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6월내 봄가뭄이 이어지더니, 7,8월 혹독한 폭염에 이은 폭우, 급기야 태풍, 때아닌 가을장마까지, 이놈의 날씨가 왜 이러나 싶게 고르지 않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변덕스런 날씨에 농민들의 한숨은 늘어가고, 환경론자가 아니더라도 한번쯤 날씨걱정을 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날씨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의 소식이 들려옵니다. 북한 수해소식도 그 중 하나입니다.

 

올해도 북한의 수해가 심각하다 합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8월 4일까지 사망 169명, 실종 400여명, 이재민 21만명이 발생했다고 보도했고 그 이후에도 집중호우가 이어진 점을 고려하면 피해액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태풍 볼라벤으로 인한 피해도 만만치 않습니다. 9월 3일 보도된데 따르면 ‘태풍 15호의 영향으로 2일 현재 사망자수는 48명, 부상자와 행방불명자수는 50여 명’이라며 ‘전국적으로 6천 700여 세대(가구)의 살림집(주택)이 완전 및 부분 파괴·침수되고 2만 1천 180명이 집을 잃었다’고 합니다.

 

북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태풍 '볼라벤'의 피해 상황을 신속하게 보도하였다. (사진. KBS)

 

농경지 침수로 북한의 올해 식량생산량이 60만톤 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식량상황이 넉넉지 않아 해마다 만성적인 식량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북으로써는 매우 비상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북한의 수해상황이 알려지면서 국제사회의 지원 움직임 또한 분주합니다. 이미 평양주재 국제기구들이 피해 실태파악에 나섰고, 세계식량계획(WFP)은 쌀 336톤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3만 4천 달러, 유엔아동기금(UNICEF)이 25만 3천 달러, 국제적십자사가 3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독일과 영국의 NGO 들도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 졌습니다.

 

당연히 우리 단체를 포함한 남쪽의 대북지원단체들도 수해지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24일 대북지원단체들을 대표해 북민협(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이 북측 민화협과 수해지원에 관한 실무협의도 진행하고 밀가루 3000톤을 지원하기로 약속한 바 있습니다.

 

지난 8월 24일 북측과 수해지원을 합의하고 돌아온 북민협 대표단의 인터뷰(사진. KBS) 

 

그런데 정작 우리 정부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북한도 우리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악화되어 있는 데다, 지난해 수해지원 품목에 대한 이견으로 결국 지원이 성사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정부가 50억원 상당의 수해지원 물품을 지원하겠다고 나섰고 이에 호응해 북한은 수해지원에 필요한 ‘식량과 시멘트’를 보내달라고 하자, 정부는 북한이 요청한 물품은 북한이 군사적으로 전용할 우려가 있다며 초코파이와 영유아용 과자를 보내겠다고 주장해 결국 지원이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참, 답답한 노릇입니다. ‘수혜자가 가장 필요로 하는 물품’을 제공한다는 인도지원의 대원칙을 저버린 것도 문제거니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식량과 시멘트 등은 수해복구에 가장 필요한 것들 일텐데 말입니다. 북한이 84년 남쪽에 수해지원을 위해 보내온 물품도 쌀과 시멘트였습니다.

 

올해도 상황은 다를 것이 없어 보입니다. 심지어 정부는 민간이 수해지원을 위해 보내려는 밀가루도 북으로부터 미리 분배계획서를 받지 못했다며 반출을 불허했습니다. (분배계획서란 북한에서 남한의 지원 물품을 받아서 어느 지역의 누구에게 얼마만큼씩 나눠주겠다는 계획을 밝힌 문서를 말합니다.) 자연재해로 한시가 급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긴급 구호를 하면서 분배계획서를 내놓으라는 경우는 전 세계 어디에도 전례가 없습니다. 필요하다면 사후 모니터링을 할 수도 있는데 굳이 문제를 삼아 반출을 불허하는 것은 결국 ‘하지말자’는 얘기입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북한도 ‘꼬리표’가 붙은 남측의 지원은 받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대로 간다면 대북지원단체들과 북민협의 수해지원도 무산될 가능성이 큽니다.

 

인지상정입니다. 어쩌면 북을 돕는 이번 일이 악화된 남북관계를 어렵지 않게 회복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정부는 진정 모르는 걸까요? 84년 북한수해지원을 계기로 남북이산가족 고향방문이 분단 40년 만에 처음 성사됐던 것처럼, 날로 악화되는 남북관계를 지켜보면서 고통의 나날을 보냈을 이산가족의 눈물을 닦아줄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말입니다.

 

북한 수해와 수해로 고통받는 주민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나눔이 필요합니다. 인도적 도움의 손길조차 가로막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지만, 어떻게든 돕겠다는 우리의 마음이 고통받는 이웃들에게 반드시 가닿기를, 가능한 지원의 길이 열리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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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합뉴스

 

 

지난 달(5월) 25일,

 북한 남포에서 한 농부가 타들어 가는 농작물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사진입니다

 

황해북도 지역은 60년 만에, 평양지역은 105년 만의 최대 가뭄이라는데...

 최악의 가뭄사태 이후 더해질 식량난이 얼마만큼 규모가 될지 걱정이 됩니다.

올 하반기 대북 인도지원이 꼭 정상화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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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8일 겨레하나는 겨레하나의 북측 사업파트너인 민족화해협의회에 팩스를 한 장 보냈습니다. 그동안 ‘남북관계의 개선여부와 북측의 상황을 고려하여 미뤄왔던 북측과의 실무접촉을 요청’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5월 23일 북측은 ‘북남관계가 최악의 전쟁접경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실무접촉과 관련해서는 ‘귀 본부에서 해당기관의 승인을 받은 문건을 보대온 다음 협의하는 것으로 하였으면 한다’는 내용의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사업파트너와의 만남 자체가 어려워졌으니 참으로 답답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북측 팩스의 함의는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겨레하나가 읽은 행간의 의미는 첫째, 남측 정부의 대북 강경책이 바뀌지 않는 한 민간교류 자체가 가능한 분위기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는 점, 둘째, 통일부가 불허를 남발하고 있으니 실무접촉 성사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조건에서 초청장을 내줄 수는 없다는 입장으로 생각됩니다.  

 

 

2011년 북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현 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2007년에 비해 1/10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그나마도 지난해 북에서 정부의 모니터링 기준을 거의 수용하면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지원을 했으니 분배모니터링은 당연히 필요합니다. 그러나 지난 4년 간 통일부의 인도적 지원 반출승인요건은 점점 더 까다로워졌고, 기준에 맞는 분배계획서, 3군데 이상의 모니터링이 가능한 사전보장확인서를 받아야만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러다보니 북은 민간의 인도지원도 남측 정부의 ‘북한 길들이기’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북은 지금껏 한 번도 모니터링을 거부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현 정부가 ‘사전문건보장서가 오지 않으면 승인을 못해준다’고 버티는 순간 북은 모니터링을 해주고 싶어도 ‘불신에 기초한 인도지원을 어떻게 받을 수 있겠냐’고 되묻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필연적으로 대립과 갈등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데는 우리 정부의 책임이 큽니다. 이산가족 상봉도, 인도지원도, 점점 조건을 강화해 마치 ‘북이 수용하지 않아 성사될 수 없다’는 식으로 남북대결 의식을 강화하는 것이 현 정부의 진짜 속심이 아닌지 의심하게 됩니다.

 

 

인도적 대북지원은 북녘의 어려운 동포들을 돕고자 하는 순수 인도적 의미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서로간의 어려움을 헤아리면서 차이도 이해되고 더 큰 협력방안도 만들어 질수 있습니다. 인도적 지원마저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강요되는 상황이야말로 현 남북관계의 가장 큰 불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당분간, 겨레하나와 북측 파트너간의 만남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겨레하나는 남북관계의 변화가 하루빨리 이루어지길 촉구하면서, 북녘 동포들에 대한 남녘 이웃들의 마음을 소중히 모아 담겠습니다. 그 마음들이 남북화해협력의 물꼬를 반드시 다시 열어낼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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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이번에는 남북 협력 사업에 대한 협의 중에서 발생했던 에피소드를 소개하겠다.

남과 북의 시각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경험이라 글을 읽는 분들이 재미있어 할 것 같다.

 

2005년 7월부터 몇차례에 걸쳐 있었던 '한국 관광공사'의 실무협의였다.

'관광공사'는 공사 주도의 북한관광을 성사시켜, 한반도 전체의 관광벨트화를 실현하려는 계획이 있었다.

금강산이나 백두산 관광 등 북한의 관광문제는 모두 현대아산에게 밀렸던 터라,

특히 평양 관광 만큼은 관광공사 주도로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나름 절박했던 것 같다.

 

관광공사의 입장은 도로안내판 재설치나, 기타 북이 원하는 평양 리모델링을 도와주고,

관광공사의 이름으로 시범관광부터 해보자는 계산이었다.

 

개성에서 두 세번의 실무 접촉 끝에 북에 적정량의 페인트를 지원하고,

전세 비행기 한 대 정도의 대표단이 평양, 묘향산을 방문하는 것으로 대강의 윤곽이 그려졌다.

논의가 비교적 빨리 마무리 되어 합의서에 양쪽이 모두 싸인 만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 순간 예상치 못한 복병이 나타났다.

 

관광공사는 '평양 리모델링용 페인트를 지원하고 시범 관광을 한다'는 내용이 명시된 합의서의 남측 초안을 제출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북이 “관광에 합의한다는 내용은 명시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전혀 뜻하지 않은 돌발 상황이었다. 이제까지 논의 된 사항이 아닌가?

 

관광공사는 ‘평양 시범관광용’이라는 명분으로 살림집(아파트) 외벽용 페인트를 지원할 수 있다고 누차 이야기했고,

북도 관광공사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논의를 진행시켜 왔지 않은가 말이다.

그런데 북은 관광공사의 상황을 이해한다는 것과, 합의서에 '관광'이라는 말을 명시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주장하였다.

 

그 이유인즉,

북은 남쪽 국민들에게 '평양 관광사업을 허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국가적 시책이 정리되어 있지 않은 조건에서

마치 관광공사와 그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듯 '관광'이라는 표현을 쓸 수는 없다고 하였다.

 

평양에 올수는 있으나

페인트를 지원해준 것에 대하여 답례로 오는 것이지

일반 관광객들에게 관광시켜주는 것은 아니란다.

 

관광공사는 난감해 하였다.

북에 페인트를 지원할 수 있는 명분은 시범관광을 하기위한 것인데,

그 명분을 합의문에 명시할 수 없다면 기금 마련도 불가능하였기 때문이다.

그런 저런 속사정을 털어놓으며 장기적 관광합의가 아닌 일회성이라는 점,

그저 명분용 문구일 뿐이라고 사정도 하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종일관 대꾸도 없이 묵묵부답으로 앉아 있는 북!

적어도 30분 이상 그렇게 앉아 있었을까?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내가 '관광'이라는 표현을 '참관'이라고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더니

북은 표정이 단박에 환해지면서 동의한 반면,

이번에는 관광공사 측에서 '참관'이라는 뜻은 동의하나 합의서에 명시할수 없는 표현이라고 '불가'를 주장하였다.

 

다시 침묵의 시간....

 

나는 처음에는 북이 유연성이 부족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보니, 이를 단지 유연성의 문제로만 보는 것은 너무 가벼운 판단인 듯 싶었다.

'관광'이라는 문구에 그토록 예민할 수밖에 없는 북의 입장이 나름 이해되었다.

 

'페인트를 지원하고, 평양에 가는 것'의 의미는 정확히 보면 순수한 인도지원이라기 보다는

‘관광을 위한 선 투자 개념’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었고,

북은 그 당시의 시점에서 관광공사 방문이 관광개방으로 비추어 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던 것 같다.

 

'북이 얼마간에 페인트를 받고 관광공사의 평양 관광이라는 시장개방정책에 합의해준다? '

<개혁, 개방>이라는 자본주의적 시장개방 정책과도 잇닿아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서로의 입장이 이해가 되니, 단지 유연성의 문제로 보고 합의를 유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관광공사는 결국 북에 페인트 지원을 했고,

얼마 후 2005년 10월 22일부터 25일까지 133명의 대표단이 북의 융숭한 대접과 안내를 받으며 평양을 참관(관광)할수 있게 되었다.

 

합의문은 어떻게 작성되었느냐고? 그것은 여기에서 공개하지 않겠다.

나는 남과 북의 엄청나게 예민한 차이를 넘나들며 협력사업을 해야 하는 협력사업자니까!

 

 

그림. 서영준 화백

   

다만 여기서 정작 내가 정말 아이러니 하게 느껴지는 장면을 한가지 더 이야기해야겠다.

 

돈을 들고 북을 지원하겠다는 관광공사는

북을 달래기도 하고, 호소하기도 하고, 어떻게 하든 합의서를 작성하려 땀을 뻘뻘 흘리는데,

북은 '관광불가'를 선언한뒤, 남측을 설득하려고 애쓰지 않으면서 침묵을 지키고 앉아 있는 장면에 대해서 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 북의 태도가 고압적이라고 느낄 수 있다.

 

세상에!

돈을 들고 있는 쪽에서 지원을 해주겠다고 이렇게 저자세일수 있을까?

 

그러나 진실은 이런 것이었다.

북은 인도적 지원사업자인 내게도 늘 이렇게 이야기한다.

 

'동족의 어려움에 대하여 함께 해주겠다는 순수한 마음을 우리는 고마워합니다.

겨레하나는 댓가성이 아닌 순수한 지원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북남협력사업은 민족의 미래를 걱정하는 통일애국사업입니다.

댓가성 거래가 아닌 통일애국사업을 해주시는 분들에게 우리가 할수 있는 예우는 다 할 작정입니다.'

 

그러니까 북은 관광공사가 '명분'을 주장하는 속사정은 이해하나,

어떻게 하든 이 사업이 통일애국사업으로 정리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며,

시범관광을 위한 댓가성 지원은 용납할 수 없어 관광공사의 입장이 정리될 때 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이를테면, '당신들은 순수한 통일애국사업을 원하는가, 아니면 거래를 원하는가?' 이 질문을 해 놓고는

관광공사의 답을 기다리는 것이다.

 

아무튼 자본주의적 시각에서 보기에 이상한 현상이다.

북을 지원해주겠다는 남측에서 북에 이것 저것을 합의해 달라며 아우성을 치거나 화를 내고,

정작 도움을 바라는 북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고....

 

북이 너무한가? 아니면 남이 경박한가? 그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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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없이 북한을 드나든 몇 안 되는 남한 사람일 것 이다. 한 100번 쯤 될까?


일반 관광이나, 기자로서가 아닌 ‘협력사업자’로서의 방북이었다.
처음에는 3년간은 6.15, 8.15 등 남북공동행사를 준비하기위하여,
그 이후에는 인도적 대북지원단체의 사무총장으로, 인도지원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문화교류를 논의하기 위해서
어떤 때는 한달에 서너차례 평양 개성 금강산 등 북한을 찾았다.


남과 북의 서로 다른 입장과 이해를 서로 조정하여 공통의 합의점을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한편에게 너무 당연한 상식도 상대편에게는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고,
서로간의 오해가 축적되어, 협력사업이 성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심정을 열정적으로 토로하다보면 상대방은 점점 더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게 되고,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대화가 완전히 단절되고 소통이 먹통되는 순간들도 왕왕 있다.


그럴 때 남쪽 인사들은 북이 남쪽의 실정도 모른 체 너무 많은 댓가를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경제협력 등에서 북이 너무 진입단가를 높게 책정해,
남쪽이 받아들일 수 없는 무리수를 둔다는 말들이 무성하게 나돈다.
또 사회문화교류에서 북이 남쪽을 외국과 달리 높은 진입장벽을 친다거나,
혹은 제한규정을 강화해서 ‘동포애’ 운운하면서도 오히려 남쪽을 압박하고,
결과적으로 불공정한 차별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제기도 있다.

이 모두 북이 남북교류협력을 하는 근본 이유는 '물질적 성과' 혹은 '댓가'라고 보는 견해에 속한다.



그러나 북한은 자본주의 사회인 남한과 달리 이윤창출을 목표로 움직이는 사회가 아니다.
즉 ‘사회주의적 이념’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사회이다.
‘사회주의적 이념’을 한마디로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남북 협력사업에서의 ‘사회주의적 이념’은 때로는 ‘물질적 성과’일수도 있고,
때로는 그들이 말하는 ‘통일전선적 연대의 효과를 고려한 정치적 행위’일수도 있고
또 때로는 ‘역사적 평가와 대중적 시선’의 문제일수도 있다.
그러므로 매 상황마다 그들의 판단의 중심이 무엇인지를 남쪽에서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다보니, 북은 양파처럼 속을 전혀 알 수 없는 집단이며,
북의 결정방향에 대해서는 늘 예측불허라는 평가가 더 객관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자본주의적 인식’과는 전혀 다른
‘사회주의 북한’ 사람들의 사고체계의 특성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그들이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를 찾아내고, <그 차이를 뛰어넘는 합의점 마련의 방도>를 마련하지 못하면
사실상 협력사업의 성사는 불가능하며, 더 나아가 남북화해협력의 길은 더 멀고 험란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 글을 시작하는 이유는
지난 10년 동안 느낀 분단 60년을 훌쩍 넘으며 <협력사업>을 하게된
남과 북의 여러 풍경들을 스케치하고, 갈무리하며,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던 여러 가지 소회들을 축척하기 위함이다.


아직도 썩 자유롭지 않은 서로를 바라보는 시간, 이를테면 <주적>인지,
아니면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인지
그 애매모호한 헷갈림과 이질감을 염두에 두고, 다른 한편으로는 뜨거운 동포애적 정을 심장으로 느끼면서,
협력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은 그 어디메쯤 반드시 기록으로 남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일 것이다.


그동안 북한을 오고갈 때마다
늘 우리가 가지고 있는 관념속의 <북한>과 실제 <북>의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남북이 함께 창조해야할 새로운 길의 모습을 상상해 보곤했다.
지금도 그 새로운 길을 어찌어찌 개척해할지 명료한 것은 없다.
그러나 이렇게 에피소드를 적어보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어쩌면, 사람들이 훨씬 더 명확하게 나에게 길을 일러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보기도 하다.


각설하고, 남북관계도 가장 최악인 지금, 시간 있을 때, 그저 기록을 적어보자.
글 전체의 체계라든가, 짜임새라든가 그런 저런 고민을 하다보면 아마 끝까지 시작조차 하지 못할 것 같다.
그저 생각하는 대로 두서없이, 메모장을 만들어 두는 방식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겠다.
정리는 나중에! 좀 두서없어도 그게 시작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아직도 표현의 자유가 그다지 넓지 않은 상황에서,
미처 쓰지 못한 내 마음자리의 어수선함까지 이글을 읽는 네티즌들은 헤아려주지 않을까?

이글을 읽는 분들의 피드백을 기대하며, 하나씩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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