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내 삶에 들어와버린 4.3 - 제주 4.3 평화순례 스케치
    겨레하나 활동소식 2013. 4. 23. 16:54

    제주 4.3 평화순례를  다녀와서

    이용헌(대외협력국장)


    제주는 생각만으로도 설렌다. 제주 출신이 아닌 대한민국 누구라도 마찬가지리라. 티케팅 후 비행기 탑승 때의 흥분은 더 말해 무엇하랴! 민주노총 제주 4.3 평화기행(3. 30 ~ 31)을 준비하기 위해 겨레하나 여행사업단이 뛰어들었다. “세상을 만나는 여행, 겨레하나 여행사업단 더하기 휴”가 진행하는 첫 사업이었다. 첫 사업이라는 흥분, 여행 해설과 가이드 활동이라는 다른 체험에서 오는 이질감, 제주도라는 섬이 주는 이국적인 느낌까지 흥분은 최고조에 달해있었고, 이제 “손님 맞을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태에서 민주노총 사람들을 기다렸다. 


    여행의 첫 출발은 설렌다. 공항에서 손님을 기다리며.



    무전기까지 착용하고,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전날 “남북은 전시 상황에 돌입한다”는 북한의 발표 때문이었을까? 4.3이라는 슬픈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였을까? 제주에 도착한 민주노총 사람들은 관광지를 찾아온 들뜬 얼굴이라기 보다는 사뭇 진지해보였다.


    첫 방문지로 제주 4.3 평화 공원을 찾았다. 그곳 분위기가 금수들에게도 읽히는지, 청흑색의 까마귀만 있을 뿐 다른 새들은 찾아볼 수가 없다. 돌림자를 쓰는 일가족, 2살 3살, 지어는 이름조차 갖지 못한 아이들의 죽음을 하나하나 새겨놓은 수천명의 각명비를 지나 기념관안으로 들어갔다.



    평화공원의 입구에 있는 '각명비'


    제주 4.3평화공원의 입구는 '백비'로 시작한다


    열심히 설명을 듣는 민주노총 참가자들


    기념관의 첫 자리는 아무것도 새겨지지 않은 백(白)비가 누워있어, 분위기를 압도한다. 백비의 의미는 이렇다. 여전히 역사속에 묻혀있는 죽음을 애도하며 비는 누워있는 것이며, 가려져있는 4.3의 진상을 밝히겠다는 의지 표명임과 동시에 이를 널리 전파하고, 계승시키겠다는 결의로 천정은 뚫려있다. 그리고 4.3이 제대로 밝혀질 때 이 빈 비석은 내용이 기록될 수 있을것이다.



    한라산과 백록담을 형상화한 4.3 평화공원



    1947년 3월 1일. 3.1절 기념 행사를 하던 도중, 경찰의 말에 아이가 치였는데도 경찰이 이를 무시하자 제주 도민들이 이에 항의하였고, 경찰의 진압 도중에 시위군중을 향해 총을 발사하여 6명의 사람이 죽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연일 벌어지며, 제주도민 95%가 참여하는 민관 합동 파업이 벌어지는 등 시위가 확대되어갔다. 이를 위해 미군정에서 진상규명 차원의 조사단을 파견하였는데, 남로당의 좌익적 선동에 초점을 맞춘 보고서가 작성되고, 이때부터 제주도민들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이 시작되었다. 탄압이 극에 달하자, 자체적인 무장대를 조직하고 1948년 4월 3일 경찰서 등을 습격하며 저항하기 시작했다. 그 직후 서북청년단과 군인들이 육지에서 파견되어 폭력을 자행하고, 급기야 해안에서부터 5km 이상의 지역에 금족령을 내리고, 그 지역에 위치한 마을들을 전부 소개하고, 마을 주민들을 학살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제주도민의 10%가 되는 2만여명의 사람들이 죽었다고 추정될 정도의 남녀노소 가릴 것 없는 집단 학살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러한 4.3에 대한 설명들이 당시 사진과 관련 기록, 생존자들의 증언, 해설글 등 전시되어 있다.


    중간에 흰 색의 둥근 방이 있다. 학살의 참혹함과 폭력의 참상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부조(浮彫)로 꾸며져 있다. 국가권력에 한없이 당하기밖에 할 수 없었던 백성을 형상화하고, 폭력의 어두움을 부각시키고, 대비적으로 순결함을 보이기 위해 전부 흰색으로 꾸며놓은 듯 하다. 예술작품을 보고 받는 느낌은 천차만별이겠으나, 이 공간에서 느끼는 서글픔, 두려움, 그리고 분노는 누구나 느껴지리라.






    희생자들을 부조로 형상화한 공간







    그리고 기념관 출구 쪽에 영상하나가 상영되고 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4.3 관련 발언 영상이다. 국가의 수반으로 최초로 4.3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영상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과 4.3 평화 기념관의 분위기가 오버랩되는 탓인지 영상이 끝나고도 발걸음 떼기가 쉽지 않았다. 모든 죽음과 상처가 위로되고 치유될수는 없겠으나, 최소한 출발은 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에 마음속으로 계속 되뇌는 한마디가 있었다. 


    ‘고맙습니다.’


    많은 역사적 사건들을 기억하기 위한 기념관들이 전국에 많이 있으나, 4.3 평화 기념관만큼 내용과 교훈을 주는 곳은 없는듯 하다. 1시간이 넘는 관람에도 시종 숙연한 분위기로 참여할 수 있을만큼 제주도가 가진 울분과 분노, 상처가 고스란히 4.3 평화 기념관에 담겨있다. 마지막 문을 나서며 다음에 가족들과 함께 와 코끝이 시큰해질 정도로 느낀 이 감정을 직접 전달하리라 마음먹었다. 민주노총 참가자들도 꼼꼼히 노트하며, 해설사의 설명을 눈과 귀로 좇는 모습에서 나와 다르지 않은 마음가짐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마을이 소개된 이후 중간에 성을 쌓고 집단 생활을 했던 낙성동터에 들렀다가 너븐숭이 기념관으로 향했다. 너븐숭이 기념관은 300명의 대량 학살로 한 마을이 초토화된 현장에 있다. 입구에 총 맞아 죽은 엄마의 젖을 빠는 어린아이의 그림 한점이 기념관의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다. 그리고 학살된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3층 높이의 기다란 검은 천이 있고, 그 밑에 초 하나가 타고 있어 넋을 달래고 있다. 그리고 기념관 앞 화단에 아직도 발굴되지 않은 애기무덤 수개가 보존되어있다.



    너븐숭이 기념관, 희생자들의 명단 앞에 초 하나가 넋을 달래고 있다.




    로 옆에는 현기영 작가의 “순이 삼촌” 문학비가 있다. 이것 또한 남달랐다. 덩그러니 비만 있는 다른 기념비와는 달리 비석들이 널브러져 있고, 그 비석들에 소설속의 학살 기록이 새겨져 있다. 총칼을 맞고 쓰러져간 민중들을 위로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비석들이 누워있는 그 터의 흙은 진한 붉은 색이다.  바로 그 자리에서 흘린 피다.




    순이삼촌 문학비 앞 민주노총 참가자들


     ‘이렇게까지 했어야 하나?’ 소위 빨갱이 소탕한다는 목적에 어린애들을, 가족을, 한 마을을 깡그리 몰살시켜버릴 필요가 있느냐는 말이다. 이건 이성적 사고의 합리적 결과물이 아닌, 단순한 광기일 뿐이다. (현기영 작가는 “순이 삼촌” 집필 이후 보안기관에 끌려가 고문을 당해 한쪽귀가 들리지 않는 후유증을 아직도 겪고 있다고 한다.)


    숙소로 귀환했다.

    민주노총 참가단은 식사 후 강정마을에 가서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문화제를 하고 돌아왔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문화제



    여행사업단에서도, 해군기지 건설과 평화를 위한 현수막을 걸었다


    그 사이 여행사업단과 겨레하나 식구들은 뒷풀이 준비를 했다. 첫 사업에 좋은 인상을 남겨야 한다는 마음이 동하기도 하였고, 4.3의 의미를 지금의 평화운동으로 계승시키겠다는 그네들의 결의에 대한 감사와 공감의 표시로, 성의있게 준비했다. 그리고 쏟아지는 4.3 평화순례에 대한 감상과 여행사업단에 대한 치하. 이 또한 고맙다.





    STAFF들이 직접 뒷풀이 준비를 함께 했다




    다음날 아침, 민주노총 참가단의 노동자대회 참가를 마지막 일정으로 여행사업단의 활동이 마무리되었다. 하루종일 귀에 꽂고 있던 무전기며, 목에 걸려있는 STAFF 명찰을 뗐다. 



    행사기간 내내 유용하게 쓰였던 무전기. 전원을 끄면서, 우리의 일정도 막을 내렸다.


    숙소 앞에서, 여행사업단 STAFF 들  몇명이 잠시 한컷.


    사업 하나를 마무리했다는 홀가분함 보다는, 4.3의 무거움이 가슴을 짓누른다. 내 인생에 4.3이 들어와버린 느낌이다. 이제 다시 4월을 맞이하면, 꽃 향기에 취한채로 봄을 쉬이 넘길수 없을 듯 하다. 전쟁 위기가 날로 높아지는 요즘, 4.3을 평화로 승화시켜가는 제주도민들의 숭고함이 가장 고맙다.


    책 만으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평화의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아! 이런게 진짜 여행이구나!’ 싶다. 과거와 현재, 그 때와 지금을 모두 경험하고, 동시에 생각할 수 있는 겨레하나 여행사업단의 모토, “세상을 만나는 여행”은 참 잘 만들어진 문구다.




    댓글 0

Designed by Tistory.