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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역사답사 4탄)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보호센터)
    여행사업단 더하기휴 2013. 2. 25. 13:45

    최고의 고문을 위해 천재건축가가 설계한 남영동 대공분실
     


    겨레하나 대학생본부_김연희
     


    많은 건물들 속에서 이곳이 무엇을 하는 공간인지 조차 알 수 없을 정도의 높은 담벼락과 검은 철문. 그리고 검은색 벽돌로 지어진 이 곳이 바로 남영동 대공분실이다. 현재는 경찰청인권센터로 쓰이고 있다. 다른 층은 큰 창문이 있지만 유독 5층에만 작은 빛줄기 외엔 아무것도 들어갈 수 없는 길쭉한 창문들이 줄지어져 있다. 무엇을 하는 곳이었을까.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도 있었겠지만 한편으로는 그냥 건물의 디자인이 특이하다 정도로 넘길 수도 있겠다.

     


    건물을 들어서면 계단, 엘리베이터, 그리고 경찰청인권의 역사가 있는 작은 전시실이 있다. 평일 낮이라 인적이 없어 전시실은 불이 꺼진 채 방치 되어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계단이 있는 옆쪽. 검정 철재로 되어있는 원형 계단이 끝도 없이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이 계단이 바로, 우리 민주열사들의 눈을 가리고 몇 층인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하는 바로 그 계단이다. 1층의 계단을 밟고, 차가운 철재 손잡이를 잡고 한 계단 한 계단씩 올라 본다. 끝도 없는 계단과 손의 차가움이 내 다리를 떨리게 한다. 그리고 도착한 그 층, 그 곳, 바로 건물 밖에서 내다 본 빛만 들어오는 작고 긴 창문들이 줄지어 있는 5층 잔인한 고문의 장소로 향하게 한다. 이곳을 올랐던 열사들은 실제로 층의 구분이 없는 계단 때문에 7층으로 갔었다, 8층으로 갔었다며 알 수 없는 그 건물의, 그 날의 기억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렇게 도착한 5층의 장소. 우리에게 펼쳐진 것은 수많은 방들이었다. 모두 다 같은 색의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진 문들은 위에 있는 번호가 아니라면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 없게 한다. 심지어 밖으로 나가는 출입문조차 방의 문과 똑같이 생겼다. 닫힌 문 속을 볼 수 있는 작은 구멍하나. 현관문 외시경. 이 외시경은 보통 안에서 밖을 볼 수 있게 설치되어야 하지만, 이 장소의 특성상 밖에서 안을 볼 수 있게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방 안, 방 안에는 욕조, 세면대, 변기, 책상, 그리고 작은 침대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왜 방마다 욕조를 넣어놨을까. 바로, 물고문을 위한 욕조인 것이다. 사람이 들어가서 안기도 힘든 작은 욕조, 하지만 욕조의 깊이는 깊다. 내 머리가 누군가의 손에 의해 물속에서 짓눌려져 있다면. 숨쉬기가 힘들어 나오고 싶지만 저항해도 이길 수 없는 그 힘들 앞에서 우리의 열사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상상만으로도 온몸이 싸늘해졌다.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은 고문 앞에서 죽음조차 함부로 할 수 없게 하는 방이었다. 머리도 들어갈 수 없는 작은 창문, 그리고 책상, 의자, 침대 모든 것들이 바닥에 박혀 있었다. 들지도 못하게 못으로 박아 놓은 것이었다. 창문의 한줄기 빛을 보면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이제 하루가 지났구나, 이틀이 지났구나. 날짜를 새어보는 일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고통 속에 고함을 지르고 몸부림쳐도 두꺼운 벽과 이중창, 그리고 건물 밖의 시끄러운 기차소리 때문에 그 고함은 아무에게도 전달되지 않는다. 아무도 없는 방에 혼자 있어도CCTV로 그들의 모든 행동이 감시당한다. 심지어 대, 소변을 보는 것도 말이다. 인권이라는 것은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조사관이 나가는 그 순간, 문이 열리면 분명 고문 받는 이는 바깥이 궁금할 테지만 마주보는 양쪽의 방들은 지그재그로 설계되어 있어 문밖을 바라봐도 볼 수 있는 건 벽밖에 없다. 내가 어디인지, 여기서 언제 나갈 수 있을지, 주변의 모든 소리가 차단된 채, 그저 나의 고함소리만으로 가득 채워진 좁은 방 속에서 우리의 민주열사들은 고문 받았다. 서울 한복판에서. 그리고 죽었다.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그 유명한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현장이 바로 이 곳 509호다. 고문을 받다 누가 죽어나가도 모를 만큼 이 곳은 철저히 외부와 차단되어있던 곳인 것이다. 고 김근태 전의원 역시 이곳 515호에서 20일 동안 전기고문, 물고문등 엄청나게 잔인한 고문들을 수도 없이 당했고, 고문의 휴유증으로 그는 파킨슨병을 얻었고, 결국 재작년 12월에 세상을 떠났다.

     


    천재 건축가 김수근에 의해 만들어진 이 고문공간은 모든 공간 하나하나 사람을 심리적으로 압박하게 설계해 놓은 이 곳. 신체적 고통만으로도 참기 힘든 고문을 그의 설계로 더욱 더 극대화 한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도 이렇게 설계를 했겠지. 누군가 고문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하고 쉬운 경찰의 취조방법이라고 했다. 오늘따라 그 저렴하고 쉬운 방법을 더 쉽게 해준 저 건축가가 다른 어떤 고문기술자 보다 더 끔찍하고 잔인하게 느껴진다.

     


     

    ★ 남영동 대공분실 답사를 가고 싶다면? ★
     
    1. 가는 방법 : 1호선 남영역 1번 출구
     
    2. 이용시간 : 9:00 ~ 18:00
    ※ 박물관이 아니기 때문에 직원분들의 근무시간에만 공개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토·일요일 및 공휴일엔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3. 이용요금 : 무료

    4. 예상소요시간 : 1시간 ~ 1시간 30분 내외

    5. 기타 참고사항
    - 박물관이 아니라서 따로 관리되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불이 켜져 있지 않더라도 그냥 불을 키고 보시면 됩니다. 저희도 스스로 불을 키며 둘러 보았습니다.
    - 정문으로 들어가시면 안쪽으로 뒷문과 연결되어있는 원형계단이 있습니다.
    저희가 갔을 땐 눈이 너무 많이 내려 뒷문으로 출입이 가능한지 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 5층을 보시고 계단으로 4층을 내려오시면 박종철 열사 기념관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6. 주소 : 서울 용산구 갈월동 98-8 (한강대로71길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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