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론으로 보는 전쟁과 평화에 대해서 마무리 하면서, 마지막으로 이에 관한 연구로 2005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경제학자 토마스 셸링(Thomas Schelling)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셸링은 게임이론의 석학 중 한 사람이며, 특히 자신의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는데 주력해왔다. 마약중독, 인종분리, 지구온난화 등의 문제를 게임이론을 통해 설명한 바 있다.

 

특히 셸링은 1920년대에 태어나서 미국과 소련의 냉전시대를 직접 겪었던 사람으로서, 양국의 갈등 요인은 무엇이며 갈등의 상황에서 양국 정치지도자들이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 많은 연구를 수행했다. 그리고 이에 관한 논문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게 된다. 국내에도 <갈등의 전략>, <미시동기와 거시행동> 등의 그의 저서가 번역 출판되어 있다.

 

토마스 셸링. 셸링 교수는 2006년 한국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 2006’에서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 양자 회담을 하면 북한을 인정하는 것으로 인식해 이를 꺼리고 있다”며 “그러나 직접 대화가 현재의 교착 상태를 타개할 수 있다면 이같은 생각을 극복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만든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에서 러시아는 미국의 공격 신호를 감지하는 순간 모든 핵미사일을 발사하도록 설계된 컴퓨터를 개발한다. 이것이 미국의 공격을 억제하는 기제가 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미친 미국 장교가 소련에 대한 선제 핵공격을 감행하고, 결국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핵폭발로 장식된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 때 자문을 받았던 사람도 셸링이라고 한다.

 

셸링은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핵무기 사용의 억제를 위해 노력했다. 특히 미국 정부의 자문으로 오랜시간 역할을 했다. 1950년대 미국의 아이젠하워(Eisenhower) 대통령과 덜레스(Dulles) 국무장관은 핵무기 사용에 적극적인 입장이었다. 핵무기와 기존의 무기가 크게 다를 바가 없으며, 따라서 다른 무기처럼 핵무기도 사용될 수 있어야 하고, 어떤 식으로든 핵무기 사용 금지에 대한 금기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셸링은 '핵무기는 결코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한 가지 규칙만은 절대 깨져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알콜 중독자가 '딱 한 잔만' 마시는 것이 어려운 것처럼 핵무기 역시 '조금만' 사용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단 사용하면 모든 것이 끝이라는 점에서 '핵무기를 결코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합의가 매우 중요하며 미국 정부가 이런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핵무기 사용 금지'에 대한 합의는 어찌보면 눈에 보이지도 않으며 심리적인 규제에 불과하다. 하지만 셸링은 이런 식의 확고한 규칙을 정해놓는 것이 갈들을 해소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보았다. 이처럼 사전에 약속한 규칙이 존재하는 게임을 협조적 게임이라고 한다. 반대로 규칙 없이 진행되는 게임을 비협조적 게임이라고 한다.

 

규칙의 존재와 함께 중요한 것이 그 규칙이 반드시 지켜질 것이라는 확신이다. 그런데 이 확신은 바로 스스로를 제약하는 힘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 셸리의 설명이다. 무슨 말인가? 지난 글에서 살펴보았던 치킨 게임을 생각해보자. 두 대의 차가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게임을 할 때, 나는 핸들을 돌리지 않고 직진할 것이라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확실하게 보여주는 방법은 내 차의 핸들을 망가뜨리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핸들을 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죽고 싶지 않다면 상대방이 핸들을 돌릴 수밖에 없다.

 

이를 족쇄전략이라 한다. 흔히 말하는 배수진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에 앞서 퇴각로를 불태워버림으로써 상대편에게 우리는 후퇴할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다. 결국은 자신의 선택 여지를 줄임으로써 자신의 협상력을 강화시키게 되고, 그것이 구속력 있는 규칙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를 두고 셸링은 "상대방을 꼼짝 못하게 제약할 수 있는 힘은 스스로를 제약할 수 있는 힘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그는 핵무기 보유하는 것 자체가 역설적으로 핵무기 사용을 막는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내가 핵무기를 사용하면, 상대국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해야만 핵무기 사용이 억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1950년대 한국전쟁에서도 미국에 의해 핵무기가 사용될 뻔했으나 사용되지 않은 것은 상대방 국가, 특히 중국으로부터 보복과 응징을 당할 수 있다는 합리적인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때문에 그는 앞으로도 핵 보유국이 핵을 사용하는 일은 일어나기 힘들 것이라 예측한다. 북한, 이란 등도 단지 협상용으로 핵을 보유할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용하기에는 핵은 너무 값비싼 수단이다.

 

하지만 21세기 들어서 확산된 테러의 경우에는 이런 설명이 맞지 않는다고 우려한다. 테러리스들의 목적과 목표는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렵다. 그들에 대한 보복 역시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보복과 응징을 확신시킬 수 있는 규칙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게임이론은 예측을 위한 모델이 아니므로, 게임이론을 갖고 문제의 해법을 찾으려 하거나 직접적인 도움을 얻으려 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한다. 게임이론은 단지 어떤 문제를 성찰하기 위한 하나의 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전쟁을 막기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상대에게 신뢰를 주는 언행, 신뢰를 주는 외교를 펼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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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죄수의 딜레마라는 게임이론을 통해서 두 국가가 핵무기 경쟁을 하는 상황을 살펴보았다. 두 국가를 A와 B로 놓고,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는 경우를 협력(C)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배반(D)로 가정했다.

 

 

A국가와 B국가가 서로 협력하여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기로 한다면 무기 개발에 사용되는 비용이 줄어들어 (3,3)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A국가와 B국가가 서로 배반하여 각자 핵무기 개발에 전력한다면 무기 개발에 사용되는 비용이 증가하여 (2,2)의 이익만을 얻게 된다. 만약 둘 중 한 국가는 핵무기를 포기했지만 다른 한 국가가 핵무기를 개발한다면 (4,1) 또는 (1,4)의 이익을 얻게 된다. 핵무기를 개발하는 국가가 군사적으로 우위를 점하므로 4의 이익을 얻고, 핵무기를 포기한 국가는 1을 얻는 것이다.

 

이 때 A국가의 입장에서는 B국가가 핵무기를 보유하든 그렇지 않든 핵무기 개발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먼저 B국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하자. 즉, B국가는 협력(C)을 선택한 것이다. 이 때 A국가도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으며 협력(C)하기로 하면 두 국가는 (3,3)의 상태에 이른다. 하지만 A국가가 B국가가 핵무기를 포기한 틈을 타서 핵무기 개발을 하기로 배반(D)하면 두 국가는 (4,1)에 상태에 이른다. A국가의 입장에서는 3보다는 4의 이익이 크므로 핵무기를 개발할 것이다.

 

만약 B국가 핵무기를 개발하기로 결정했다고 하자. 즉, B국가는 배반(D)을 선택한 것이다. 이 때 A국가만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으며 협력(C)을 택하면 두 국가는 (1,4)에 이른다. 하지만 A국가도 핵무기를 개발하여 배반(D)을 택하면 두 국가는 (2,2)에 이른다. A국가의 입장에서는 1보다는 2의 이익이 크므로 핵무기를 개발할 것이다.

 

그래서 모든 국가들은 핵무기 개발이라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고, (2,2)의 상태에 이른다. (3,3)이라는 더 좋은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효율적인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결국 다른 국가가 무슨 선택을 하든 상관없이 무조건 배반하고, 근시안적 자기이익만 챙기는 것이 이득인 것이다. 물론 사회 전체, 세계 전체적으로 보면 이는 비효율적이다.

 

그런데 이 상황을 자세히 보면 상대는 핵무기를 철회했지만 나 혼자 배반하고 핵무기를 개발하는 경우가 있고, 상대가 먼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나도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핵무기를 보유해야만 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전자를 탐욕(greed)라 한다면 후자는 공포(fear)라 할 수 있다. 탐욕 또는 공포가 평화를 위협하고 전쟁을 불러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을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 사실 남이 날 해칠까봐 두려워하는 경우는 매우 인간적이다. 그러니 이 경우는 잠시 미뤄두자. 하지만 욕심 때문에 핵무기를 먼저 꺼내드는 상황은 좀 막아볼 필요가 있다.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상대방이 협력하는 상황이라면 나 역시 협력하는 것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조건을 바꿔주면 된다. 이를 다시 게임이론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아지는데, 이를 사슴사냥게임이라 한다.

 

 

이 게임은 루소(Rousseau)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A Discourse on Inequality)>에서 나온 우화에서 비롯되었다. 두 명의 사냥꾼이 있는데, 둘이 힘을 합치면 사슴을 사냥할 수 있지만 각자 사냥을 하면 토끼만 잡을 수 있다. 당연히 토끼를 사냥했을 때보다 사슴을 사냥할 때 얻는 이익이 더 크다.

 

B가 협력(C)할 경우 A도 협력(C)하면 (4,4)의 상태에 이른다. 만약 A가 배반(D)한다면 (3,1)의 상태가 된다. A의 입장에서는 4가 3보다 더 이익이므로 협력을 선택해야 한다. A와 B를 바꿔놓아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따라서 이 게임에서는 상대방이 협력한다면 나 역시 협력해야 한다. 상대방 협력할 때도 나는 배반하여 이익이 되었던 죄수의 딜레마와 다른 지점이다.

 

상황을 죄수의 딜레마에서 사슴사냥게임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면, 적어도 탐욕에 의해서 전쟁을 일으킬 요인은 사라지고, 핵전쟁 대신 평화를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이다. 죄수의 딜레마를 사슴사냥게임으로 바꾸는 핵심은 남이 협력할 땐 나도 협력하는 것이 배반하는 경우보다 더 큰 이익을 가져다주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다른 국가들이 모두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데도 혼자서 핵무기 개발에 열중하는 국가가 있다면 국제적으로 강력한 제약이나 응징을 가하여, 핵무기라는 군사적 우위를 통해 얻게 되는 이익보다 더 큰 피해를 입도록 만드는 것이다. 반대로 군비를 축소하고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국가들에게는 그렇지 않은 국가보다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따져봐도 배반하는 경우보다 협력하는 경우가 더 많은 이익을 준다고 판단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적어도 모두가 협력하여 평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혼자 제 이익만 챙기기 위해 평화를 깨뜨리는 욕심쟁이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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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에 의한’이 아닌 ‘핵으로부터의’ 자유

 

 

현재 21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한국. 세계적으로도 영토에 비해 원전의 밀집도가 가장 높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후쿠시마의 참사에도 아랑곳없이 2024년까지 이를 34기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역시나 대단한 양반이다.

 

돌이켜보면 한반도는 6·25전쟁 이후 끊임없이 핵 재앙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이었고, 북핵 문제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들은 ‘핵’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저자는 핵을 ‘인간계의 절대반지’로 표현했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지난해 자신의 70세 생일에 “나는 핵전쟁이나 지구 온난화와 같은 재앙으로 인류가 1000년 이내에 멸망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고 한다. 물론 1000년이란 시간은 먼 훗날일 수도 있지만, 당장 내일이 될 수도 있다.

 

인류 뿐 아니라 지구 자체의 파멸을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발명품인 핵.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의 탐욕이 만들어낸 핵을 어떤 이는 “사정거리가 가장 긴 구조적 폭력”이라 말하고, 또 어떤 이는 “세계 번영의 마르지 않는 샘”이라 찬양한다. 영화 〈반지의 제왕〉의 ‘절대반지’처럼 인간을 공포에 몰아넣기도 하고, 매료시키기도 하는 핵. 과연 핵은 우리에게 무엇일까.

 

저자는 어느 순간 우리에게 익숙해져버린 핵에 대해 정작 많은 이들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느꼈다. 이는 3월 26~27일 정부의 호들갑 속에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렸고, 북핵문제, 원전 수출 등 핵과 관련된 많은 이슈 속에 살아가고 있지만, 정작 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이나 담론의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때문에 저자는 광범위한 1차 자료와 역사적 사실들을 바탕으로 우리가 막연하게 알고 있던 핵 문제를 제대로 알리고자 노력했다. 우리와 전혀 무관하지 않은, ‘삶과 죽음’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우리가 흔히 일제 패망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믿고 있는 미국의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을 들 수 있다. 이를 계기로 우리는 핵을 일종의 ‘해방의 무기’로 인식하게 됐고, 이후 미국 핵무기에 대한 비판에서 둔감한 모습을 보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당시 여러 자료들에 의하면 일본의 항복에 굳이 핵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미국의 원폭이 아니더라도 일본은 항복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었고, 오히려 소련의 참전 선언이 일본에게 더욱 큰 압박으로 작용했다.

 

저자는 당시 미국의 원폭이 소련 스탈린에 대한 무력시위의 측면이 더 강했다고 말한다. 소련보다 먼저 핵을 개발한 미국이 당시 잠재적인 라이벌로 떠오르던 소련을 견제하고, 전후질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불필요한 ‘재앙’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한편 그동안 우리는 원폭으로 인한 일본의 패망에만 주목했을 뿐, 당시 억울하게 죽어간 4만 여명의 강제징용 조선인들은 기억하려 하지 않았다.

 

6·25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의 영웅’으로,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인천자유공원을 ‘점령’하고 있는 맥아더에 대한 인식도 변화가 필요하다. 당시 그는 중국의 참전으로 미군과 연합군이 수세로 몰리자, 트루먼 대통령에게 북중 국경지대에 30여 발의 핵폭탄을 투하하면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다고 공언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동해로부터 서해에 이르기까지 코발트 방사선이 막을 형성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지역의 생명체는 60년, 혹은 120년 후에야 다시 소생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당시 그의 계획대로 핵 공격이 이뤄졌다면 지금의 한반도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전쟁 이후에도 한반도는 핵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았다. 북은 반세기가 넘는 시간동안 미국의 핵 위협을 견뎌야 했고, 남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 수많은 핵무기를 받아들여야 했다. 단 한 순간의 결정이나 우연, 실수로도 한반도는 핵 재앙을 맞을 수 있었던 것이다.

 

책은 미국의 대한반도 핵 정책 속에는 한반도 분단의 논리, 냉전의 논리가 그대로 투영되어 왔다고 말한다. 이는 MD역시 마찬가지다. 북은 끊임없이 MD의 공격 대상이 되어왔고, 남은 MD의 포섭대상이었다.

 

이는 결국 한반도 핵 문제가 단지 북핵 문제의 해결만으로 풀 수 없음을 보여준다. 북핵은 60년이 넘게 쌓여온 분단과 냉전이라는 한반도 문제의 [모순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핵 문제를 북 체제나 지도자의 문제로 국한해 바라보는 한 해결에 다가갈 수 없다. 냉전이라는 병을 앓아온 한반도 전체의 체질을 바꿀 때 비로소 그 치유법을 모색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북의 광명성3호 발사로 인해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더욱 예측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는 단호하게 대처할 것임을 천명했고, 미국 역시 2·29합의 이행에 부정적 입장이다. 더구나 오바마 행정부는 당장 다가온 대선으로 인해 더 이상 북과 대화에 나서기도 어려운 모습이다.

 

저자는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미국 내에 팽배해있는 ‘북 불신론’을 깨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오바마에게 노벨평화상을 ‘선물’로 안겨준 그의 ‘핵 없는 세상’ 정책 역시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만약 북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바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 현실주의자들은 여전히 핵이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수단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특히 부상하는 중국이나 푸틴의 러시아를 상대함에 있어 핵을 포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때문에 그가 재선한다해도 그의 구상이 현실로 이어지기는 여전히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푸틴의 러시아와 시진핑의 새로운 중국 지도부 역시 미국의 쇠퇴를 자국의 위상강화와 ‘미국의 단극체제’를 끝내고, ‘다극체제’로 변화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오바마의 재선 이후 이스라엘의 이란 폭격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높다.

 

결국 더욱 복잡해진 국제정세 속에서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또 다시 ‘그냥 이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잠깐의 평화에 안도하다가 돌발적 변수가 생기면 또 다시 불안해야하는 ‘진땀 흘리는’ 삶 말이다.

 

때문에 차기 정부의 역할이 더욱 무겁다. 북핵문제를 둘러싼 복잡한 국제정세와 더불어, 본질적인 한반도 문제의 근원, 즉 냉전체제의 해체라는 과제가 주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보수 진영은 북 때리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것이 또한 단순히 비난하는 것이다. 상대방을 비난한다는 것은 상대방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보수 진영의 관성을 과연 이름만 바뀐 새누리당이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까.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저자는 김정은 체제가 처해 있는 상황으로 인해, 핵무기에 대한 의존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북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대 업적으로 평가되는 핵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김정은 체제의 생존을 위해 핵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에게도 역시 핵은 이중성을 가지고 있는 ‘딜레마의 무기’다. 때문에 광명성3호 발사로 일단락된 북의 미사일 행보가 끝난 후 어쩌면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 수도 있다.

 

한 치 앞도 보기 힘든 남북관계, 그리고 북핵 문제. 이는 어느 한 순간에 갑자기 생겨난 문제가 아니다. 세계 2차 대전의 와중에 탄생한 핵무기의 역사와 더불어 한반도의 분단과 냉전의 지속까지, 모든 것을 깊이 있게 통찰해야 비로소 ‘보이는’ 문제다.

 

때문에 이 책처럼 핵 문제를 근원부터 조명한 자료는 소중할 수밖에 없다. ‘핵은 안전하다’는 기만이 적어도 더 이상 한반도에서는 부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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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