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미중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

부상하는 북폭론,

한반도 위기는 대선을 기다리지 않는다

 

장창준(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상임연구위원) ㅣ 통일뉴스 2017.04.11

 

미중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예사롭지 않음은 미중 정상회담이 끝난 후 공동보도문이 나오지 않은 데서 출발한다. 트럼프 정부가 북핵 이슈를 미중 정상회담의 중요한 의제임을 이미 공공연하게 밝혔기 때문에 공동보도문이 나오지 않은 것은 북핵 이슈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가 오간 것이며, 그들의 합의 못한 내용은 무엇인가?
 
미중 정상회담을 들여다 볼 겨를도 없이 시리아 폭격이 북한에 대한 경고 성격을 갖고 있다는 소식, 미국의 주요 방송사 간판 앵커와 저명한 종군 기자가 한국에서 뉴스를 보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결정적으로 미항공모함 칼빈슨호의 회항 소식이 전해지면서 ‘북폭론’까지 일고 있는 형국이다. 애초 싱가포르에서 호주로의 항해가 계획되었던 칼빈슨호가 다시 한반도로 방향을 돌렸다는 분명 심상치 않은 소식이다. 이미 칼빈슨호는 지난 3월 한미연합군사연습에 참여했다. 훈련에 참여했던 미항모가 다시 한반도를 찾는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트럼프 정부는 북폭을 기획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트럼프 정부의 북폭 기획은 어떻게 현실화되는가? 그리고 북폭이 현실화된다면 한반도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칼빈슨호의 회항과 대북 강경발언, 이미 한반도는 전쟁 국면

칼빈슨호의 회항과 더불어 미국 고위 관료들의 대북 강경한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 직전 트럼프 정부는 대북 정책 재검토를 완료했다. 그와 더불어 나온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이 하지 않으면 미국이 직접 하겠다”는 발언이었다. 미중 정상회담 직후 틸러슨 국무장관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한반도의 상황이 무언가 조치가 필요할 만큼의 위협적인 것”임을 시진핑 주석 역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같은 시진핑의 태도를 틸러슨은 중국 역시 ‘무언가 조치가 필요한 상황’임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틸러슨이 말한 조치는 ‘군사적 조치’로 해석된다. 칼빈슨호의 회항 소식뿐 아니라 미 백악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한반도 핵무기 배치’, ‘김정은 제거 작전’까지 포함된 대북 정책을 건의했다는 NBC의 보도가 동시에 나왔기 때문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많은 전문가들은 칼빈슨호의 한반도 재배치가 북한 경고용이며 따라서 미국의 군사행동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한다. 정세현 전 장관 역시 북한이 시리아와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시리아에 대한 폭격을 감행한 것처럼 북한에 대한 폭격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국 전문가의 분석도, 정세현 전 장관의 전망도 일리 있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한반도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그 같은 일반적인 분석은 현실적이지 않다. 한반도에는 정전시 혹은 전시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직접적인 군사적 대치, 군사력 사용 의지가 표출되는 순간 한반도는 정전시에서 전시로 전환되는 특수한 지역이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이렇다 할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연이어 터져 나오는 트럼프 정부 고위 인사들의 대북 강경발언 그리고 예정에 없던 칼빈슨호의 회항은 한반도가 사실상 전쟁 국면으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정전시와 전시 밖에 존재하지 않는 한반도 상황에서 전쟁은 선전포고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선제 폭격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군사적 대치, 긴장감의 고조 자체가 이미 전쟁 국면인 것이다. 폭격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자체로 한반도는 전쟁 국면에 진입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강경해진 이유

미국 정부 관계자들의 강경한 발언, 칼빈슨호의 회항으로 대표되는 군사적 움직임은 분명 대북 경고용 성격을 갖는다. 즉 북한의 행동을 변경시키기 위한 압박용이다.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고 북한에게 보내는 메시지이며, 레드라인을 넘으면 군사옵션을 현실화하겠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은 ‘북한의 ICBM’ 발사이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ICBM을 발사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의 레드라인’이라고 할 수 있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4월 9일 ABC 방송에 출연하여 북한의 ICBM 발사를 ‘레드 라인’으로 분명히 명시했다. ‘트럼프의 레드 라인’은 ‘트럼프 정부의 레드 라인’으로 공식화되었다. 틸러슨이 북한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시리아 공습에 대해 “국제규범을 위반하는 모든 국가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적대관계에 있는 국가간에 협상을 할 경우 협상을 주도하고 상대방으로부터 보다 많은 양보를 이끌어 내기 위해 군사적 옵션을 강화하는 것은 일반적인 패턴이다. 이전의 북미 협상 국면에서도 이같은 패턴은 반복해서 나타나곤 했다.
 
대단히 아이러니한 상황일 수는 있겠지만, 트럼프의 대북 정책이 완료되기 전에 미국은 중국을 통해 북한에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지난 3월 틸러슨이 중국을 마지막으로 한중일 순방을 마치고 돌아간 직후 조셉 윤 미국 6자회담 대표가 중국을 방문했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이동하는 전용기에서 틸러슨은 동행했던 기자에게 조셉 윤의 중국 방문에 대해 “북한이 메시지를 받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지금 가장 긴급한 일이다”라고 답변했다.
 
이 인터뷰에서 틸러슨은 “우리는 너희(북한)와 갈등을 원치 않는다. 우리는 너희가 방향을 바꾸기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미국의 첫 번째 스텝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것(첫 번째 스텝)은 행동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대단히 심각하다는 것을 북한이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강경해진 발언과 군사적 움직임은 ‘미국의 심각성을 북한에 알리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틸러슨의 인터뷰 내용은 Independent Journal Review 홈페이지에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http://ijr.com/2017/03/827413-transcript-independent-journal-reviews-sit-interview-secretary-state-rex-tillerson/)

즉, 틸러슨은 중국 방문 과정에서 첫 번째 스텝으로서 ‘북한의 행동 변경’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고, 미중 정상회담 이후 두 번째 스텝으로서 ‘군사적 압박과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미중 정상회담이 공동보도문조차 발표되지 않은 이유가 확인된다. 시진핑 주석은 미국이 추진하는 ‘대북 군사적 압박과 경고’조차도 한반도 평화를 해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 의사를 피력했던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혼자라도 하겠다”는 기존의 강경한 입장을 피력함으로써 구체적인 대북 정책에 대해 합의를 보지 못한 것이다. 그 결과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상황의 위급성, 한반도 비핵화,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틸러슨 국무장관과 왕이 외교부장이 확인한 원론적 입장에서 한 발도 진전하지 못한 채 종료되었다.
 
북폭 위험성은 현실이다

 

그렇다면 북폭 가능성은 없는 것인가. 지난 시기 북미 관계의 역사는 대북 경고와 압박을 목적으로 한 군사적 조치가 현실화, 실제화되었던 사례를 갖고 있다. 1차 북핵 위기 당시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포기시킬 목적으로 패트리어트 미사일 배치를 강행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활동을 계속할 경우 외과수술식 타격을 가하겠다는 경고를 보낸 바 있다. 그러나 북미 대화가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경고용 군사적 조치는 현실화되었다. 1994년 6월의 전쟁 위기가 그것이다. 미 국방부에서 실시한 전쟁 시뮬레이션 결과 한국뿐 아니라 미국의 피해 역시 막대할 것이라는 결론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군사 공격은 그대로 추진되었다. 지미 카터의 방북과 김일성 주석과의 극적 타결이 없었다면 대북 선제 공격은 감행되었을 것이다.
 
트럼프 정부 들어와 많은 전문가들이 대북 군사 옵션이 갖는 위험성을 지적했다. 또한 유일한 현실적 방안으로 ‘동결 대 동결’ 협상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여전히 ‘비핵화’를 강조할 뿐 ‘동결 대 동결’ 협상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미 북한은 “핵포기가 목적이라면 어떤 대화에도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미국의 메시지에 북한이 답신을 보냈는지, 답신을 보냈다면 어떤 내용의 답신을 보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만약 트럼프 정부가 보낸 메시지가 ‘핵포기를 전제로 한 것’이라면 북한은 거부 의사를 피력했을 것이다. 그리고 북한 역시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북한은 지난 해 11월 제네바에서 있었던 북미 1.5 접촉에서 “(트럼프 정부의 정책 재검토) 결과를 기다리면서 지켜볼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의 윤곽이 드러나기 전에 북미 협상 가능성의 “문을 닫는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자유아시아방송 2016년 12월 8일자 보도)
 
지금까지 북한은, 비록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로켓엔진 연소 시험‘ 등을 하기는 했으나,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이 나오기 전까지 ICBM 발사를 자제해왔다. 이제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 재검토는 끝났다. 트럼프 정부와도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된다면 북한은 ‘어떠한 행동’을 취할 것이다. ‘어떠한 행동’은 신년사에서 예고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북한의 행동 패턴으로 본다면, ICBM 발사를 자제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된다면, 북한은 멀지 않은 시기에 ICBM 발사를 감행할 것이다.
 
북한의 ICBM 발사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트럼프 정부의 레드 라인이다. 이미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다”고 공언한 이상 트럼프는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해 군사적 대응을 추진할 것이다. 이 때의 군사적 대응은 경고용이 아닌 실제 상황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 재검토가 완료된 이후, 김정은-트럼프의 진검 승부는 이제야 본격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북한과 미국은 상대방의 행동을 변경시키기 위한 군사적 조치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 1994년 6월의 위기 당시에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트럼프 정부는 군사 옵션에 대단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 백악관 NSC를 총괄하는 맥마스터 안보보좌관은 칼빈슨호의 회항을 ‘신중한(prudent)’ 결정이라고 했다. 틸러슨은 북미 대결이 격화될 경우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곳에 도달할 수 있다”면서 대북 군사 옵션이 갖는 위험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적대 관계에 있는 두 나라에서 협상의 여지가 보이지 않을 경우 ‘군사 옵션이 갖는 위험성’보다는 ‘적대국에 대한 불신과 적대 의사’가 지배하게 된다. 결국 상황이 악화될 경우, 비록 초기에는 경고와 압박을 목적으로 한 군사적 조치였을지라도, 그것은 실제 군사 행동으로 귀결된다. 미국의 북폭 가능성은 그것이 갖는 위험성을 미국이 인지하고 있더라도, 그래서 대단히 신중하게 접근될 지라도, 결국 현실화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1차 세계대전은 누구의 의도에 의해 발발한 것이 아니라 ‘적대적인 두 개의 동맹 체제’ 그리고 양 동맹 체제를 주도했던 국가들의 ‘엇갈린 의도와 오해’로 인해 발생했다. 2017년 한반도에서의 전쟁 역시 ‘엇갈린 의도와 오해’ 속에서 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한반도 위기는 대선을 비껴가지 않는다

한반도의 위급한 상황을 인지한 것일까? 4월 10일 문재인 후보가 “한국의 동의 없는 어떠한 선제타격도 있어선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시의적절한 입장 표명이었다. 유력한 대선 주자가 “모든 것을 걸고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막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안철수, 심상정, 홍준표, 유승민 등 다수의 대선 주자들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역시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같은 입장 표명만으로는 전쟁 국면이 해소되지 않는다. 미국의 대북 군사 옵션을 중단시키는 효과적인 힘으로 작동할 수 없다.

 

“집권하면”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는 점 역시 무책임하다. 한반도 전쟁 국면은 대선을 피하지 않는다. 5월 9일 이후 미국의 대북 선제 공격을 막는 대책도 필요하지만 5월 9일 이전의 대북 선제 공격을 막는 대책 또한 강구되어야 한다. 현 시국은 1994년 이래 가장 심각한 위기 국면이다. 북미 양측이 모두 핵선제 공격을 공언하고 있다는 점에서 1994년 위기와는 다른 차원의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선 후보들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선 후보 원탁회의’라도 시급하게 개최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문재인 후보가 제시한 ‘긴급안보비상회의’는 의미를 갖는다. 이 자리에서 대선 후보들은 최소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 대원칙’이라도 합의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해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중단하는 데서 시작된다. 미국은 군사연습과 일체의 군사적 옵션을 중단해야 하고,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시험을 중단한다. 대선 후에 사드 배치 역시 중단하겠다는 명확한 입장을 천명해야 한다.

 

나아가 즉각적인 북미 고위급 협상 재개를 촉구하는 것이 현 위기 상황의 본질적 해법이다. 북미 고위급 회담은 ‘동결 대 동결’로 시작하여 상호 불가침 의사를 확약하고 2000년 북미 공동코뮤니케에서 합의했던 북미 관계 정상화 로드맵을 현실에 맞게 재설정해야 할 것이다. 특히 군사적 적대 행위를 중단하기 위한 실질적 대책들을 강구함과 동시에 핵무기의 불반입(미국)과 불반출(북한), 불위협과 불사용 의사(북미)를 천명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의 근원적 해결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한반도 위기는 대선을 비껴가지 않는다. 바로 지금,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전쟁 반대,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해 행동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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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_겨레하나

북미 핵공방, 임계점까지 왔다

 

<기획연재> 2017 대선, 한반도 평화를 말한다 ④

 

장창준(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상임연구위원) ㅣ 통일뉴스 2017.04.24  

 

연재 순서

분단과 혐북: 또 하나의 적폐 – 변학문 평화연구센터 상임연구위원
‘혐북’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강호제 평화연구센터 소장
우리가 보지 못한 북한의 변화 – 강호제 평화연구센터 소장
북미 핵과 미사일 공방, 어디까지 왔는가 – 장창준 평화연구센터 상임연구위원
⓹ 대선 이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제언 - 평화연구센터

 

트럼프 정부의 ‘장난’은 대성공이었다. 트럼프 정부는 시리아를 폭격하고, 그 폭격이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것을 암시하고, 호주로 향하고 있던 칼빈슨호를 한반도로 회항시킨다는 거짓 언론 플레이 말이다. 트럼프 정부는 한반도 안보 위기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냈고,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강인함’을 과시했다. 그 결과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한 비판 여론은 더욱 높아졌다. 군사적 옵션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강인한 이미지’는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이 ‘평화적 해법’을 거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사적 옵션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따라서 ‘칼빈슨호 해프닝’은 ‘4월 위기’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칼빈슨호 회항’이 한반도 위기의 요소가 아니라, 트럼프의 ‘막가파식’ 행동이 한반도 위기의 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설정한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행위도 불사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4월 위기’의 실체이다.
 
트럼프 정부는 한국 유력 대선 후보들의 사드 배치 입장이 선회했다는 또 하나의 성과를 얻었다. 어느 후보는 당론마저 바꾸겠다면서 사드 배치 찬성 입장으로 돌아섰고, 또 다른 어느 후보 역시 북한의 행동 여하에 따라 사드를 배치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후퇴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의 ‘장난’으로 ‘찬성 vs 반대’ 입장이 팽팽했던 사드 배치에 대한 한국 내에서의 논란은 ‘찬성’의 방향으로 쏠려간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 점에서 ‘4월 위기’는 ‘북한발’이 아니라 ‘미국발’이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권은, 진보와 보수를 초월하여 북한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위기 인식의 일천함을 만천하에 드러내었다.
 
여기서 두 가지 질문이 제기된다. 왜 트럼프는 막가파식 외교를 벌이고 있는가? ‘미국발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미국보다는 북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한국 정치권을 지배하는 ‘위기 인식 구조’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가?
 
임계점에 도달한 북미 핵·미사일 공방 
우리가 인식하고 있건 아니건 간에 북핵 문제는 트럼프 정부의 최고의 안보 문제로 부상했다. 북한의 미사일 수준이 미 본토를 위협할 정도로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북한이 미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ICBM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이는 냉전 해체 이후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는 국가 중에서 핵무기를 미본토에 떨어뜨릴 수 있는 군사 능력을 보유한 유일한 국가가 등장하는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 중대한 문제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미중 정상회담을 며칠 앞두고 대북 정책 재검토를 완료했다. ‘최고의 압박과 관여’라는 이름의 대북 정책을 완성했고, 국가안보회의(NSC)의 모든 고위 당국자들이 이를 승인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트럼프 정부가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을 행사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군사적 옵션이 배제되었거나 후순위로 밀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뿐 아니라 미국의 주요 관리들이 북한의 핵시험과 ICBM 발사에 대한 강 도높은 경고를 보내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행동 여하에 따라 군사 옵션이 다시 부상할 수 있는 여지는 여전히 존재한다.

북한과의 협상이 완전히 배제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트럼프 정부의 관리들이 ‘대북 정권교체 추진하지 않는다’, ‘평화적 방식의 북핵 문제 해결’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이 얼마나 평화를 원하는지가 관건”이라는 발언을 한 사실 역시 협상의 여지를 보여주는 단서라 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가 대북 정책 재검토를 완료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세 가지의 대안이 모두 거론되고 있다는 것은 대북 정책이 갖는 어려움을 의미하는 것이며, 다른 한편 어느 방향의 대북 정책도 성공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제재와 압박을 강화하는 것은 북한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며 결국 군사적 옵션을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군사적 옵션은 동맹국뿐 아니라 태평양의 미군 기지 더 나아가 미본토까지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한다.

대화와 협상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 갖는 현실적 문제를 야기시킨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은 북한과의 핵군축 협상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는 냉전 시기 때부터 미국이 추진해왔던 핵정책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과의 핵전쟁을 항상 걱정해야 하며,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3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이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했던 이 발언이야말로 현재 북미 핵·미사일 공방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결과 미국은 항상 북한과의 핵전쟁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으며, 그 결과 미국 정부는 ‘무언가’를 해야 할 만큼 북미 핵·미사일 공방이 임계점까지 도달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언가’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지 여부에 따라 한반도는 ‘대파국이냐’ 혹은 ‘대전환이냐’가 결정되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혐오와 무시가 부른 파국 
오바마 정부는 8년 동안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사실상 방치했다. 자국민들을 연명 못 시킬 정도의 낙후한 경제적 상황,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기만 했던 조악한 과학기술력. ‘전략적 인내’가 전제하고 있었던 북한에 대한 평가이다. 그런 북한이 어느 순간 돌아보니 핵무기를 소형화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까지 개발할 정도로 핵과 미사일 능력을 향상시켰다.
 
혐오는 무시를 낳고 무시는 혐오를 강화시킨다. 주민들은 ‘굶어 죽어도’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집착’하는 이미지가 혐오의 이미지라면, 기술 수준이 형편없으면서도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집착’하는 이미지는 무시의 이미지였다. 그런 북한과는 대화를 해도 의미가 없으며, 시간을 끌다 보면 결국 제풀에 넘어질 것이라는 전제가 ‘전략적 인내’에 내포되어 있었던 것이다.
 
북한에 대한 혐오와 무시의 미국판 버전이 ‘전략적 인내’라면 그에 대한 한국판 버전은 ‘비핵 개방 3000’이고 ‘통일대박론’이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 이득을 챙겨주겠다는 ‘비핵 개방 3000’은 북한이 돈벌이를 위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고가 전제되어 있다. ‘통일대박론’은 ‘북한이 곧 붕괴될 것’이라는 주관주의에 사로잡혀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결과였거나 혹은 북한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고자 하는 의도의 결과였다.

결국 북한에 대한 혐오와 무시가 ‘북맹’을 만들어낸 것이다.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도, 이명박근혜 정부의 ‘비핵 개방 3000’과 ‘통일대박론’도 ‘북맹’의 산물이다.
 
북한에 대한 혐오와 무시가 부른 첫 번째 파국이 미국이 북한과의 핵전쟁을 항상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두 번째 파국은 ‘북미 핵·미사일 공방’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이 같은 한반도 상황의 위기 구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미 공방의 결과 ‘대파국’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4월 위기’는 실존한다. 그리고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면 ‘4월 위기’는 ‘5월 위기’, ‘6월 위기’로 이어질 것이다. 게다가 그 위기는, 단지 ‘군사적 충돌’이 아닌 트럼프가 우려하듯이 ‘핵전쟁 위기’이다.
 
대선주자들의 케케묵은 ‘북한 주적론’ 공방은 한반도 위기에 어떤 해법도 제시하지 못한다. 핵시험과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도발이 지속되면 사드를 배치할 수밖에 없다’는 발언은 한반도 위기를 더욱 부추길 뿐이다.
 
북한에 대한 혐오와 무시가 냉전 수구 세력에게만 보이는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 치명성은 더욱 크다. 대선이라는 특수한 상황임을 감안하더라도, 국가보안법 철폐마저도 자신 있게 주장하지 못하고, 북한의 ‘군사적 도발’만을 한반도 긴장의 원인으로 여기는 대선 후보, 북한의 핵포기만을 강조하는 ‘비핵화 해법’에만 치중하고 있는 정치 세력이 2017년 대선을 지배하고 있다. 여야,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북한에 대한 혐오와 무시, 즉 ‘혐북’이 한국의 정치권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핵전쟁 위기’가 결국 북미 적대 관계의 산물이며, 적대 관계 하에서의 북미 공방이 임계점까지 다다른 결과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않고서는 한반도 평화의 그 어떤 해법도 제시할 수 없다. 인식에서의 대전환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비록 정권교체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한국 정부는 ‘핵전쟁 위기’의 가장 큰 당사자이면서도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외교 무능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미국 대통령 역사상 초유의 ‘막가파식 대통령’으로 평가 받고 있는 트럼프마저 ‘북한과의 핵전쟁’을 걱정하는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 역사상 가장 강력하다는 시진핑 주석마저 한반도 전쟁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
 
그것이 부정적이건 긍정적이건, 북한은 한반도와 동아시아 질서에서 미국과 중국 버금가는 영향력 있는 행위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마저도 북한을 통제하고 제지하는 데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협상의 문을 닫고 있는가. ‘혐북’에서 벗어났을 때 협상을 주장하는 북한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더욱 치중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2016년의 사례만을 놓고 보더라도 북한은 두 차례의 핵 시험과 30차례에 가까운 미사일 시험을 공개했다. ‘통일대전’, ‘선제타격’ 등 호전적 언사는 여전했다.
 
그러나 우리는 못보고 무시하고 지나쳤지만, 북한은 수 차례에 걸쳐 미국과의 대화, 남측과의 대화를 강조해 왔다. 2014년 북한은 국방위원회 명의로 ‘남조선 당국에 보내는 중대제안’을 발표했다. 비방중상을 중지하고 모든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지하자는 것이 요지였다.
 
2014년 11월 방북했던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장에게 북한은 ‘한미군사연습과 핵시험의 상호 중단’을 제안하기도 했다. 최근 중국이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병행 추진), ‘쌍중단’(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한미군사연습의 동시 중단)을 제안하면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보다 앞서 북한이 먼저 그 같은 제안을 했던 것이다.
 
2015년 8월 소위 목함지뢰 사건이 발생하고 남북 군사적 충돌 위기가 발생했다. 당시 북한은 준전시 상태 선포 등의 행동도 보였지만, 고위급 접촉을 먼저 제안하는 평화적 해법도 제시했다.  2016년 7월 6일 북한은 공화국 대변인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에게 핵위협 중단과 핵불사용 공약을 요구했다. 당시 성명에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대목은 북한이 ‘조선반도 비핵화’를 다시 거론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 외에도 북한은 여러 차례 비공식 정부간 접촉, 1.5 트랙 등을 통해 미국과의 대화 타협점을 모색해왔다. 특히 지난 해 11월 제네바에서 열린 북미 접촉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은 미국측 참석자들에게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 검토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를 수 차례 문의하기도 했고, 트럼프 정부의 정책 윤곽이 드러나기 전에 “협상 가능성의 문을 닫는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2017년에 들어와서도 북한은 다양한 형태의 협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단적인 예로, 4월 3일 로동신문은 윌리엄 페리(클린턴 정부 시절 미 국방부장관)가 북미 협상을 촉구한 사실을 언급하며, “우리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인정하는 것과 함께 시대착오적인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할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동신문은 북한의 조선로동당 기관지로서 당의 입장과 어긋난 기사가 나올 수 없다. 따라서 로동신문 기사에서 페리의 발언이 언급되었다는 것은 북한이 협상 의지, 타협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의도적 행위이다.
 
‘혐북’이 지배하는 상황에서는 북한의 이 같은 협상 메시지를 읽어낼 수 없다. ‘북맹’은 북한의 협상 제안과 의지를 읽어 낼 이성적 능력을 마비시킨다. 대화가 설 자리는 존재하지 않게 된다.
 
남측에서 보고자 하는 북한의 모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북한의 모습을 직시했을 때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는 데서 한국 정부의 역할이 존재한다. 한반도 평화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해야 한다.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하려는가? 그렇다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속에 담겨 있는 북한의 협상 메시지를 읽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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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티스 방한의 초점, ‘사드’보다 ‘북한’이었다

- 대파국과 대전환의 갈림길에 선 한반도

 

장창준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준) 통일뉴스 2017.02.07

 

 

▲ 지난 3일, 방한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한민구 국방장관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한.미 국방장관회담을 가졌다. [사진출처-미 국방부]

 

 

‘사드 연내 배치’는 사실상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난 해 7월 8일 사드 배치 사실을 공개하면서 국방부는 “늦어도 2017년 말로 목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보다 한달 앞선 시기인 6월 3일에는 일본의 한 매체가 미 국방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하여 “한미 양국이 2017년에 사드를 한국 남부 대구에 배치하는 방침을 합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새정부 출범 전’(중앙일보) 혹은 ‘7~9월’(조선일보) 배치 보도는 한국 국방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한 추측성 기사일 뿐이다. 사드를 조속히 배치하고 싶은 한국 정부와 일부 언론의 희망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희망사항’이 주요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면서 마치 한미 국방장관 사이의 ‘합의 사항’으로 둔갑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들의 희망사항과는 달리 매티스의 방한은 ‘북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트럼프 정부가 새롭게 추진하고자 하는 대북 정책에 대한 한국(과 일본) 정부의 의사를 타진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다.
 
매티스, “듣기 위해 왔다” 
매티스는 그가 타고 온 전용 비행기에서 가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자신의 한국과 일본 방한의 목적을 분명히 밝혔다. 매티스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우리 미국이 직면해 있는 최근의 북핵 국면 때문에 이곳에 왔다”면서 “내가 (이번 방문에서) 기울이려는 노력은 한미일 삼국이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조건을 갖추는 것”이라고 했다. ‘조건’이 무엇인지는 명시하지 않았지만, 모두 발언 말미에서 “듣기 위해 온 것”(to come out to listen)이라고 반복함으로써 최근 북핵 국면에 대한 의견 청취 및 조율에 방한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기자는 북한의 ICBM 발사 경고에 대한 견해,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억제할 전략, 사드 배치 여부, 북한의 ICBM 발사가 임박했는지 여부를 물었다(북한의 ICBM 발사 임박 여부에 대한 매티스의 답변은 펜타곤 홈페이지에는 생략되어 있다).

매티스는 ICBM 발사 경고에 대해서 “북한은 종종 그런 도발적인 행위를 해왔다”면서 “한일 지도자들은 북한의 위협을 그들에게 실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appreciation)를 알고 싶다”고 답변한다.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억제할 전략에 대해서 매티스는 “전략은 주고받는 게임이다. 나는 그들(한일 당국자들)로부터 그런 전략에 대한 견해도 들어야 한다(I have to see their view of it.)"고 답변한다. 사드 배치에 대해서 매티스는 기존의 원론적 입장을 반복한다. “사드는 방어체계이며, 미동맹국의 국민과 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답변이었다. “북한의 도발적 행위가 없다면,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부연설명도 덧붙인다.
 
펜타곤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는, 둠스데이에서 나온 매티스의 답변 내용을 보면, 매티스의 방한이 ‘사드 배치 압박’보다는 ‘북한 전략 수립을 위한 동맹국의 의견 청취’가 이번 한일 방문의 우선적 목표 혹은 임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매티스의 아시아 방문의 주된 목적은 동맹국들과 함께 북핵 상황에 대해 협의하는 것”이라는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보좌관(부시 정부 시절)의 발언을 소개한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의 2일자 기사 역시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대북 강경책 주문하는 한국 정부
매티스 방한 시기 한국 언론을 지배했던 관련 기사는 ‘사드 조기 배치’와 ‘미국의 전략무기 한반도 투입’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기사는 모두 한국 국방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한 것이다. 펜타곤 홈페이지의 매티스 방한 동향 브리핑에도, ‘성조지’에도 혹은 미국의 언론에도 그 같은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뉴욕 타임스는 2월 3일 기사에서 “매티스는 사드 배치 시기에 대해서는 특정하지 않았다”고까지 보도했다.
 
물론 매티스의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은 확고했다. 방한 이틀 동안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및 국무총리,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윤병세 외교부장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연이어 만나면서 매티스는 “미국이나 우리의 동맹국에 대한 어떠한 공격이라도 격퇴될 것”이라면서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의 사용은 효과적이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떠한 공격에도 효과적이고 압도적인 대응’은 곧 ‘굳건한 한미동맹’을 의미한다. 매티스는 ‘ironclad’라는 단어까지 사용해가면서 ‘강철 같은 안보 공약’을 재확인했다. ‘ironclad'는 매티스 방한 며칠 전에 있었던 트럼프-황교안 전화 통화에서 트럼프가 강조했던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같은 매티스의 언급이 곧 ‘사드 조기 배치’ 그것도 대선 전 사드 배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북한에 대한 ‘효과적이고 압도적인 대응’이 곧 미국 전략무기의 한반도 투입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드 조기 배치와 전략무기의 한반도 투입은 한국 정부가 강력하게 희망하는 것이었다. 한국 정부가 지난 해 1월 북한의 핵시험 이후 적극적인 사드 배치를 추진해왔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국방부가 아니라 청와대가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던 것은 이미 드러난 사실이다. 전략 무기의 한국 배치 역시 한국 정부가 갈망해왔다. 매티스 방한 직전 이순진 합참의장은 미 합참의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전략무기의 한국 전개를 요쳥한 바 있다. 이번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한국 측이 미국에 전략무기 배치를 요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펜타곤과 미국 언론에서 전략무기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보이지 않는다. 이에 반해 한국 언론은 “한미가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이어 미국 전략무기의 한반도 상시 배치 문제를 협의하는 것도 김정은의 목을 더욱 죄자는 취지”(연합뉴스, 2월 5일)라며 마치 전략무기 배치 문제를 한미 간에 협의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한다. 한국의 ‘요청’과 한미 ‘협의’는 엄연히 다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매티스 방한에 대한 펜타곤의 브리핑과 미국 언론 기사에는 ‘전략무기 배치 협의’에 대한 보도는 없다. ‘한국의 요청’은 있었을지언정 ‘한미 협의’는 없었다.

한국 정부가 ‘사드 조기 배치’, ‘전략무기 배치’를 강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트럼프 정부가 대북 적대 정책을 강화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이며, 대북 강경 정책을 채택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미국은 한국 정부의 이 같은 요청에 화답하지 않은 것일까? 매티스 국방장관이 한국 정부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방한했다는 데서 그 질문의 답은 발견된다. 현재 트럼프 정부는 대북 정책을 재검토 중에 있다. 강경한 대북 정책을 주문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요청에 조심스러운 것이다.

 

트럼프는 현재 대북정책 수립 중 
많은 전문가들의 예측과는 다르게 트럼프 정부는 대북 정책 재검토에 속도감을 내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매티스의 한국과 일본 방문의 목적은 대북 정책 재검토 수립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한국과 일본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것이었다.
 
우선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현실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매티스 방한을 다룬 ‘성조지’의 2월 1일자 기사를 보자. ‘성조지’는 해외주둔 미군의 소식을 취급하는, 미 국방부 소속의 매체이다. 이 기사에서 성조지는 별도의 인용 없이 “평양은 지난 해 두 차례의 핵 시험과 잠수함 발사 미사일의 성공을 포함하여 24차례의 중단거리 미사일 시험을 통해 명확한 기술적 진보(clear progress last)를 보였다”고 평가한다. ‘실패’로만 단정해왔던 한국 측의 평가와는 사뭇 다르다. 별도의 인용 없이 ‘명확한 기술적 진보’를 언급했다는 것은 ‘성조지’, 더 나아가 펜타곤이 의문의 여지없이 이 같은 평가를 수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의도적 축소도 아닌, 의도적 과장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북핵 능력을 인정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미국 정부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 대한 이 같은 평가가 수용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미 의회에서 나오는 ‘격앙된 분위기’는 충분히 예상되는 것이었다.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미국이 발사대에 있는 북한의 ICBM을 선제공격할 준비를 해야 하는가”라며 선제공격을 주분했다. 청문회에서는 선제공격 발언 외에도 ‘북한 미사일 격추’, ‘정권 교체’, ‘김정은 암살’ 등 다양한 군사적 옵션이 거론되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평가는 트럼프의 속도감 있는 대북 정책 재검토로 이어졌다. 매티스가 방한했던 2월 2일, 파이낸셜타임스는 주목할 만한 기사를 내보냈다. “미국의 가장 중요한 안보 도전으로 평양으로부터 발생하는 점증하는 핵위협에 대처해야 한다는 오바마 정부의 조언을 반영하여, 트럼프 정부가 대북정책 재검토에 착수했다”는 사실을 보도한 것이다. 또한 이 기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한에 대한 상세한 정보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까지 소개했다. 1월 1일 로이터 통신이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 직후 오바마 정부로부터 북핵 프로그램에 대한 ‘특별 기밀 브리핑’을 받았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 이번에 받은 ‘정보 보고’는 그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트럼프의 북한 관련 정보 보고, 대북 정책 재검토의 착수 그리고 매티스의 한일 방문은 하나의 패키지라 할 수 있다. 이로써 트럼프 정부가 대북 정책 재검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미 의회에서 등장한 강경한 대북 정책 제안 역시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 재검토 과정에서 나오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제는 그 방향성이다. 트럼프 정부는 이미 취임 전부터 오마바 정부의 ‘전략적 인내’는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트럼프의 대북 정책 방향은 오바마의 대북정책에서 탈피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는 한마디로 말해 ‘시간 끌기 전략’ 즉 ‘북핵 회피 전략’이었다.

다시 한번 매티스의 전용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보자. 매티스는 기자들에게 “나는 한일 양국의 지도자들과 함께 개입하기(to engage with their political leaders)를 희망하며, 북한 상황에 대한 그들의 견해를 알수 있기(to get an understanding of their view of the situation)를 바란다”고 밝혔다. ‘북한 개입’(engagement)은 ‘북한 회피’의 반대어이다. 이미 매티스는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이 ‘북한 개입’이라는 큰 틀에서 모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런데 ‘개입’에는 두 개의 경로가 존재한다. 보다 강경한 대북 정책, 즉 군사적 옵션을 우선시하는 경로이다. 다른 하나는 대북 협상 경로이다.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기로에 선 한반도의 3월: 대충돌인가 대전환인가 
문제는 두 개의 경로 모두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은 북한의 보복공격을 촉발한다. 북핵을 제거하기 위한 군사행동이 아시아에서의 대규모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북한과의 협상은 과연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인가, ‘동결 대 동결’ 협상은 미국 여론과 한일 양 정부의 지지를 획득할 수 있는가 하는 외교적 문제를 야기시킨다.

1월 12일 매티스는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대북 선제타격 옵션을 배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어떤 것도 테이블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1월 18일 미 국방부는 F-35B 스텔스 전투기 10대를 일본에 배치했다. 군사적 옵션을 준비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최근 미국 의회에서 나오는 다양한 군사적 옵션 주장도 그 연장선에 있음을 다시 거론할 필요가 없다.

한편, 북한은 이미 1월 1일 신년사에서 ‘ICBM 시험발사’가 임박했음을 시사한 바 있고, 최근엔 인공위성 발사까지 거론하고 있다. 3월에 전개될 예정인 한미연합군사연습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2월 1일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우리의 코앞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핵전쟁 연습이 그 어떤 상상할 수 없는 파국적 결과로 이어지겠는가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만약 트럼프 정부가 군사적 경로를 선택한다면 한반도는 강 대 강 충돌이 불가피하다. 매티스 방한에서 보여준 한국 정부의 태도는 바로 이 군사적 경로를 주문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정부의 바람과는 다르게, 트럼프의 대북 개입 전략은 대북 협상 경로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다시 한번, 전용기에서 나온 매티스의 발언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북핵 협상 전략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 매티스는 ‘주고 받는 게임’을 언급하면서 ‘대북 협상’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한 발언을 했다. ‘주고 받는 게임’은 대북 협상을 의미한다. ‘주고 받는 게임’에 대한 한일 양국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본인의 임무(‘have to see’에 주목하자)라는 대목은, 대북 협상에 대한 한일 정부의 의견 청취 역시 자신의 임무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성조지 역시 2월 3일 기사에서 “매티스는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제거하거나 삭감하기 위한 미국의 최근 전략이 적절한지를 한미 관리들과 협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제거’(eliminate)는 군사적 옵션을 시사하고, ‘삭감’(curtail)은 ‘동결을 위한 협상’을 시사한다.

해외 언론 역시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듯 하다. 영국의 BBC 방송은 매티스 방한을 다룬 2월 2일자 기사에서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획득하고 그 다음에 동결이라는 거래가 추진된다면, 트럼프는 그 제안을 살 것인가”라며 ‘동결에 기초한 북미 협상’의 가능성을 물었다. 여기서 ‘동결’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발사의 동결을 의미한다.

트럼프 정부가 군사적 옵션만이 아니라 외교적 옵션도 동시에 고려하고 있다는 단서는 이렇듯 곳곳에서 발견된다. 특히 그 외교적 옵션은 과거의 비핵화 협상으로의 복귀가 아니라 ‘동결 대 동결’이라는 새로운 협상일 것이라는 조짐도 보인다.

이 같은 협상이 추진되고 성공한다면 한반도 문제 해결은 새로운 대전환을 맞게 된다. 북미 적대관계의 청산과 한반도 평화협정이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결국 매티스의 방문은 군사적 충돌이라는 대충돌을 선택할 것인가, 대북 협상이라는 대전환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동북아시아의 두 동맹국의 의사를 타진하기 위한 것이었음이 확인된다. 그리고 그 갈림길은 2017년 3월의 한미연합군사연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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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반도 정세, 3월이면 판가름 날 듯

 

장창준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준)  통일뉴스 2017.01.20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준)에서 올해 북한 신년사를 분석한 두 개의 글을 보내왔습니다. 하나는 북한 경제의 전망과 관련된 ‘과학기술을 제1순위로 배치한 배경과 북한 경제 전망’이고, 다른 하나는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2017년 한반도 정세, 3월이면 판가름 날 듯’입니다. 통일뉴스는 두 차례에 걸쳐 게재하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2017년 신년사를 발표했다. 2013년부터 육성 연설을 통해 발표해 왔으니 ‘김정은 육성 신년사’는 올 해로 5년차를 맞는다. 지난 해 북한 신년사를 분석했던 대부분의 ‘북한 전문가’들은 좌절을 맛보아야 했다. 지난 해 신년사에서 핵시험을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북한이 마지막 해를 맞는 오바마 정부에 대한 유화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그 같은 분석이 나온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북한이 ‘수소탄 시험’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 북한은 수차례에 걸쳐 방사포 발사, 중거리・단거리 미사일 발사, SLBM 미사일 발사 등을 단행함으로써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을 무색하게 했다.
 
1년 전의 좌절 때문이었을까? 2017년 분한 신년사에 대한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은 조심스럽다 못해 단조롭기까지 하다. ‘평이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표현만을 놓고 본다면 ‘평이하다’는 평가가 틀리지 않다. 올해 신년사에 나타난 대남, 대미 메시지는 특별하지 않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측 당국을 향해서 ‘군사적 충돌과 전쟁 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미국을 향해서는 ‘대조선 적대정책을 철회할 용단’을 주문했다. 그동안 북한이 강조해왔던 ‘조국통일대전’이라는 표현도, ‘핵-경제 병진노선’이라는 표현도 등장하지 않았다.

 

 

2017년 북한 신년사에 나타난 세 가지 새로운 입장
 2017년 북한의 신년사는 남측 당국, ‘전체 조선민족’, 미국, 국제 사회에 대한 메시지와 함께 북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각각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남측 당국과 전체 조선민족>

첨예한 군사적 충돌과 전쟁위험 해소 위한 적극적 대책/거족적 통일운동의 전성기

 

 

 

 
 

<미국과 국제사회> 

 대조선적대시정책 철회의 용단 내려야/자주·평화·친선의 대외정책 리념에 충실

   
 

2017년 신년사에 나오는 내용만으로 본다면 평이하다는 평가가 크게 틀린 것은 아니다. ‘비방 중상 중지, 전쟁 위험 해소, 무력증강책동 중단’등의 대남 메시지,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철회’, ‘전쟁연습소동’등의 대미 메시지 그리고 ‘자주, 평화, 친선의 대외정책 리념 충실’등의 국제사회에 대한 메시지는 해마다 반복되어온, ‘상투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첫째, ‘선제공격 능력 강화’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신년사에 ‘선제공격 능력 강화’라는 내용이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 가지 전제 조건이 달려 있다. “핵위협과 공갈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문전앞에서 전쟁연습소동을 걷어치우지 않는 한”이라는 조건이 그것이다. 이 같은 조건은 올 해 신년사가 갖는 두 번째 새로운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우리의 문전 앞에서 전쟁연습 소동을 걷어치우지 않는 한”이라는 표현은 ‘우리의 문전 앞이 아니라면’ 전쟁연습을 용인할 수도 있다는 뜻을 암시한다. 여기서 ‘문전 앞’이라는 표현은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는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의미는 ‘군사연습의 성격’과 관련된다. 즉 북한에 대한 침략적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가 여부이다. 두 번째 의미는 ‘군사연습의 장소’와 관련된다. 신년사에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북한과 지리적으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 여부이다. 즉 군사연습의 성격이 대북공격 성격이 아니라면, 그리고 북한과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하는 군사연습이라면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 능력을 계속 강화하는 조치’를 동결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셋째,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조국통일대전’이라는 표현도, ‘핵-경제 병진노선’이라는 표현도 등장하지 않았다. 이는 미국에서도 새로운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고, 남측에서도 대선이 상반기로 앞당겨질 수 있는 분위기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즉 미국의 트럼프 정부와 상반기에 새롭게 등장하게 될 새로운 남측 당국을 자극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미래에 있을지도 모를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말자는 전략적 판단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세 가지 새로운 내용이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에 어떻게 작용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김정은 체제가 등장했던 지난 5년간의 북한 신년사를 비교, 분석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김정은 시대 5년, 어떤 일이 있었는가 
김정은 위원장은 2013년부터 해마다 1월 1일 육성 신년사를 발표해왔다. 다섯 차례 발표된 김정은의 육성 신년사에 나타난 대남, 대미 입장 변화를 살펴보면 2017년 신년사에 새롭게 등장한 내용이 갖는 의미와 한반도 정세에서의 함의를 도출해 낼 수 있다. 지난 5년 동안의 신년사 내용의 변화 그리고 각 년도 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중요 일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13년의 신년사는 2017년 신년사와 유사한 대목이 가장 많다. 시기적으로 2013년은 미국에서는 오바마 2기 정부, 한국에서는 박근혜 정부라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시기였다. 2013년 신년사는 미국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고, 대남 정책에서도 ‘북남 공동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하고 ‘북남 사이의 대결상태를 해소’하자는 평이한 내용을 담고 있다. 즉 미국과 한국을 자극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이는 한국과 미국의 새로운 정부에 대한 ‘기대’까지는 아니더라도 ‘관망’의 기조에서 신년사가 발표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조선반도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항시적인 긴장이 떠도는 세계 최대의 열점 지역으로 되고 있다”면서 미국이 추진하는 아시아회귀정책(Pivot to Asia)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본다면, 2013년 상반기에는 북한의 우려가 현실화되었다. 주지하다시피 2013년 3월과 4월은 미국의 전략 무기가 총동원되는, 대대적인 한미연합군사연습이 실시되었고, 북한 역시 여기에 초강경으로 대응함으로써 북미 사이에 심각한 군사적 대결 양상이 전개된 바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2013년 6월 16일 국방위원회 명의의 ‘중대 입장’을 발표하고, “조선반도의 긴장 국면을 해소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이룩하”는 것을 의제로 하는 ‘조미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다는 사실이다. 당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위임에 따라’나온 ‘6.16 중대 입장’은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수령님과 장군님의 유훈’이고 ‘우리 당과 국가와 천만군민이 반드시 실현하여야 할 정책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비록 신년사에서는 남북 관계 개선을 최우선적 목표로 발표했으나 3월과 4월의 긴박했던 군사적 충돌 위기를 겪고 한미 양국이 북한에 대해 핵선제 공격을 취할 수 있는 개념인 ‘맞춤형 억제전략’을 수립해 가는 상황 속에서, 북한의 전략적 우선순위가 북미 사이의 군사적 대결을 해소하는 것으로 전환되었다고 보여진다. 실제로 한미 양국은 2013년 10월 한미 안보연례협의회(SCM)에서 ‘맞춤형 억제전략’을 합의한다.
 
그 결과 2014년 신년사에는 ‘한반도의 평화’가 ‘남북관계 개선’보다 앞 순위에 배치되었다.(한반도 평화를 강조하는 이 같은 기조는 2016년까지 유지된다.) 그리고 북한은 전쟁 위기를 해소하고 남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 나간다. 1월 16일 북한은 국방위원회 명의의 ‘남조선 당국에 보내는 중대제안’을 발표한다. ‘1.16 중대 제안’은 네 가지 사항을 담고 있는데, 1) 비방·중상의 전면 중지, 2) 키리졸브 및 독수리연습의 중단, 3) 모든 군사적 적대행위 즉시 중지, 4) 미국의 핵공격수단 반입 중단이 그것이다. 비록 ‘남조선 당국’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1.16 중대 제안’은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었다. 그리고 “중대제안이 실현되면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을 비롯하여 북남관계에서 제기되는 크고 작은 모든 문제들이 다 풀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함으로써, 한반도 평화 환경이 조성되면 남북 관계 개선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피력하였다.
 
남측의 묵살로 ‘1.16 중대 제안’은 빛을 바랬으나 북한은 2014년 10월 아시안 게임 폐막식에 북한의 2인자라 할 수 있는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단장으로 하여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 최고위층 인사가 폐막식에 참석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다. 황병서는 남측을 방문하여 “이번엔 좁은 오솔길을 냈지만 앞으로 대통로를 열어나가자”며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하였다. 특히 이들은 폐막식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예의를 갖추는 파격을 보이기도 했다. 2005년 김기남 조선노동당 비서가 남측을 방문하여 현충원을 참배한 것과 오버랩되는 장면이었다. 또한 황병서는 군복을 입고 공식 행사에 참석함으로써 자신들의 남측 방문을 군부도 동의하고 있음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의 방북은 남측의 김관진과 북측의 황병서가 대표로 참가하는 남북 고위급 회담으로 이어졌다.
 
한편, 북한은 그 해 11월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미국인들을 석방시키기 위해 방북했던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장(DNI)에게 ‘한미군사연습과 핵시험의 상호 중단’이라는 협상 카드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는 ‘1.16 중대 제안’을 미국 버전에 맞게 구체화시킨 것이며, 2013년의 ‘6.16 중대 입장’에서 밝힌 ‘조미 고위급 회담’의 의제를 제시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북한은 2015년 신년사에서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열어나가자”는 구호를 제시함으로써 2014년의 대남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다. 그리고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 따라 최고위급 회담을 못할 리유가 없다”면서 남북 정상회담을 언급할 정도로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2015년 신년사에도 ‘남북관계 개선’보다는 ‘한반도 평화 환경 조성’을 더 우선시했다. 특히 북한은 전년 ‘1.16 제안’의 연장선에서 한미군사연습의 중단을 강조했다. 미국에게는 “시대착오적인 대조선적대시정책의 철회를”, 남측에게는 “외세와 함께 벌리는 무모한 군사연습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물론 ‘단호한 대응과 징벌’, ‘선군정치와 병진노선’을 강조함으로써 '자위적 국방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2015년에서 가장 중요했던 사건은 8월에 발생했던 ‘목함지뢰 사건’일 것이다. ‘목함지뢰 사건’이 발생하자 북한은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지하고 모든 수단을 전면 철거할 것,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을 개시하겠다”고 선포했다. 더불어 “현 사태를 수습하고 관계 개선을 논의할 용의가 있다”면서 고위급 접촉을 제안하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당시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하여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기까지 했다. 남북 당국은 남측에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장관, 북측에서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통전부장이 참석하는 2+2 고위급 접촉을 통해 8.25 합의를 채택함으로써 위기를 해소한 바 있다. 그러나 8.25 합의 이후 남북 양측은 후속 조치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함으로써 남북 관계의 경색은 지속되었다.
 
2016년의 신년사는 5차례에 걸친 김정은의 신년사 중에서 가장 표현이 거칠었다. ‘무자비한 정의의 성전, 조국통일대전으로 단호히 대답하겠다’는 대목이 그것이다. 2년 동안 제안해 왔던 ‘중대 입장과 제안’들이 미국과 한국에 의해 묵살된 것에 강한 반발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2016년 북한은 연초 수소폭탄 시험발사를 포함하여 수차례에 걸쳐 방사포, 중단거리 미사일, SLBM 미사일 등 다양한 무기 체계에 대한 시험을 단행하였다. “적들을 완전히 제압할 수 있는 우리 식의 다양한 군사적 타격 수단들을 더 많이 개발생산하겠다”는 2016년의 신년사 공약을 이행한 셈이다.
 
2017년 신년사에서 북한이 “첫 수소탄시험과 각이한 공격수단들의 시험발사, 핵탄두 폭발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고, “첨단 무장장비 연구개발 사업이 활발”해졌다면서 “그 어떤 강적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동방의 핵강국, 군사강국으로 솟구쳐 올랐다”고 평가한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그 같은 평가에 기초하여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수호하고 사회주의 강국 건설 위업을 승리적으로 전진시켜 나갈 수 있는 위력한 군사적 담보가 마련되었다”는 자신감을 표출한 이유일 것이다.
 
2016년 신년사에서 보인 북한의 강경한 입장은 2월 23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중대 성명’을 발표하면서 보다 구체화된다. ‘2.23 중대 성명’은 “적들의 특수 작전무력과 작전장비들이 사소한 움직임이라도 보이는 경우 그를 사전에 철저히 제압하기 위한 선제적인 정의의 작전 수행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대 성명’은 ‘청와대와 반동 통치기관들’을 1차 타격 대상으로, ‘아시아태평양지역 미제침략군의 대조선 침략기지와 미국 본토’를 2차 타격 대상으로 지목했다.
 
2013년 한미 양국은 ‘맞춤형 확장억제 전략’을 합의함으로써 북핵 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을 공언한 바 있다. 그리고 2016년 6월에는 ‘맞춤형 확장억제 전략’을 작전계획화한 ‘작전계획 5015’가 합의되었다. 2016년 북한의 ‘중대 성명’은 한미 양국의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에 대한 맞대응으로 보인다. ‘선제공격에는 선제공격으로’의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이에 놀란 것은 중국이었다. 한미 양국과 북한이 모두 선제공격을 군사 대응 기조로 설정했다는 것은 그만큼 한반도의 군사적 충돌 위기가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2월부터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협정 병행’을 주장하면서 북미 양측의 중재 외교에 나선 것은 한반도 위기 상황에 대해 중국이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것이다.
 
한편, 북한은 2016년 7월 6일 “미국과 남조선 당국의 ‘북 비핵화’궤변은 조선반도 비핵화의 전도를 더욱 험난하게 만들 뿐이다”라는 공화국 정부 대변인 성명을 발표했다. 여기서 북한은 남측과 미국을 향해 다섯 가지 제안을 내놓았다. 1) 한반도에 배치되어 있는 미국의 핵무기를 모두 공개할 것, 2) 한반도에서 모든 핵무기와 기지들을 철폐하고 검증받을 것, 3) 한반도에 핵무기를 끌어들이지 않겠다는 것을 담보할 것, 4) 핵으로 위협공갈하지 않고, 핵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확약할 것, 5) 남측에서 핵사용권을 쥐고 있는 미군의 철수를 선포할 것이 그것이다. 일각에서는 마지막에 제시된 미군 철수 요구가 현실적으로 타당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는 논리로 ‘7.6 공화국 성명’의 실현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겠지만, ‘즉각적인 미군 철수’가 아니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7.6 공화국 성명’은 “안전담보가 실지로 이루어진다면 우리 역시 그에 부합되는 조치들을 취하게 될 것이며 조선반도 비핵화 실현에서 획기적인 돌파구가 열리게 될 것이다”라고 하여 다시 한 번 ‘조선반도 비핵화’를 강조했다. 따라서 ‘7.6 공화국 성명’은 ‘6.16 중대 입장’, ‘1.16 제안’의 연장선에서 놓여있으며, 특히 ‘공화국 성명’의 형식으로 발표되었다는 점에서 협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2017년 신년사, ‘선제공격’보다 ‘대통로’에 주목해야
이상의 논의를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북한은 지난 5년 동안 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군사적 조치와 외교적 해법을 제시해왔다. 첫 출발은 외교적 해법에 관한 북한의 입장을 피력하는 것이었다.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북미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2013년의 ‘6.16 중대 입장’이 그것이다. 2014년 10월에는 북측이 아시안 게임 폐막식에 전격적으로 참석함으로써 이를 계기로 하여 남북 고위급 회담이 개최되기도 했다. 즉 북한은 ‘북미 고위급 회담’과 ‘남북 고위급 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자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2014년의 ‘1.16 중대 제안’과 11월의 ‘군사연습과 핵시험의 중단’제안 그리고 2016년의 ‘7.6 공화국 성명’은 북한의 해법이 구체화되는 과정이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북미 고위급 회담’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다루어야 할 협상안을 제시한 것이다.

 

   
 

북한의 군사적 조치는 외교적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2015년 8월의 남북의 군사적 충돌 위기는, 비록 그 성격을 불분명하게 하는 ‘목함지뢰 사건’이라는 명칭이 일반적으로 사용되지만, 휴전선 일대에서 스피커를 통한 비방 중상이 원인이 되어 발생했다. 이에 북한은 인민군의 태세를 준전시 상태로 전환하지만 그와 동시에 남북 회담을 제의했다. 2016년 국방위원회가 ‘2.23 중대 성명’을 발표한 것은 ‘자신에 대한 군사적 적대행위’라고 판단한 한미군사연습에 대한 대응이었다.
 
‘2.23 중대 성명’에서 1차 선제공격 타격 대상과 2차 선제공격 타격 대상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2016년 수차례에 걸쳐 ‘각이한 공격수단’들을 발사한 것 역시 한반도 위기 지수를 높여 ‘한미군사연습과 핵시험의 상호 중단’이라는 협상안을 관철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 연장선에서 북한은 2017년 신년사에서 ICBM 발사가 임박했다고 밝히고, 1월 8일 외무성 대변인이 “대륙간탄도로케트는 우리의 최고 수뇌부가 결심하는 임의의 시각, 임의의 장소에서 발사되게 될 것이다”라며 ICBM 발사를 예고한 것이다.

 

 

 
 

둘째, 지난 5년이 경과하면서 북미 사이에 핵선제공격과 핵선제공격이 충돌하는 ‘최고의 강 대 강 충돌 구조’가 형성되었다. 이 같은 ‘강 대 강 충돌 구조’가 고착된 이후의 한반도 상황은 그 이전과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새로운 위기 국면이 조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선제공격 전략이 갖는 위험성은 최고위 정책결정자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사소한 군사적 충돌 혹은 상대방에 대한 오인(misconception)에 의해 대규모의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 북한 체제의 특성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외교적 해법과 군사적 조치는 모두 김정은 위원장의 판단과 결정 그리고 지시에 의해 이루어졌다. 여기서 2015년과 2017년 신년사에서 북한이 강조했던 ‘대통로’의 의미를 정확하게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4년 북한의 2인자 황병서는 아시안 게임 폐막식 참석을 위해 남측을 방문했을 때 ‘오솔길’과 ‘대통로’를 대비시켰다. 자신의 방남을 ‘오솔길’이라고 표현했다. 북한에서 권력 서열 2인자의 행보가 ‘오솔길’이라면, ‘대통로’는 북한의 최고권력자 김정은의 행보를 의미한다. 2015년 신년사에서 ‘대통로를 열자’를 구호를 제시하며 ‘최고위급회담’즉 남북 정상회담을 언급한 바 있다. 2017년 신년사에서도 “자주통일의 대통로을 열어 나갈 것”을 강조했다. 즉 비록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2017년 신년사에서도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정상회담까지 열어두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미국에 대한 메시지에서도 ‘대통로’의 맥락이 읽혀진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2017년 신년사는 “핵위협과 공갈이 계속되는 한”특히 “우리의 문전 앞에서 전쟁연습소동을 걷어치우지 않는 한”이라는 전제를 붙여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전 앞’이라는 대목은 대단히 추상적이다. 이 같은 추상적인 표현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 권한은 오직 김정은 위원장에게 있다. 즉 김정은 위원장의 판단에 따라 “우리의 문전 앞에서 전쟁연습소동을 벌이지 않으면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 능력을 강화하는 방침이 변경될 수 있다”는 메시지로의 해석도 가능하다.
 
이 시점에서 언급해야 할 중요한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이 있다. 2016년 3월 10일 김정은 위원장은 탄도로켓 발사 훈련을 참관한 자리에서 "핵무기 연구부문에서 핵탄두 취급질서를 엄격히 세우고 국가 최대 비상사태 시 핵공격 체계가동의 신속성과 안전성을 확고히 보장하며, 전략적 핵무력에 대한 유일적 령군체계, 관리체계를 철저히 세워야 한다"는 발언이 그것이다. ‘전략적 핵무력에 대한 유일적 령군체계’는 곧 김정은 위원장의 관리·통제·지도체계를 의미한다. 핵무기의 성능 강화도, 핵무기 개발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도 혹은 핵무기 개발을 동결하는 것도 오직 김정은 위원장의 판단과 결정에 의해서만 가능한 체계를 세우려는 것으로 해석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2016년에 나온 ‘7.6 공화국 성명’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의 새로운 조건을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7.6 공화국 성명’은 핵무기를 보유한 것을 “조선반도에 영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나아가서 반도 전역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불가결의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언급한 후 ‘7차 당대회에서 밝힌 핵무기에 대한 정책적 입장을 관철하기 위한 새로운 단계의 투쟁에 진입한 상태’라고 천명하였다.
 
‘7차 당대회에서 밝힌 핵무기에 대한 정책적 입장’은 2017년 신년사의 내용과 같은 흐름이다. 당대회 총화보고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제국주의의 핵위협과 전횡에 계속되는 한 자위적인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국주의의 핵 위협과 전횡이 계속되는 한”이라는 단서 조항이 2017년 신년사에서 “핵위협과 공갈이 계속되는 한 그리고 우리의 문전 앞에서 련례적이라는 감투를 쓴 전쟁연습 소동을 걷어치우지 않는 한”이라고 구체화되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투쟁 단계’는 두 차원의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항구적인 핵보유 투쟁 단계’이다. 북한은 ‘제국주의의 핵위협과 전횡’이 계속되고, ‘핵위협과 공갈’이 계속되며, ‘우리의 문전 앞에서 진행되는 전쟁연습’이 계속된다면 ‘항구적 핵보유 투쟁 단계’로 나아갈 것이다.
 
둘째, 그러나 만약 ‘제국주의의 핵위협과 전횡’, ‘핵위협과 공갈’이 사라지고, ‘우리의 문전 앞에서 진행되는 전쟁연습’이 중단된다면 ‘조선반도 전역의 비핵화 단계’로의 진입이라는 새로운 해석도 가능하다. 물론 ‘조선반도 전역’과 ‘비핵화’의 개념과 정의를 어떻게 설정할지는 김정은 위원장의 권한일 것이다.
 
지난 5년의 시간 동안 확인된 이 같은 내용을 토대로 하여 2017년에 제시된 새로운 세 가지 내용을 다시 한 번 살펴보면 그 의미는 더욱 명확해진다. ‘선제공격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강 대 강 대결 구조’를 인식한 데서 나온 원칙적 입장의 표현이다. 전제조건이 실현되지 않을 경우의 상황을 언급한다. 전제 조건은 ‘핵위협 중단과 문전 앞에서의 전쟁연습 중지’즉 ‘대조선적대시정책의 철회’그리고 ‘전쟁연습과 핵시험의 동결’이다. 다만, 전쟁 연습의 중단을 ‘문전 앞’이라는 서술어를 붙임으로써 ‘동결 대 동결’이라는 협상의 문턱을 낮춘 것이다. 이는 2017년에 새롭게 출범하는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에 보내는 ‘협상 카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2017년 신년사는 ‘도발적이고 호전적’인 내용만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니고, ‘평이한 내용’만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 5년 동안 북한이 만들어왔던 ‘혁명 무력의 힘에 기반한 협상의 전략과 전술’을 제시했다는 해석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2017년 북미 관계, 3월이면 판가름
 
지난 5년의 기간을 거치면서 북한은 외교적 해법과 군사적 조치를 사실상 거의 마련했다. 따라서 2017년 북미 관계에서의 관건은 트럼프 정부가 어느 만큼 속도감 있게 대북 정책을 추진하느냐 여부 그리고 대북 정책의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에 걸쳐 대북 정책 재검토를 한다. 이 같은 기존의 패턴에 근거하여 2017년 북미 관계는 빨라야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전망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이 “트럼프의 대북정책이 나오기 전까지 협상의 문을 닫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거의 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이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1월 2일 자신의 트윗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되었다. 북한 신년사에 등장한 ‘대륙간탄도로케트시험발사준비사업의 마감 단계’라는 표현을 언급하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It won't happen!)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다수 언론은 트럼프의 이 같은 언급을 두고 ‘트럼프가 ICBM 발사 가능성을 일축했다’는, 짧고도 단편적인 해석만을 내놓았다.

 

 

 
 

‘그런 일’(it)이 지칭하는 것은 명확하다. ‘미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핵무기 개발’을 지칭한다. 그러나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대목에서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군사・경제적 압박으로 ‘그런 일’을 저지하겠다는 해석이 가능하고,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예방하겠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트럼프의 발언 및 외교안보 분야에 인선된 장관급 인사들의 면모 등을 감안하면, 일반적으로 위의 언급은 ‘강경한 대북 압박 정책’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트럼프는 대선 시기부터 오바마 정부의 소위 ‘전략적 인내 정책’을 비판해 왔다. 따라서 트럼프의 ‘강경한 대북 압박 정책’은 두 차원에서 전망해 볼 수 있다. 첫째, ‘강화된 전략적 인내 정책’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대북 정책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강화된 전략적 인내 정책’은 ‘미중 협조 체제 하에서의 대북 경제 봉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 ‘전략적 인내 정책’보다 더 강경한 ‘대북 군사 압박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강화된 전략적 인내 정책’과 ‘대북 군사 압박 정책’은 현실에서는 큰 의미 차이가 없다. 이미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추진되는 상황에서도 북미 관계는 극한적 대결 구도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럼프 정부가 ‘강화된 전략적 인내 정책’을 추진하건, ‘보다 강경한 대북 군사 압박 정책’을 추구하건 북미 대결은 더욱 심화된다는 점에서 두 정책은 큰 자리를 갖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트럼프의 트윗 내용은 대북 협상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북한 신년사에 대한 트럼프의 비난이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긴 내용을 작성할 수 없다는 트윗의 성격에 기인할 수도 있지만, 그동안 드러났던 트럼프의 ‘막말 기질’을 감안하면, 북한에 대한 비난이 없다는 것은 협상의 여지를 남겨 두려는 트럼프의 전략이 담겨있다는 해석도 가능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트럼프가 ‘처음이자, 유일하게 요청했던 특별 기밀 브리핑 요청’이 북한과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관한 것이었다는 사실이다.(로이터 통신 1월 1일자 보도)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가 특별 기밀 브리핑 자료를 요청한 시기를 적시하지 않았지만, 후보자 신분으로 ‘특별 기밀 브리핑’을 요청하고 오바마 정부가 응했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요청을 한 시기는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1월 2일 트럼프의 트윗은 북한에 대한 ‘특별 기밀 브리핑’을 평가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나온 원론적 입장일 수도 있다. 여기서 원론적 입장이란 ‘미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어떤 수단을 통해서라도 저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며, 그 수단은 군사적 수단이라는 상한선과 외교적 수단이라는 하한선을 모두 설정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1월 2일 트럼프의 트윗이 내포하는 핵심적 의미는, 강경 발언이었냐 온건 발언이었냐가 아니라,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 재검토가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1월 8일 ICBM 발사를 예고한 것에서 확인되듯이, 북한 역시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 재검토를 무한정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지난 5년 동안 북한이 대미 정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은 한미 군사연습이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3월이면 키 리졸브 연습이 실시될 것이다. 북한이 키 리졸브 연습마저 수수방관한 채 트럼프의 대북 정책 재검토 결과를 기다리지 않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트럼프 정부 역시 이미 11월부터 대북 정책 재검토에 들어간 상황이기 때문에, 키 리졸브 훈련을 강행한다는 것은 북한과의 협상보다는 대결을 정책 기조로 잡았음을 의미한다. 또한 해마다 한미군사연습 시기에 북한의 군사적으로 대응해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만단의 군사적 대비 태세를 갖추고 한미군사연습에 임할 것이다.
 
따라서 키 리졸브 연습의 강행은 김정은과 트럼프의 ‘강 대 강 충돌’을 의미한다. 이는 파국이다. 북미 간의 파국은 두 차원으로 확산된다. 첫째, 3월 이후 북한은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군사적 조치들을 취해 나갈 것이며, 2017년 신년사에 등장하지 않았던 ‘정의의 성전, 조국통일대전’이라는 용어를 다시 소환시킬 것이다. 2017년 북미 관계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될 공산이 크다.
 
김정은과 트럼프의 ‘강 대 강 충돌’은 남북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만약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다면, 남측의 새로운 정부는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 10년 동안 악화된 남북 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북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특히 야권에서 공통적으로 개성공단 폐쇄에 대한 날선 비판을 가해 왔다는 점에서 정권 교체 이후 새로운 남측 정부는 개성공단을 재가동시키는 작업에 착수하고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대북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예측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남측의 새로운 정부의 그 같은 노력은 북미 간 충돌로 시도조차 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북미 파국은 남북 파국이라는 연쇄 효과를 가져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와 반대로 트럼프 정부가 한미군사연습에 대한 전향적인 조치를 단행한다면, 전면 중단까지는 아니더라도, 북미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군사연습을 잠정 중단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이는 북미 극적 대타협을 의미한다. 북한과 미국은 ‘군사연습과 핵시험의 동결’합의를 시작으로 하여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이 경우에도 북미 관계의 대타협은 남북 관계 개선이라는 연쇄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아직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2017년 4월과 5월 중에 한국 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3월과 4월의 북미 대타협과 5월과 6월의 남북 관계 개선이 진행된다면, 이는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것을 의미한다. 2017년 하반기에는 북한이 신년사에서 강조했던 ‘대통로’즉 남북 정상회담까지 전망해 볼 수 있다.
 
결국 2017년 한반도 정세는 3월에 판가름 난다고 할 수 있다. 3월에 진행될 예정인 한미연합군사연습인 키 리졸브 연습이 강행되는가 혹은 축소되거나 잠정 중단되는가 여부에 따라 2017년 한반도 정세는 좌우된다. 대파국이냐 대타협이냐의 결론만 남겨 놓고 있는 것이다.
 
야권 대선 주자의 대북 인식, 이대로 좋은가: 결론을 대신하며

 
북미간의 대회전을 앞두고 있는 현실에서 대통령의 탄핵은 어쩌면 축복이며 기회인지도 모른다. 박근혜 정부가 정상적인 정책을 추진한다면, 북미 대결을 격화시키는 촉진제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면 남북 관계는 자연스럽게 개선되는가?
 
야권의 대표적인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1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한 신년사에 나타난 ‘ICBM 개발 마무리 단계’와 ‘한미연합군사훈련 시비’를 언급하며 “한반도 평화에 대단히 심각한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선제공격까지 운운한 것은 한반도를 긴장과 불안으로 몰고 가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라며 “핵과 미사일 포기”, “(핵과 미사일과 관련한) 모든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북한의 신년사를 ‘도발적이고 호전적’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스스로 대북 정책의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를 없애는 후과를 가져온다. 특히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매달린다면 김정은 정권은 미래가 없을 것”, “핵과 경제를 모두 가질 수 없다”, “과거처럼 불순한 의도로 허튼 짓을 하려 한다”는 등의 표현은 대북 협상의 공간을 극단적으로 협소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5년간의 신년사 비교까지는 아니더라도, 2017년 신년사만 잘 살펴보아도 북한이 강조하는 것이 ‘도발적인 군사적 조치’만이 아니라는 것은 충분히 읽어낼 수 있다. 문재인 전 대표가 밝혔던 것처럼, 2017년 한반도는 “남북관계가 평화로 가느냐 마느냐의 중대한 분기점”이다. 북한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것이 한반도 평화 실현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았음은 지난 10년의 남북 관계의 역사가 잘 보여준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표의 ‘대북 경고’는 이명박 정부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논평이라고 해도 믿길 만큼 큰 차이가 없다.
 
물론 다양한 정치적 변수를 고려해야 하고, 특히 안보 분야에 대한 특수성을 감안해야 하는 문재인 후보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월 2일의 논평은 2017년의 북한 신년사의 맥락은 말할 것도 없고, 남북 관계, 북미 관계, 한미 관계의 복잡한 전개 과정과 그 상호 작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혹은 고려하지 않은 논평임에는 틀림없다.
 
문재인 전 대표를 포함하여 야권의 대선 주자들에게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같은 대북 인식과 통일 철학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미 관계가 경색되고 남북간의 군사적 충돌이 심화되는 과정에서도 남북 관계 개선이라는 자신의 철학에 기초해 정세와 무관하고, 북미 관계에서 독립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현재 야권의 대선 주자들의 대북 인식은 김영삼 대통령의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는 듯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자신의 대북 인식을 마치 절대적인 진리로 착각하여 북미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남북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갔다. 그 결과 ‘통미봉남’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사실상 ‘통미봉남’은 북한의 대남 정책이 아니라 남측 당국의 대북정책 결과였다.
 
2017년 한반도는 그것이 대파국이었건 대타협이었건 대전환의 국면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건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번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대전환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번영을 이룩하는 길에서 반드시 협력해야 할 상대방이다. 야권의 대선 주자들은 호불호라는 개인 감정을 뛰어 넘어 평화와 번영이라는 민족적 숙원을 중심에 두고 어떤 대북 정책을 펼칠 것인가를 숙고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인식에서 전환이 일어나지 않는 한, 야권에서 그토록 비판했던, 박근혜의 대북 정책에서 한 걸음도 진전할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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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연(평화연구센터 사무국장)


평화통일교육 활성화를 위해 평화연구센터(이하 ‘센터’) 연구원들이 전국 각지에서 열심히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높이의 남북관계 개선을 준비하는 6.15~ 8.15의 흐름에 센터도 기여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겨레하나 지역지부 부문에서 연구센터를 초청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평화통일 시민강좌 연속기획 센터는 겨레하나 지역본부와 함께 공동으로 시민강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참가자분들 중에는 처음 들어보는 내용이라 충격을 받았다는 분부터, 이런 강사(연구위원)들을 방송에 내보내야 국민들 의식이 많이 바뀔거라는 칭찬 섞인 반응까지 있었습니다. 강연을 듣고 나서 자기의 삶과 일상에서어떻게 평화통일을 실천해야 하는지와 같은 질문과 토론도 이어졌습니다.


6.15를 맞이하여 진행한 겨레하나 회원교육 겨레하나 각 지역지부에서는 6.15를 맞이해 평화통일 교육이 많이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새로운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와 과제>에 대한 관심이 높았습니다. 특히 북핵 문제와 한반도 정세에 대한 관심과 토론도 많았습니다. 정세전망부터 한반도의 미래전략까지, 앞으로 평화연구센터에서 겨레하나 회원들과 더 많이 연구, 토론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것이 확인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입소문으로 확대되는 평화통일 교육 겨레하나 회원들의 추천, 강연을 기존에 들으신 분들의 추천으로 여러 유관단체, 지역연대단체들에서도 문의와 강연요청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강연문의가 많은 건 기쁜 일이겠죠? 남북관계에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 센터에서도 교육사업은 물론, 연구사업과 언론 기고 등도 더 활발히 하면서 평화통일운동에 기여하도록 하겠습니다.


▲부산겨레하나 회원교육 장창준 상임연구원


서울겨레하나 학교통일교육 강호제 센터소장


경주겨레하나 시민강좌 이준규 객원연구원



대전지역 평화통일리더쉽아카데미 변학문 상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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