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므로 북한으로서는 매력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산화탄소와 수소를 '특수 촉매'를 써서 반응시켜 탄화수소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서 합성 휘발유, 합성 경유 등을 만드는 것이 바로 탄소하나 화학공업이다. 이는 북한에서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가깝게는 우리나라의 성균관대 배종욱 교수 연구팀이 2016년에 일산화탄소와 수소를 합성하는 새로운 '촉매'를 개발하였다고 한다. 제철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가스 속에 일산화탄소와 수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기술만 완비되면 에너지 소비를 줄이면서 폐기되는 가스를 활용하여 적은 비용으로 원료, 연료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혼합 가스에서 액체 연료 생산
ⓒ 강호제

관련사진보기


북한의 공식 문헌 분석은 항상 조심스럽다.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지 않을 수 있고 정치적 수사도 많이 들어가 있으며 더욱이 긴 역사적 안목을 가지고 봐야만 그나마 조금씩 변화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은 글로서, 현실 일부만 반영되어 있다는 전제 아래, 그 자체의 변화를 찾고 그 의미, 배경 등을 캐보려 한다면 나름 의미 있는 정보를 찾을 수 있을거라 확신한다.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면 왜곡하고 있는 이유나 방법이라도 찾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더디지만 조금씩 변화하는 북한
지난 10년 동안 남북 왕래가 거의 끊어졌기 때문에 북한에 직접 가보고 실상을 판단할 방법은 없었다. 따라서 유일한 합리적 추론 방법은 문헌을 꼼꼼하게 분석하는 것이다. 이번에 발표한 신년사를 이렇게 꼼꼼하게 분석해본 이유는 북한이라는 거대한 코끼리는 가보지도 만져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최대한 정보를 캐보기 위한 노력이었다.

최근 5년 동안 발표된 신년사만 놓고 보더라도 북한의 변화는 더디지만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그것도 후퇴보다는 전진, 나빠지는 것보다는 좋아지고 있는 방향이었다. 게다가 정책의 정밀함이나 세밀함이 조금씩 강화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로동신문에 나오는 기사들과 연결해 분석하면 신년사 본연의 목적, 즉 지난 1년을 평가하고 다가올 1년을 계획하는 것에 크게 어긋나지 않았음도 알 수 있다.

올해에도 북한 핵 혹은 미사일(로켓)로 인한 소동은 계속될 듯하다. 북한은 핵을 폐기할 수도, 아니 폐기한다고 해도 믿어줄 수 없는 상황(stage 2)으로 들어서 버렸기 때문이다. 돌아올 다리가 없다. 다만, 우리 정부와 미국이 전격적으로 변화를 받아들여 최소한 한미합동군사훈련의 개최 장소만이라도 조정하거나 평화공존을 위한 모색을 시작한다면 소동이 잦아들 수 있겠다는 변화의 여지가 약간은 엿보였다. 새로운 상황에 맞는 전략과 적극적인 실천 의지가 우리에게도 필요한 시점이다.

지식경제 시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한 북한은 과학기술을 앞세워 경제발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이번 신년사에서 명확히 밝혔다. 명시적으로 과학기술을 제1순위로 내세운 것부터가 그렇다. 또한, 이전과 달리 자세한 과학기술 정책을 바탕으로 부문별 경제정책을 마련한 것도 과학기술 중시 정책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생산현장을 CNC 기술로 자동화하여 궁극적으로 무인화 수준까지 올리겠다는 선언도 인상 깊게 보았다. 이제 북한의 변화, 좁게는 북한 경제의 변화를 읽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내용과 흐름을 반영해야 하는 것이 필수가 되어버렸다. 과학기술 관련 내용을 완전히 배재하고 북한 문제를 분석하던 기존의 북한연구 관행이 변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에 제시된 계획을 제대로 실천한다면 북한 경제의 변화는 눈에 띄게 빨라질 것이라 예상된다. 하지만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계획대로 현실 상황이 얼마나 따라와 주느냐이다. 또한 이런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충분한 자본과 자원을 어떻게 확충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북한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인 군사적 긴장감을 어떻게 완화할 것이냐이다. 이에 대한 명확한 상이 제시되지 않아 이번 신년사의 계획을 꼼꼼히 분석해보아도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게 남는다. 모쪼록 이러한 불확실성이 불안정보다는 안정 쪽으로, 전쟁이나 분쟁보다는 평화 쪽으로 점차 변해갔으면 하고 바란다.

 

오마이뉴스 http://omn.kr/m2c3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_겨레하나

북한 "획기적 전환"안에 숨은 뜻은

 [북한 신년사 분석 ②] "ICBM 시험발사 마감단계"

 

강호제 (NKTech.net 큐레이터, 극동문제연구소 객원연구위원) ㅣ 오마이뉴스 2017.01.10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016년 12월 25일 평양에서 열린 제1차 전국 노동당(전당) 초급당위원장 대회 3일차 회의에서 '초급당을 강화할 데 대하여'라는 제목의 '결론'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북한 신년사에서 지난 2016년을 평가하는 부분을 보면, 이전과 명확히 달라진 부분이 등장한다. 바로 '전환'이 "이룩되었다"는 '완료 형' 표현이 등장하는 점이다.

"2016년은 우리 당과 조국력사에 특기할 혁명적 경사의 해, 위대한 전환의 해였습니다."

"지난해에 주체 조선의 국방력 강화에서 획기적 전환이 이룩되어 우리 조국이 그 어떤 강적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동방의 핵 강국, 군사 강국으로 솟구쳐 올랐습니다."

(2016)
2015년은 뜻깊은 사변들과 경이적인 성과들로 수놓아진 장엄한 투쟁의 해, 사회주의 조선의 존엄과 위용을 높이 떨친 승리와 영광의 해였습니다.

(2015)
지난해는 당의 영도 밑에 강성국가 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최후의 승리를 앞당기기 위한 토대를 튼튼히 다지고 조선의 불패의 위력을 떨친 빛나는 승리의 해였습니다.

(2014)
지난해는 전당, 전군, 전민이 당이 제시한 새로운 병진 노선을 받들고 총공격전을 벌여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과 사회주의 수호전에서 빛나는 승리를 이룩한 자랑찬 해였습니다.

(2013)
지난해는 위대한 대원수님들을 우리 혁명의 영원한 수령으로 높이 모시고 당의 령도 밑에 주체혁명위업을 빛나게 계승 완성해나갈 수 있는 확고한 담보를 마련한 력사적인 해였습니다.

이와 같은 평가에 이어 2017년 신년사에서 밝힌 국방 부문의 성과는 대략 5가지로 다음과 같다. 1) 첫 수소탄시험 2) 각이한 공격수단들의 시험발사 3) 핵탄두폭발시험 4) 첨단 무장 장비 연구개발사업이 활발해지고 5) 대륙간탄도로케트시험발사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른 것.

만일 단순히 위력적인 무기를 개발한 수준이라면 '전환을 이룩'했다고 표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2015년 신년사에 등장하는 표현, 즉 "우리식의 다양한 군사적 타격수단들을 개발 완성하여 혁명무력의 질적 강화에 크게 이바지하였습니다"정도의 평가만 내렸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획기적 전환'을 '이룩하였다'라는 '완료 형' 표현이 등장한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 과대포장해서 발표하는 정부 문서를 뭘 그리 꼼꼼하게 분석하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같은 종류의 문헌에서 왜, 무엇이  변화하였는지도 북한의 변화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에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이전에도 '전환'이라는 말은 사용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표현은 모두 '전환하여야'한다는 요구와 의지 정도로 표현이 제한되어 있었다. 이번에 등장한 '획기적 전환이 이룩'되었다는 표현은 상황이 완전히 바뀐 것을 나타내기 위함인 듯하다. 마치 Stage 1을 끝내고 새로운 Stage 2로 넘어간다는 것을 표현한 듯하다.

그렇다면 2016년 국방 부문의 변화는 어떤 것이 있었을까? 단순한 무기 차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되는 것은 2016년 3월에 처음 등장한 "전략적 핵 무력에 대한 유일적 령군체계"의 도입지시가 있다. 이 지시가 완료되었다는 언급은 아직 보이지 않지만, 이 부분의 변화가 일단락되어 '전환'을 언급한 게 아닌가 추정한다.

북한은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단일한 체계로 모든 사회를 구성하려는 '유일 지도체계'를 추구한다. 일반 사회는 물론, 당, 군 모든 부문에서 유일 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북한 사회의 발전이자 지향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작년에 등장한 '전략적 핵 무력에 대한 유일적 령군체계' 도입 선언은 핵 관련 시스템을 완전히 독립적인 체계로 '새롭게' 구성하자는 선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즉 2013년 3월, 경제-핵 병진 노선이 채택되면서 핵 관련 시스템이 일반 경제와 별도로 구성되기 시작한 상태에서 2016년에 그 결실을 보자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북핵의 1단계(stage 1)가 마무리되고 2단계(stage 2)가 시작되었다는 선언이라 할 수 있다. 2016년 3월 이후 장거리 미사일 발사시험과 핵탄두 폭발시험은 단순히 핵무기를 구성하는 '기술 개발'시험이기보다는 독자적인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핵 무력 운용'에 대한 시험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핵무기를 개발하는 단계에서는 개발을 멈추게 하면, 핵무기를 보유할 수 없게 할 수도 있다. 개발이 완료되지 못하면 무기로 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핵무기가 이미 개발되어 운용단계로 넘어가면 핵무기를 없앨 수 없다. 단지 할 수 있는 일은 동결이나 축소뿐이다. 설령 폐기에 대해 합의한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폐기되었음을 검증할 방법이 '전무'하므로 실질적인 폐기는 '불가능'하다!

이제 북한 핵무기 폐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폐기 및 검증 방법을 명확하게 제시하거나 아니면 '핵을 가진 북한'과 공존할 방법을 찾아서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싫으나 좋으냐 없앨 수 없는 '존재'를 모르쇠로 부정만할 수 없으니.

 

 

 북한 핵문제의 새로운 국면
ⓒ 강호제

관련사진보기


핵무기 개발 동결 가능성 제시

이번 신년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핵 stage 2의 첫 번째 조치를 예고하였다. 2016년에 '대륙간탄도로케트(ICBM)' 시험발사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조만간 ICBM을 만들기 위한 기술 시험이 아니라 위력적인 무기 그 자체가 등장할 수도 있다는 예고이다. 과거 북한의 핵실험이나 인공위성 발사시험 때 공개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재서류를 보면, '준비가 끝났다'는 서류 위에 언제 어느 때 시험하라는 명령을 수기로 내렸다. 즉 북한 ICBM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심만 서면 언제든 시험 발사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언제, 어떤 조건이면 ICBM을 시험 발사할까? 이에 대한 추측 근거가 2017년 신년사에 짧게 나와 있다.

"우리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핵 위협과 공갈이 계속되는 한 그리고 우리의 문전 앞에서 년례적이라는 감투를 쓴 전쟁연습소동을 걷어치우지 않는 한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능력을 계속 강화해나갈 것입니다."

조건문으로 되어 있는 이 문장을 재해석해보면, 1) 핵 위협, 공갈 하지말고 2) 문전 앞에서 년례적이라는 이라는 감투를 쓴 전쟁연습소동 하지 않으면,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능력 강화를 중단할 것이라는 뜻이 된다.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표현은 두 번 째 조건에서 "문전 앞에서"라는 단어이다. 이전 신년사와 달라진 이례적 표현이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문전앞이 아니라 멀리 가서 하면 인정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2~3월에 연례적으로 시행되는 한미합동군사 훈련을 축소, 폐기하거나 훈련장소를 바꾸어 한반도 근해가 아닌 먼바다에서 진행한다면 ICBM시험발사를 안 하겠지만, 그렇지 않고 그래도 진행한다면 시험발사를 강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듯하다. 북한이 먼저 움직이지 않고 공을 한국과 미국에 넘긴 것이다.

"과학기술적 성과 많이 거두었다"

지난 2016년을 평가하면서 국방 부문의 성과 다음으로 강조한 것은 과학기술 부문의 성과였다.

"지구관측위성 《광명성-4》 호를 성과적으로 발사한데 이어 새형의 정지위성운반로케트용 대출력 발동기 지상분출시험에서 성공함으로써 우주정복에로 가는 넓은 길을 닦아놓았습니다.

우리 식의 무인화된 본보기생산체계들을 확립하고 농업생산에서 통장훈을 부를 수 있는 다수확품종들을 육종해낸 것을 비롯하여 나라의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자랑찬 과학기술적성과 들을 련이어 내놓았습니다."

이와 관련, 북한은 모두 4가지 성과를 거론하였다. 1)지구관측위성 《광명성-4》 호 성과적으로 발사, 2) 새형의 정지위성운반로케트용 대출력 발동기 지상분출시험에서 성공, 3) 우리 식의 무인화된 본보기생산체계들을 확립, 4) 농업생산에서 통장훈을 부를 수 있는 다수확품종들을 육종해낸 것 등이다.

그런데 2) '새형의 정지위성운반로케트용 대출력 발동기 지상분출시험에서 성공'을 국방 부문의 ICBM 시험발사 준비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는 내용과 연결하면 외교적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로 포석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사실 인공위성 발사체나 미사일은 모두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고속의 기체를 뒤로 뿜으면서 그 반작용으로 본체(인공위성 혹은 탄두)를 가속하는 원리가 기본이니. 따라서 인공위성 발사체 기술과 미사일 발사체 기술은 거의 구분되지 않는다. 이것 때문에 북한이 인공위성을 시험 발사했다고 주장할 때 외부에서는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사실, 북한의 미사일과 인공위성 발사체는 모양이 달라 실제로는 둘을 구분해서 운용하는 듯하다. 그래도 외부에서는 둘 다 똑같이 '미사일'이라고 해석할 수는 있다).

아마도 뭔가 협상이 안 되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순간에 북한은 정지위성을 쏘아 올릴 것이다. ICBM이 한국과 미국의 '행동'에 따른 반응이라면, 정지위성은 '무대응'으로 나올 때를 위한 포석이라 할 수 있다. 정지위성을 쏘는 것은 주권국가로서 권리라고 주장하면서 먼저 행동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2년을 기점으로 보면 정지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은 '국가우주개발 5개년 계획'이 2017년에 마무리되어야 하므로 정지위성를 쏘려고 시도할 수 있다. 분란이 생기더라도 말이다.

본보기 수준 향상 : 무인화 단계 진입

과학기술 부문에서 거둔 세 번째 성과인 '우리 식의 무인화된 본보기생산체계들을 확립'한 것은 북한 경제가 새로운 기술로 변화, 발전하고 있는 모습을 대변한다. 이를 해석하기 위해 두 가지 정보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무인화'이고 두 번째는 '본보기 생산체계'이다.

우선 '본보기 생산체계'의 의미를 살펴보자. 규모가 크거나 계획적인 활동 대부분이 그렇지만, 연구 개발한 결과를 한꺼번에 생산에 적용할 수는 없다. 이론과 실제가 달라 좀 더 현실적인 조건에서 시험을 해봐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났을 때 효과적으로 대응할 방법을  찾은 다음에 적용해야 안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초기에는 '모범', '시범', '본보기'를 만들어 운용한 다음, 예상한 결과가 충분히 나오고 위험요소를 충분히 통제할 수 있을 때 실전에 도입한다(북한 혹은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이 아니다. 일반적인 것이다).

북한에서도 새로운 정책이나 기술을 도입할 때, '본보기'를 만들어 한동안 운영한 다음 실제 생산에 도입하는 것이다. 따라서 '본보기 생산체계'를 확립했다는 것은 북한 경제 전체에서 도입된 것은 아니지만, 검증이 끝났고 세밀한 부분까지 정책이 다듬어졌기 때문에 실제 생산현장의 도입 속도가 급격히 빨라질 것이라 예상할 수 있게 한다. 이번에 '무인화된 본보기 생산체계'가 확립되었으므로 앞으로 모든 실제 생산현장의 변화가 '무인화' 방향으로 급격히 전개될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여기서 '무인화'는 말 그대로 사람이 없더라도 생산활동이 전개될 수 있게 '자동화된 기계설비들'로 생산현장을 완전히 바꾸는 것을 뜻한다. 즉 'CNC(자동숫자조동장치, Computerized Numerical Control, 머시닝센터라고도 부른다)' 기술을 도입하여 생산현장을 바꾸는 마지막 단계를 뜻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CNC화' 정책을 도입하면서 생산현장의 개조, 발전 단계를 4단계로 나누어 제시했다.

1) "공장, 기업소들의 개별적인 기계설비들을 CNC 설비로 바꾸는 단계"

2) "공장의 한개 구역을 CNC 설비들로 장비하고 콤퓨터에 의하여 생산이 통일적으로 조종되는 유연 생산체계의 확립단계"

3) "콤퓨터통합생산체계와 통합경영정보체계를 확립하는 단계"

4) "생산공정들을 무인화하는 단계"

1) 우선, 중요한 생산 공정을 담당하는 '설비'부터 CNC 기술을 활용하여 개조하고, 2) 점차 그 규모를 늘려, 한 개의 '생산 라인' 전체를 CNC 기술을 활용하여 자동으로 조정, 통제하는 유연 생산체계를 확립한 다음, 3) '공장 전체'를 CNC 기술을 바탕으로 자동화, 로보트화시키면서 동시에 사람이 담당하던 경영, 판단 등도 컴퓨터가 대신 처리하는 '통합생산체계'를 갖추어, 4) 궁극적으로 생산에서 사람의 개입이 없어도 될 정도의 '무인화'를 실현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렇게 보면, 2016년에 무인화 단계의 본보기 생산체계가 확립되었으므로 기술적인 문제나 실제 적용의 문제와 관련한 대책을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하게 세웠다고 볼 수 있다. 기술적으로 뒤떨어진 생산현장들을 일거에 '무인화'라는 최고 수준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 실무적 준비가 되었다, 혹은 그러한 전망이 생겼다는 선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실제와 얼마나 맞는지에 대한 조사는 아직 안 해봐서 평가 자체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정책 내용상으로는 이런 추정이 가능하다.

무인화된 본보기 생산체계 "확립"했다

이전 시기 신년사에서는 대부분 생산현장의 무인화보다 '현대화, 정보화' 정도만 요구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6년 5월에 개최된 '7차 당 대회'에서 '무인화' 목표가 제시되었다. 두 번째 단계인 '유연생산세포'와 세 번째, 네 번째 단계인 '통합생산체계'와 '무인조종체계' 확립을 목표로 동시에 지시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2017년 신년사에 '무인화된 본보기 생산체계'를 확립하였다는 완료 형 표현이 나온 것이다. 생산현장의 CNC화 단계를 한꺼번에 빠르게 끌어올리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사실 본보기 생산 공장의 무인화 달성 주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활동하던 당시부터 조금씩 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2011년 10월 무인화된 기계 가공직장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현지지도하면서 만족을 표시했다는 장자강 공작기계공장이다. 당시 이 공장의 무인화 직장은 "기계제품의 가공, 검사, 출하에 이르는 모든 공정이 콤퓨터로 조종 관리 운영"되고 있었다고 한다.

이보다도 먼저 무인화 체계를 만든 곳은 군수(국방공업) 부문이었다. 7차 당 대회에서는 "국방공업부문에서는 정밀화,경량화,무인화,지능화된 우리 식의 첨단 무장 장비들을 마음먹은 대로 만들어내고 있다"고 했다. 무인화를 매개로 보면 앞선 국방 부문이 뒤떨어진 민수 부문을 이끌어간다는 표현이 가능하다.

2002년 정식화된 선군시대 경제발전 전략인 '국방공업 우선, 경공업, 농업 동시발전 전략'의 핵심이 군수 부문을 우선적으로 발전시키고 여기서 획득한 기술 등을 민수로 전환하여 전체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따라서 2017년 신년사의 무인화 관련 발언은 군수 부문에서 우선적으로 발전시킨 '무인화' 기술을 민수부문으로 전환하는 시범 사업을 끝내고 전면적으로 확대할 단계에 왔다는 선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생산공정을 무인화하는 단계
ⓒ 강호제

관련사진보기


만일 이런 분석이 맞는다면, 2014년부터 도시 외형이 바뀌고 일반생활 수준이 향상되는 것을 볼 수 있었던 것처럼, 2017년에는 생산현장의 기술 수준이 급격히 높아지는 것을 볼 수도 있을 듯하다. 물론 이런 정책의 시행을 위해, 기술적, 정책적 준비와 별개로 자본이나 자원의 준비가 필요하므로 변화는 제한적일 수 있다. 하지만 기존 대형 공사들이 마무리되고 별도 자본, 자원 확보가 가능해진다면 변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도 있다.

처음으로 등장한 '최고생산년도 수준' 돌파

경제 부문에서 거둔 성과 중에서 이번에 처음으로 등장한 표현이 '최고생산년도 수준'을 돌파했다는 것이다. "수많은 공장, 기업소들과 협동농장들이 최고 생산 년도 수준을 돌파하는 자랑찬 성과를 거두" 었다고 했는데 이는 7차 당 대회 때에도 등장하지 않은, 처음 등장하는 표현이다.

사실 '최고생산년도 수준을 돌파했다'는 표현은 단위별로는 로동신문 등의 보도에서는 이미 등장했던 표현이다. 2014년 삼지연군과 대흥단군 감자 생산이, 2015년 자강도 누에고치 생산이 최고생산년도를 돌파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2015년 상원시멘트련합기업소가 최고생산년도보다 수만 톤 더 생산하였다는 성과였던 것 같다. 상원시멘트련합기업소 대표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16년 7차 당 대회 토론자로 나설 수 있었다. 앞에서 부문별 순서를 분석할 때에도 언급하였듯이 아마도 2014년, 2015년부터 건설, 건재 부문이 중요하게 언급되면서 대형 건설 사업이 진행되던 것과 연결된 일이라 할 수 있다. 건설 사업의 핵심 원료인 시멘트를 최대한 공급할 수 있는 계획이 세워져야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상원시멘트련합기업소의 자회사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2007년 상원시멘트련합기업소는 프랑스 라파스(라파르쥬) 건재회사와 합작하여 '평양 상원 시멘트합영회사'를 만들었다. 이 합영회사는 2015년 '개건 계획 1'을 마무리하고 '개건 계획 2'를 결정하였다고 한다. 이런 외부 자금과 기술의 공급이 상원시멘트련합기업소가 최고생산년도 수준을 돌파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앞으로 잘 살펴봐야 한다. (꼭 필요한 요소인지, 아니면 있으면 더 좋고 없어도 북한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인지. 북한 주장으로는 후자이지만 전자인 사례들이 꽤 많으니.)

2016년에 최고생산년도 수준을 돌파했다는 단위는 상원시멘트련합기업소 말고도 안변군 천삼 협동농장, 통천군 읍협동농장(알곡생산), 121호림업련합기업소(통나무), 신의주 마이싱 공장, 2.8직동청년탄광, 고산 과수 종합농장 등 꽤 많았다.

여기서 말하는 '최고생산년도'는 언제를 말하는 것일까? 북한에서 명확한 시기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대략 1980년대 후반, 즉 1987~1989년 즈음으로 추정된다. 그 이후부터는 사회주의권 전체가 붕괴하기 시작하였고 북한 경제도 극심한 침체기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부문별, 생산 단위별로 조금씩 최고생산년도가 다를 테지만 대략 이 시기 수준을 기준으로 삼고, 이를 돌파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은 듯하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는 통계를 숨기지만 성적이 좋으면 통계를 공개했기 때문에 조만간 자신들의 실적 등 수치화된 성과를 공개할 수도 있을 듯하다.

스스로의 다짐을 솔직하게 표현한 김정은

 

 

 2015년 10월 10일 북한군 열병식에 등장한 대륙간 탄도미사일
ⓒ 신은미

관련사진보기


연설문 끝부분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스스로의 다짐을 솔직하게 표현한 부분이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던 것 같다.

"언제나 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는데 올해에는 더욱 분발하고 전심전력하여 인민을 위해 더 많은 일을 찾아 할 결심을 가다듬게 됩니다."

"나는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을 믿고 전체 인민이 앞날을 락관하며 《세상에 부럼없어라》의 노래를 부르던 시대가 지나간 력사 속의 순간이 아닌 오늘의 현실이 되도록 하기 위하여 헌신 분투할 것이며 티 없이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우리 인민을 충직하게 받들어나가는 인민의 참된 충복, 충실한 심부름군이 될 것을 새해의 이 아침에 엄숙히 맹약하는 바입니다."

많은 사람이 이 부분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으로 분석하면서 '수령의 무오류성'을 깬, 이례적인 표현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수령의 무오류성'은 북한 공식 문헌에 등장하는 표현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수령의 절대성'과 '당 정책의 무오류성'을 혼합한, 오해석이라 추정된다. 인간이 하는 일에 100%가 어찌 가능할까. 수령의 무오류성은 수령제 혹은 유일 체제에 대한 개인들을 잘못된 이해로 기인한 듯하다.

최고지도자 개인의 능력은 분명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자신의 능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지 못한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고 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을 수행하는 비서들에게 사정하기도 했다. 누가 뭐라 해도, 1990년대 북한 경제난은 최고지도자의 잘못이 아니라고 하기 힘들다. 게다가 1980년대 이전 과학기술자들을 홀대했다는 반성과 함께, 과거 정책이 잘못되었음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시인한 적도 있다. 따라서 1)과 같은 표현은 신년사에서 처음 등장한 표현은 맞지만, 이전에 없었던 표현이라 할 수는 없다. 아마도 연이은 수해피해에 대한 안타까움과 70일 전투, 200일 전투 등 속도전에 따른 피로도를 호소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기 위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2)에서 등장하는 '인민의 참된 충복, 충실한 심부름군'이라는 표현을 자신에게 한 것이 매우 특이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원래 이런 표현은 당원, 당일군에 대해 쓰는 표현이다. 따라서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이 최고지도자이면서 동시에 당일군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실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같은 최고지도자도 당원으로서 자신들이 포함된 세포가 있고 그 세포비서에게 총화를 해야 한다고 한다. 물론 최고지도자의 막강한 권한 때문에 이런 조직 논리가 제대로 발현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위와 같은 발언은 이제부터라도 이런 논리를 양성화하면서 당원, 당일군들의 분발을 끌어내기 위한 정치적 포석이라 할 수 있다. 2013년 1월에 개최된 '세포비서대회' 와 2016년 12월에 개최된 '초급당위원장대회' 등을 통해 기층 당원, 당일군들을 '사상투쟁'에 적극적으로 이끌기 위한 조치와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하여튼, 로동당 당원들은 이보다 더 가혹한 자기비판을 해야 할 테니 2017년은 그들에게 매우 힘든 한 해가 될 듯하다.

이 문장들과 함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고개 숙여 인사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2016년 신년사에도 빠르게 지나가긴 했지만 분명 인사하는 장면이 있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오히려 남한에서 더 높은 존재로 인식하는 듯하다.

기존의 해석에서 나온 잘못을 하나 더 바로잡자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최고령도자"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 김정은 사망 5주기를 기점으로 한다는 해석은 잘못되었다. 이런 표현은 이미 이전부터 쓰고 있던 표현이다. 다만 이번 신년사 앞에 '최고령도자'라고 쓴 것은 이번에 처음이긴 하다.

 

 

오마이뉴스 ㅣ http://omn.kr/m2co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_겨레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